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호흡, 지금 이 순간의 셔누
새로운 호흡과 보폭 그리고 마음가짐. 과거도, 미래도 아닌 지금 이 순간의 셔누.
이 시대에 유튜브 추천 음악이란 음악이 필요한 순간에 대한 공감을 공유하는 또 다른 방식이다. 그래서 오늘의 플레이리스트를 궁금해하는 건 그날의 기분을 묻는 것과 동일한 질문이 된다. <보그> 촬영에 오기 전 셔누는 유튜브 뮤직에서 ‘운동 믹스’를 플레이했다. “아침에 부기 빼고 오려고 사이클링 운동을 했어요. 그러다 운동 믹스로는 흥이 잘 안 나서 경제 뉴스를 들으며 운동을 마쳤어요. 운동에 집중할 때는 신나는 음악을 듣고, 운동에 완전히 빠져들지 않을 때는 정보성 콘텐츠를 듣기도 해요.” 수년 전 몬스타엑스는 한 관찰 예능 프로그램에서 숙소를 공개한 적 있다. 셔누는 눈도 제대로 뜨기 전에 벽에 붙어 스트레칭을 했고 동시에 옆방에서는 주헌이 푸시업을 시작했다. 대중의 관심은 이들의 조각 같은 피지컬에 쏠렸으나 내게 이들의 루틴은 음악을 몸으로 표현하는 업을 가진 자들이 하루를 시작하는 신성한 의식처럼 보였다. 말로써 자신을 수식하기보다 몸소 자신을 단련하는 뮤지션. 지금도 그는 그 루틴을 이어간다. “눈을 뜨면 기지개 같은 스트레칭을 하고 몸을 풀어요. 그리고 유튜브 좀 보다가 과일 갈아서 마시고, 아침에 스케줄 있으면 자전거를 타거나 뛰거나 맨몸 운동을 해요. 스케줄 끝나면 저녁에도 몸을 푸는데 이 정도 루틴은 지켜가려고 노력해요. 가끔 ‘내일 뭐 하지?’ 싶어서 나름대로 시간표를 짤 때가 있는데 그걸 지키면 또 기분이 좋고요.” 항상성을 몸에 각인해온 뮤지션이 선보이는 무대는 그래서 늘 폭발적이다. 어떤 음악은 가슴 뛰는 에너지를 남긴다.
대한민국에서 활동하는 보이 그룹은 공통적으로 소위 ‘군백기’를 겪는다. 그 시기를 보내는 방식은 각기 다르고 몬스타엑스는 ‘정진’으로 잡은 듯 보인다. 셔누가 부재하는 동안 몬스타엑스는 5인 체제로 <NO LIMIT> <SHAPE of LOVE> <REASON>까지 연달아 세 장의 앨범을 냈으며, 기현은 싱글 ‘VOYAGER’와 미니 앨범 <YOUTH>를 발표했다. 민혁이 입대한 지금 주헌은 5월 22일 솔로 앨범 <LIGHTS>를 내놓고, 아이엠(I.M) 역시 다음 달 솔로 활동을 예고한 상태다. 12번째 미니 앨범 <REASON>은 치열했던 8년간의 시간 속에서 마주한 감정의 이유를 찾는 앨범이었다. 타이틀곡 ‘Beautiful Liar’는 <뮤직뱅크> 1위, 월드와이드 아이튠즈 앨범 차트 1위 등을 차지하며 커리어 하이를 달성했다. 셔누는 이 활동을 팬의 입장에서 지켜봤다. “보이는 퍼포먼스와 멤버들의 컨디션이 궁금했는데 굉장히 멋있었어요. 사실 첫 주가 가장 힘든 걸 잘 알고 있으니까 힘들겠다 싶기도 했지만 ‘흥미진진한데?’ 하며 지켜봤죠. 가수 입장에서 앨범 준비할 때 느끼는 기대감이 좀 그립기도 했는데 팬의 입장에서 재밌게 봤습니다.” 그보다 앞서 발표한 11번째 미니 앨범 <SHAPE of LOVE>는 사랑을 주제로 자신, 몬스타엑스에 대한 사랑부터 팬을 향한 사랑까지 다양한 사랑의 모습을 담은 앨범이었다. 타이틀곡 ‘LOVE’를 두고 셔누는 “비트와 퍼포먼스가 절묘하게 어우러진 무대였다”며 팬심으로 더 좋아한 곡이라고 돌아봤다.
2021년부터 타이틀곡의 작사, 작곡, 프로듀싱을 도맡고 있는 주헌은 셔누에게 목표에 관한 얘길 한 적 있다. “‘5인 체제의 목표는 형의 빈자리가 안 보이는 거였다. 그게 맞다고 생각해서 최대한 열심히 노력했다’고요. 저 역시 빈자리가 진짜 하나도 안 보였다고 얘기했어요. 저는 제 위치에서, 멤버들은 멤버들의 위치에서 각자 해야 할 일을 했어요.” 메인 댄서, 리드 보컬 등 포지션 구분이 의미 없을 정도로 올라운더의 시초와도 같은 몬스타엑스이기에 ‘군백기’에도 이들의 정진은 가능했다. 셔누는 “그 중심에 주헌과 기현이 있다”고 말했지만 셔누 역시 앞으로 1년 반 동안 이어질 민혁의 부재를 책임질 것이다.
역동성, 강렬함 같은 굵은 단어로 설명할 수 있는 몬스타엑스의 음악은 K-팝 내에서 고유하다. 인간이 가진 감정의 어떤 지점을 시인처럼 섬세하게 포착해내되 이를 전달하는 방식은 놀라울 정도로 압도적이다. 최근 몇 년 사이 눈에 띄는 건 멤버들의 적극적인 참여다. 정규 3집 <Fatal Love>부터 주헌, 형원, 아이엠이 자작곡을 수록하기 시작했고, 특히 주헌은 타이틀곡 ‘Gambler’ ‘Rush Hour’ ‘LOVE’ 등의 프로듀싱을 맡았다. 거친 비트 위에 멤버들의 현재가 담긴 음악은 환상 속에 진정성을 더한다. 멤버들의 곡 작업이 몰입에 도움이 되는가 물었을 때 셔누는 망설임 없이 ‘그렇다’고 대답했다. “아무래도 처음 멤버들이 곡을 가져왔을 때는 어떤 느낌인지 몰랐는데, 매번 곡을 들고 오니까 그 친구들만의 무드를 파악하기가 쉬워졌어요. 항상 다른 곡이 나오지만 각자 지닌 색깔이 분명히 있거든요.” 셔누가 멤버들의 창작곡을 바라보는 관점은 다정하다. “주헌이 노래는 일단 되게 순수해요. 강한 노래도 직설적으로 순수하고, 부드러운 노래도 순수하게 부드러운 느낌입니다. 그리고 창균이(아이엠) 노래는 R&B 느낌이 강해요. 리드미컬하면서도 섹슈얼함이 느껴져요. 형원이도 섹시함이 드러나는 곡이 있어요. EDM, 팝 등 여러 장르가 담긴 다채로운 음악을 내놓는데 전체적으로 세련된 매력이 있죠. 참 신기해요. 구수한 친구가 어떻게 그런 곡을 써오는지(웃음).” 프로듀서로서 주헌의 리더십에 대한 추가 설명을 요청할 때도 덤덤하게 설명을 이어나갔다. “리더십이라기보다는 디렉팅할 때 자기가 생각해온 이미지와 방법을 정확히 알려주는 편이에요. ‘이건 이런 노래고, 형이 이렇게 해줬으면 좋겠어’라고요.” 몬스타엑스 리더로서 스스로 바라보는 리더상에 대한 설명도 한결같다. “저는 ‘다 좋게 좋게 잘 지내자’ 합니다.”
인터뷰에서 한결같이 “주어진 곡을 잘 부르고 무대에서 춤으로 잘 표현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밝히듯 셔누는 ‘보고 즐기는 음악’의 정석 같은 퍼포머다. 디테일이 완벽하게 보이는 세심한 춤, 곡의 감정을 고스란히 전하는 음색으로 그의 음악은 종합예술이 된다. “팀 곡 같은 경우 전체적인 분위기를 파악한 후에 제 파트에 집중해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튀게 부르려고 해도 튀지가 않아요. 아, 물론 튀려고 하지도 않지만요. 정말 어느 순간 융화되거든요.” 그가 반응하는 건 메시지보다는 멜로디다. “부드럽고 멜로디가 약간 흘러가는 듯한 곡이 표현이 더 잘되는 거 같아요. 딱딱딱 찍어 불러야 하는 간결한 노래가 부르기 어렵고요. 노래마다 강렬한 비트가 기억에 남는 노래도 있고 다양하겠지만, 리스너로서도 멜로디를 중점적으로 들어요. 참신한 멜로디 아니면 익숙한 멜로디, 듣기 편한 멜로디도요.” 그런 의미에서 7월로 예고된 셔누와 형원의 유닛 활동은 새로운 기대를 품게 한다. 셔누는 형원이 작업한 곡에 대해 “다 좋더라고요”라며 호감을 드러냈다. “노래 추천해달라고 하면 카톡으로 보내주는데 자신이 쓸 법한 노래를 주로 듣더라고요. 세련되고 좋은 음악.” 사실 둘은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편한 사이다. “형원이랑 있을 때 좋은 점은 편한 거? 둘이 자주 보는 이유가 ‘그냥 편해서’거든요. 별로 말도 없고, 서로 귀찮게 안 하기도 하고요. 조금 불편할 때 좋은 시너지가 나오기도 하는데 우리는 편한 사이라 어떤 케미스트리가 나올지 모르겠군요(웃음). 둘 다 욕심 부리는 스타일도 아니고 체형도 비슷해요. 좋은 퍼포먼스랑 비주얼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은 있는데 아직 정해진 건 없어요.”
몬스타엑스의 또 다른 특징이라면 무대와 실제의 이른바 ‘갭차이’다. 몬베베(몬스타엑스 팬덤)가 아니더라도 이들의 자체 제작 콘텐츠를 보노라면 반전처럼 펼쳐지는 서사에 금세 빠져들고 만다. 보는 음악을 넘어 인물의 매력까지 K-팝의 일부로 본다면 몬스타엑스의 능력은 지대하다. 사실 데뷔까지 실력을 쌓는 시간, 합을 맞춰야 하는 군무, 공동의 목표까지 모든 과정을 함께하는 아이돌 그룹 멤버들은 가족이나 친구 같은 일상 단어로는 설명할 수 없는 특별한 관계성을 가진다. 멤버 간의 합이 좋은 비결에 대해 물었을 때 셔누는 솔직함을 들었다. “다들 솔직해요. 그렇다고 감정을 참고 억누르면서 배려하는 건 아니에요. 솔직하게 할 말 하며 지내다 보면 배려하는 부분이 자연스럽게 생기더라고요. 더 솔직히 말하면, 성격이 다 괜찮아요. 모난 친구들이 없어요.” 관계성에 대해 설명하는 셔누는 특히 편안해 보였다.
몬스타엑스의 비트만큼 K-팝 산업은 변화의 속도가 빠르다.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유연하게 호흡해왔지만 몬스타엑스에게도 변화의 속도는 생생하다. 속도가 버겁지 않은지 물었을 때 셔누는 더 덤덤한 얼굴이 됐다. “복무할 때 저만 빼고 세상이 다 돌아가는 듯한 느낌이었어요. 어쩌다 음악 방송 보면 팔팔한 관절로 무대를 압도하는 친구들이 많더라고요. 걸 그룹 퍼포먼스가 남자보다 더 파워풀해 보이기도 하고요. 저 무대에 내가 다시 설 수 있을까 싶기도 했지만 어렵게 생각 안 하고 그냥 주어진 일 열심히 할 생각입니다. 쫓아가기보다 제가 가야 할 길 가야죠.” 8년의 시간을 지나며 크게 달라진 건 없다고 돌아봤다. “Mnet 첫 방송이 기억나요. 데뷔곡 ‘무단침입’이 경찰과 도둑 컨셉이었는데 올라가는 리프트 바닥을 기어 다녔죠(웃음). 무대를 너무 열심히 하려고 해서 그런지 힘이 들어가서 자꾸 배가 아프고 그랬던 기억이 나요. 사실 여덟 살 때나 열 몇 살 때나 서른 살이 넘은 지금이나 마음은 계속 그대로인 느낌이에요. 때로는 혼란스러웠지만 나서지 않고 항상 할 일 하려는 모습은 어릴 때부터 비슷해요.”
셔누는 그동안 활동하면서 즐거웠던 순간에 대해 지극히 소소한 순간을 들었다. “연습하고, 막 싸우고, 장난치고 그런 순간들. 안무 팀이랑 같이 밥 먹으러 가는 순간이 가장 즐거워요.” 무대를 선보이기까지 과정 중 좋아하는 단계 역시 어떤 장면이다. “춤을 다 배우고 나서 뮤직비디오를 찍고 처음으로 무대를 선보이기 직전. 연습하면서 조금 풀어지는 듯한 그런 느낌? 그때가 참 좋아요.” 왜 몬스타엑스로 활동하는가에 대한 답은 팬들을 만날 때면 선명해진다. “콘서트 끝나고 팬들이랑 소통할 때. 뭔가 팬들의 에너지를 느낄 때가 가장 행복한 순간이죠. 해외에 가면 많은 팬들이 있고 말도 안 되는 행복한 일이 있어요. 여러 감정이 부딪치면서도 계속 이 일을 하는 거 같아요. 특히 요즘은 생각이 많은 편이에요. ‘만약 앨범 성과가 안 좋거나 누군가 좋아하지 않더라도 너무 힘들어하지 말아야지’ 그런 마음도 먹어요. 대신 ‘대충 하지는 말아야지’라는 생각이 있어요.”
몸의 윤곽이 드러나는 네이비 컬러 니트에 팬츠, 매끈한 옥스퍼드화, 뿔테 안경을 쓰고 인터뷰에 성실하게 임하는 셔누에게 패션은 설명하지 않아도 스스로를 드러내는 수단 같다는 말을 마지막으로 건넸다. 그는 자신의 성격을 보여주는 패션 아이템으로 힙색을 꼽았다 “항상, 사시사철 매고 다니거든요.” 그 말을 들으며 반복되는 일상이 그를 계속 새롭게 완성해나갈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오, 그런데 이 안경 도수 없어요. 컨셉입니다(웃음).” 가장 반짝이는 자리에서 고수하는 일상성과 드문드문 섞인 불예측성. “앞으로도 제가 해온 대로 모나지 않게 멤버들 의견 잘 맞춰서 순탄하게 잘 가고 싶은 마음입니다.” 우리가 항상 사랑했던 몬스타엑스 셔누가 돌아왔다. (VK)
- 포토그래퍼
- 강혜원
- 컨트리뷰팅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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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 조소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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