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바나나를 먹을 수 없게 된다면
세상 흔하지만 싸고, 맛있고, 몸매 관리할 때 꼭 먹는 과일, 바나나. 전 세계에서 가장 소비량이 많은 캐번디시 바나나가 기후 변화, 병충해, 토질 저하와 식물병원균 등 복합적인 요인으로 멸종 위기에 처했습니다. 멸종될 경우 식생활에 큰 변화가 올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사실 우리는 50년 전까지만 해도 더 맛있고, 더 오래 보관할 수 있고, 인공 숙성이 필요 없는 바나나를 먹었습니다. ‘그로미셸(Gros Michel)’이라는 재배종의 바나나로 1965년까지 전 세계로 수출되는 바나나였죠. 하지만 중앙아메리카에서 시작된 파나마병이 전 세계의 상업 바나나 재배장으로 빠르게 퍼지면서 그로미셸종 바나나를 위협했습니다. 파나마병은 ‘푸사리움 옥시스포룸’ 곰팡이가 물과 흙을 통해 바나나 뿌리를 감염시키는 전염병으로, 바나나 암이라 불릴 정도로 치명적이죠. 이 병이 퍼지는 걸 막기 위해 대량의 바나나를 태울 수밖에 없었고 이 병에 저항성이 없었던 그로미셸종은 전부 폐사하고 말았습니다.
세상에는 수백 종의 바나나가 있지만 대부분 씨가 씹혀서 먹기 여간 불편한 게 아닙니다. 사실상 우리가 지금처럼 먹을 수 있는 건 단 한 종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이전엔 크기도 더 클 뿐 아니라 식감도 크리미하고 달콤한 그로미셸종이 있었지만 그로미셸종의 멸종 이후 지난 50여 년간 파나마병에 저항성이 있는 캐번디시가 그 자리를 대신해왔습니다.
하지만 1980년대 대만에서 처음 발견된 시들음병이 캐번디시종을 공격했죠. 시들음병은 파나마병을 일으킨 곰팡이 균의 변종인 붉은곰팡이 ‘푸사리움 옥시스포룸 쿠벤세’, 즉 ‘TR4’에 의해 퍼지는 병입니다. 흙을 통해 번지며 바나나 줄기를 타고 올라가서 식물의 수분 공급을 끊고 영양분을 모두 빼앗아 말라 죽게 만들죠. 다행히 곰팡이 약으로 잡을 수 있었는데요. 문제는 ‘블랙 시가토카’라는 새로운 곰팡이 균이 등장한 겁니다. 공기를 통해 확산되는 균으로, 최근 기후 온난화로 이 균이 더 쉽게 퍼지는 환경이 문제.
실제로 블랙 시가토카는 아시아와 서아프리카 지역으로 빠르게 퍼지고 있습니다. 우리가 좋아하는 바나나를 앞으로도 계속 먹고 싶다면 지금과는 다른, 소규모 재배 방식으로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그 대신 가격은 비싸지고 맛도 지금과 다를텐데요. 어떻게 될지 두고볼 일 입니다.
- 시니어 디지털 에디터
- 송보라
- 포토그래퍼
- Courtesy 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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