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mant Double
푸른 하늘과 눈부신 햇빛, 경쾌한 바람이 불어오는 곳. 몬스타엑스 민혁과 아이엠이 꿈꾸는 계절의 풍경.
I.M
연말 시상식을 보면 몸은 거실에 있어도 마음은 약간 들떴다. 이별식이 화려할수록 내년에 대한 기대감이 스며드니 말이다. 하지만 2020년은 마스크 쓴 출연진, 함성과 박수 없는 객석이 어색했다. 아이엠도 몬스타엑스로서 여러 시상식에서 수상했지만 약간 공허했다고 회상했다. “수상은 감사하지만 현장에 팬들이 없으니 트로피의 의미가 줄어드는 것 같았어요.” 코로나19로 몬스타엑스는 해외 공연을 비롯한 여러 일정을 취소했다. “침대에 허리 아플 정도로 누운 적은 데뷔 후 처음이에요. 홈트를 제외한 나머지 시간은 대부분 작업실에서 보냈어요. 사실 바쁠 때도 틈만 나면 작업실에 갔어요. 이제는 틈이 아니라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죠.” 요즘 프로듀서나 싱어송라이터를 인터뷰하면 “공연이 없어 창작을 많이 하게 된다, 그나마 다행인 점”이라고들 한다. 아이엠도 그렇다. 올 상반기, 그는 자신이 전곡 작사, 작곡, 프로듀싱한 개인 앨범을 발매한다. 그간 사운드클라우드 등을 통해 믹스테이프를 발표했으나 앨범 형태는 처음이다. “내가 어떤 음악을 하는지 대중에게 ‘어필’하고 싶어요.” 앨범은 그가 요즘 빠져 있는 ‘이중성’에 관해 다룬다. “괜찮지만 괜찮지 않다는 말 아시죠? 저도 늘 웃을 수 없는데, 주어진 역할 때문에 웃어야 하죠. 그런 모순적인 상황, 이중적인 마음을 얘기하고 싶었어요.”
이번 앨범은 몬스타엑스와는 다른, 그의 표현에 따르면 “메이저하지 않은, 밝지 않은 아이엠만의 색”이 될 거다. 미리 들어본 멤버들은 “너무 좋지만 대중적이지 않아”라는 장난 섞인 평가도 내렸다. “귀여운 아이돌을 원하는 대중은 당황하겠죠. ‘아이엠이 이런 음악을 해?’라는 되물음이 들려도 좋아요. 이 모습도 나니까 봐주시길 바랍니다.” 사실 아이엠은 걱정하지 않는다. 자기 음악에 늘 자신 있다. 코로나19로 실내에 머무는 시간이 많다는 얘기가 나오자 아이엠이 문득 생각난 듯 말했다. “새삼 작업실의 생김새를 오래 들여다봤어요. 그곳에서 말라버린 꽃을 보고 노래를 만들었죠. 사랑받았지만 시들면서 주인이 떠나버린 꽃의 입장을 썼어요. 굳이 너를 원망하지 않아, 내가 시들어버린 걸 아니까. 이런 느낌의 곡이에요.” 작업실을 꾸미기도 했다. 평소 관심 있는 조향 서적을 두고, 벽에는 팬의 그림을 걸었다. 아이엠을 그린 팬 아트가 아니라 물감이 물에 퍼진 듯한 유화다. 아이엠은 기성 예술가의 작품이 아니라 팬의 그림을 두고 싶었다. “작품이 좋기도 하고, 보내주신 마음에 감사하고 싶어서요.”
아이엠이 감사하는 또 한 사람은 아버지다. 지난 <보그> 인터뷰에서도 가장 영감을 주는 인물로 아버지를 꼽았다. 재즈, 클래식, 올드 팝을 들으며 기상했던 소년은 이렇듯 뮤지션이 되었다. “아버지는 저의 음악적인 부분을 만들어주셨죠.” 아이엠은 부인하지만 그는 아버지를 살갑게 챙기는 효자다. 직접 고른 넥타이, 구두 등을 종종 선물한다. 최근의 큰 선물은 자동차다. 아버지 취향에 맞춰 옵션을 고르고, 예약하면 1년을 기다려야 하지만 프로모션을 통해 빨리 받도록 애썼다. 또 다른 감동 포인트는 전달 방식. 아버지께 택배를 받아달라고 얘기한 뒤에 차를 눈앞에 대령하는 ‘서프라이즈’. 아이엠은 멤버들에게도 모르는 척 ‘툭’ 선물을 건네곤 한다. “쇼핑할 때 멤버에게 어울리는 물건을 보면 적당한 가격 선에서 구입해요. 얼마 전엔 분더샵을 둘러보다 민혁이 형에게 헤어밴드를 선물했어요.”
아이엠에게 지금의 행복지수를 물었다. 1부터 10까지라면 어디쯤인지. “매길 수 없어요. 솔직히 요즘 ‘현타’가 왔거든요. 다들 연말연시에는 자신을 돌아보게 되잖아요. 저도 ‘지금 왜 이러고 있지?’ 싶어요. 매년 그랬지만 특히 올해가 그러네요.” 한 살 더 먹으며 생기는 불안감은 아니다. 나이를 괘념치 않는다. “괜찮아요. 이런 시간도 제게 필요하죠. 개인 앨범이 나오면 나아지겠죠.”
아이엠에게 올해 목표는 묻지 않았다. 우리는 ‘최종 목표, 꿈’ 같은 질문은 올드 패션 같다고 공감했다. “최종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사람은 줄어드는 것 같아요. 최종의 기준은 뭘까요? 연습생 때 최종 목표는 데뷔였어요. 데뷔하니 성공이란 최종 목표가 생겼죠. 성공하면 그다음엔 또 뭐죠?” 다른 젊은 세대를 인터뷰해도 “오늘 가장 하고 싶은 것을 할 뿐”이란 식의 답이 많아졌다. 아이엠은 지금 뭘 가장 하고 싶을까? “내 음악에 대한 갈증이 엄청나요. 대중에게 보여드려서 덜 목마르고 싶어요. 연예인이라서 못한 것을 시도하면 어떨까요. 거창한 게 아니라 익스트림 스포츠나 시간 낭비처럼 보이는 바보 같은 일도 좋겠죠. 열심히 살았기에 지금의 자리에 있겠지만 ‘실리(Silly)’한 행동, 비생산적인 일이 음악에 도움이 될 것도 같아요.” 마지막으로 코로나19로 바뀔 세상이 두렵지 않은지 물었다. 대중을 상대하는 뮤지션에겐 특히 그럴 테니까. “비대면 영역이 커지고 공연 문화도 바뀌고 있지만, 저는 크게 영향받지 않을 거 같아요. 세상을 뒤쫓는 음악을 하지 않거든요.”
MINHYUK
지난해 12월 말 <복면가왕>에 나온 민혁의 선곡은 의외였다. 조정현의 ‘그 아픔까지 사랑한 거야’와 이현우의 ‘슬픔 속에 그댈 지워야만 해’로, 각각 1989년 1991년 곡이다. 레트로가 유행이라 역주행하는 1990년대 노래를 새삼 좋아할 수 있지만, 민혁은 미취학 아동 시절부터 가요를 달달 외우고 노래했다. “집에 카세트테이프와 CD를 모두 재생하는 전축이 있었어요. 각종 가요 앨범을 계속 들었죠. 일곱 살 때 나온 임창정 선배님의 앨범 커버가 기억나요. 노랗게 탈색한 스포츠 머리의 임창정 선배님이 하늘을 향해 팔을 벌리고 계셨죠.” 부모님과 영풍문고에 갈 때면 장난감이 아니라 앨범을 사달라고 졸랐다. 1999년 데뷔한 클릭비의 앨범을 닳을 만큼 들은 민혁은 2015년 몬스타엑스로 데뷔했다. “이 길로 들어선 것이 당연하죠.”
이런 취향으로 지금은 종영한 <빽투더 아이돌>을 진행하기도 했다. 2000년대 초 아이돌의 안무를 지금 아이돌이 재현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옛날 노래를 좋아해서 섭외가 들어왔나 봐요. 게스트는 저보다 어린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이라 옛날 노래에 어리둥절해하곤 했죠. 저는 거의 아는 노래였어요. 같이 MC를 보는 슈퍼주니어 은혁이 형이 ‘네가 이것도 알아?’ 하면서 자주 놀랐죠.”
민혁은 몬스타엑스의 대표 MC돌이다. 현재는 <SBS 인기가요>와 네이버 NOW.의 <보그싶쇼>를 진행하고 있다. <보그싶쇼>는 스트리밍 영상으로 보는 라디오다. 디제이 민혁이 멤버부터 초면 뮤지션까지 게스트를 초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보그싶쇼>를 보면 민혁이 대본이 아닌 자기 얘기를 하는 것 같다. “제가 청취자라면 대본 외에도 진심을 얘기하는 디제이를 원할 것 같아서요.” 민혁은 최소 30분간 게스트의 기사를 찾아보며 조사한다. “신인 그룹이라고 제가 모른 채로 대화하면 실례잖아요. 얼마 전 출연한 드리핀은 몰랐지만 미리 조사했고, 그렇기에 서로 더 편히 대할 수 있었어요. 재재 님이 나왔을 때는 브랜드 모델로 발탁된 기사를 봤다고 말하니까 너무 좋아하시더라고요. 게스트를 신나게 해야 방송이 잘되죠.” 본인이 작가에게 게스트를 제안하기도 한다. “사실 싫어하는 사람만 아니면 어떤 분도 좋아요.” “성격상 싫은 사람이 없을 텐데요?”라고 말하자 민혁은 쿨하게 답한다. “그건 그래요. 하하”
민혁은 김준수 편을 최고로 꼽았다. “준수 선배님이 절 처음 보자마자 ‘어! 기분 나쁘실지 모르겠지만 목소리가 저랑 닮았네요’라고 하셨어요. 울컥했어요. 얇은 목소리가 콤플렉스였는데 준수 선배님 보면서 희망을 가졌거든요. 당시엔 SG워너비처럼 굵고 남성스러운 보컬만 가수 하는 줄 알았어요. 근데 준수 선배님께서 다른 스타일의 보컬도 성공할 수 있음을 보여주셨어요. 물론 외모, 춤 다 최고셨지만요.” 또 기억나는 것은 한 어머니의 사연이다. “어느 어머님께서 재활 치료 중인 딸이 제 방송을 보고 힘을 얻었다며 고마워하셨어요. 역시 울컥했어요. 제가 조금이라도 도움을 드릴 수 있다니 감격스러워요.”
<보그싶쇼>에서 민혁은 팬의 사연에 맞춰 그림도 그린다. 민혁의 그림 실력은 익히 알려져 있다. 2016년에 작은 전시도 열었다. “예를 들어 ‘급식이 맛있었다’란 사연이 오면 저의 학창 시절 ‘잔반 없는 급식’ 추억을 얘기하고 좋아했던 특정 브랜드의 케첩을 그려요. 팬과 제가 그림으로 추억을 공유하는 거죠.” 그림 이야기를 나누다가 민혁은 “예쁘진 않지만 한번 보실래요?” 하더니 휴대전화를 꺼냈다. 그곳에 담긴 별로 가득한 하늘, 바다를 헤엄치는 고래 등을 보여줬다. 그림을 따로 배운 적은 없다. 유화도 인터넷에서 도구를 사서 무작정 시도한 것이다. 내가 유화를 그려보고 싶다고 하자 그는 “전혀 어렵지 않아요. 일단 작은 캔버스를 사고 만약 밤하늘을 표현하고 싶으면 짙은 농도의 물감을 이렇게 그러데이션해서…”라며 한참 설명했다. 밥 로스 아저씨의 “(본인만) 참 쉽죠” 같다고 하자, 민혁은 원하면 우선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민혁은 그림을 왜 그릴까? 여느 연예인들이 마음 치유를 위해 그림을 배우는 것과 비슷할까? “조금 달라요. 마음을 위해서가 아니라, 마음이 편안한 상태에서야 그림을 그릴 수 있죠. 저도 즐겁고 팬들도 안전한 취미라고 좋아해주니 계속할 것 같아요.”
민혁은 자신이 커스텀한 가방 사진도 보여줬다. 올리브색 가방에 레더 물감이 물방울처럼 퍼져 있다. 커스텀한 가방과 신발 등을 주변에 선물하곤 한다. 아이엠에겐 그가 좋아하는 보라색의 꽃을 그린 폰 케이스를, 사진 촬영이 취미인 기현에겐 카메라 가방에 그림을 그려줬다. 패션을 좋아하는 민혁이기에 브랜드와 협업하는 꿈도 갖고 있다.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패션과 관계된 것은 뭐든 흥미로울 것 같아요. 올해 목표라면 여러 선배님과 함께 공동 MC를 맡고 싶어요. 많이 배우고 싶거든요. 워낙 쉬는 타입이 아니라서 이런저런 일을 계속하고 싶으니 뭐든 맡겨주세요. 물론 우선순위는 코로나19가 물러가 몬스타엑스로서 팬들 앞에 서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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