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그>가 선정한 2014년의 프레시맨
매체와 ‘라이징 스타’의 통교는 쉬우면서도 사교적인 제스처이며, 그래서 봄꽃만큼이나 흔하다. 그러나 <보그>는 침착하고 신중한 기준으로 그들을 발견해보기로 했다. 매우 중요한 가치로 주목받고 있는 박서준, 임시완, 서강준, 김시후가 <보그>가 선정한 2014년의 프레시맨이다.
이성적인 금욕주의자, 박서준
드라마에서는 박서준이 발견되었다. 이제 끝을 향해 가는 SBS 월화드라마 <따뜻한 말 한마디>는, <드림하이2>에서 반항아 시우 역을 맡았을 때보다는 <금 나와라 뚝딱!>에서 상식을 회복해가는 막내 도련님 성장사를 보여줬을 때에 와서야 갓 눈에 띈 그의 존재감을 더욱 키워준 드라마다. <기황후>의 25% 내외 시청률을 견디며 10% 시청률을 그 고통과 화해의 과정에 단단히 묶어두고 있다. 전국의 10% 시청자가 박서준을 본다. 불륜이 평범한 시절, 헤어짐에 놓인 가족들의 고통을 모난 칼로 헤집어 보여주며 ‘따뜻한 말 한마디’가 사람 사이를 묶는 방법이었음을 환기시키는 이토록 순진한 드라마! 박서준은 불륜의 피해자이자 불행한 성장 과정의 결과로 비관적인 운명론자가 된 송민수 역을 통해 기름진 영토의 새 주인공이 됐다.
프로필상 수치가 아닌, 실존하는 185cm의 몸을 카메라 앞에서 효과적으로 사용해서 모두가 놀랐어요. 조밀한 근육이 매달린 팔을 활짝 펼쳤을 때는, 그 십자가로 인해 세상이 모두 밝게 확장되는 느낌이었고요. 오늘 촬영을 즐긴 게 맞죠?
패션에 밝다고 생각하진 않아요. 평소엔 튀지 않는 베이식한 아이템을 주로 선택하니까요. 가끔 컬러를 사용하는 정도죠. 대신 포토월에 설 때는 과감한 룩을 시도해보기도 하죠. 그래서 화보 촬영도 좋아해요. 모두가 배우라 누릴 수 있는 특권이라 생각해요. 즐겨야죠. 이제까지 풀어진 컨셉의 화보가 많았는데, 오늘 룩은 절제된 느낌이 강해 새로웠죠. 촬영하며 스스로 낯설기도 했는데 잘 찍은 건가요?
전율이 흐를 정도로 잘 찍은 거죠. 옷을 잘 이해하는 것처럼 보였어요.
지난 1월 중순부터 열린 2014 F/W 남성복 컬렉션은 시간 내서 챙겨 봤어요. 모든 쇼를 볼 수는 없었지만 관심 가는 룩이 눈에 띈 브랜드는 전체 컬렉션을 찾아봤죠. 발렌티노와 디올 옴므가 인상적이었어요. 꼭 사야겠다 마음먹은 옷이 여럿이네요. 생로랑의 록시크도 매력적인데, 평소 룩보다 좀더 과하기도 하고, 누군가가 아이콘 자리를 가져간 브랜드를 따라 입는 인상을 줄까 봐 염려하기도 하죠.
촬영 스케줄이 아주 혹독하다고 하더군요. 오늘도 인터뷰 후에는 현장으로 돌아가나요?
그렇죠. 배우라면 당연히 컨디션이 중요한데, 정상적인 리듬이 아니긴 해요. 이런 리듬이 힘들다고 할 건 아니에요. 현장에서 연기가 흡족하지 않았을 때가 진짜 힘든 거죠. <따뜻한 말 한마디> 현장은 정말 재미있어요. 여태까지 오래 쉰 적이 없어 쉬는 것에 익숙하지 않아요. 지금이 좋아요. 드라마 끝나고 여유가 생기면 뭘 할 건지 묻는 경우가 많은데, 빤하죠. 비우고, 충전하고, 다른 것들을 담을 자리를 만들고.
마치 모든 것을 문제 해결적으로 보는 워커홀릭 같은데요? 이성적이기 그지없는 지진희 씨 캐릭터가 겹쳐 보이는군요.
자신에게 냉정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술도 마시고 싶고, 놀고 싶기도 하죠. 하지만 냉정하게 그 욕구를 끊어요. 쉬는 날 못 쉬면 촬영 때 너무 힘든데, 프로로서 있을 수 없는 일이죠. 컨디션 관리를 위한 금욕이 기본 중 기본이라 생각해요. 하나를 얻으면 하나를 잃는 건 공평한 일이에요.
배우라는 전문 직업에 걸맞은 태도이자 각오군요. 그 외엔 어떤 가능성을 갖고 있나요?
저는 스스로를 배우라는 직업을 가진 상품이라고 생각해요. 대중은 저를 상품으로 보니까요. 그래서 저만의 경쟁력이 뭐가 있을지를 항상 생각했어요. 저의 고유함을 더 살릴 수 있는 가치가 무엇인지 찾고 싶어요. 지금까지처럼 노력해나가며 전보다 좀더 나아지는 것만이 답이겠죠. 그 노력만이 저의 경쟁력이 돼주겠죠. 제 고유한 것을 점점 더 다양하게, 더 낫게 보여주는 것.
대중이 그 노력을 알아챌 거라고 생각하나요?
대중은 다 알아요. 배우가 스스로 만족할 수 없는 연기를 했을 때 대중의 반응은 어김없이 정확히 돌아와요. 카메라 앞에 설 때마다 자신에게 좀더 엄격하고 냉정하게, 좀더 정성스레 표현 방법을 생각할 필요가 있어요. 저는 남들보다 춤을 잘 추지도 못하고, 노래를 더 잘할 수도 없어요. 무술도 몇 년을 무술만 한 사람보다 잘할 수는 없죠. 하지만 제가 갖고 있는 고유함을 이끌어내 그것을 잘 흉내 낼 수 있도록 하는 노력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요?
저는 가식적인 것을 싫어하는 사람이에요. 그만큼 솔직하고요. 언제나 제가 가진 100%를 상대방에게 보여주려 노력해요. 상대방에게도 나와 같은 솔직함을 요구하고, 호불호도 강하기 때문에 인간관계가 넓지는 않아요. 일을 하다 보면 새로운 사람을 많이 만나게 돼요. 저는 언제나 저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곤 하죠. 배우로서 저의 원형을 기억에 남기고 싶어서예요. 다시 만날 수 없을지도 모르는 사람인데, 포장된 모습으로 기억되고 싶지 않아요.
배우가 되고 나서 이름을 바꾼 건 왜죠?
원래 이름은 박용규였어요. 어릴 때부터 저는 제 이름이 불리는 게 싫었어요. 거부감이 있었죠. 소속사와 계약한 후 1년 동안 작명소를 찾아다니며 예명을 고심하던 중에 “이름이 불려야 하는 사람에겐 이름에 대한 부끄러움이 없어야 한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그러면서 “학교 다니면서 발표하는 자리에서 이름을 말할 때 부끄럽지 않았나?” 하고 묻는데 정말 그랬거든요. 상술인지는 몰라도 그 얘길 듣는 찰나 결심이 섰어요. 그때 작명소에서 처음 받은 이름은 시준이었는데, 어감이 좋지 않아 서준으로 예명을 정했죠. 펼 서(敍)에 준걸 준(俊) 자를 썼어요. 재주와 슬기를 세상에 펼치겠단 의미죠.
스스로 정한 그 이름에서는 긍정적인 자기애와 자존감이 느껴지는군요.
배우는 자신에 대한 애정이 없으면 살아남기 힘들더라고요.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면 우울증에 걸릴 것 같아요. 대중에게 알려질수록 불특정 다수로부터 이유 없이 억울하게 비난받기도 하기 때문에, 배우는 스스로의 만족을 믿을 수밖에 없어요.
데뷔작인 <드림하이 2>에서부터 지금과 같은 주목을 받았다면 당신의 삶이 달라졌을까요?
전 고등학생 때부터 배우가 되고 싶었어요. 데뷔 전에 이미 연기학원에서 연기를 갈구하며 배웠고, 대학에서도 연기를 전공했고, 군대까지 다녀왔어요. 초조함은 없었어요. 그때는 제게 기회가 없었던 것일 뿐이라 생각해요. 다만 그 시간을 겪는 동안 연기적으로는 아주 다른 사상을 갖게 됐죠. 연기를 처음 접할 때는 뭐든지 어렵게 생각하고 어렵게 접근했어요. 그만큼 몰랐기 때문이죠. 지금은 최소한 제가 뭘 모르고 뭘 알아서 이토록 어려운 것인지는 알죠. 연기학원에서 기본기를 닦는 것은 중요한 일이지만, 진짜 연기자는 현장에서 많은 성장을 이루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연기라는게 스포츠처럼 시간을 재거나 점수를 겨루고 결과가 나오는 것이 아니라서, 공부만으로는 되는 게 아니더라고요.
좋은 연기를 위해 뭐가 필요한가요?
배우들이 연기 공부를 안해서 ‘발연기’를 하는 게 아니에요. 감수성과 표현력의 차이죠. 같은 대본으로도 모두가 다른 표현을 하고 전달되는 감정의 진폭도 차이가 있는 것을 보면, 거기엔 분명 타고난 재능도 작용할 거예요. 슬픈 장면에서 꼭 울어야 시청자들이 같이 슬픈 건 아니죠. 오열을 하는데도 아무것도 전달되지 않아 아무도 슬퍼하지 않는 연기도 있고요.
<따뜻한 말 한마디> 배우들이 연기로 인정받는 선배들이라는 데서 부담이 느껴지기도 하나요?
배움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좋은 선배들과 연기하게 된 건 큰 행운이에요. 하지만 후배라고 주눅 들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난 연기를 배우러 가는 거야’ 하고 생각하면 아무것도 못해요. ‘나도 배우로서 같은 작품을 하고 있어’라고 생각해야 해요. 현장에서 내 것을 보여주려면 현장을 아무 부담 없이 편하게 받아들여야 하죠. 배움은 오히려 작품이 끝난 후에 밀려오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다 끝나고 뒤를 돌아보며 ‘내가 이런 걸 했구나. 다시 하면 못할 수도 있겠다’는 마음이 들었을 때 박서준이라는 배우는 조금씩 성장해요.
<따뜻한 말 한마디> 촬영 중 성장을 자각하는 압도적인 경험이 있었나요?
<따뜻한 말 한마디>는 감정 신이 참 많아요. 얇은 끈을 타고 가는 느낌이라 한 번 집중을 놓치면 끝까지 돌아오지 않아 터뜨리지 못하게 되죠. 보통 카메라 두 대가 감정 신을 찍는데, 감독님과 카메라 국장님의 호흡이 정말 좋아요. 투샷을 찍다가도 한 번에 감정이 오르면 컷 하지 않고 롱테이크로 가곤 해요. 한 번에 모든 감정을 만족스럽게 표현해내는 건 배우가 경험할 수 있는 가장 압도적인 경험이죠. 촬영감독님이나 감독님도 그런 때는 희열을 느끼신다고 해요.
당신 역시 <따뜻한 말 한마디>의 팬인가요?
<따뜻한 말 한마디>는 한마디로 ‘불륜하지 말라’는 메시지예요. 불륜의 당사자는 사랑이라 생각할지 몰라도, 주변에서는 모든 관계가 불륜으로 인해 무너진다는 걸 탁월한 심리묘사로 보여주죠. 현실적이고 심층적이에요. 저도 드라마를 보며 공감도 많이 하고, 이럴 수도 있겠구나, 생각해요. 우리 드라마를 함께 보는 어느 부부는 “<따뜻한 말 한마디>를 보고 느낀 바가 많아 서로에게 더 노력하게 됐어요. 소원해졌던 관계가 좋아진 건 덕분이에요” 하고 말하기도 했어요.
지금 행복한가요?
어른의 사회에서는 의사 표현을 해서는 안 되는 상황이 너무나 많죠. 살아가면서 누가 정한 것인지도 모를 기준에 얽매여서, 어른이라는 수식어에 치여서 사람들은 감정 표현을 점점 못하게 돼요. 그러면서 자기 자신에 대해 점점 모르게 돼가는 거겠죠. 배우라는 직업은 그렇게 보면 일종의 특권이에요. 세상의 모든 감정을 표현할 수 있고, 그러면서 인도에 가지 않고도 자아를 발견할 수 있어요.
다음엔 뭘 할 건가요?
<따뜻한 말 한마디>가 끝나면 제안받은 작품들을 진지하게 생각해 볼 여유를 갖게 될 거예요. 영화, 드라마 골고루인데 영화는 정말 해보고 싶어요. 드라마와 영화는 정말 다른 건데 아직 경험해보지 못했으니까요.
생각하는 낭만주의자, 임시완
영화에서 발견한것은 임시완이다. 다른 이름들은 거론되기도 전이었다. 제국의 아이들의 보컬, 그러니까 아이돌이 <해를 품은 달>에서 허연우(한가인, 김유정)의 ‘엄친아’ 오빠 허염(송재희)의 어린 시절을 연기한다고 했을 때, 지루한 동어반복처럼 느껴졌음을 부정하지 않겠다. 이후 <적도의 남자>에서 이장일(이준혁)의 어린 시절을 연기할 때까지도 그는 개중에 뛰어난 ‘연기돌’로만 보였다. 온라인 드라마 <미생 프리퀄>의 주연 장그래가 되어 포스터 가운데에 선 모습은 그저 호기심을 불러일으켰을 뿐이다. 하지만 2013년 12월 18일 개봉해 1,128만241명(2월 8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 집계)의 관객이 본 <변호인>에서 임시완은 그 사이 온전한 배우의 물성을 갖추고 있었다. 송강호(변호사 송우석 역)와 곽도원(검사 차동영 역)의 무시무시한 기가 충돌하는 틈바구니에서 고통받고, 낙담하고, 구원받는 임시완(진우 역)은 관객에게 그 감정들을 주입하듯 전이시켰다.
‘천만 클럽’ <변호인>은 여러모로 좋은 결과를 가져다줬어요.
<변호인>은 제게 처음이라는 타이틀을 많이 선물해준 영화예요. 얼마 전 1,100만 명까지 넘겼어요. 한국 영화 중 몇 편 되지 않는 천 만 영화가 제 첫 영화라니, 운이 지나치게 좋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죠. 전 정말 운이 좋은 것 같아요. <해를 품은 달>도 40% 넘는 시청률을 기록한 놀라운 드라마였으니까요.
개명 효과일까요?
이건 아무래도 이름 덕분인 것 같아서, 개명하길 잘했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때 시(時)에 완전할 완(完)을 썼는데 정말 그렇게 됐어요. 운때가 맞은 것처럼 크게, 크게 운이 들어오고 있어요. 원래 이름은 웅재였어요. 어감이 주는 크기나 양감이 항상 부담스러웠어요. 누군가 웅재라고 부르면 날 부르는 게 아닌 것 같았죠. 점집에서도 제게 맞지 않는 이름이라고 하더라고요. 시완으로 불리고부터는 위화감 없이 날렵하게 어울리는 제 이름을 비로소 찾은 느낌이었어요.
운이 찾아오고, 그것을 가질 수 있는 사람은 흔치 않아요. 운은 힘이 세고 빨라서, 연약한 사람이라면 놓치기 쉬우니까요. 힘세고 재빠른 사람에겐 아무리 기다려도 오지 않기도 하고요.
양쪽 모두 제 경험에 있는 것들이죠. 비교적 적은 노력으로 큰 성과를 얻은 것이라고 생각해요. 연기만을 위해 고민하고 연습하는 분들과 비할 바는 아니지만, 제게도 준비와 고민은 무겁게 지속된 것이었죠.
아이돌로 알려진 이후 연기를 하며 다시 신인의 자리에 서는 기분은 어떤 것인가요?
신인이라는 말에는 어떤 실수라도 용납된다는 의미가 내포돼 있어요. 관용적인 단어죠. 이미 제국의 아이들 활동을 하며 실수가 용납되지 않는 책임감을 경험한 후였기 때문에 배우로서도 저는 차마 그 안락함에 기댈 수 없었어요. 욕먹지 않으려고, 잘하려고 발버둥치는 신인 생활을 해야 했죠.
그때 당신은 스물다섯이었고, 누구에게나 스물다섯은 사회인으로서 책임감을 학습하는 배움의 시기죠.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건 일부는 틀린 말이에요. 나이라는 숫자에 걸맞은 책임감은 항상 그 나이만큼만 느껴지니까요. 한 살 한 살 먹을수록 그 책임감의 무게가 커진다는 걸 배웠죠. 제겐 말과 행동을 조심하고, 내 안의 생각도 훨씬 성숙하게 할 책임이 있어요.
2012년 이후 아주 잘된 드라마, 잘된 드라마, 안 된 드라마를 1년 사이에 다 겪었어요. 그리고 당신은 지금부터 더 큰 책임이 오는 작품들을 만나게 될 거예요. 자신이 책임질 결과가 두렵진 않나요?
이제까지는 큰 악재 없이 순탄하게 흘러왔다고 생각해요. 악재를 만날 만큼 큰 역할을 한 적이 없기도 했고요. <해를 품은 달>이나 <적도의 남자>나, 아역이니까 초반에 하다가 좀 할 만하면 주인공이 어른이 되면서 제 소임이 끝났죠. 하나를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가는 책임감은 느끼고 있어요. 하지만 흥행이나 시청률을 고민하고 싶지는 않아요. 배우가 해야 할 더 중요한 고민은 자신의 연기, 그리고 배우 임시완이라는 존재 자체의 할당량을 잘해내는 것이니까요.
새로운 분야에서의 발버둥이 괴로워서 되돌아갈 생각은 들지 않았어요? 굳이 배우로 활동하지 않더라도 당신에겐 제국의 아이들이 있으니까.
제가 데뷔하고 4년쯤 지났나요? 제국의 아이들로 데뷔하고 2년간은 한참 헤매던 때였어요. 막상 제국의 아이들로 순조롭게 데뷔했는데 월등한 선배, 동료, 후배들이 이미 월등한 실력을 갖고 활동하고 있더라고요. 데뷔하기 전에는 데뷔가 끝인 줄 알았는데 시작이었어요. 연습생이었을 때보다도 더 큰 세상에 나와 더 치열한 경쟁을 해야 했죠. 제게는 방황기였어요. ‘내가 이 치열한 곳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과연?’ 고민을 떨칠 수 없었죠. 그 고민은 연기를 시작한 후에 해결됐어요. 하고 싶은 동시에, 그보다 한 단계 높은 생각으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이 치열한 분야에서 그나마 내가 할 수 있는 게 생겼구나’ 하고 확신할 수 있었어요. 이후로 연기를 하면 할수록 그 생각은 더욱 확고해졌죠.
<변호인>은 비단 숫자의 문제뿐 아니라, 배우로서 엄청난 가능성을 증명한 작품이기도 했죠. 사람들은 여전히 ‘아이돌이고 연기를 잘한다’ 대신 ‘아이돌치고 연기를 잘한다’고 말하는 습관을 버리지 못했으니까요. <변호인> 이후 배우 임시완은 이전과 완전히 다른 사람이에요. 배우로서 비로소 존재감을 갖게 된 기분이 어때요?
<변호인>은 제가 선택한 영화가 아니에요. 저는 진우 역할에 오디션을 본 여러 젊은 남자 배우 중 하나에 지나지 않았으니까요. <변호인>의 선택을 받은 입장이었죠. 돋보이는 존재감인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가진 능력 이상의 연기를 했다고 생각해요. 연기의 진정성을 제가 할 수 있는 것 이상으로 경험했어요. 거기엔 전적으로 선배님들의 도움이 컸어요. 걱정하기도, 배우기도, 혼나기도, 부러워하기도 했던 경험이었죠.
덕분에 배우로서 큰 벽을 넘을 수 있었군요.
걱정과 위축되는 자신감, 그리고 정말 거대한 벽처럼 느껴지는 이 연기를 이겨낸다면, 이 모든 걱정을 스스로 해결할 수 있다면 엄청난 성장이 있으리라 생각했어요. 그래서 그 벽은 부딪혀볼 수밖에 없는 것처럼 느껴졌죠. 몇 단계에 걸쳐 나눠 해야 할 경험을 한 번에 한 셈이죠. 그래서 다음 작품이 뭐가 되더라도 큰일이에요. 그 이상을 해내야 하니까요.
언젠가 배우와 가수 중 선택해야 할 날이 올 거예요. 쉽지 않은 선택 아닌가요?
제게 더 소중한 인프라는 팬이 결정해주는 것이라 생각해요. 가장 밝은 미래의 방향성은 팬들의 눈길이 향한 곳과 일치할 거예요.
다음 작품이 정해졌나요?
5월 방송될 MBC 월화드라마 <트라이앵글>이 먼저일 것 같아요. 이범수·송승헌 선배님과 함께 ‘못난이 삼 형제’의 막내 역할이죠. 이미연 선배님과 고아라 씨도 나올 것 같아요. 그 후엔 영화를 할 것 같아요. 박신우 감독님의 <야간자습>이에요. 좀비가 나오는 공포 학원물의 주연이죠.
지금 꿈이 뭔가요?
집을 갖고 싶어요. 6~7년 동안 합숙 생활을 하다 보니 집에 대한 갈망이 커요. 내 집에서 생활한다면 하루 두 번 샤워할 때와 인터뷰할 때 말고도 차분히 생각을 정리할 여건을 갖게 되겠죠.
호기심 많은 쾌락주의자, 서강준
곧 발견될 배우로는 서강준을 꼽겠다. 배우 그룹 ‘서프라이즈’의 다섯 꽃미남들을 위한 밥상이었던 <방과후 복불복>을 본 사람은 많지 않지만, <수상한 가정부>에서 맏딸 한결(김소현)을 잔인하게 밀어내던 최수혁이 된 서강준을 본 사람은 그보다 훨씬 많다. 12월 방송된 MBC 단막극 <드라마 페스티벌-하늘재 살인사건>에서 문소리 품에 안긴 청년 윤하가 된 서강준은 3%의 성실한 시청자에게 그가 단지 꽃미남 계보에 오를 수도 있는 남자 배우 중 하나이기보다, 장악하듯 장악하지 않는 존경받는 배우인 문소리 품에서도 자신의 연기를 할 수 있는 배우임을 알렸다. 3월 초 첫 방송을 앞두고 화제를 수집하고 있는 MBC 수목드라마 <앙큼한 돌싱녀>에서 이민정(나애라), 주상욱(차정우)과 삼각관계의 한 축을 이루는 다정하고 유머러스한 재력남 국승현 역을 맡은 그의 미래가 예언적인 신뢰를 준다.
처음 대중 앞에 섰을 때를 기억하나요?
3년 전, 고교 3년 때였죠. 모델이었고요. 3월의 2011 F/W 서울 패션 위크에서 파상모 단발을 하고 런웨이를 걸었어요. 최범석 선생님과 김선호 선생님 쇼였죠. 모델 경력은 그게 다예요. 고교 때 줄곧 모델학원을 다녔는데, 오디션마다 계속 떨어지니까 오기가 나서 한 번만 쇼에 서보고 하고 싶은 것 하자며 버티고 있다가 처음으로 오디션에 붙은 거였어요. 그 쇼 이후 모델학원을 그만두고 연기학원으로 옮겼죠. 저는 배우가 되고 싶었어요.
연기학원에서 어떤 것을 배웠나요?
처음엔 연기가 뭔지조차 모르는 상태였죠. 영화를 아무리 본다 한들 알 수 있는 게 아니더라고요. 하기 전엔 겁도 안 났는데, 학원에서 연기를 배우면서부터는 연기가 보이듯이 간단한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됐어요. 불안하고 어렵게만 느껴졌죠. 동시에 더 흥미가 생기기도 했어요.
겁보다는 호기심이 많군요.
전 항상 의외성에 이끌리곤 해요. 사이코패스로 보이지 않는 사이코패스 연기를 제가 하면 어떻게 보일지, 참 궁금해요! 제 눈매는 때로 선선해 보이기도, 때로 매서워 보이기도 한답니다.
그 후 스물한 살에 데뷔했으니까, 준비 기간을 정말 짧게 거친 셈이네요.
데뷔 운이 좋았죠. 학원 선생님이 “판타지오라는 회사에 ‘액터스 리그’라는 게 있는데 한번 해볼래?” 해서 지원했다가 붙고, 그 후로는 순식간에 시간이 흘러 지금까지 왔어요. 패자부활전을 거치는 위기는 있었지만 아무튼 좋은 결과였죠. 회사 높은 분들이 “넌 떨어질 거였는데 내 덕분에 붙은 줄 알아” 하고 놀리기도 하는데 정말일까요?
<앙큼한 돌싱녀>에서 남자 주인공 2를 맡았는데, 본격적인 시작인 셈이에요. 어떤 캐릭터를 맡았죠?
승현이는 유머러스하고, 유쾌하고, 다정다감하고 재벌 2세로 재력까지 갖춘 완벽한 남자예요. 하지만 그 안에는 깊은 속내도 감추고 있어 더 매력적이에요. 냉담한 가족과 함께 자라오는 동안 그 냉담함으로부터 자신을 방어하기 위해 눈 감고 귀 막고 밝은 척하며 지내는 진중하고 이유 있는 캐릭터죠. 한창 촬영하고 있는데, 매일 연기 선생님과 공부해가며 촬영장을 오가는 생활이 마냥 재미있기만 해요.
신인에겐 현장이 흥미롭고 재미있는 곳이지만, 때로 고역스러운 곳이기도 하죠. 추상같은 베테랑들은 신인을 혼내고 가르쳐야 할 대상으로 보니까요.
물론 신인이기 때문에 아직 부족한 점이 많아 혼나기도 해요. 하지만 그게 무섭거나 싫지는 않아요. 더 긴장할 수 있고, 더 잘할 수 있는 채찍이니까요. 불호령이 떨어질 때마다 정신이 번쩍 들어요.
떨리는 첫 촬영의 인상이 각인되었나요?
설 연휴 전에 한 신을 촬영했어요. 오로지 저 혼자 하는 신이었죠. 누나 여진(김규리)과 통화하는 거리 신이었어요. 대사는 이런 식이었어요. “누나, 어디야? 누나, 몇 시에 끝나는데? 괜찮아. 기다릴게. 나 할 일 많아.”
이제까지 경험에서 기억에 남는 신은 어떤 것이었나요?
<수상한 가정부>였어요. 특정한 신보다는 추상적인 인상이 기억에 강하게 남아 있어요. 한강에서 진행된 촬영이었는데, 대기하면서 보니까 해가 지기 시작해 노을이 올라오기 시작하더라고요. 거기서 30여 명의 스태프들이 움직이는 것을 봤어요. 모두들 제 다음 신을 준비하고 계신 거였어요. 드라마틱한 정경이었죠. 예전에 <아름다운 그대에게> 단역을 한 적이 있었어요. 그때 민호씨를 보며 언젠가 꼭 저 자리에 서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그때 꼭 제가 그 자리에 선 것만 같았죠. 그리고 스태프들이야말로 진정 드라마를 만드는 사람들이구나, 하고 느꼈어요. ‘아, 이런 게 황정민 선배님이 밥숟가락 올려놨다고 표현하신 거구나!’ 했죠.
<앙큼한 돌싱녀>에서는 더 푸짐한 밥상이 차려질 텐데, 실감하고 있나요?
캐릭터도 <수상한 가정부> 때와 달리 애교가 넘치고, 비중도 커졌죠. 이전보다 더 주목받는 역할이라는 게 실감돼요. 절대 실수하지 않고 잘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어요.
20대 초반 젊은 남자 배우에게 로맨틱 코미디는 정말 유리한 장르니까, 그 캐릭터에 대한 자신감도 있지 않을까요?
저는 로맨틱 코미디를 너무나! 좋아해요! 영화도 로맨틱 코미디 장르를 가장 많이 보고요. 국내에선 개봉 안 한 영화도 일부러 찾아볼 정도예요. <저스트 고 위드 잇>(2011)처럼 보고 나면 마음이 편해지는 로맨틱 코미디 영화를 좋아해요. 진짜 사랑을 찾는 해피엔딩의 정서가 무척 좋아요. <김종욱 찾기>도 정말 좋아하는 영화예요.
이제까지 했던 모든 인터뷰에서 하정우 씨를 존경하는 배우로 꼽은 것은 어떤 이유에서인가요?
배우는 경험의 발자취도 중요하다고들 이야기하는데, 그건 대본을 분석할 수 있는 이해력과 공감 능력에 대한 얘기일 거예요. 하정우 선배님은 제가 닮고 싶은 분석력을 가진 배우예요. 대본을 완전히 이해하고 공감한 그의 연기는 힘의 강약을 0에서 100까지 자유자재로 조절하는 느낌이죠. 신마다 신선함을 부여하는 리듬감을 갖고 있어요. 저는 아직 멀었죠. 노트를 펼쳐놓고 공부하듯이 대본을 분석하면서도 여전히 벽에 가로막힐 때가 있어요.
앞으로 더 먼 길을 가야 하는군요. 그래도 포기하거나 좌절하지는 않겠죠?
그럼요. 재미있는 것은 그만둘 수 없는 것이니까요.
좋은 예감이 드나요?
연예인은 매니저 이름을 빼앗아 쓰면 대박난다는 속설이 있어요. 서강준은 사실 회사 팀장님 성함인데 제가 예명으로 쓰게 됐어요. 이승환이 본명이거든요. 서강준이 된 이후 정말 모든 게 잘돼가는 느낌이 들어요!
사유하는 완벽주의자, 김시후
독립영화는 김시후를 발굴했다. 물리적인 기준으로 그는 신인이 아니지만, 필모그래피의 존재감이라는 기준에서는 그는 분명한 신인이다. 김시후는 이미 10대 시절이었던 2003년 데뷔했다. <성장드라마 반올림 #1> 당시의 앳된 고아라나 유아인의 모습을 기억하는 사람은 많을지 몰라도 이순신 역을 맡았던 김시후를 기억하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 아이가 자라 2013년 11월 개봉한 을씨년스러운 독립영화 <소녀>의 주연 윤수를 연기했다. 대상 없는 불안을 먹고 자라나는 동안 진실을 벗어나는 소문과 광기를 숨긴 거짓 권력 속에서 휘몰아치는 스산한 비극을 통해 그는 이제껏 배우로서 키워온 고유하고 독특한 아우라를 한꺼번에 뿜어냈다. 독립영화계가 쓰임새 많은 배우를 얻은 셈이다.
<보그>의 프레시맨 중 가장 필모그래피가 기네요. 당신은 매우 젊지만 사전적인 의미로 하면 신인 범주는 아니죠?
네, 사전적인 의미의 신인은 아니죠. 하지만 전 그동안 처음 느낌을 잃지 않으려 노력해왔어요. 그러지 않으면 버틸 수가 없으니까요. 중고 신인이라는 표현은 정말 듣고 싶지 않아요.
독립영화계의 신인쯤으로 해두죠. 이건 그만큼 당신의 연기를 지지한다는 의미이기도 해요. 하지만 상업영화와 드라마에서 단역과 조연을 거치면 주연으로 올라갔어야 했는데, 당신은 오히려 독립영화를 선택했어요.
제 직업은 배우예요. 연기하는 사람이죠. 좋은 작품이고 좋은 역할이라면 욕심나는 게 당연해요. <소녀>는 그만큼 좋은 작품, 좋은 캐릭터였기 때문에 영역을 구분하지 않고 좋은 제의로 받아들일 수 있었어요.
오늘 <보그> 촬영 내내 당신 눈은 울고 있었어요. <소녀>를 연상하자면, 금방이라도 깨질 것 같은 소년 연기를 하는 데에 당신만 한 배우는 없을 것 같군요. 자신의 연기에 만족하는 편인가요?
표현해야 할 감정을 잘 표현했다고 생각해요. 데뷔 직후, 1년 동안 연기의 기본기를 연극하던 선생님에게 배웠어요. “감정을 채워 넣으면 몸은 따라 움직인다”고 가르치셨죠. 그 덕분인지 진심이 전달되면 얼굴 표정이나 몸짓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해요. 굳이 표정이나 몸짓을 만들 필요가 없죠. 저는 거울을 보며 연기를 연습하는 대신, 캐릭터의 감정을 한 치라도 더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배우예요.
메소드 연기의 자기 객관화는 어려운 일이죠. 거울은 자신을 가장 객관적으로 비춰주는 도구예요. 단점도 보이지만 장점도 보이죠.
저는 그 흔한 ‘셀카’조차 오글거려서 여태껏 한 번도 찍어보지 않았어요. 거울은 거의 보지 않죠. 사진 촬영도 괴로워하고요. 연기할 때의 카메라는 기분 좋은 것인데, 가만히 서 있을 때의 카메라는 생경하고 멀게 느껴져요. 그래서 제게는 메소드 연기가 잘 맞죠. 거울을 보며 연습하기 힘든 대신에 그만큼 메소드 연기에 필요한 정서적 감각도 발달했을 테고요.
아무튼 당신은 배우 이외의 삶은 생각해본 적 없는 사람 같군요.
유치원 때부터 어머니 곁에서 ‘연속극’ 보는 걸 좋아했어요. 아버지와는 극장에 가고, 비디오를 함께 봤죠. 그 어린 내가 ‘화면 속 저 사람처럼 울고 웃으며 사람들에게 감동과 웃음을 주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까지 선망했다면 이 길은 제 천직이죠. 저는 항상 숫기가 없고 말도 없는 학생이었지만, 장기 자랑 할 때만큼은 다른 사람이 된 것처럼 앞에 나가길 즐겼어요. 뒤에 조용히 있던 애가 멍석만 깔리면 돌변한 거죠. 중학교 다닐 때까지만 해도 운동을 했지만, 중학교 졸업 후 고교 진학을 앞두고 내 진짜 꿈이 뭔지 생각해봤더니 다시금 배우가 되고 싶었어요. 그러자마자 기회가 와서 <반올림>을 통해 데뷔하게 됐죠. 카메라 앞에 설 때마다 행복해요. 좋은 배우가 되어 관객들의 인생에 좋은 변화를 주고 싶다는 꿈은 바래지 않아요.
배우로서 앞으로의 삶을 결정했던 순간을 기억하나요?
<친절한 금자씨> 때였어요. 박찬욱 감독님은 미팅 때 시나리오나 캐릭터 얘기를 하나도 하지 않으셨어요. 저에 대해 끝없이 물으셨죠. 현장에서 저는 거의 백지였어요. 감독님 디렉션만 따라가면 됐으니까요. 그때 했던 연기가 무척 재미있어서, 현장에 또 가고 싶다는 생각을 갖게 됐어요. 그때가 제 삶을 결정한 것 같아요.
당신에게 영향을 주는 배우는 누구죠?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처럼 시간의 흐름과 함께 변모해가는 배우이고 싶어요. 그의 모든 작품을 챙겨 봤죠. 그가 일곱 살 때, 카메라 테스트였는지 아홉 가지 표정을 하고 있는 사진을 인터넷에서 본 적이 있어요. 그랬던 그가 해마다 깊어지고 장르를 오가는 자유로운 배우가 되었죠. <셔터 아일랜드>에서의 연기는 정말 놀라워요. 놀라운 색깔의 연기를 보여주죠. <위대한 개츠비>를 보면서도 그의 독창적인 표현력에 감탄했어요.
당신의 가장 큰 강점은 무엇인가요?
무한대의 미지를 갖고 있다는 점. 무한 우주가 팽창해나가는 것처럼 다채로운 표현을 하나하나 해나가고 싶어요. 그게 쌓여 훗날 제 매력이 되겠죠.
어떤 작품을 준비하고 있나요?
요즘은 살을 찌우고 싶어서 2시간씩 운동을 하고, 일본 활동을 위해 일본어를 더 공부하고, 그 외의 시간엔 줄곧 영화나 드라마를 봐요. 드라마 하나를 곧 결정하게 될 것 같고, 3월에 크랭크인 예정인 류승완 감독의 <베테랑>에서는 조연을 맡았어요. 형사 중 막내 역할이죠. 의욕 넘치는 캐릭터예요. <짝패> 때 우정 출연한 인연으로 시나리오도 보지 않은 상태에서 기꺼이 수락했죠. 황정민 선배님과 꼭 한번 연기해보고 싶었기에, 아니 먼발치에서라도 보고 싶었던 분이기에 기대가 커요. 제게 많은 공부가 될 거예요.
- 에디터
- 컨트리뷰팅 피처 에디터 / 이해림(Lee, Herim)
- 포토그래퍼
- HYEA W. KANG
- 스탭
- 스타일리스트 / 김하늘, 헤어&메이크업/김환, 세트 스타일링 / 선보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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