스타일 앤 더 시티
〈보그〉의 카메라가 제3회 ‘스타일 아이콘 어워즈’의 은밀한 라운지에 착륙했다. 별 중의 별들이 그들의 위상을 공고히 한 축제의 밤. 존재감만으로도 대중을 설득할 수 있는 스타들이 시대의 ‘퍼블릭 아티스트’로 빛났던 시간!
PM 3:00
“상암에 있는 CJ E&M 센터로 가주세요.” 지난 11월 17일, ‘2010 스타일 아이콘 어워즈’에 참석하기 위해 택시를 타자 기사가 놀라서 물었다. “마침 거기서 오는 길인데, 오늘 대단한 행사가 열리나 봐요? 그 일대에 경호원들도 보이고 빨간 양탄자가 쫙 깔린 게 심상치 않던데요.” 사실, 그랬다. 출연자들의 라인업만 봐도 ‘스타일 아이콘 어워즈’는 심상치 않은 시상식이다. 웬만한 영화제의 화려한 라인업을 비웃듯 한류스타와 가장 핫한 셀레브리티가 총출동하는데다가, 그 영역은 배우와 뮤지션과 패션계 인물들을 넘나드니까. 대한민국 트렌드에 영향을 끼친 인물들을 선정하는 시상식이지만, 베스트드레서를 가려내는 자리는 아니다. 자신의 활동 영역에서 새로운 스타일과 화두를 제시한 인물, 작품의 히트와 상관없이 색다른 변신을 시도한 용기 있는 스타라면 오늘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청담동의 한 지표였던 M.net이 이곳 상암동으로 자리를 옮긴 후, 그리고 스타일 채널의 양대 산맥이었던 올리브와 온미디어가 한 회사가 된 후 처음으로 사옥에 셀레브리티들을 초대하는 자리. 시상식과 ‘웰컴 파티’를 겸하는 축제가 이제 시작된다!
PM 8:00
시상식의 출발을 알리는 레드 카펫 현장. 요조숙녀처럼 워킹하는 여배우와 한 무리의 팬 군단을 대동하는 아이돌이 공존하는 현장이다. 미니 원피스를 입은 박수진과 민효린처럼 리무진에서 내릴 때도, 턱을 오를 때도 사뿐히 걷는 모습은 레드 카펫 여배우의 귀여운 예. 영화 〈시라노 연애조작단〉에서 로맨틱 코미디물의 여배우 탄생을 알리며 오늘 ‘여자 영화배우’부문의 아이콘에 등극한 이민정은 상큼한 튜브톱 드레스 차림이다. 물론 풍성한 드레스 자락을 휘날리며 등장한 전혜빈이나 머리에 힘을 준 송중기를 보면 이곳이 시상식 자리라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다. 신동엽과 더불어 MC를 맡은 송중기와 서인영은 발랄하게 레드 카펫에 올랐다가 무대가 아닌 엉뚱한 곳으로 잘못 이동하는 실수를 저지르기도했다. 이런 작은 해프닝마저 현장의 팬들에겐 즐거운 순간.
MC를 제외한 오늘의 인물들이 향한 곳은 셀레브리티를 위한 관람석이자 칵테일과 케이터링이 준비된 VIP 라운지다. 방송 카메라에 잡히지 않은 이 은밀한 공간에선 오늘의 스타들과 방송 관계자들이 모여 담소를 나누고 있다. 시상식인 만큼 남자 셀레브리티들의 패션은 블랙 턱시도가 대세였다. 수트의 존재 의의를 100%이상 살려주는 소지섭과 주진모, 오늘은 ‘영화 배우 최승현’으로 참석한 탑, 수트로 통일했지만 보타이와 머플러, 넥타이로 멤버들 각각에게 포인트를 달리 준 씨엔블루, 코사지와 행커치프로 신경 쓴 김현중과 허각까지.
영화, 탤런트, 가수 부문 등 총 20개 부문에 걸쳐 수상자를 꼽는 ‘스타일 아이콘 어워즈’에서 각각의 주인공은 예를 들면 이런 식으로 탄생했다. 드라마 〈아이리스〉와 영화 〈포화 속으로〉를 통해 배우로서도 진지한 모습을 보여준 최승현, 음악 차트에서도 성공하고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돋보이는 재주를 지닌 씨엔블루는 ‘뉴 스타일 아이콘’ 상을 거머쥐었다. 드라마 〈나쁜 남자〉에서 캐릭터에 맞게 부유하면서도 절제된 스타일링을 선보이며 브랜드의 매출에도 영향을 끼친 오연수는 ‘패셔니스타’ 수상자였다. 그렇다면 우리가 익숙히 알아왔던 셀레브리티 외에 올해 새로운 화두를 제시한 화제의 인물엔 누가 있을까?‘문화, 예술 부문’의 수상자, 박칼린이다. 대한민국의 별들이 삼삼오오 어울리고 있는 이런 자리가 어색할 법하지만, 검정 새틴 드레스를 입은 그녀 역시 오늘밤 빛나는 존재였다. 조연우, 한정수, 송종호, 정주리는 일찍부터 한 테이블을 잡고 둘러앉아 조용히 얘기를 나누는 중이다. 박칼린을 발견한 정주리가 원망 섞인 목소리로 인사했다. “저 ‘남자의 자격’ 오디션에서 왜 떨어뜨리셨어요?”
PM 9:50
오후 9시에 본격적인 시상식이 시작되자 VIP 라운지도 제법 북적거렸다. ‘TV스타’ 부문의 수상자인 김정은처럼 어느 곳에서도 미소가 떠나지 않는 여배우, 시상자로 참석한 김성수처럼 그 특유의 여유로운 애티튜드가 파티의 호스트를 연상시키는 남자 배우가 섞여 분위기가 무르익어 갔다. 그 중 〈보그〉 카메라가 놓칠 수 없었던 ‘커플’은 장미희와 정구호. 오늘 시상식의 가장 마지막 순간에 시상을 하기 위해서 무대에 오를 이들은 블랙&레드 컬러로 흠잡을 데 없는 ‘커플 룩’을 연출했다. 일일이 플리츠를 잡아 재단한 장미희의 드레스는 ‘헥사 바이 구호’에서 특별 제작한 의상이다. 주머니에 손을 꽂은 채 샴페인 잔을 들고 서있는 남자배우들을 보고 있자니, 자연스럽게 떠오른 단어는 ‘차도남’이었다. ‘스타일 아이콘 어워즈’가 2010년에 등장한이 신조어의 자격을 부여한 주인공은 ‘남자 탤런트’ 부문 수상자 천정명이다. 군제대 직후 컴백한 드라마〈신데렐라 언니〉에서 아픔을 꾹 눌러 담은 도회적 남자로 변신에 성공했다는 이유인데, 사실 천정명의 무공해 미소는 차갑다기보다 따뜻하다. 트로피를 들고 라운지로 온 천정명이 카디건에 보타이 차림의 미소년으로 돌아와 배우들과 어울릴 동안, 드렁큰 타이거와 윤미래 커플이 재미있는 장면을 연출하고 있었다. 놀랍도록 슬림하고 섹시한 실루엣으로 호피무늬 모피코트를 소화한 윤미래(2월경 컴백할 예정)와 소지섭의 기념 사진을 찍고있는 드렁큰타이거. 스타가 반가운 건 스타들에게도 같은 마음인가 보다. 특별상을 수상한 뒤 자연스럽게 뒤풀이를 즐기는 이들은 이제 음악계를 넘어 연예계의 베스트 커플.
한편, 이 화기애애하고 복작거리는 현장이 잠시 ‘우아한 카리스마’로 압도된 순간도 있었다. 바로 장윤주, 송경아, 한혜진을 비롯한 톱 모델 30명이 올해 데뷔 30주년을 맞은 지춘희의 드레스를 입고 캣워킹을 선보였을 때. 온스타일의 ‘스타일 매거진’에서 진행자로도 두각을 보이고 있는 한혜진은 ‘모델’ 부문 수상자였다. 30명의 모델들은 무대 위의 시간이 끝난 다음에도 순서와 열까지 딱딱 맞춰 스르르 사라졌으니, 비공식적으로 ‘가장 절도 있는 퇴장’ 부문 수상자들!
PM 11:00
슈프림팀, 2NE1의 축하공연이 이어지며‘스타일 아이콘 어워즈’는 하이라이트를 향해 달리고 있다. 디자이너 제레미 스콧이 ‘여자 가수’ 부문의 주인공을 외쳤다. “마이 베이비, 2NE1!” 이날 2NE1의 등장은 제레미 스콧의 미니 캣워크라고 봐도 무방하다. 레드 카펫에 등장할 때부터 제레미 스콧의 따끈따끈한 ‘신상’으로 휘감았던 이들은 아디다스 오리지널과 제레미 스콧 콜라보레이션의 2011년 S/S트레이닝복을 입고 무대에 올랐다. 왜 2NE1은 제레미 스콧과 함께할 때면 더욱 귀엽게 불량스러워지는 걸까? 비비드한 스테인드 글라스패턴의 드레스와 밑단이 끌리지 않게 옷걸이로 잡아 올린 롱 드레스, 그리고 평범한 마인드의 소유자라면 엄두조차 낼 수 없는 제레미 스콧의 테디 베어 운동화까지, 지루한 건 확실히 거부하는 문제적 아이콘들(제레미 스콧은 시상식직전까지 ‘마이 베이비’들과 찍은 사진을 실시간으로 트위터에 올렸다)! 남자 배우들의 어두운 수트와 2NE1의 펑키한 컬러들이 무대와 VIP 라운지를 휘저을 무렵, 저편에서 밝은 빛이 비추기 시작했다. 화이트 수트에 화이트 스니커즈로 무장한 2PM! 2PM은 아이패드를 이용해 디제잉을 한 디제이 KOO 구준엽과의 합동 무대를 마치고 헐레벌떡 VIP라운지로 들어왔다. ‘짐승돌’은 숨소리도 거칠다!
땀 흘리는 장정 여섯 명의 등장으로 꽉 찬 라운지, 드라마에선 라이벌이었던 옥택연과 천정명의 포옹, 한류스타로 ‘인터내셔널 스타일아이콘’ 상을 받고 2NE1과 〈보그〉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한 소지섭, 자신의 무대가 끝나도 자리를 뜨지 않는 스타들… 그리고 오늘의 대상격인 ‘스타일 아이콘 오브 더 이어’의 이병헌!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주로 한 벌 수트 차림인 이병헌은 오늘 어떤 옷차림으로 등장해야 할지 난감했다고 한다. 수상자다운 격식을 갖추되 조금은 달라도 되는 이 자리를 위해 그는 턱시도 대신 좀더 캐주얼한 콤비 수트를 택했다. 드라마 〈아이리스〉에서는 도망자 신세로 허름한 패션만 선보였고, 영화〈악마를 보았다〉에서는 오직 복수에만 눈이 먼 단벌신사였던 이병헌은 “연기를 통해 자기 색을 발산하면 그것이 곧 스타일이 되는 셈”이라고 스타일에 대한 착한 정의를 내렸다. 그의 연기 경력을 생각하면 ‘변신’이라는 단어를 쓰는 건 의미가 없겠다. 대신 아시아와 할리우드로 뻗어나가는 시점의 배우가 ‘악마’로 전이돼가는 ‘쎈’ 연기를 감행했으니, 그 행보를 치하해도 좋지 않을까?
AM 12:10
내년엔 더욱 ‘간지남’이 되겠다는 이병헌의 수상 소감과 신승훈의 공연을 끝으로 공식적인 방송은 마무리됐다. 그러나 밤 12시를 넘긴 시각에도 VIP라운지는 여전히 반짝반짝 빛났다. 이제 카메라 너머의 은밀한 VIP 라운지에서 모두가 긴장을 풀고 가볍게 샴페인과 케이터링 된 음식을 즐길 차례다. 슈퍼스타 K의 ‘톱 11인’ 역시 말쑥하게 빼입은 오늘의 중요한 게스트들. 이들이 간단히 인사를 나누고 퇴장하는 길, 사인 공세를 소화하고 있는 존박 외에 두 친구들이 보이지 않았다. 사라진 두 인물은 허각과 박보람. 이내 라운지의 구석에서 천진난만하게 흥분하고 있는 둘을 발견했다. “팬이에요!” 그들은 초롱초롱한 눈으로 이병헌을 향해 소리 지르고 있었고, 사인을 받은 후 서로의 휴대폰으로 기념사진을 촬영해주고 있었다. 이병헌과 어깨동무와 포옹 등 즐겁게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한 뒤 라운지를 떠나던 허각과 박보람은 저희끼리 사진을 확인하며 좋아서 키득거렸다. 뮤지션 그룹과 톱 모델 30명을 제외하고도 수상자와 시상자 60여 명이 참석한 오늘밤은, 별 중의 별들이 그들의 위상을 공고히 한 축제의 밤이었다. 존재감만으로도 대중을 설득할 수 있는 스타들이 시대의 ‘퍼블릭 아티스트’로 빛났던 시간!
- 에디터
- 권은경
- 포토그래퍼
- K T.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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