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과 뉴욕에서, 가장 새로운 주얼리 디자이너 2인과의 대화
제시카 맥코맥이 디자인하는, 내 곁에서 함께하는 편안하고 영원한 주얼리. 빈티지에서 얻은 아이디어를 현대적인 개성으로 재해석하는 주주 베라.

The Long Game
제시카 맥코맥이 디자인하는, 내 곁에서 함께하는 편안하고 영원한 주얼리.
직업적인 면에서 제시카 맥코맥(Jessica McCormack)이 하는 일은 누구나 부러워할 만하다. 그녀의 브랜드가 추구하는 목표 중 하나는 “하루 종일 착용할 수 있을 만큼 부담 없이 편안한 다이아몬드 주얼리를 만드는 것”이다. 인스타그램 피드에 올라오는 가장 스타일리시한 여자들이 그 메시지에 열광한다. 해변에서 수영복을 입은 로지 헌팅턴 휘틀리가 맥코맥의 물방울 모양 다이아몬드 펜던트를 착용한 모습을 본다면, 혹은 청바지에 ‘집셋(Gypset)’ 후프 귀고리를 한 다코타 존슨을 계속 보게 된다면 누군들 혹하지 않겠나? 결혼식을 앞두고 있다면, 맥코맥의 약혼반지야말로 일상적으로 착용할 수 있는 다이아몬드 링이라 여길 것이다.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젠데이아가 처음 선보인 가로로 긴 직사각형의 이스트 웨스트 스타일 쿠션 컷 다이아몬드 반지가 바로 그것이다. 그리고 지난해 브랜드 앰배서더로 임명된 조 크라비츠가 착용한 거라면 무엇이든 나도 갖고 싶다는 부러움을 느끼게 된다.
런던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맥코맥은 전문가 수준의 다이아몬드 스타일링 팁도 제공한다. 그녀의 주얼리는 청바지와 티셔츠 같은 평범한 차림으로 찍은 셀피 속에서 무심하고 자연스럽게 반짝인다. 학교에 아이를 데려다주거나 하루 종일 사무실에서 일하는 날에도 눈이 튀어나올 만큼 큰 사이즈의 다이아몬드가 완벽하게 어울린다고 믿게 한다. 그녀의 캐주얼 룩이 좋은 예다. 손가락을 가리는 크기의 10캐럿 다이아몬드(‘치프 다이아몬드 오피서’라는 이름의)를 세팅한 두툼한 화이트 골드 반지나 하트 모양의 미얀마산 루비 45개를 한 줄로 세팅한 리비에르 목걸이도 있다.

2008년 원석 세공사 마이클 로젠펠드(Michael Rosenfeld), 기업가 레이첼 슬랙(Rachel Slack)과 함께 회사를 설립한 후 그녀는 자신이 ‘데이 다이아몬드’라고 부르는 일상용 다이아몬드 주얼리를 중심으로 충성도 높은 고객을 모아왔다. 하스 브라더스(Haas Brothers) 같은 아티스트와의 협업, 드라마 <소프라노스>의 마피아 아내 카멜라 소프라노에게서 영감을 얻은 극도로 글래머러스한 디자인도 선보인다. 맥코맥은 소더비의 주얼리 부서에서 일할 때 익힌 것을 바탕으로, 앤티크 주얼리 기법을 능숙하게 활용해 더 새롭고 매력적인 것으로 리믹스한다. 브랜드의 시그니처 주얼리는 조지 왕조 시대의 기술에 21세기 감성을 더한 ‘버튼 백(Button Back)’ 귀고리와 반지다. 그녀가 ‘문샤인(Moonshine)’ 컬렉션에 적용한 앤티크 마감 기법은 모던한 실루엣에 시간이 흘러도 변치 않는 아름다움을 더한다. “전통과 현대, 남성성과 여성성, 고급스러움과 소박함의 대비를 좋아합니다. 이 모든 것이 어우러져 완벽한 주얼리가 완성되죠.”
지난 10년 동안 브랜드의 중심은 메이페어의 7 카를로스 플레이스에 있는 19세기 붉은 벽돌의 타운 하우스였다. 사무실이자 작업실, 아트 컬렉션, 부티크로 운영과 관련된 모든 것이 이뤄진 장소지만 맥코맥은 이렇게 말했다. “지난 10년 동안 거의 매일, 여러 고객에게 뉴욕에도 매장을 열어달라는 요청을 받았어요.”
그녀는 한두 해 사이에 런던에서 다이아몬드 수요가 가장 많은 지역에 매장 두 곳을 오픈했으며(2023년 11월 슬론 스트리트, 최근에 해롯 백화점), 이제 미국에 있는 고객들이 소원을 성취할 차례다. 지난 5월, 맥코맥은 뉴욕 매디슨 애비뉴의 5층 건물에 부티크를 열었다. 그곳에 정착하기까지 신중한 실사 과정을 거쳤다. “전부 둘러봤어요. 업타운, 다운타운, 그 사이도요.”
부티크는 맨해튼의 어퍼 이스트 사이드에 있으며 센트럴 파크에서 한 블록 거리다. 5번가와 파크 애비뉴에 자리한 오래되고 웅장한 주거지와도 가깝다. 매디슨 애비뉴는 토박이들이 자주 찾는 동네로, 아는 사람만 아는 75년 된 화장품 편집숍 지토머(Zitomer), 랄프 로렌과 아르마니 플래그십 스토어 등이 있지만, 최근 새로운 활기가 찾아왔다. 케이트, 토템 같은 젊은 패션 브랜드가 이 거리에 입점했고 맥코맥 같은 새로운 주얼리 브랜드가 파인 주얼리 브랜드를 더 캐주얼하고 접근하기 쉬운 방향으로 이끌고 있다. 파운드레, 소피 빌 브라헤, 마를로 라즈도 최근 몇 달 전에 같은 거리에 매장을 오픈했다. “또래 디자이너들 사이에 있다는 것 또한 확실히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매장 내부 디자인은 철저하게 영국 시골 저택의 이미지를 차용했지만, 맥코맥은 진정한 영감의 원천은 런던이라고 여긴다. “영국 브랜드보다 런던 브랜드라는 정체성에 마음이 더 가요.” 그녀가 말했다. “영국 하면 브리티시 레이싱 그린 컬러나 왕실을 떠올리기 쉽습니다. 하지만 우리 브랜드는 매우 런던풍이죠. 런던도 뉴욕처럼 다채로운 문화가 공존하는 대도시로, 전 세계에서 온 사람들이 가득해요.”
297㎡ 규모의 매장은 매력적으로 낡은 헤링본 월넛 바닥을 제외하면, 기본적으로 ‘하얀 상자’ 같다. 맥코맥이 영국 건축 사무소 존스턴 케이브 어소시에이츠(Johnston Cave Associates)에 의뢰해 구조감과 개성을 불어넣은 공간엔 우아한 매력과 도회적이고 세련된 화려함이 균형을 이룬다. “영국에 대한 선망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좋아할 만한 요소가 분명 있습니다.” 맥코맥이 말했다. 최근에 새로 수리한 벽돌 외관과 황동 문자를 지나 내부로 들어서면 거대한 브루탈리즘 기둥 위에 주얼리가 전시되어 있으며, 입구는 예술적이고 견고한 이미지를 더한다. 중앙 벽난로는 앤티크풍 벽난로와 가구를 제작하는 영국 회사 잼(Jamb)이 제작한 것으로, 장식에는 개인적인 의미가 숨어 있다. 벽난로 주위를 두른 푸른색과 흰색 타일에는 뉴질랜드 은고사리와 영국 장미, 남아프리카 프로테아꽃을 손으로 그려놓았는데, 맥코맥과 그녀의 사업 파트너 마이클 로젠펠드, 레이첼 슬랙의 고국을 상징한다. 주얼리 진열장과 맞춤 자코비안 양식 나무 패널로 꾸민 중앙 홀은 부티크의 2개 층을 연결한다. 동시에 아치형 복도는 각 방으로 이어지며, 아늑한 도서관과 서재는 시골 저택의 도피처 같은 성격을 강조한다.
맥코맥이 공간의 전체적인 방향성을 제시했으며, 단순히 복사해서 붙여 넣기 방식 없이 메이페어 타운 하우스 부티크의 감성과 맥을 같이한다. 피에르 프레이(Pierre Frey)의 스트라이프와 프랑스 벽지 회사 모니(Mauny)의 승마 무늬 벽지처럼 충돌하는 컬러와 패턴을 캐주얼하게 매치한 방식은 철저히 계획된 것인데도 매우 즉흥적인 인상을 준다. 가구 대부분은 영국 앤티크로, 영화 <솔트번>의 소품을 가져다놓은 것 같다. 도자기로 만든 튤립 꽃병이나 으르렁대는 곰이 새겨진 나무 벤치 같은 것 말이다. 세르지오 칼라트로니(Sergio Calatroni)의 기다란 플로어 램프부터 발레리 블랭(Valérie Belin), 토머스 프라이스(Thomas Price)의 작품 같은 동시대적 아이템은 훨씬 오래된 빈티지와 멋진 대조를 이룬다. 아래층에 놓인 태슬 장식의 반려견 침대는 편의 시설을 기대하는 반려견을 위한 것이다. 매장은 문을 열고 들어올 고객을 아주 잘 파악하고 있다.
공간 전체에 배치된 진열장 내부는 전부 그녀의 시그니처 컬러인 블루 천으로 안감을 댔으며, 전시 입문용으로 적당한 작은 다이아몬드의 ‘집셋’ 후프 귀고리, ‘볼 앤 체인(Ball n Chain)’ 목걸이 등 가장 인기 있는 컬렉션을 잘 보여준다. “미국인은 더 큰 다이아몬드를 선호하고, 구입을 결정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짧은 편이죠. 흥미롭고, 특별하고, 희귀한 다이아몬드를 세팅한 쿨한 디자인의 주얼리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거기에는 옐로 다이아몬드처럼 맥코맥이 거의 사용한 적 없는 원석의 주얼리도 포함된다.
올해 론칭한 새로운 컬렉션 2개는 기존 앤티크 스타일에서 벗어난 새로운 시도다. 동시대적 실루엣이 특징인 ‘러시 아워(Rush Hour)’ 컬렉션은 오피스 룩 주얼리에 대한 맥코맥의 관점을 반영하며, V형 곡선에 타원형 담수 진주를 세팅한 토크 목걸이와 임원에게 어울릴 대담한 코일링 반지를 포함한다.
‘러시 아워’ 컬렉션의 반대편에 있는 경쾌한 컬렉션 ‘프루트 샐러드(Fruit Salad)’는 여름에 맞춰 출시한 것으로 이름이 모든 것을 말해준다. 무작위로 세팅한 사파이어, 루비, 에메랄드, 다이아몬드가 복숭아와 레몬, 체리, 배 형태로 어우러진다. “목걸이와 달랑이는 귀고리는 코모 호수에서 휴가를 보낼 때 착용해야 할 아이템이죠. 늘 더 새로운 걸 시도하면서 발전하고 싶어요.”
수요와 공급에 대비하기 위해 맥코맥의 직원 몇 명이 런던에서 뉴욕으로 이주했으며 미국에 주얼리 제작 작업실을 마련했다. 뉴욕 부티크를 위한 익스클루시브 주얼리를 제작하고, 런던 주얼리 장인들을 상주시켜 맞춤 제작과 피팅, 수리가 필요할 때 더 빠르게 대응하기 위한 목적이다.
뉴욕 데뷔를 위한 맥코맥의 체계적인 준비 과정은 새로운 투자자의 합류와 동시에 진행되었기에 한층 더 주목받았다. 아녤리(Agnelli) 가문의 지주회사 엑소르(Exor) 소유의 링고토 호라이즌(Lingotto Horizon)이 투자했다. “우리가 찾아 나선 건 아니에요. 그럴 필요가 없었거든요.” 지난해 말 체결된 이 계약은 ‘확장에 좀 더 속도를 내려는’ 브랜드의 기존 계획에 도움이 됐다. 그녀는 글로벌 비즈니스로 확장하려는 야심 찬 구상을 인정하면서도, 지나치게 빠르거나 무분별하게 확장하진 않을 거라고 언급했다. “저 자신보다 더 오래 살아남아서 지속될 브랜드를 갖고 싶어요. 그러려면 매우 신중하고 사려 깊게 결정해야 합니다.”
그 결과는? 지금보다 더 많은 제시카 맥코맥 매장을 여는 것이다. 이는 지금이야말로 고객이 좀 더 가까운 곳에 부티크를 오픈해달라고 요청할 시기라는 뜻이다. 그리고 선례에 따르면, 원하는 대로 이뤄질 것이다.

Ideal Identity
빈티지에서 얻은 아이디어를 현대적인 개성으로 재해석하는 주주 베라.
독립적이고 자신감 있는 정신에서 비롯된 진정한 우아함, 그리고 독특한 시각이 뚜렷이 드러나는 주얼리. ‘주주 베라(Juju Vera)’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줄리 페렌티노스(Julie Ferentinos)는 빈티지 거래로 커리어를 시작했다. 192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아우르며, 아르데코 다이아몬드부터 에디토리얼, 영화, 개인 고객을 위한 패션 아이템까지 독특한 보물을 수집해왔다. 마렐라 아녤리, 마리아 칼라스, 자클린 드 리브 같은 과거의 아이콘이 지녔던 우아함에 매료된 그녀는 ‘지금 그들이 존재했다면 무엇을 입었을까?’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해왔다. 이 질문은 작업의 중심축이 되었고, 자신의 브랜드를 론칭하는 동력이 되었다.
뉴요커인 그녀는 그동안 수집한 보물과 예술적 뿌리에서 영감을 받아 첫 두 컬렉션을 구상했다. 그리스 로마의 유산을 오마주한 컬렉션으로, 그녀는 단번에 주목받는 신인 디자이너로 부상했다. ‘여신 미학(Goddess Aesthetic)’을 근간으로 한 트렌드의 물결을 넘어서는 시크하고 시대를 초월한 디자인은 비토리아 체레티 같은 패션 구루와 모델들의 사랑을 받으며 SNS에서 바이럴을 일으켰다. 새로운 챕터를 앞둔 그녀는 할머니에게 바치는 헌사라고 이름 붙인 브랜드의 여정을 되돌아본다.
보석에 대한 첫 기억은? 어렸을 때 할머니 옷장 속에서 놀곤 했다. 빈티지 아이템을 뒤적이며 놀았다. 할머니 옷을 다 꺼내 입고 꾸미는 게 재미있었다. 내가 태어난 것을 기념하며 만들었다는 사파이어 반지를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물려받았다. 처음으로 보석에 감정을 느꼈던 순간이다.
가장 소중한 보석은? 특히 아끼는 물건이 2개 있다. 먼저 멕시코시티의 라구니야 시장에서 발견한 빈티지 브로치다. 이 브로치는 내 꿈을 구체화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조각된 금속 오브제에 강하게 끌리는데, 이 브로치는 어떤 이에게는 잊힌 물건처럼 보일 수 있지만, 두 번째 컬렉션의 핵심이 되었다. 이 조각들이 새로운 생명을 얻길 기대했고,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활용되길 원했다. 그래서 우리는 ‘페트라 셸(Petra Shell)’ 같은 여러 모듈형 디자인을 구상했다. 이건 브로치나 펜던트로 착용할 수 있다. 고급스러운 의상 소매에 부착할 수 있고, 바지 밑단에 달 수도 있는 작은 예술품이다. 다음으로 아끼는 물건은 할머니가 물려주신 그 반지다. 감정적으로는 값을 매길 수 없을 만큼 소중하다.
주주 베라는 어떻게 탄생했나? 커리어 대부분을 뉴욕 패션계의 유명 하우스에서 일하며 보냈다. 몇 년 전에 사업을 시작했다. 빈티지 혹은 앤티크 보석을 영화나 패션 화보, 개인 고객을 위해 찾아내어 특정한 이벤트나 고객의 컬렉션을 풍성하게 하는 일이었다. 이탈리아, 프랑스, 남미 등을 자주 여행하는 동안 자연스럽게 하나의 캡슐 컬렉션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시간이 흘러도 한결같은 매력을 지닌 보석으로 이루어진 컬렉션이다. 그 작품은 모두 독특했고, 내 디자인 리서치에 늘 반복적으로 등장했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왜 어떤 보석은 여전히 깊은 울림을 줄까? 왜 질리지 않고 계속 착용하고 싶을까?’ 바로 그 질문에서 브랜드의 아이디어가 탄생했다. 오래된 보석이 지닌 형태, 소재, 감정적인 반응에 대한 고민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런 집착을 디자인으로 전환하고 싶었다. 거의 10년 동안 빈티지와 앤티크 아티팩트의 세계에 몰입했고, 그 유산에서 영감을 받는 동시에 확실히 현대적인 무언가를 만들고 싶었다. 30대 여성으로서 뉴욕 다운타운에서 일도 하고 외출도 하며 살고 있다. 가끔은 과거의 오브제를 꿈꾸지만, 그것들을 현대의 삶에 맞게 재해석하고 싶었다. 절대 철 지난 것처럼 보이고 싶진 않다!
어떤 시기의 빈티지 스타일이 특히 마음에 와닿나? 1970년대는 정말 매혹적이다. 디스코, 좀 더 과장된 스타일의 사람들, 카프탄과 전체적인 분위기··· 1970년대 휴가의 바이브. 그 시절의 감성 속에서 살고 싶은 마음이 있다. 그리고 아르데코 양식에도 큰 영향을 받았다. 예를 들어 페트라 셸 목걸이를 디자인할 때, 조개껍데기 형태에 매료됐지만 단순히 해변의 조개처럼 보이는 건 싫었다. 오히려 조각적이고 건축적인, 스타일리시한 조개 형태를 표현하고 싶었다. 1920년대 아르데코 장식에서 볼 수 있는 그런 느낌. 그래서 그 시대 건물의 석조 몰딩을 많이 조사했다. 1920년대 건축 미학을 공부해 디자인에 대한 시야를 넓히고 싶었다. 디자인을 시작하기 전에 늘 연구부터 한다. 도서관에 가서 오래된 책을 찾아보는데, 그 내용도 주얼리에 한정하지 않는다. 1950~1960년대 의상 디자인 같은 것도 함께 살펴본다. 그렇게 모은 이미지가 머릿속에 저장되면서, 스케치할 때 자연스럽게 영향을 미치는 편이다. 주로 건축적인 시선으로 디자인을 바라보게 된다.

당신의 스타일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언제나 균형을 찾고자 한다. 예를 들어, 모노톤의 옷을 입는다면 주얼리를 많이 매치해 포인트를 더한다. 늘 ‘오래된 것’과 ‘새것’을 섞는다. 이를테면, 최근에 산 드레스를 입을 때 빈티지 만다린 재킷을 걸치는 식이다. 그 재킷은 캐주얼하면서도 우아한 느낌을 준다. 그런 조합은 저녁 식사 자리나 파티에 입기도 좋지만, 한낮에 청바지, 티셔츠에 작은 태슬 백을 들고 뉴욕 거리를 산책할 때도 잘 어울린다. 내 스타일은 과거 어느 시대의 감성과 맞닿아 있다. 여성들이 점심을 먹으러 나가면서까지 정성스럽게 차려입던 그런 시절. 그들은 무심한 듯 자신을 돋보이게 하는 법을 알고 있었다. 나 역시 내 스타일을 통해 그런 감각을 다시 찾고 싶다.
영감은 주로 어디서 얻나? 과거의 위대한 아이콘, 마렐라 아녤리나 마리아 칼라스, 자클린 드 리브 같은 인물에게서 영감을 받는다. 그들은 우아하면서도 자신감 있고, 세련되면서도 편안한 스타일을 지녔다. 언제나 과하지 않은 방식으로 액세서리를 활용해 시크함을 완성할 줄 알았다. 첫 컬렉션을 만들 때, 이들 중 다수가 무드보드에 있었다. ‘이 사람들이 지금 옷을 입는다면 어떤 브랜드의 룩일까? 부적 같은 주얼리를 어떻게 착용했을까? 이 피스를 이런 식으로 스타일링했을까?’ 그들의 스타일을 현대적으로 상상하며, 그 시대를 풍미했던 여성들을 위한 실루엣을 그려보는 것이다.
누가 당신의 주얼리를 착용하길 바라나? 내 작품이 전 세계에서 사랑받는 게 정말 좋다. 지난해 8월 이 일을 시작했는데, 아직도 인스타그램에서 중동, 프랑스, 스페인 등지의 여성들이 내 주얼리를 착용한 걸 볼 때마다 깊은 감동을 받는다. 마케팅 전략 같은 건 따로 없다. 모든 이가 이른바 ‘오가닉’하게 이 브랜드를 알아가는 중이다. 가장 감동적인 건, 내 디자인을 착용한 여성들이 진심으로 내 작업을 좋아해서 선택했다는 걸 아는 것이다. 자신의 스타일과 개성을 당당히 드러낼 줄 아는 여성들이 내 주얼리를 착용하는 모습을 보는 게 정말 기쁘다. 정해진 모델이나 온라인에서 본 트렌드만 따르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미적 기준에 따라 스타일을 완성해가는 여성들이다. 그런 태도를 진심으로 존중한다. 내 주얼리를 착용했으면 싶은 여성은 바로 그런 이들이다. 비토리아 체레티가 이를 잘 보여준다. 그녀는 재능 있는 스타일리스트 나타샤 콜빈(Natasha Colvin)을 통해 내 브랜드를 알게 됐고, 피팅 당시 내 작품을 정말 마음에 들어 했다. 그리고 파리 패션 위크에서 자발적으로 착용해줬다. 비토리아 같은 여성들을 좋아하는 이유는 특유의 여유로운 확신, 가식 없는 솔직한 자신감, 그리고 스스로 무엇을 좋아하는지 분명히 알고, 정해진 기준에 굴복하지 않는 태도 때문이다.
가장 단순한 옷차림도 돋보이게 만들 주얼리는? 가장 좋아하는 것은 올림피아(Olympia) 팔찌다. 절반은 그리스인이라, 끊임없이 그리스 로마 혈통의 유산에 몰두하게 된다. 고대 그리스의 장식물에서 영감을 받아 그것들을 더 우아하고 현대적인 방식으로 재해석하고 싶다. 올림피아는 독특하면서도 유쾌한 디자인 덕분에 어떤 옷에도 포인트가 된다! 드레스와도 잘 어울리고, 재킷 소매 위에 착용해도 멋지다.
이슈가 된 페트라 셸 롱 네크리스의 비하인드 스토리도 듣고 싶다. 많은 사람이 페트라 셸에 공감한 건 형태와 비율, 그리고 우리가 그것을 제시한 방식 때문이다. 1980년 칸영화제의 오래된 사진 한 장에서 영감을 받았다. 아카이브의 주얼리 사진을 공부하는데, 그중 하나가 해 모양의 커다란 펜던트처럼 보였다. 페트라 셸과 똑같진 않았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크기와 비율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이렇게 큰 펜던트를 요즘은 착용하지 않는데’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 시대의 무드를 다시 창조해보고 싶었다. 그리고 아주 중요한 건, 양옆에서 체인이 연결되는 디자인이었다. 깊이 연구한 결과였다. 기존처럼 펜던트 중앙 고리에 체인이 달린 게 아니다. 그렇게 하니까 그 빈티지 사진 속 의상처럼, 룩 전체가 대칭적이고 정제된 인상을 줬다.
시계를 자주 차나? 1960년대 빈티지 롤렉스 골드 모델이 하나 있다. 평소 스타일보다는 좀 더 스포티한 분위기의 시계다. 헝클어진 리넨 옥스퍼드 셔츠와 함께 매치하는 걸 좋아하는데, 이 시계를 착용하면 전체적인 룩이 조금 더 단정해 보인다.
주얼리 착용을 망설이거나, 클래식한 아이템만 선호하는 사람에게 어떤 조언을 하겠나? 먼저 클래식한 아이템부터 시작해보길 바란다. 다음엔 우아한 터치를 잃지 않는 선에서 더 대담한 아이템을 즐기는 거다. 우아함이란 무엇보다 ‘애티튜드’의 문제다. 자신을 세상에 어떻게 보여주고 싶은지를 온전히 받아들이는 태도, 그런 태도라면 어떤 옷을 입어도 늘 태가 난다. 그리고 어떤 스타일의 주얼리를 선택할지 잘 모르겠다면, 피부 톤에 어울리는 소재부터 고르길 바란다. 어떤 피부는 골드와 잘 어울리고, 또 어떤 피부는 실버와 더 조화를 이룬다.
모든 여성의 주얼리 박스에 반드시 있어야 할 세 가지 아이템은? 여성의 주얼리 박스를 들여다보는 건, 그 사람의 영혼을 들여다보는 것과 같다. 각각의 주얼리는 그녀의 개성과 스타일, 삶을 다져온 순간의 반영이다. 그래서 ‘모두가 갖춰야 할 세 가지’는 다음과 같다. 빈티지 시계 하나, 초록빛 혹은 푸른빛 스톤이 세팅된 주얼리 하나(터키석, 에메랄드, 사파이어 등), 그리고 주주 베라 피스 중 하나. VK
- 글
- Tanya Dukes, Jessica Scemama
- 사진
- Campbell Hooper, Alex Johnston, Courtesy of Juju Ve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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