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is Trash
나이키가 ‘This is Trash(이것은 쓰레기다)’라는 파격적 문구를 내걸고, 지속 가능 컬렉션 ‘스페이스 히피(Space Hippie)’를 출시했다. 일명 우주 쓰레기로 불리는 공장 폐기물과 소비재 폐기물, 재활용 폴리에스테르 등으로 만든 것. 이번 컬렉션을 진두지휘한 지속 가능 디자인 부문의 리드 노아 머피-레인허츠(Noah Murphy-Reinhertz)와 <보그>가 대화를 나눴다.
나이키에 처음 합류하던 때의 이야기를 듣고 싶습니다. 또한 이제까지 나이키에서 해온 프로젝트 중 최고로 꼽는 프로젝트는요?
나이키에서 일하기 전에 저는 종종 개인적인 제품의 미래에 대해 생각하곤 했습니다. 나이키의 ‘이노베이션 스페이스 키친(Innovation Space Kitchen)’은 모든 종류의 스포츠의 미래를 상상하는 공간이죠. 저는 과거에는 가구, TV, 로봇 등 인간을 위한 멋진 것을 디자인했습니다. 하지만 너무 많은 것을 하다 보면 창의적으로 시스템을 변화시키거나 집중할 수 없었죠. 나이키에서 일함으로써 저는 근본적으로 물건을 어떻게 만드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스포츠가 모두를 위한 것이라는 것도요. 지금 작업하는 프로젝트는 비밀스럽게 진행하고 있지만, 아직 제 프로젝트 중 ‘베스트’는 나오지 않았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이번 ‘스페이스 히피’ 컬렉션은 제품 중량 중 25~50%를 재활용 소재로 만들어 이제까지 나온 나이키 제품 중 가장 작은 탄소 발자국을 남긴 제품입니다. 이번 컬렉션을 만들면서 기술적으로 가장 큰 도전이 있었나요?
사실 가장 큰 도전은 기술적인 면이 아니었습니다. 낭비되는 재료를 버리지 않고 어떻게 가능한 자원으로 만들 수 있는지, 관점을 바꾸는 게 어려웠다고 할 수 있죠. 하지만 생각하는 방법을 바꾸고 나면 그 후로는 명확해집니다. 물론 기술적인 면에서도 어려움이 있었죠. 처음에는 스페이스 히피 제품의 바닥을 신발 ‘줌X(Zoom X)’에서 재활용하려고 했습니다. 이러면 가능한 선에서 가장 가벼운 중량의 신발을 만들 수 있을 테고 정말 멋져 보일 것 같았죠. 하지만 가벼운 대신 너무 빨리 닳아버리더군요. 테스트 단계에서 가장자리가 다 찢어져 나가는 걸 보니 정말 정말 안타깝더라고요. 이런 과정이 크레이터 폼(Crater Foam)을 만드는 공정으로 이끌었습니다. 줌X를 감싸고, 좀 더 마찰력을 발전시키고 내구성 있게 만들면서, 초기의 실패가 제품을 보다 나은 방향으로 이끌었죠.
이번 제품에서 가장 눈에 띄는 디자인 요소는 알록달록한 크레이터 폼입니다. 이 크레이터 폼의 탄생 스토리를 들려주세요.
크레이터 폼에서 최고는 단연 그 재료만으로도 시선을 끈다는 것이죠. 우리는 완전히 재활용 재료로 만들면서도, 사람들이 무엇으로 만들었느냐고 계속 물어봐주기를 바랐어요. 크레이터 폼은 기존 나이키 폼에 15%의 나이키 그라인드(Nike Grind) 고무를 섞었어요. 푸른색 퍼티(고무 접합제)에 컨페티(Confetti)가 섞인 듯한 느낌을 주죠.
디자인 네 개 가운데 가장 마음에 드는 아이템은요?
모든 디자인은 스포츠와 삶이라는 각기 다른 구간을 나타내는 것 같아요. 그래서 디자인 네 개를 모두 좋아해요. 하지만 특별히 1번 디자인은 우리가 컬렉션을 어떻게 디자인했는지 반영하죠. 일명 ‘누들 레이스’라고 하는 구불구불한 선은 생산 공장에서 저희에게 제안한 디자인이에요. 이전 디자인을 테스트하는 과정에서 잘되지 않았거든요.
몇 달 전부터 티저 이미지를 통해 스페이스 히피 제품을 대중에게 공개했습니다. 기억에 남는 피드백이 있다면요?
사람들을 미소 짓게 만들었다는 사실이 좋아요. ‘기후변화’를 떠올릴 때 나오는 반응과는 다르죠. 하지만 이런 도전을 통해 사람들에게 영감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이 좋습니다.
나이키는 제로 탄소와 제로 폐기물을 목표로 하는 ’무브 투 제로(Move to Zero)’ 캠페인을 펼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는 많은 브랜드가 지속 가능 패션을 시작하는 데 큰 모티브가 되었습니다. 궁극적으로 무브 투 제로가 꿈꾸는 패션의 미래는 어떤 건가요?
나이키가 만드는 모든 제품이 더 나은 세계를 만들 수 있게 하는 것이 아닐까요. 하지만 더 나은 미래는 아직 오지 않았습니다. 무브 투 제로가 꿈꾸는 길이기도 하고요. 우리는 항상 그다음 재료, 그다음 가능성, 그다음 퍼포먼스를 고민하며 우리가 꿈꾸는 목표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일하고 있습니다. 기후변화는 우리 세대가 맞닥뜨린 가장 큰 직면 과제입니다. 그래서 무브 투 제로에서는 탄소 배출과 쓰레기 감소를 주요 과제로 생각하죠. 순환 또한 주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입니다. 하나의 제품을 만든 후에 다시 사용하고, 또 다른 무언가로 탄생시키는 과정이죠. 나이키는 매립지에 버려진 티셔츠를 고기능 원사로 탄생시키고 기존 나이키 제품에서 추출한 고무와 폼을 또 다른 미드솔(Midsole) 제품으로 만들죠.
나이키 홈페이지의 ‘스페이스 히피’ 제품 상세 페이지에 ‘This is Trash’라는 문구가 있습니다. 재활용 소재로 만들었다는 사실은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위트 있는 문구인 것 같습니다. 아직 소비자에게 재활용 소재로 만든 제품에 대한 거부감이 있다고 보나요?
환경문제와 같은 진지한 문제를 풀려고 할 때마다 그 해결책도 진지하게 도출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래서 아예 반대 방향인 유머로 접근했어요. 나이키의 운동선수들은 우리에게 나이키 제품에서 기능성과 비슷한 중요도로 지속 가능성을 원한다고 말하더군요. 스페이스 히피 제품은 나이키 재단이 오랫동안 꿈꾸던 것을 가시화한 제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스페이스 히피 시리즈는 어떤 사람을 위한 운동화라고 할 수 있나요?
현대인을 위한 신발입니다. 지속 가능성은 특정 그룹을 위한 가치가 아니며, 모두를 위한 것이니까요. 이를 반영한 신발이기에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를 위한 운동화입니다.
그렇다면 스페이스 히피 시리즈를 제외하고, 본인이 가장 오랫동안 즐겨 신은 나이키 신발을 알려준다면요?
‘플라이니트 레이서(Flyknit Racer)’를 좋아해요.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처음 소개한 제품이죠. 신발을 제작하는 방법을 완전히 바꿔버린 제품이기도 해요.
좋은 신발에 대한 당신만의 기준이 있다면요?
물론 지속 가능성이 우선되어야겠죠. 하지만 개인적으로 다양한 옷에 잘 어울리는 신발이 좋은 신발이라고 생각해요. 수트와도, 집에서 입는 운동복 팬츠와도 말이죠. 이런 신발이야말로 오랫동안 신을 테니 지속 가능한 신발이 아닐까요.
마지막 질문입니다. 당신의 작업이 다른 패션 디자이너와 다른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나이키에서 지속 가능한 지구를 만들기 위해 디자인하는 건, 업계의 미래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모두가 바라는 긍정적인 미래를 만들어나가는 것, 그것이 다르다고 할 수 있겠죠.
- 에디터
- 남현지
- 사진
- Courtesy of Ni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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