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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돌 예측도

2018.01.03

아이돌 예측도

하루가 멀다 하고 바뀌는 것이 아이돌 시장이다. 2017년 역시 상상치 못한 결과물이 쏟아졌다. 급변하는 시류를 내다보는 것은 무척 조심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당장의 흐름을 조금은 예측 할 수 있는 키워드가 있다.

우선 엠넷의 <프로듀스 48>이다. 101명이 48명으로 줄어든다는 의미 는 아마 아닐 것이다. 48은 일본의 AKB48을 비롯한 여러 팀의 아이돌 그룹 으로 이뤄진 ‘AKB 프랜차이즈’에서 비롯된 것으로, 인원이 아닌 상징적 숫자 다. AKB의 아키모토 야스시 프로듀서는 음악을 매개로 한 복합 콘텐츠를 설계하는 사람이다. 그가 제공하는 가장 큰 스펙터클은 어쩌면 아이돌 각자 의 의지와 무관하게 전권을 휘둘러 그들의 운명을 쥐락펴락하는 장면이다. 따지고 보면 <프로듀스 101>이 가진 가장 큰 성공 요인은 대중이 연습생들 에게애착을느낄수있도록방송국이악역을담당하는것이었다.이역할 을 아키모토가 이어받을 가능성이 높고, 그는 이 악역을 무시무시하게 잘해 낼 만한 사람이다. 엠넷은 엠넷대로, <프로듀스> 시리즈의 포맷을 통해 구현 할수있는아이돌모델을꾸준히실험해왔다.올해도우리는숨쉬듯욕을 하면서 몇 번이고 ‘픽’을 날릴 공산이 커 보인다.

2017년 걸 그룹 시장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단연 레드벨벳과 트와이스였다. 레드벨벳은 ‘빨간맛’의 웅장한 사운드나 <Perfect Velvet> 앨범의 고혹 적인 취향을 통해 퍼포밍 아티스트로서의 지위를 주장하는 듯했다. 트와이 스는 애교를 콘텐츠의 중심에 둔 채 산뜻하고 유쾌한 분위기의 곡을 연이어 내놓고, ‘Heart Shaker’에서 조금은 더 활동적인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두 그룹 모두 매우 평면적인 결과물은 아니다. 이들이 가진 ‘멋짐’을 대중이 가볍게받아먹을수있도록조절하는방정식이다.이에대한서로다른해 답이 두 팀의 위치를 가른다. ‘멋진 여성이지만 지금 당장은 애교만 부리겠다’ 와 ‘귀여운 소녀들이지만 멋진 모습을 보여주겠다’가 그것이다. 두 그룹이 보 여주는 각자의 균형감은 2018년에도 걸 그룹 시장의 중요한 두 축이 될 것으 로 보인다.

이와 더불어 걸 그룹 출신 멤버들의 ‘제2막’도 기대해볼 만하다. 2NE1, 포미닛, 씨스타, 원더걸스 등은 2017년 우리의 곁을 떠나간 걸 그룹들이다. 소녀시대 역시 공식 해체는 아니지만 멤버 세 명이 소속사를 떠나면서 과거 로는돌아갈수없게되었다.걸그룹의10년이이렇게힘들다는사실을증 명한 게 2017년의 어둠이었다면, 근 10년 경력의 여성 솔로 가수가 갑자기 많아진 것이 2017년의 빛이었다. 현아와 선미는 걸 그룹이란 수라도를 걸어 온 이의 내공을 보여준 대표적 이름이었다. 이 외에도 아메바컬쳐와 계약한 핫펠트(예은)를 비롯해, 효린, 소유, 전지윤, 태연 등이 연중 꾸준히 좋은 작 업물을 내놓았다. 2018년 이들이 보여줄 행보는 K-팝 산업이 양성한 아티스트들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를 예측하는 지표가 될 것이다.

한편 보이 그룹 시장은 워너원이라는 돌풍과 그로 인한 폐허만 존재했다. 제대로 주목받기 어려운 상황에서 야심 찬 결과물을 내놓았지만 아쉬움을 남긴 보이그룹을 꼽으라면 끝이없다. 더 큰 문제는 신인급보이그룹
의 생존 자체가 불투명해졌다는 점이다. 워너원이 지나가고 난 뒤 우리에게 누가 남았을까 하는 강한 의문을 남긴다. 한번 ‘마이너’로 찍히면 회생하기가 좀처럼 쉽지 않은 시장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음악적인 시도를 꾸준히 해나가며 묵묵히 활동하고 있는 보이그룹중 ,비교적 신인에 가까운 이들에 더 주목하고 싶은 이유다. 이들이 2018년에 진중하거나 참신한 활동을 통해 내실을 다져가는 모습을 지켜보기 바란다. 골든 차일드와 스누퍼, 펜타곤을 추천하고 싶다.

방탄소년단도 ‘K-팝인 동시에 K-팝이 아닌’ 경지에 도달하며 신화적인 미국 진출을 이루고 있다. 이를 적극적으로 뒷받침하는 팬덤 ‘아미(ARMY)’ 역시 유례없는 동기부여 상태다. 일부에서는 미국 라디오 플레이에 영향력 을 갖는 음악 찾기 앱에 방탄소년단의 곡을 집중적으로 검색한다고도 할 정 도다. 그러니 방탄소년단이 어디까지 도달할 수 있을지 지켜보는 건 2018년 가장 큰 스펙터클이 될 공산이 크다. ‘DNA’와 ‘MIC Drop’ 등 급격한 상황 변 화를 기민하게 콘텐츠 안으로 끌어들이는 방탄소년단이 어떤 곡을 내놓으며 노를 저을지도 흥미로운 구경거리가 될 것이다.

아이돌 시장의 통칭 ‘3대 기획사’가 2016년에는 크게 힘을 발휘하지 못 했다고들 한다. 2017년은 이들이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시기였다. SM엔터테 인먼트는 SKT와 함께 인공지능 기술에 뛰어들었고, YG엔터테인먼트는 네 이버와 손을 잡았고 <프로듀스 101>을 의식한 듯 JTBC <믹스나인>을 시도 했다. JYP엔터테인먼트도 기존과는 조금 다른 결을 가진 스트레이 키즈의 데뷔를 준비 중이다. 소위 ‘중소 기획사’가 강세라고는 하지만 여전히 큰 영향력을 갖고 시장의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입장에 있는 기업들이다. 아이돌 시장과 미디어 환경의 변화 앞에 이들이 ‘공룡’이 되길 거부하며 각각 실험을 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그러니 어쩌면 새해에는 과거에 상상하지 못했던 희한한 콘텐츠를 만날 가능성도 있겠다. 그것이 시장을 어디로 데려갈 것인지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다만 ‘좋은음악’이 그 중심에 있기만 바라면서 말이다. —미묘(대중음악 평론가, <아이돌로지> 편집장)

2018 기대되는 우량주 아이돌 7(가나다순)

골든차일드 예고도 없이 우리 앞에 불현듯 나타난 야구 소년 열한 명. 인피니트의 멤버 성열의 동생 대열이 리더라는 사실을 제외하면 대중에게 크게 알려진 바 없던 이 그룹은 2017년 아이돌 서바이벌 출신 멤버가 없는 그룹으로서 유일하게 의미 있는기록을남겼다. 좋은 음악과 무대가 가진 힘.

더보이즈 이제 막 데뷔 쇼케이스와 무대를 선보인 이들을 사람들은 어떻게 기억할 까. 로엔의 막내들? 혹은 ‘프듀’ 출신 주학년이 멤버로 있는 그룹? 무엇이든 상관없 지만 적어도 데뷔곡 ‘소년(Boy)’의 각 잡힌 무대를 한 번이라도 본다면 분명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모모랜드 어지간히 닳고 닳아 이제는 기억마저 희미해진 아이돌의 ‘귀여움’을 어떻게 선명하게 그릴 것이냐에 대한 모범 답안. 그룹명이 주는 첫인상과 함께 풍기는 일본 서브컬처의 향기 속, 어딘지 모르게 모골이 송연해지는 깜찍함이 줄곧 기억에 남는다. 데뷔곡 ‘짠쿵쾅’에서 최근곡 ‘꼼짝마’까지 이어지는 기획의 일관성 도 장점

몬스타엑스 데뷔 3년 차, 드디어 ‘감’을 잡았다. 그룹 특유의 저돌적이고 섹시한 면 모를 살린 다섯 번째 미니 앨범 타이틀곡 ‘DRAMARAMA’는 데뷔곡이었던 ‘무단 침입’ 이후 이 그룹의 매력을 가장 잘 보여준 결정적 한 방이었다. 이들을 ‘적당히 좋아하는게’ 안되는 이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훈훈한 소문.

이달의소녀 아이돌에 관심이 있다면 누구나 한번쯤 들어봤을테지만 그 누구도 정확한 개념을 설명할 수 없는 미지의 프로젝트 ‘이달의 소녀’가 2018년 드디어 대 장정을 마무리한다. 장장 18개월에 걸쳐 다채롭게 소개된 열두 명의 ‘소녀’들이 마침내 하나가 되어 만들어낼 시너지가 더없이 궁금하다.

프리스틴 지난 여름 발매한 두번째 미니앨범의 결과가 조금 아쉽긴 했지만 데뷔 앨범 타이틀곡 ‘WEE WOO’가 남기고 간 강렬한 인상은 여전히 유효하다. 특히 ‘Black Widow’가 보여준 강렬한 카리스마를 결코 잊지 말아야 한다. 시원시원하고 경쾌한, 그룹이 타고난 에너지가 폭발하기까지 이제 딱 한 걸음.

펜타곤 ‘도대체 언제 뜨냐’는 말은 기쁜 동시에 아프다. 실력이 있다는 칭찬인 동시 에그럼에도불구하고현실은차갑다는잔인한확인도장이기때문이다.데뷔이 후수없이그말을들어왔을펜타곤은이제슬슬그‘언제’를 맞이할 채비에 들어 다. 멤버 후이를 중심으로 ‘DEMO’ 시리즈를 통해 서서히 성장해가는 멤버들의 모습이 반갑다. —김윤하(대중음악 평론가)

    에디터
    조소현
    글쓴이
    미묘(대중음악 평론가, 편집장), 김윤하(대중음악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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