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로고의 부활
2018년을 정의하는 중요한 패션 경향? 로고의 부활!
패션은 도돌이표 같다. 70년대풍 디스코 스타일이 유행하다가도 미래주의를 향한 상상력이 돌아오곤 하니까. 또 스포티한 트랙 수트가 넘쳐나다가도 다들 50년대 숙녀풍 치마를 입는 것처럼. 그리고 2018년 지금 패션의 음표는 90년대 멜로디를 따르고 있다. 영화 <클루리스> 스타일 미니스커트부터 그런지와 힙합이 만난 스트리트 스타일까지.
위풍당당한 로고 장식 역시 90년대 산물이다. 패션 하우스는 늘 그렇듯 본능적으로 이 기운을 알아차렸다. 디올은 신속히 CD 로고를 더한 새들백을 부활시켰고, 베르사체 역시 90년대 아베돈이 촬영한 광고 속 티셔츠를 열심히 밀고 있다. 구찌 로고 티셔츠는 최고의 베스트셀러 자리를 놓치지 않고, 어린 스타들은 타미 힐피거 로고 아노락 차림으로 파파라치 앞에 선다. 다소 속물적이고 어느 정도는 촌스럽지만 바로 그게 로고의 멋이다.
90년대를 풍미한 로고 목록엔 펜디 FF 로고를 빼놓으면 섭섭하다. 더블 F 로고가 도드라진 바게트 백은 당시 멋쟁이 누나들의 필수품이었고, 정중한 여인들 역시 이 로고 장식 스카프로 목을 감쌌다. 20년 후인 지금, 다시 한번 패션 스타들 스스로가 FF 로고로 감싸고 있다. 킴 카다시안은 로고 보디수트에 모피 코트를 입은 채 1억 명이 넘는 인스타그램 팔로워에게 “펜디!”를 외치지 않았나. 게다가 벨라와 지지 하디드 자매는 차례대로 로고 아이템을 입은 모습이 파파라치에게 포착되었다.
펜디 하우스의 실비아 벤투리니와 칼 라거펠트는 재빨리 요즘 기운을 감지했다. 지난 2월 밀라노에서 선보인 올가을 컬렉션을 눈여겨본 사람라면, 펜디 로고의 환생을 볼 수 있었다. 가을까지 기다릴 수 없는 FF 팬들을 위해 펜디 하우스는 ‘FF Reloaded’ 캡슐 컬렉션을 선보인다. 1965년 펜디 하우스에 입성한 라거펠트가 ‘Fun Fur’라는 뜻으로 착안한 FF 로고는 변화에 변화를 거듭했다. 1974년에는 로고 여러 개를 테트리스처럼 쌓았고, 1985년에는 하트에 숨기기도 했다. 지난 몇 년간은 현대 예술품처럼 그래픽적으로 변신한 적도 있다.
2018년 버전은? 직사각형이었던 로고 타입이 정사각형으로 변한 것이 가장 큰 변화다. 활용도 역시 높아졌다. 이번 캡슐 컬렉션에는 밍크 블루종, 파자마 세트, 자카드 소재 후디에도 FF 로고를 도배했다. 피카부, 캔아이 등 펜디를 대표하는 핸드백, 스니커즈와 부츠 역시 로고의 침공을 피할 수 없다. 선글라스, 팔찌, 아이폰 케이스도 로고로 무장했다(이 모든 것은 5월 14일부터 펜디 매장에서 살 수 있고, 네타포르테에서는 4월 13일에서 독점 제품을 구경할 수 있다).
“로고는 단순히 로고가 아닙니다. 훨씬 많은 것을 의미하죠.” 실비아 벤투리니 펜디는 이번 캡슐 컬렉션에 관해 이렇게 설명했다. “FF 로고는 우리의 DNA입니다. 거기엔 아주 중요한 가치가 담겨 있습니다. 전통과 열정, 사랑이라는 가치 등 100년 가까이 이어져온 우리 가문 역사의 상징입니다.” 덕분에 90년대 스타일에 대한 향수를 느끼는 여자나 로고의 유행을 처음 만나는 어린 고객 모두 새 마음으로 로고 플레이를 즐긴다.
- 에디터
- 손기호
- 포토그래퍼
- GETTYIMAGESKOREA, COURTESY OF FEN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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