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23일 영하 20℃의 날씨에도 불구하고 이태원 클럽 케이크샵 앞에는 수많은 사람이 몰렸다. 2015년 결성된 아티스트 크루 ‘클럽 에스키모(Club Eskimo)’의 첫 공연을 보기 위해서다. R&B 뮤지션 딘(Dean)과 DJ 밀릭(Millic), 싱어송라이터 콜드(Colde)와 프로듀서 영채널로 구성된 듀오 오프온오프(Offonoff), 그래픽 아티스트 캠퍼그래픽(Camper Graphic), 래퍼 펀치넬로, 프로듀서 투트리플엑스(2XXX), 프로듀서 겸 DJ첵 패런(Chek Parren), 보컬 주센(Jusen) 등 열 명으로 결성된 이들은 서로 비슷한 취향(그들의 말에 따르면 ‘칠(Chill)’한 감성)을 공유하다 자석에 이끌리듯 모이게 됐다.
“혼자서는 못한다고 생각했어요. 지하 클럽이건 대형 공연장이건 DJ와 가수, 즉 퍼포먼스를 하는 사람이 주목받는 공연이요.” LA에서 음악 작업을 하다 딘과 친구가 된 밀릭의 말이다. 3월 26일 부산 공연이 클럽 에스키모가 진짜 보여주고 싶은 미래의 첫 단추다.
90년대생 뮤지션이 모인 크루답게, 팬들과 소통하는 방법은 인스타그램과 사운드클라우드가 주축이 된다. “예전에는 아티스트의 색깔을 보여주는 데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렸어요. 음원, 공연장, TV가 플랫폼이었다면 이젠 인스타그램의 피드 자체가 그 사람을 대변하죠.” 인스타그램에 자신과 어울리는 사람들, 영감을 받은 사물, 셀카를 탁월하게 조합해 올리는 딘이 설명했다. (사진) 클럽 에스키모의 크루들. 최근 싱글 <What2do(feat. Crush, Jeff Bernat)>를 발표한 R&B 싱어송라이터 딘, 클럽 에스키모의 전반적인 아트워크를 담당하는 디자이너 캠퍼그래픽. 딘이 입은 스카잔 재킷은 발렌티노(Valentino), 티셔츠는 카이(Kye).
. “저희 크루는 사운드클라우드를 제대로 활용하고 있어요. 외국 뮤지션들이 그 안에서 업계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팬층을 제대로 다지죠. 멤버 모두가 음악을 만드는 저희도 그렇게 활동하고 싶었어요.” 이미 꽤 많은 인원이지만, 클럽 에스키모는 새로운 멤버의 영입에 대해서는 열린 마음이다. “몇 마디 나눠보면 그 친구가 저희랑 맞는지 알 수 있어요. 어쨌든 함께할 멤버는 자신만의 것을 만드는 사람이면 좋겠어요.” (사진) 듀오 ‘오프온오프’의 싱어송라이터 콜드, DJ 밀릭.
QUESTION MARK
홀로코인은 자이언티와 영상 감독 김호빈, 사진가 최한솔이 모종의 프로젝트를 계획하는 수수께끼 같은 아티스트 집단이다. 자이언티가 입은 그린 컬러의 로브는 테브로(Tebro), 셔츠는 김서룡(Kimseoryong), 청바지는 R13(R13 at Beaker), 구두는 파라부트(Paraboot at Unipair), 안경은 린다 패로우(Linda Farrow).
자이언티의 인스타그램을 팔로우하는 사람이라면 오래전부터 여러 사진에 태그된 ‘@holocoin’ 계정의 정체가 궁금했을 것이다. 현재 이 계정에 올라온 게시물은 ‘0개’다. ‘홀로코인(Holocoin)’이 도대체 뭐냐는 질문에 자이언티는 “재밌는 걸 하고 있다”고 말할 뿐이다. 홀로코인에 대한 ‘뻔한 설명 중 하나’를 부연하자면 자이언티는 음악과 아트 디렉팅을, 김호빈은 디자인과 영상을, 최한솔은 사진을 하는 사람이다.
<퍼킹 영(Fucking Young!)>, 젠틀몬스터의 패션 필름을 작업한 김호빈, 유명 라이선스 패션 잡지와 백화점을 클라이언트로 둔 최한솔, 음원 차트 1위를 밥 먹듯 하는 자이언티. 각자의 영역에 있어 아쉬울 것 없이 커리어를 쌓아가는 이들이 홀로코인을 통해 얻고 싶은 건 뭘까? “이 친구들은 생각의 경계가 없어요. 그래서 이야기를 하다 보면 제가 미처 하지 못한 생각이 떠올라요.” 영상이라는 영역을 확장된 개념으로 표현하고 싶다는 김호빈의 말이다.
자이언티도 생각을 보탰다. “저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자이언티 스타일’의 음악과 제가 하고 싶은 음악을 동시에 하고 있어요. 아직 많은 분이 제가 좋아서 하는 음악을 듣지 못했을 뿐이죠. 자이언티의 하프 터틀넥 니트 톱은 까르벵(Carven at Koon with a View), 선글라스는 아이반 7285(Eyevan 7285 at Nas world).
그런 식으로 자이언티의 , <No Make Up> 앨범 아트워크와, aA뮤지엄에서 전시를 함께 했다. 이제까지 불장난하듯 정해진 틀 없이 작업해왔다는 멤버들은 올해를 기점으로 자이언티의 미발매곡을 포함해 다양한 협업을 해나갈 예정이다.
“셋이 모여서 시너지를 낸다기보다는, 각자가 손, 발, 다리, 눈, 머리, 허리 각 부분을 담당해요. 한곳을 향해 함께 움직이는 거죠.” 홀로코인은 인터뷰를 읽고 여전히 자신들에게 물음표가 남았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어떤 면에서는 성공한 셈이다.
GREAT FACTORY
음악 공연에 대한 고정관념을 뛰어넘어 관객들에게 짜릿한 일탈의 즐거움을 선사하는 이승환에게 금기란 없어 보인다. 또 하나의 명작 시리즈 ‘19금’ 공연은 그 정점이다. 2013년부터 매년 19일의 금요일마다 진행되는 이 공연은 미술가 빠키(Vakki)와의 협업으로 예술과 외설의 경계를 유쾌하게 넘나든다. 올해의 주제는 ‘카주라호’였다. 무대 위의 천하무적, 슈퍼히어로 이승환의 전설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사진) 이승환의 <19금-카주라호> 공연 현장. 지난 2월 19일 롯데카드아트센터 아트홀은 야릇한 핑크빛으로 물들었다. 공연 그 이상의 새로운 무대를 선보여온 이승환의 공연은 관객들을 꿈과 환상의 세계로 초대한다.
STUDIO MATE
필터와 지난해 화제를 모은 박재범의 뮤직비디오 ‘몸매’를 작업한 이기백 감독은 10년 지기 친구 사이다. 플래닛 쉬버의 디제이 프리즈 역시 이들과 ‘잉여롭던’ 20대 시절을 함께했다. 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바빠진 요즘도 이들은 따로, 또 같이 움직인다. 플래닛 쉬버의 ‘Rainbow’ 뮤직비디오를 이기백이 촬영했고, 웹드라마 연출을 맡게 된 이기백은 음악 감독으로 필터를 끌어들였다. 필터는 이기백의 페르소나이기도 하다. 필터는 최근 이하이의 새 앨범 작업을 끝냈다. 이기백은 이달만 무려 일곱 편의 뮤직비디오를 찍는다. 솔로 앨범 작업과 디제잉을 병행 중인 디제이 프리즈는 이따금 작업실에 들러 친구들의 근황을 확인한다. 각자의 작업 때문에 얼굴도 못 보기 일쑤지만 그럼에도 서로에 대한 존재감은 여전하다. “작업실을 옮기더라도 우린 같이 움직일 거예요. 재밌잖아요.”
BE THE LEGEND
13개국 32개 도시, 66회 공연. 총 관객 150만 명. 지난 3월 6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 경기장에서 ‘메이드(Made)’ 월드 투어의 대장정을 끝낸 빅뱅은 한국 공연사에 새 기록을 썼다. 단지 숫자에만 국한된 얘기가 아니다. 13개국 32개 도시, 66회 공연. 총 관객 150만 명. 지난 3월 6일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 경기장에서 ‘메이드(Made)’ 월드 투어의 대장정을 끝낸 빅뱅은 한국 공연사에 새 기록을 썼다. 단지 숫자에만 국한된 얘기가 아니다.
이 모든 기술적 혁신이 가능했던 건 10년 이상 빅뱅과 함께 성장해온 스태프들이 있기 때문이다. 이번 월드 투어를 진두지휘한 YG엔터테인먼트 공연사업부의 본부장 정치영 이사는 그 중심이다. “YG 공연은 NG가 없기로 유명하죠. 그럴 수밖에요. 우린 모터쇼 전시장 같은 곳에 미리 똑같은 형태의 무대를 만들어놓고 한 달 동안 리허설을 하거든요.”
“YG 공연은 NG가 없기로 유명하죠. 그럴 수밖에요. 우린 모터쇼 전시장 같은 곳에 미리 똑같은 형태의 무대를 만들어놓고 한 달 동안 리허설을 하거든요.”
월드 투어의 막을 내리며 빅뱅은 10주년 기념 공연을 예고했다. 이미 빅뱅은 그날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올여름 또 한 번의 새로운 역사가 쓰일 것이다. (사진) 빅뱅의 ‘메이드’ 월드 투어 현장. 올림픽 경기장의 다섯 배가 넘는 초대형 공연장에서도 빅뱅의 무대는 관객을 압도했다. 지디의 아이디어로 등장한 ‘Bae Bae’의 천사상과 대성의 드럼 연주, ‘Loser’에서의 거울 퍼포먼스는 또 다른 볼거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