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그 코리아’와 나눈 제인 폰다 인터뷰
환경 운동을 하다 유치장에 갇힌 82세의 제인 폰다에게 <보그 코리아>가 인터뷰를 청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제게 무슨 말을 해주고 싶나요? 그는 “죄책감을 느낄 시간에 행동하라”고 답했다.
“패러사이트!”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기생충>의 작품상을 호명한 제인 폰다(Jane Fonda). 당시 그의 붉은색 드레스는 6년 전 칸 영화제에서 입었던 것이다. 제인 폰다는 더 이상 쇼핑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지난해 11월 1일에는 그가 산 마지막 옷인 붉은색 코트를 입고 워싱턴 D.C.의 국회의사당에서 체포되었다. 매주 금요일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촉구하는 시위 ‘파이어 드릴 프라이데이스(Fire Drill Fridays)’에 참여했기 때문이다. 이 단체는 그레타 툰베리에 영향을 받은 청소년들이 기후 시위 하는 모습을 보고 죄책감을 느낀 제인 폰다가 조직했으며, 현재는 그린피스와 함께하고 있다. 그린피스의 전무이사 애니 레너드(Annie Leonard)가 폰다에게 백악관 앞에서 캠프 농성을 하는 것은 의미 있지만 불법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폰다는 상관하지 않았다. 심지어 유치장에서 하룻밤을 보내야 했을 때도 유명인으로서나 노인으로서 어떤 배려도 요구하지 않았다. 매트리스도 없이 바닥에 빨간 코트를 깔고 잠을 청했다.
하긴 이번이 첫 경험은 아니다. 그는 1969년 베트남전쟁 반대 시위를 벌이다 구속됐고, 1970년에도 유치장에 하룻밤 구금됐다. 당시 단발머리를 하고 왼쪽 주먹을 불끈 쥔 머그샷은 저항 운동의 상징처럼 회자되고 있다. 그는 대학생 때부터 인종차별, 기업의 부당함 등에 저항해왔다. “여자는 땀 흘리면 안 되는 시기였죠”라고 폰다가 회상하는 1980년대에 그가 찍은 에어로빅 비디오 ‘제인 폰다의 워크아웃(Jane Fonda’s Workout)’의 수익금 1,700만 달러 역시 저항 운동의 기금으로 활용했다.
현재 82세의 이 여성은 넷플릭스의 인기 시리즈 <그레이스 앤 프랭키> 마지막 시즌 촬영과 기후변화에 관한 책을 탈고했으며, 파이어 드릴 프라이데이스의 온라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동력은 무엇일까? <보그 코리아>는 아카데미와 골든 글로브 여우주연상은 물론 2007년 제60회 칸 영화제 공로상을 수상한 위대한 배우이자 평생 신념을 위해 싸워온 제인 폰다에게 인터뷰를 청했다. 코로나19로 심적으로 가라앉는 요즘, 나는 제인 폰다의 이 답변을 적어 책상 앞에 붙여놓았다. “활동주의는 우울증의 최고의 치료 방법이죠.”
매주 금요일 ‘파이어 드릴 프라이데이스’는 기후변화 대응 촉구 시위를 벌였습니다. 네 번째 체포되던 날인 2019년 11월 1일에 유치장에 구금되었죠. 당신이 하루 넘게 구금된 것은 1970년 베트남전 반전 시위 이후 처음입니다. 차가운 유치장 안에서 무슨 생각을 했나요? 저는 백인이고 유명인이라 괜찮은 대우를 받았어요. 다른 사람들, 특히 유색인들과는 다른 대접을 받았던 거죠. 식사로 샌드위치와 주스가 나왔어요. 유치장에 혼자 있었지만(저랑 바퀴벌레뿐이었죠) 다음 날 풀려나리란 걸 알았죠. 다른 유치장에는 누가 봐도 의료 처치와 정신과 진료가 필요한 사람들이 있었어요.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고통받았기 때문이죠. 그러다 보니 제가 얼마나 운이 좋은지, 우리나라가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에게 사회복지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음을 알았죠. 복지는커녕 그들의 자유를 빼앗기나 하죠.
국제앰네스티가 22개국의 Z세대(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세대)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이 세대는 “지구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기후변화”라고 답했습니다. 한국에서도 김도현이란 여학생이 ‘청소년기후행동’이란 단체를 만들어서 환경 관련 법안을 정부에 요구하며, 거리 시위를 했죠. 당신도 그레타 툰베리와 같은 친구들의 환경 운동에 자극을 받아, 적극적으로 환경 운동을 하기로 결심했습니다. Z세대의 적극적인 환경 운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요? 다음 세대를 위해, 기성세대는 지금 무엇을 해야 할까요? 워싱턴 D.C.에서 활동을 시작하면서 접한 젊은 기후 운동가들을 보며 경외심을 느끼고 영감을 받았어요. 그들은 우리가 이미 잃어버린 것들, 그리고 염원해온 강력한 대책을 강구한다 해도 잃을 수밖에 없는 것에 굉장히 비통해하고 있어요. 행복한 삶, 정상적인 삶이 허락되지 않을 수 있는 미래를 안타까워해요. 무엇보다 지금 같은 방식으로 살면 안 된다는 사실을 압니다. 그래서 그들은 우리가 깨닫고 실천할 수 있도록 동기부여를 하려고 목숨 걸고 애쓰고 있죠. 저 같은 사람을 위해 그렇게 해왔던 거잖아요. 정말 고맙죠. 그 친구들은 똑똑하고 용감해요. 슬픔과 우울을 극복하는 데 이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죠! 특히 저는 화석연료 산업계의 거짓말로 커진 문제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관련 산업 과학자들이 이미 1960년대부터 업계에 알려왔던 사실, 그러니까 화석연료가 배출하는 오염 물질로 대기가 엄청나게 손상된다는 걸 알면서도 거짓말로 일관했어요. 우리가 문제를 제기하지 못하도록요.
‘파이어 드릴 프라이데이스’ 시위에서 “석유 소비량이 가장 많은 곳이 군대, 즉 펜타곤(미국 국방부)이기에 관련 예산을 삭감해야 한다”고 연설하셨죠. 지금 당장 힘이 주어진다면, 어떤 환경 관련 법안을 철폐 혹은 입법하고 싶은가요? 가장 먼저 계류 중인 모든 화석연료 허가권부터 취소하고 더 이상 추가 발행하지 않도록 하겠어요. 그리고 화석연료에 투입되는 수십억 달러의 보조금 철회, 그린 뉴딜(Green New Deal) 관련 정책 법안의 제정뿐 아니라 화석 연료 수출 금지 등을 추진할 거예요. 이런 것이야말로 우리를 깨끗하고 지속 가능한 미래로 이끌어줄 기본 틀입니다. 그런 미래에는 모든 노동자가 존중받고 불안감에서 벗어나며, 지역사회가 탄력성을 유지하고, 탐욕과 개인주의보다는 공감과 품위, 민주주의를 우선시하죠.
코로나19 확산으로 전 세계가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파이어 드릴 프라이데이스’ 역시 현장 집회를 온라인 집회로 전환했습니다. 이런 시국이지만 환경 운동을 멈출수는 없죠.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환경 운동을 전개할 계획인가요? firedrillfridays.com을 통해 진행되는 온라인 집회, 노변정담, 토론회 등에 수만 명이 귀를 기울이고 있어요. ‘최고의 자발적 참여자들’이 전 세계에서 함께하고 있죠. 그들은 자택 대피령에도 불구하고 열의를 이어가고 있어요. 온라인 회의를 통해 그들에게 감사를 표했고, ‘아미(Army)’라는 단체도 만들고 있어요. 전쟁과 군국주의를 싫어하지만 ‘아미’는 딱 맞는 이름인 것 같아요. 비폭력으로 추진해야 하는 운동이지만, 수많은 시민의 저항과 용기를 바탕으로 거리에서 치러야 할 실질적 싸움이 될 테니까요. 11월에 어떤 사람이 당선되든 상관없이 이어갈 거예요.
최근 당신의 환경 관련 인터뷰를 읽어보았습니다. 그중 인상적인 말은 이것이었어요.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을 중단하고, 전기 자동차를 운전하고 고기를 줄였지만, 기후 위기에 대해 충분히 행동하지 않아서 우울합니다.” 당신은 정말이지 에너제틱하게 환경 운동을 하고 있는데요, 그럼에도 노력하지 못했다는 자책감에 괴로운가요? 지금은 그렇지 않아요. 직접적으로 시위에 참여하려고 워싱턴으로 갔을 때 우울감이 없어졌죠. 그리고 유명인이라는 제 위치를 최대한 활용하기에 괜찮습니다. 활동주의는 우울증의 최고의 치료 방법이죠.
셀러브리티는 유명한 만큼 대중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습니다. 흑인 인권 운동, 반전 운동, 페미니스트 운동 등을 꾸준히 해온 당신이 좋은 예죠. 유명한 만큼 더 적극적으로 알리며 행동해야 한다고 생각하나요? 예를 들어 환경 기구에 익명으로 기부하는 것도 좋지만, 백악관 앞에서 캠프 농성을 해야 하는 거죠. 각자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든지 해야 합니다. 그 ‘모든 것’은 각자가 처한 건강, 경제, 고용, 심리 상태에 따라 굉장히 다양합니다. 저는 단순한 기부보다 더 많은 변화를 이끌어내고 싶었어요. 그래서 더 많은 일을 하고 있죠. 당신이 할 수 있는 일이 기부라면, 기부처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화석연료 산업계와의 싸움을 두려워하지 않은 용감한 단체에 기부하기를 추천합니다. 그런 산업이야말로 기후 위기의 주요 원인이니까요. 그리고 화석연료 산업으로부터 후원금을 받는 정치 후보를 절대 뽑아서는 안 돼요.
환경을 위해 일상의 습관부터 바꿔야 합니다. 예를 들어 저의 실천 사항은 이렇습니다. 미세 플라스틱이 없는 치약을 구입해 사용하고, 화학 세제 대신 친환경 세제를 쓰고, 일회용 화장 솜을 빨아 쓰는 면 소재로 대체하고, 4분 길이의 노래에 맞춰 샤워를 끝내고, 고기 먹지 않기. 우리가 참고할 수 있도록 환경을 위한 당신의 생활 습관을 알려주세요. 생활 속에서 환경 운동을 실천하다니 아주 고맙군요. 저도 물을 아끼고, 전기 자동차를 몰고, 일상에서 모든 일회용 플라스틱을 없애가고 있어요. 2주에 한 번 정도만 붉은색 육류를 먹고 대어보다는 정어리와 멸치 같은 생선으로 식단을 바꾸고 있습니다. 탄소 발자국을 줄이기 위한 우리 각자의 실천은 2030년까지 화석연료 사용량의 50% 삭감을 일궈내기 위해 더 활성화되어야 합니다. 정말 얼마 남지 않았어요! 9년 6개월에 불과하죠. 정말 짧은 기간이에요! 이것이야말로 기후 위기를 해소하기 위한 핵심입니다. 그다음에 화석연료 사용의 점차적인 철폐가 시작되어, 2050년쯤이면 그 사용이 전면 중단될 것입니다. 물론 이로 인해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에게 가족을 부양할 정도의 안정적인 일자리를 확보할 수 있을 거예요. 광물 채굴 산업보다 모든 나라가 대규모 투자를 하는 클린 에너지 산업 부문에서 더 많은 일자리가 창출될 테니까요.
최근 좋은 자극을 준 환경 운동 혹은 단체는 무엇인가요? ‘그린피스(Greenpeace)’야말로 항상 영감을 고취시킵니다. 그들은 정말 뛰어나고 온정적이면서도 용감한 리더십을 보여주죠. 파이어 드릴 프라이데이스와 그린피스가 협력하기로 한 이유죠.
2020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당신은 아름다운 붉은 드레스를 입고 ‘최우수 작품상’을 발표했습니다. 2014년 칸 영화제 참석 당시에도 입었던 드레스죠. 특히 드레스 위에 걸친 붉은 코트도 파이어 드릴 프라이데이스 시위에서 입었던 옷이죠. “이 붉은 코트가 내가 사 입는 마지막 옷”이라고 말했는데요, 앞으로도 정말 옷을 사지 않을 건가요? 저만 해도 당장 쇼핑을 멈출 수 없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중고 의류를 구매해보세요. 사실, 쇼핑을 통해 굉장히 많은 사람이 정체성, 안전, 의미 등을 부여받죠. 하지만 왜 쇼핑을 해야 하는지, 그 이유에 대해 깊이 숙고해야 합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한 중국의 의료 폐기물이 하루 200톤을 돌파했습니다. 한국도 마찬가지입니 다. 1월 23일부터 3월 12일까지 발생한 코로나19 관련 의료 폐기물 중 400톤에 육박하는 폐기물이 소각됐습니다. 새로운 환경문제가 생긴 것이죠. 수많은 환경문제 가운데 새롭게 관심을 가진 사안이 있나요? 새롭게 관심을 가졌다기보다 서두를 문제가 있습니다. 모든 산업계에 플라스틱 대체품의 사용을 권고해야 합니다. 물론 플라스틱은 편리해요. 하지만 그 편리함이 우리를 어떤 지경에 이르게 했는지 보세요. 화석연료 산업이 플라스틱을 생산함을 기억합시다. 최근 엑슨모빌(Exxon Mobil, 미국 최대 정유 회사)이 “플라스틱이 우리의 미래다!”라고 말했듯이, 화석연료의 근절은 플라스틱의 종말을 의미합니다.
환경문제는 빈곤층에 더 심각합니다. 전 세계 빈곤층의 70%가 여성이라는 통계가 있죠. 여성이기에 환경문제에서도 불리한 위치에 놓여 있죠. 환경과 여성을 연계한 사회 운동 계획도 있는지 궁금합니다. 파이어 드릴 프라이데이스가 전념하는 사안 중 하나가 바로 ‘여성과 기후 위기’입니다. 여성은 불리한 위치에서 굉장한 타격을 받고 있음에도, 특히 남반구에 거주하는 여성들이 해결의 최전선에 서 있습니다. 실제 파이어 드릴 프라이데이스 집회에 모인 참가자 중 3분의 2가 여성이며 특히 연령층이 높습니다. 전혀 놀랍지 않아요. 기후 난민 중 80%가 여성이며 최후 구조 대상자도 여성입니다. 하지만 여성은 자연의 순환과 특별한 관계가 있다고 믿어요. 극단적 기후 문제가 벌어지는 동안 우리 여성이 가정과 지역사회를 구하는 당사자가 되어가는 것 같아요. 이것은 진화일까 요? 사회화일까요? 제 생각에 두 가지 다 맞아요. 특히 높은 연령대의 여성들이 굉장히 용감하게 나서며 이 일을 위해 목숨을 걸고 애쓰더라고요. 우리가 잃을 게 대체 뭐겠어요?
당신이 존경하는 인물은 누구인가요? 제게는 용감하고, 맹렬하고, 똑똑한 친구들이 있어요. 그 친구들이 롤모델이죠. 제게 용기를 줘요.
환경 운동에 관심이 있지만 실천하지 못해 죄책감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요? 죄책감은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저는 “그런 것은 잊어버리고 뭔가를 하세요”라고 말합니다. 기후 위기에 관해 더 많이 읽고 배우세요. 참, 9월에 제 신간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기후에 관해 절망에서 실천으로 가는 길(What Can I Do?: My Path from Climate Despair to Action)>이 나올 거예요. 제가 왜 지난가을에 워싱턴으로 가서 직접적인 시위에 참여했는지, 기후변화의 필수 정보와 우리가 할 일을 담고 있죠. 정말 마음에 드는 책이라 사람들에게 선주문을 권하고 있답니다.
- 피처 에디터
- 김나랑
- 포토그래퍼
- Brigitte Lacombe / GettyImagesKore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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