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내가 ‘Jo’의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Jo’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시얼샤 로넌(Saoirse Ronan)은 매니저 한 명만 대동한 채 LA의 스튜디오에 들어섰다. 빨간색 슬리브리스 원피스에 노란색 가죽 백팩을 메고, 단발머리는 선글라스로 시원하게 넘겼다. 옆집 소녀처럼 친근한 그에게 우린 편히 시얼샤라 부르겠다고 했다. 그는 ‘Saoirse’란 스펠링 때문에 종종 잘못 불린다며 웃었다. 시얼샤는 아일랜드어로 자유라는 뜻이다.
시얼샤 로넌은 뉴욕에서 태어나 아일랜드에서 살았다. 연기는 7세부터 시작했다. 첫 경험이 썩 좋진 않았다. <더 클리닉>이라는 아일랜드 TV 드라마를 찍고는 한동안 우울했다. 그를 세상에 알린 건 이언 매큐언의 소설 <어톤먼트>다. 당시 열세 살. 연인을 완전히 다른 운명으로 갈라놓는 소녀, 브라이오니 역할로 역대 최연소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후보가 됐다. 아직도 시얼샤의 인터뷰에는 당시의 천재적인 연기가 언급되곤 한다. 오만하면서도 불안해하던 브라이오니의 푸른 눈동자를 기억한다고 했을 때, 그는 매번 듣는 칭찬이지만 성의 있게 답했다. “어떻게 그런 연기를 할 수 있었는지는 저도 모르겠어요. 어릴 땐 뭐든 쉽게 믿어버리잖아요. 그게 도움이 된 것 같아요.” <브루클린>에선 지독한 향수병에 걸린 여주인공으로 두 번째 아카데미상 후보가 됐다. 국내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은 <레이디 버드>로는 골든글로브 여우주연상을 수상했고,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 올랐다. 이 정도면 메릴 스트립 이후 아카데미상 최고의 단골 후보라고 해도 무방하지 않을까. “그냥 근사한 보너스라고 봐야겠죠.”
시얼샤 로넌은 그레타 거윅 감독에게 <작은 아씨들>의 출연을 먼저 요청했다. “<레이디버드>를 그레타 감독과 작업하면서 꼭 다시 일해보고 싶었어요. 같이 일할 때 궁합이 맞고 사이가 좋았던 사람과는 계속 일하며 관계를 이어가고 싶거든요.” 그는 그레타를 보며 ‘왜 자신은 그동안 감독이란 권위 있는 직업을 생각해본 적 없는지’ 처음 자각했다. 사실 그는 어릴 적부터 인터뷰 질문이 남자들과 다름을 느껴왔다. 좋아하는 드레스나 연예인 등의 질문 말이다. 그것에 화가 났고, 그래서 필모그래피가 주체적인 여성으로 채워졌을지도 모른다. <작은 아씨들>의 원작은 19세기 소설이지만, 그레타 거윅이 주체적인 여성의 성장 이야기로 완성했으리라. “무의식이었는지 모르겠지만 저는 독립성, 주체성, 자신의 일에 대한 권리 등을 추구하고 찾아나가는 인물들이 나오는 영화에 참여해왔어요. 영화는 수많은 감정이 담긴 여정이고, 배우는 그런 여정에 끌리기 마련이죠. 조의 정신과 여정이 좋아서 이 역할을 하고 싶었어요.”
<작은 아씨들>이 발간됐을 때 많은 소녀가 말괄량이 조와 자신을 동일시했다. 당시만 해도 여성은 늘 정숙해야 했고 심지어 타인에게 양말을 보여선 안 됐다. 그런 시대를 살아가는 소녀들에게 조는 해방구와 같았으니까. 2019년의 시얼샤는 조의 어떤 면을 부각하고 싶었을까? “저의 어린 시절은 이 책을 읽으며 자랐다고 볼 수 있죠. 성장 단계마다 다른 주인공에게 공감하면서요. 하지만 영화에선 조의 반항적인 면을 보여주고 싶었죠. 조는 통념을 거스르기 위해 부단히 노력합니다. 특히 일에 있어서요. 조에게 글쓰기가 어떤 의미인지 조명하고 싶었어요. 그가 창의적이고 독창적이고 사려 깊은 동시에 얼마나 현실적인 경제 감각을 지녔는지 말이죠.”
그는 자신이 출연한 영화가 여성에게 선한 영향력을 준다는 얘기에 기뻐했다. “꼭 그랬으면 좋겠어요. 이번에도 사람들이 아씨들과 모험을 즐겼으면 해요.” <작은 아씨들>은 엠마 왓슨, 티모시 샬라메, 메릴 스트립 등 쟁쟁한 배우들이 함께한다. 티모시 샬라메와는 <레이디 버드>에도 함께 출연했다. 시얼샤 로넌은 다른 배우들도 만나자마자 친해졌다고 말했다. “다들 몸싸움 장면을 좋아했어요. 만나면 웃기 바빴죠. 긴밀하게 일하려면 이런 관계가 필요해요.” 시얼샤 로넌은 우정이란 감정을 특히 소중히 여긴다. “특히 여자 친구들, 엄마와의 관계는 중요해요. 함께 많은 일을 겪으면 점점 특별해지죠.” 시얼샤 로넌은 영화배우뿐 아니라 많은 일을 계획 중이다. 4년 전 브로드웨이 연극 <The Crucible> 이후로 더 많은 무대에 서고 싶다. “가능하면 아일랜드에 관한 거요. 아빠가 연극을 많이 하셔서 저도 관심이 있거든요.” 아일랜드의 낙태 금지법 폐지 캠페인의 영상에 출연한 것처럼 사회적 활동도 이어갈 것이다. 또한 그레타 거윅에게 영향 받아 언젠가는 직접 영화를 만들고 싶어 했다. “아직은 모르겠지만 생각 중이에요!” 시얼샤는 자신이 나아갈 길을 제약하고 싶지 않다. 어린 나이의 자신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은 바로 이거다. “생각을 많이 하지 말자. 끈기 있게 해내자.”
- 패션 에디터
- 김미진
- 피처 에디터
- 김나랑
- 포토그래퍼
- 강혜원
- 모델
- 시얼샤 로넌(Saoirse Ronan)
- 헤어
- 아디르 애버겔(Adir Abergel@SWA)
- 메이크업
- 카라 요시모토 부아(Kara Yoshimoto Bua@SWA)
- 네일
- 퀴니 응우옌(Queenie Nguyen@Nailing Hollywood)
- 세트
- 다니엘 호로위츠(Daniel Horowitz@Jones MGMT)
- 프로덕션
- 박인영(Inyoung Park@Visual 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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