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화보

복싱에 빠진 모델 수주의 이야기

2023.02.26

복싱에 빠진 모델 수주의 이야기

“누구든 경기에서 한 번은 패할 수 있어. 하지만 그걸 이겨내야만 진정한 챔피언이 될 수 있지!”

견고한 테일러링의 카멜 코트와 기하학 커팅이 예술적인 레깅스는 버버리(Burberry), 블랙 스포츠 브라는 에테르네(Éterne), 주얼리는 더 엠 주얼러스(The M Jewelers).

수주가 입은 메탈릭한 질감의 스트링 쇼츠는 셀린느(Celine).

밑단이 잘린 화이트 탱크 톱과 블랙 사이클 쇼츠의 흑백 대비. 탱크 톱과 쇼츠는 에테르네(Éterne). 크로스 미니백과 벨트를 포함한 액세서리는 샤넬(Chanel).

기하학 커팅, 블랙과 시스루 등으로 미래지향적 멋을 완성한 보디수트는 뮈글러(Mugler).

UGO PETER-OBIAGWU

나이지리아 라고스에서 나고 자랐지만, 학업은 미국에서 마쳤다. 복싱을 하는 이유는 단지 좋기 때문이다. 물론 건강을 유지하고 체력 단련도 가능할 뿐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크게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운동이다. 바로 이 점이 매우 좋다. 복싱을 시작한 지는 4년째다. 프로 선수처럼 경기를 하진 않지만 언젠가 제대로 경기를 치르고 싶다. 곧 성사되기를 바란다! 복싱을 통해 경험했던 가장 스릴 넘친 순간은 친구이자 프로 복싱 선수인 모세 존슨(Moses Johnson)과 스파링했을 때다. 내가 그에게는 굉장히 쉬운 상대였지만, 나에겐 더할 나위 없이 도전적인 상황이라는 사실이 두렵게 느껴질 정도였다. 그 일을 계기로 나는 복싱이라는 스포츠를 더 높이 평가하게 됐다. 좀 더 수월하게 보이도록 만들기 위해 스스로를 밀어붙이는 복서들 역시 존경스럽다.

대비를 이루는 메시와 가죽 소재는 우리 여자들의 라인을 더 완벽하게 표현한다. 블랙 톱과 레깅스는 알라이아(Alaïa).

ROMMEL(RO) MALABANAN, a.k.a RO THE SHOW

필리핀 루세나에서 태어나 열여섯 살 때부터 복싱을 해왔다. 그렇게 27년간 복싱과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어린 시절엔 자신감이 부족했다. 그렇지만 복싱을 통해 내 앞의 누군가와 싸울 때 모든 것이 자신에게 달려 있다는 사실을 배웠다. 누구도 나 자신을 구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내가 걷어차이거나 상대를 걷어차는 식이다. 상투적인 이야기처럼 들리겠지만, 인생이 힘들어질 때 복싱은 다시 일어나 한 번 더 시도하도록 나를 가르쳤다. 한판 더 해보는 거다! 이렇듯 복싱은 내가 더 괜찮은 사람이 되도록 도왔다. 이제 복싱을 통해 배운 교훈을 다른 사람들에게 가르치고 가능한 한 많은 사람을 돕는 게 내 목표다.

ANDY DOMINGUEZ

멕시코시티에서 열세 살에 복싱을 시작했다. 학교와 길거리에서 수차례 싸움에 휘말리자 엄마가 나를 복싱 체육관에 보낸 것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복싱 경험은 매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벌인 경기다. 그때 골든 글러브 챔피언십에서 세 번째 우승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지금은 프로 복싱 선수로 활동하고 있다.

SOO JOO PARK

2년 조금 넘게 복싱을 하고 있다. 내가 불안과 스트레스 때문에 생긴 부적절한 공격성으로 힘들어하는 것을 알게 된 친구의 제안으로 시작했다. 멘데즈 복싱 체육관(Mendez Boxing Gym)으로 잘 알려진 투박한 지하실에서 로(Ro) 코치를 만났고, 그 후 그는 내 멘토이자 트레이너가 됐다. 내가 체육관에 들어설 때마다 가끔 눈에 띄거나 대단하게 생각되는 인물들이 있다. 서로 대화를 나눈 적은 별로 없다. 하지만 열정, 노력, 땀방울이 만들어내는 ‘서로를 인정하는 분위기’가 그곳에 감돌았다. 나는 복싱을 통해 ‘이 순간에 집중하는 것’의 중요성을 배웠다. 물처럼 흐르게 하면서도 늘 경계를 놓지 말아야 하는 것이다. 펀치가 예고 없이 날아오기 때문이다. 물론 수용하는 자세 역시 복싱의 큰 부분이다.

꽃 모티브의 타투 문양이 들어간 레드 티셔츠와 탱크 톱, 메탈 물병은 지방시(Givenchy), 블랙 비키니 팬티는 맥시밀리언(Maximilian).

허리 부분에 매듭을 지어 드레이핑 주름 장식을 표현한 그레이 보디수트는 릭 오웬스(Rick Owens).

OKSANA ORLOV

매일 나 자신, 내 한계에 도전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복싱을 한다. 복싱은 더 강하고, 단호하고, 사려 깊은 여성이 되도록 나를 밀어붙이며, 그런 특성은 스포츠를 초월해 일상에도 적용된다. 4년쯤 복싱을 해왔다. 체력 단련으로 시작한 운동이 이제는 실력을 키우기 위해 매일 열심히 갈고닦는 열정의 대상으로 순식간에 발전한 것이다. 복싱을 하면서 경험한 가장 흥미진진한 순간은 2회전에 KO승을 거둔 아마추어 데뷔전이었다. 당시 나는 감동으로 벅찼다. 경기장에 들어서면서 느낀 두려움, TKO로 거둔 승리, 코치와 친구들 반응을 곁에서 보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나를 황홀하게 만들었다. 이런 감정적 롤러코스터 외에도, 누군가를 KO시킬 수 있다는 것을 깨달으니 자신감과 불굴의 정신이 어느 때보다 한껏 치솟았다. 정말이지 잊지 못할 강력한 경험이었다.

두 개의 긴 삼각형 아래 가로 밴드를 이어 붙인 듯한 브라는 스킴스(Skims), 레이스와 블랙으로 데카당스한 멋을 표현한 쇼츠, 골드와 블랙의 원형 버클 벨트는 생 로랑 바이 안토니 바카렐로(Saint Laurent by Anthony Vaccarello).

오렌지색과 실버로 격자무늬를 채운 홀터넥 톱과 스커트는 미우미우(Miu Miu).

수주가 입은 블랙 브라는 에테르네(Éterne), 네이비 쇼츠와 팔찌는 루이 비통(Louis Vuitton), 스포티한 장식의 하이힐은 마놀로 블라닉(Manolo Blahnik). 왼쪽에 앉아 있는 우고의 목걸이와 쇼츠는 베르사체(Versace).

    컨트리뷰팅 에디터
    박수주
    포토그래퍼
    데이비드 알렉산더 플린(David Alexander Flinn)
    모델
    수주(Soo Joo)
    스타일리스트
    다니엘 게인즈(Daniel Gaines)
    헤어
    에릭 윌리엄스(Eric Williams@Streeters)
    권투 선수
    앤디 도밍게즈(Andy Dominguez), 옥산나 올로바(Oksana Orlova), 로 말라바난(Ro Malabanan), 우고 피터 오비아규(Ugo Peter-Obiagwu)
    디지텍
    린지 홀(Lindsey Hall)
    로케이션
    처치 스트리트 복싱(Church Street Boxing, New Y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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