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emical Brothers
박서준과 박형식이 첫눈이 오는 도시에서 만났다. 찬란한 시절을 뜨겁게 보낸 두 배우로부터 푸르른 공기 맛이 났다.
“제 입으로 말하긴 부끄럽지만 몇 년 전에 ‘떠오르는 대세’로 선정되어 서준이 형이랑 같이 인터뷰를 한 적이 있어요. 첫인상이 너무 좋아서 ‘언제 작품에서 만났으면 좋겠어요!’라고 얘기했는데 현실이 된 거죠!! 이번에 서준이 형 만나자마자 그랬어요. ‘와, 형! 우리가 드디어 같이 하게 됐네.’ ‘그러니까.’ 뜨겁게 소감을 나눴죠.” 가파른 속도로 떠오른 두 배우는 안정 궤도에 올랐고 12월 한국과 중국에서 동시에 방송되는 대작 드라마의 중심에 섰다.
“막연하게 30대가 되면 못할 거 같은 작품이었어요. 마지막 청춘물이 되지 않을까 싶어하게 된 이유가 가장 커요. 연기자로서 작품마다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게 맞다고 생각하는데, 첫 사극이라서 제 모습도 변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와 걱정이 있었어요.”
“전작 <그녀는 예뻤다>는 말 그대로 그녀가 중요했던 작품이에요. <화랑>은 제가 주축 인물이에요. 앞으로 전체적인 호흡을 끌고 나갈 수 있는 배우가 될 수 있을지 스스로 판단하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생각을 많이 했어요. 아무래도 그래서… 잘돼야 하는데.(웃음)” 박서준은 ‘무명’을 자연스럽게 알아갔다. “그냥 ‘어떨까?’라는 생각을 맨 처음 한 것 같아요. 내가 하면 어떨까? 잘할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상황에서 나라면 어떻게 생각할까? 이 인물은 어떤 생각을 할까? 무명을 이해하려고 할 때 가장 스트레스를 받지만 그래도 가장 재미있는 부분인 것 같아요. 어떤 작품이든 캐릭터에 대한 고민이 저에겐 가장 중요해요.”
“왕이 되고 싶지만 왕이 될 수 없고, 엄마가 섭정을 하고 날 죽이려고 하고. 이 상황만 보면 너무 무겁잖아요. 그런데 그렇게 해석하지 않았어요. 애 자체는 시크하면서도 세련되고 장난기도 많은 인물 같았어요. 왕이지만 사실 열여덟 살 어린애잖아요. 되게 밝게 때로는 외롭게 저만의 방식으로 풀어냈어요.” 치유할 수 없는 슬픔을 간직한 캐릭터일 것이란 예상은 틀렸다. 하지만 마냥 밝게 풀어낼 수 있는 캐릭터도 아니었다. “삼맥종이 ‘이제 왕이 되겠습니다. 저에게 물려주십시오’라고 했을 때 엄마는 ‘네가 뭘 할 수 있느냐. 네가 준비가 됐다고 생각하느냐’라고 되물어요. 그런데 진짜 할 말이 없는거예요. 이 상황이 굉장히 길게 갔어요. 전 제가 느끼면 연기로 표현이 된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표현할 길이 없었어요. 정말 한심하고 스스로에게 화가 났어요. 그때가 가장 힘들었던거 같아요.”
“정말 인연이다! 그러면서 만날 모여서 농담하고 놀리고 게임 얘기하고 그랬어요. ‘죽어라!!’ 장난치면서 뛰어다녀서 감독님이 ‘집중!!!’ 하고 소리 지르며 짝짝 박수를 쳐야 했다니까요. 작품 끝나고도 계속 만나는데 밥 먹고 술 마시고 게임도 하고 진짜 재미있게 놀아요.” 전교생과 다 친했다는 전설의 친화력 소유자 박형식은 현장의 에너지를 즐겼고, 박서준의 넓은 어깨에 한없이 기댔다. “형이 현장을 든든하게 이끌어줘서 편안하게 연기할 수 있었던 거 같아요. 저도 형에게 힘이 되어줬으면 좋았을 텐데 의지하기만 해서 내심 미안하네요.”
“여러 겹 겹쳐 입는 옷이라 바람이 안 통했어요. 허리띠를 차는 순간 열이 안에서만 돌아요. 그다음에는 열이 가발 쓴 머리끝까지 올라오죠. 그 다음에는 눈이 풀리기 시작해요. 다들 ‘정신 차려야지, 야!’ 이러면서 견뎠어요.” 어깨 기장을 훌쩍 넘기는 장발의 가발은 모든 건 얼굴에 달렸다는 동서고금의 진리를 확인시켜줬고 박서준에게는 긴 머리 여자들을 이해할 수 있는 역지사지 경험을 남겼다. “머리에 물이라도 묻으면 되게 귀찮더라고요. 여자들은 도대체 어떻게 생활하나 싶던데요. 밥 먹을 때도 머리카락이 들어가니까요. 여자들이 머리를 묶는 이유를 알았습니다.”
박서준은 “어느 시점부터인가 인생이 작품 위주로 돌아가요. 앞으로 2년 정도는 작품을 ‘빡세게’ 하고 싶어요. 얼마 전에 오랜만에 야구단 형들을 만났는데 골프를 권하더라고요. 하지만 저는 시간이 없어요. 작품 할 때 제일 행복하고, 누군가에게 필요한 사람인 것 같고, 내가 어떤 일을 고민하고 있다는 자체에 만족감을 느끼는 편이라서 작품을 하지 않으면 심심해요. 인터뷰하면 앞으로 목표가 뭐냐고 물어보는데 지금은 아직 없어요. 몇 년 더 열심히 일하면 다른 계획이 생기지 않을까요. 저는 일단 사업은 안 할 거거든요.(웃음)”라고 말했다.
작품 얘길 할 때 박형식은 그렇지 않아도 신나는 얼굴이 더 신나는 얼굴이 되어버렸다. “전 사실 작품 하나하나 하는 게 꿈이고 꿈꾸는 거예요. 학창 시절 한 번도 뭔가를 열심히 해본 적이 없어요. 게임 좋아하는 그냥 단순한 애였죠. 그런데 캐릭터를 맡으면 단순해지지가 않아요. 걱정이 많아지고 겁도 나지만 도전은 해보고 싶어져요. ‘어떻게 해야 돼?’ 정신병자처럼 자문했다가 혼자 대답하고. ‘이건 이렇게 해야지’ ‘저건 어떻게 할까?’ 이러면서 저의 뇌를 가동시키는 게 이 직업이에요. 뭔가에 이렇게 빠질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고, 그게 심지어 직업이 되고, 돈까지 번다는 사실이 너무 행복해요. 저는 이 직업이 아니었으면 정말 ‘돌’이었을 거예요. 뇌가 까맸을 거예요. 의사가 제 뇌를 보면 ‘어떻게 이럴 수가 있습니까? 뭐가 문제입니까?’ 하며 깜짝 놀랐을걸요. 하하하”
- 에디터
- 조소현
- 포토그래퍼
- KIM CHAM
- 비주얼 디렉터
- 박태일
- 스타일리스트
- 정혜진(박서준), 이윤경(박형식)
- 헤어 스타일리스트
- 순수 엄정미(박서준), 요닝 민경(박형식)
- 메이크업 아티스트
- 순수 강미(박서준), 요닝 나래(박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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