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을 밝혀줄 그녀들의 조명
일본소설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에는 ‘램프에만 의지하는 밤도 좋지. 밝은 밤보다 이야기하기 쉽고 말이야.’ 라는 그윽한 문장이 나온다. 새카만 밤이 속절없이 긴 이 겨울이야 말로 램프를 켜기에 제격인 계절이 아닐까. 조명을 사랑하는 세 여인들의 집에 걸린 아름다운 램프들을 소개한다.
인테리어가 어느덧 부부의 취미가 되었다는 이예니(@leeyaeni)의 집에는 하나하나의 애틋한 이야기가 깃든 조명들이 절묘한 자리마다 놓여 있다. 어디서도 본 적 없는, 심지어 PH5 조차 그녀 집에선 명분이 있다는 듯 거실의 코너를 단정하게 지킨다.
그녀가 마련한 첫 번째 빈티지 조명으로 UFO 같은 모양이 너무 마음에 들어 구매를 결심했다. 우드가 섞인 소재감과 평범하지 않은 디자인은 집안 어느 곳에 두어도 잘 어울린다. 처음으로 구입한 조명이라 늘 애착을 갖고 사용한다고. 주방 아일랜드 위에 두었기 때문에 그녀의 시선과 손길이 가장 자주 머무는 아이템이기도 하다.
식탁 위에 걸린 조지 넬슨의 버블 램프. 간접적인 빛 투과 방식으로 그녀 가족의 오붓한 식사 시간을 은은하게 밝혀준다. 식탁 옆에 달린 가로형 거울 덕분에 두 개의 버블이 넘실거리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얇은 플라스틱을 쏘아 만든 풍성한 쉐이드는 마치 종이가 빛을 감싸고 있는 따스한 느낌을 주어 주방에 제격인 램프다. 구입은 www.nest.co.uk
미국 빈티지 제품으로 보자마자 머스타드 옐로우 컬러가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얇게 주름 각이 잡힌 플라스틱 쉐이드와 메탈 소재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레트로한 분위기가 전해진다. 키가 높은 보르게 모겐센 사이드보드와 절묘하게 어울린다. 드 아를(de_arles)에서 구입.
그녀 집 거실의 중심을 잡아주는 듯한 독특한 무드의 램프. 아이를 가졌을 때 아기방에 놓을 생각으로 구입했다가 생각보다 큰 사이즈에 결국 거실로 자리를 옮겼다. 마치 고양이 귀처럼 생긴 형태가 귀여워 선택했다는 조명은 조형적인 형태와 우드 소재 자체만으로도 오브제 같은 느낌이 든다.
거실의 코너 공간을 염두하고 구매했다는 폴 헤닝센의 PH 5는 블루 벨벳 소파 그리고 하늘빛 벽 컬러 사이에서 밸런스를 잡아준다. “국민 조명이 되어버렸지만 확실히 지겨워지는 느낌은 없더라고요. 불을 켰을 때 더 예쁘고요. 폴 헤닝센 디자인만의 빛을 내뿜어내는 방식은 다른 어떤 조명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것 같아요.” 이예니만의 조명 사용법이라 할 만하다. 구입은 덴스크
신혼여행으로 떠난 파리 방브시장에서 구입한 데스크 램프로 짧은 쉐이드 그리고 평면적인 형태가 독특하다. 조명을 판매하던 할아버지가 고민하던 부부에게 레어 아이템이라며 직접 권해주었다고. 기념이 되는 날에 하나씩 구입한 빈티지 아이템들은 어느덧 그녀 가족의 히스토리가 되었다.
15개월 된 딸 아이 방의 유일한 조명은 아르떼미데의 네시노 램프다. 가벼운 플라스틱 소재라 깨질 염려도 없고, 아기가 잠을 청할 때 알맞은 조도를 퍼뜨린다. 데니쉬 빈티지 드로어와 귀여운 바구니, 디킨스의 포스터가 놓인 앙증맞은 아가의 방에 완벽하게 어울리는 아이템이 아닐 수 없다. 구입은 www.nest.co.uk
유난히 빈티지 조명을 좋아해 하나 둘 모으기 시작한 박린아(@rrrrina)는 어느 사이엔가 유럽과 미국 등지의 빈티지 아이템을 판매하는 온라인숍 드 아를(@de_arles)의 운영자가 되었다. 햇살 잘 드는 그녀의 집엔 파리와 피렌체, 코펜하겐에서 찾아낸 그윽하고 아름다운 램프들로 가득했다.
코펜하겐 알렉산드라 호텔의 핀율 룸에 걸린 같은 디자인의 월램프를 보고 반한 그녀가 일 년 후 우연히 덴마크 빈티지 샵에서 같은 제품을 찾아 구매했다. 덴마크 조명브랜드 르 클린트에서 여전히 생산되고 있지만 빈티지 제품보다 모던한 느낌이 매우 강하다고. 벽에 거는 방식이지만 길이 조절 및 좌우로의 움직임이 가능해 공간 활용도가 무척 훌륭하다.
사이즈가 제법 큰 이 램프는 그녀가 머쉬룸 스타일의 조명들 중 독특한 디자인을 찾던 중 독일에서 바잉한 것. 플라스틱 소재로 어딘가 투박한 느낌이 들지만 그 자체로도 훌륭한 오브제가 될법한 조형성을 지녔다. 따듯한 그녀 집의 무드에 묘한 긴장감을 주는 아이템이다.
식탁 위 앙증맞은 글래스 램프는 불이 켜졌을 때 더욱 아름답다. “집에 매트한 소재가 많아서 여기엔 글로시한 느낌을 주고 싶었어요. 다양한 소재를 섞는 걸 좋아하거든요. 이 램프는 불을 켜면 빛이 사방으로 산란되어서 더 좋더라고요.” 늘 조명을 선택할 때 현재 집에 없는 컬러를 찾는다는 그녀에게 선택된 옐로우였다.
침대 곁의 독서등 기능을 하는 동그란 램프는 미국 빈티지 제품으로 그녀가 아끼는 아이템 중 하나라고. 언뜻 플로어 램프처럼 생겼지만 사실 짧막한 길이로 테이블 위에 올려 두었다. 그녀의 하루를 소등시켜주는 이 귀여운 아이템은 하나씩만 켜둘 수 있어 실용적이기까지 하다.
남편을 위한 침대 옆 독서 램프는 늘 그녀의 고민스런 구매리스트에 있었다. 침대 옆 공간이 좁기도 하고, 침실의 분위기와도 잘 어울려야 했기 때문. 얼마 전 우연히 발견한 앙증맞은 사이즈의 월 램프는 완벽하게 그 작은 공간을 위한 거였다. 게다가 읽던 책이나 소품을 올려 놓을 수 있는 실용적인 사이즈의 월 셸브도 함께 걸어 작은 서재를 완성한 셈이 되었다.
필립스의 전설적인 디자이너 루이스 칼프의 조명으로 마레의 편집샵에서 구입했다. 그녀의 업무용 램프이자 데스크를 감각적으로 밝혀주는 아이템이다. 날렵한 곡선과 사선이 교차된 바디와 빛이 아래 위로 모두 퍼져나가는 루이스 칼프 디자인만의 멋스러움이 돋보인다. 역시 좋은 디자인은 언제 어디서나 좋다.
그녀의 업무용 의자와 컬러감이 일치하는 이 조명은 플로어 램프의 구조임에도 높이가 낮은 것이 특징이다. 남편이 ‘너무 곤충같이 생겼다’며 구입을 말렸다는 에피소드가 있지만, 그녀의 곁을 묵직하게 지키는 아이템이 되어버렸다. 외출에서 돌아올 때 가장 먼저 보이는 공간이라 항상 켜둔 채 집을 나설 만큼 그녀의 기분을 돋아주는 램프다.
지난 가을 남편과의 이탈리아 여행 중 피렌체의 한 샵에서 구입한 램프로 세 개의 안정적인 다리가 인상적이다. 1970년대에 만들어진 제품으로 다채로운 조명을 바잉해 온 그녀의 안목에도 그 디자인이 무척 특별해 보였다고. 부부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식탁 위에서 빛을 발하는 아름다운 램프다.
조명이야말로 공간을 완성시키는 아이템이라 여기는 박선영(@misuleye)은 조형적인 개성이 강한 램프에 매료되곤 한다. 불을 밝히는 조명의 기능도 존중하지만, 그 자체로 하나의 조각처럼 존재감을 발하는 낮의 조명을 유독 사랑한다.
쉐이드가 중간쯤에 걸린 독특한 모양의 이 램프는 이탈리아 디자이너 세르지오 마짜의 1959년 디자인으로 메탈과 크리스탈, 대리석이라는 가장 전통적인 클래식한 소재로 만들어졌다. 크리스탈 쉐이드로 퍼져나가는 빛은 강렬하게 또는 은은하게 조도 조절이 가능하다. 아직도 생산되고 있는 클래식 라인으로 무게감과 존재감에 있어서 작품을 놓아 둔 듯한 인상을 받는다. 구입은 인포멀웨어.
거실에 걸린 커다란 조명은 폴 헤닝센의 PH5-4 1/2 램프. PH5 보다 맨 윗 쉐이드의 지름이 50cm로 더 크며 높이도 높은 편으로 불빛이 더 넓게 퍼져나간다. 폴 헤닝센 디자인을 하나쯤은 갖고 싶다고 생각하던 중 베를린에서 우연히 컨디션이 좋은 빈티지를 찾아냈다. 바라볼 때마다 잘 샀다고 느끼는 이런 램프는 흔하지 않다.
데니쉬 램프 중 대중적으로 사용되었던 플로어 램프. 결혼 전부터 사용하던 제품으로 늘 화장대 옆을 지킨다. 초콜렛 컬러의 쉐이드와 70년대 독일 빈티지 커튼의 어딘가 촌스러운 듯한 어울림을 좋아한다. 그녀의 집에서 드물게 컬러감이 강한 공간이다.
미국 빈티지 제품으로 얇은 메탈이 여러 개의 원을 이루는 조형적인 디자인이다. 스위치를 켜면빛이 재미난 형태로 펼쳐지는 모습이 재미있어 포인트를 주고 싶은 공간에 걸어두곤 한다. 빛이 바랜 핑크 컬러 역시 레트로한 무드를 연출한다. 오래 전에 구입한 아이템일수록 그 디테일과 형태가 새로움으로 다가 온다고.
덴마크 디자이너 조 해머보르그의 제품으로 얇은 쿠퍼 소재가 독특한 램프다. 오랫동안 그녀의 거실에 걸려 있었는데, 덕분의 모든 저녁의 일상이 이 조명의 낮은 조도에 맞추게 되었다고. 집에 온 손님들에게 가장 많은 사랑을 받았던 아이템인데, 아마도 서로의 얼굴을 가장 근사하게 비춰주었기 때문이 아닐까.
미국 빈티지 제품으로 조명의 높낮이를 조절하는 안테나 같은 구조가 마음에 들어서 구입했다. 메탈과 블랙 컬러가 심플한 듯 하면서도 마치 총알, 로켓 같은 노골적인 형태가 유머러스하게 느껴졌다고. 주로 책상의 한 켠에서 포인트 조명으로써의 기능을 한다. 구입 올디벗구디.
독일어로 ‘공’ 또는 ‘구’라는 뜻의 쿠겔의 이름을 따 쿠겔 램프라 불리는 이 조명은 70,80년대 독일에서 가장 일상적으로 사용되었던 아이템이다. 가장 흔한 아이템을 어딘가 예상치 못한 공간에 걸어두고 싶은 마음에 구입했다. 최근 모노컬렉션의 실크 패브릭을 거실에 걸었는데, 동그란 보름달 문양을 보곤 쿠겔 램프가 떠올라 매치해 보았다. 조명을 모으는 즐거움은 바로 이런 것이다.
- 에디터
- 박선영
추천기사
인기기사
지금 인기 있는 뷰티 기사
PEOPLE NOW
지금, 보그가 주목하는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