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지금의 뷔
방탄소년단은 뮤지션을 넘어 하나의 무브먼트다. 뷔에겐 디자이너들에게 영감을 주는 아주 매혹적이고 강력한 스타일이 있다. 뉴욕 외곽의 한적한 자연에서 주말을 만끽한 뷔와 <보그 코리아>의 랑데부!
보름달이 뜬 9월, 뉴욕에서 돌아온 뷔가 서울에서 보낸 답장.
미국 시인이자 언론인 윌리엄 컬런 브라이언트(William Cullen Bryant)의 생가에서 <보그 코리아> 커버를 촬영했어요. 아름다운 정원에서 자유로이 거니는 당신 모습이 편안해 보여요. 이처럼 자연 속에서 휴식하며 심신을 다스리는 편인가요?
삶의 리듬이 느린 편이어서 자연을 좋아해요. 불멍이든, 물멍이든, 나무멍이든 모두 즐기죠. 고요하고 편안하면 어디서든 사색을 즐기는 것을 좋아합니다.
윌리엄 컬런 브라이언트 같은 문인, 당신이 2018년 월드 투어 중 작품을 구입한 무명 화가와 방탄소년단, 모두 예술가입니다. 예술가에게 특별한 연대를 느끼나요?
국적과 상관없이 모든 예술가에게 연대를 느끼고, 그런 연대가 소중하다고 생각하며, 그들과 공감하면서 무언가 배운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당신은 글로벌 패션 아이콘 중 한 명이에요. 요즘 관심 있는 패션 관련 문화나 스타일은 무엇인가요?
예전에는 브리티시 스타일을 즐겼다면, 요즘은 뭐랄까… 캐주얼에서 디테일을 만드는, 있는 그대로의 저를 가장 편안한 상태로 보여주는 데 집중합니다. (옷 입기를 귀찮아하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촬영할 때는 컨셉이 있고, 그 컨셉을 표현하는 데 충실하지만 일상에서는 인간 ‘김태형’을 보여줘야 하기 때문에 ‘내일은 무얼 입어야 하지?’ 미리 고민하고 컨셉을 잡는 게 잘 안되더라고요. 매일매일의 ‘김태형’을 있는 그대로 잘 보여줄 수 있는, 느낌에 맞는 옷을 입습니다.
얼마 전 한 재즈 바에서 노년의 커플들 사이에서 혼자 춤추는 당신의 영상을 보았어요. 빙 크로스비 공식 인스타그램은 당신이 훌륭한 재즈 크루너(Crooner)가 될 거라고 했죠. 재즈에 대한 높은 관심을 반영하기 위해 생각 중인 프로젝트가 있나요?
재즈는 학창 시절부터 좋아했지만 항상 멀리서 보고, 존경하고, 동경만 해왔지 직접 해보지는 못했어요. 지금의 저는 여전히 동경하고 존경하면서 좋아하는 마음을 표현하고 행동으로 옮기고 있어요. 곧 들려드릴게요.
당신이 추천한 낭만적인 음악을 즐겨 들어요. 덕분에 최백호의 ‘바다 끝’도 접했습니다. 평소 음악에 위로를 많이 받는 것으로 보입니다. 세상에 음악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음악은 우리 모두가 숨 쉬는 데 도움이 되는 것 같아요. 저 역시 음악이 제 인생에서 빠진다면 살고 싶지 않을 것 같고요. 출근할 때와 일할 때, 퇴근할 때, 밥 먹을 때 등 저의 모든 삶의 패턴에서 위로와 감동과 재미 같은 모든 감정을 배가시켜주는 것이 음악이라고 생각해요. 최백호 선생님의 ‘바다 끝’은 박효신 형 덕분에 알게 됐는데, 제가 그것을 알려드렸다니 기분이 좋군요. 당신에게 위로가 됐기를 바랍니다.
살다 보면 불확실한 상황이 발생하고, 또 최고의 자리에 있기에 발생하는 일도 많을 텐데요. 당신을 보면 ‘Keep Calm and Carry on’이라는 유명한 문구가 생각납니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침착하게 대응하는 편인가요?
여유로워 보여도 솔직히 여유롭지는 않아요. 그런 척할 뿐이죠. 대신 생각을 바르게 할 수 있게 됐어요. 비록 제 생각이 정답은 아니더라도 그 생각이 최선일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행동합니다. 부담감도 없지 않지만, 제 행동을 후회하지는 않아요. 저를 사랑하는 분들을 위해서라면 곱게 행동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다치고 힘들 때도 우리 아미, 방탄소년단 멤버들, 가족, 친구들 덕분에 저는 건강하고 행복해요.
당신은 주변 사람들, 다른 분야의 아티스트에게 친근하게 다가가죠. 최고의 스타라면 늘 사람들에 둘러싸이기에 타인에게 살갑게 다가가지 못할 것 같은데도요. 사람에게 에너지를 얻는 편인가요? 인연이란 당신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사람과의 인연을 소중히 여기는 편이에요. 원래 사람을 좋아하고 아티스트분들과 감독님, 작가님, 기자님까지 전부 소중해요. 예전에 저를 너무 뷔로만, 단지 인맥으로만 보는 데서 상처를 받아 낯을 가리기도 했지만, 저는 그래도 사람이 좋아요. 지금 제 곁에 있는 사람들은 지금의 저를 만들어준 소중한 사람들이에요.
밥 딜런의 전기 영화 <아임 낫 데어>를 정말 좋아해요. 영화에서 밥 딜런의 다른 자아를 연기하는 배우가 여럿 나옵니다. 흑인 소년, 여배우 케이트 블란쳇이 연기하기도 하고, 시인 랭보 캐릭터가 등장해 자신이 밥 딜런이라고 주장하죠. 감독은 결국 “밥 딜런에 대해 수많은 사람이 얘기하지만, 그 무엇도 밥 딜런이 아니다”라고 말하는 것 같아요. 대중은 당신에게 여러 이미지를 갖고 있어요. 그렇기에 생기는 고민이 있을 것 같아요. 진짜 뷔는 누구일까 하는 것처럼 말이죠.
뷔는 또 하나의 저일 뿐이고 저의 여러 페르소나 중 하나예요.
“내가 팬들 앞에 잘 안 나타나면 날 계속 좋아해줄까, 약간 두렵다”는 내용의 말을 한 적 있어요. 아직도 두려운가요? 그래서 꾸준히 활동하려는 면도 있나요?
음… 최근에 활동도 하고 콘서트를 해서 괜찮아졌지만 또 팬들을 볼 수 없게 된다면 힘들겠죠? 꾸준히 활동하고 싶은데 체력적인 면도 그렇고… 제 의지만큼 팬들을 많이 만나지는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까워요. 하지만 팬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있을 때 저의 최대치를 보여드릴 수 있도록 늘 노력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Inner Child’를 좋아합니다. 2020년에 발매된 방탄소년단 정규 4집 <Map of The Soul:7>에 수록된 당신의 이 솔로곡을 두고 한 음악 매체는 “수년 내에 K-팝의 클래식이 될 것”이라고 극찬했죠. 당신의 보컬을 자주 듣고 싶어요. 앞으로 어떤 음악을 들려주고 싶나요?
지금까지 하지 않았던 음악, 방탄소년단 뷔의 모습과는 결이 다른, 저의 또 다른 페르소나가 데뷔한다는 마음으로 그런 음악을 들고 올 거예요.
방탄소년단 멤버들이 각자의 색깔을 드러내며 개인 활동 중이죠. 멤버들끼리 어떤 식으로 응원과 힘을 주고받나요?
우리는 서로를 정말 많이 응원합니다. 최근에 슈가 형 집에서 멤버들이 각자 만든 개인 곡을 다 들려주는 시간을 가졌는데, 누군가 춤을 추고 다들 “좋다, 좋다” 난리도 아니었어요. 이렇게 멤버들이 새로운 자기 색깔의 음악을 준비해서 그런지 엄청 열정적이고, 적극적으로 열심히 음악을 만들고 서로 사랑하고 있어서 보기 좋아요.
앨범 외에 준비 중인 프로젝트는 무엇인가요? 꼭 예정된 일이 아니라도 지금 어디에 흥미를 두고 있나요?
일단 아미분들이 좋아하는 것은 모두 제가 좋아하는 것이어서 다 해보려고 해요. 라디오 출연에 대한 이야기도 있어서 라디오도 해보고 싶습니다.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만 방탄소년단 멤버로서 그래도 될까, 라며 고민하는 순간이 많다”고 했죠. 그런 마음은 조금 편안해졌나요?
아미분들이 저희 마음을 제대로 이해해주셔서 정말 감사했어요. 많이 응원해주셔서 감사하고, 덕분에 짐을 좀 덜었습니다.
“행복이란 그 순간만큼은 아무 걱정 없는 것”이라고 말한 적 있죠. 근래 그런 순간을 맞았나요?
음… 아직은 그 순간이 왔다가 사라졌다가 하는 것 같아요. 인생이 계속 행복하기만 하면 그것도 힘들지 않을까요? 달기만 하면 쓴 게 먹고 싶고, 짠 것도 먹고 싶은 것처럼 왔다 갔다 하는 인생이 좋지 않을까요? (V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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