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는 인형을 좋아해
<강심장>의 두 남자 호스트 신동엽과 이동욱이 보통 사람들이 꿈꾸는 야릇하고 유쾌한 판타지를 위해 <보그>의 쇼 무대로 들어왔다. 능청스러우면서 순진한 두 신사와 도발적인 인형이 벌이는 한 여름 밤의 성인 코미디.
신동엽의 코미디는 모던하고, 예의 바르며, 색스럽다. 어떻게 이렇게 상반된 어휘들이 어울릴 수 있나 싶지만 사실이다. 그는 신동엽이다. MBA를 딴 골프 코치처럼 능청스럽고 댄디한 색다른 ‘성인’. 그는 일찌감치 예능계의 ‘성인식’을 치렀다. 그의 유머는 우리를 어른스럽게 대한다. 남자는 남자답게, 여자는 여자답게, 게이는 게이답게. 강호동이 넘치는 스태미너로 예능인의 코미디 체력을 극한으로 끌어올리고, 유재석이 버라이어티계에 동심과 형제애를 불어넣고, 김제동이 재담에 정치를 섞어 ‘억압된 성적 본능’을 흘려 보낸다면, 신동엽은 20년 동안 변함 없이 품위 있는 재치꾼 ‘동엽 신’으로 존재해왔다. 자기 안에 깃든 에로틱한 욕망을 젠틀한 타자기 같은 혀로 튀어 올릴 수 있는, 말하자면 불똥 튈 걱정 없는 불꽃놀이 같은 존재로.
설익은 말도 찰떡처럼 주물러 주는 토크쇼 MC로서의 재능이야 다들 출중하지만, 그들이 작정하고 웃기려 들 때 시청자들을 대하는 노골적인 ‘자기 비하’와 공동체적 ‘저자세’와는 다른 애티튜드가 신동엽에게는 있다. 그는 관객들에게 고도의 심리전을 구사하고, 룰을 아는 사람만 웃을 수 있는 모던한 ‘커뮤니케이션 게임’을 제안한다. 너도 알고 나도 알지만, 우리 서로 말하지 않은 바로 그것을 건드리며. 바야흐로, ‘애들은 가라!’ 모두에게 안전한 동심으로는 본전도 못 뽑는, 산전수전 공중전 다 겪은 ‘강심장’ 신동엽만의 성스러운 농담들. 신동엽이 요즘 뜨는 19금의 세계, 닫혔던 ‘괄호의 삶’을 열기 시작했다. 영화감독 장진이 진행하는 tvN의 성인 코미디쇼 <새러데이 나잇 라이브(이하 SNL)>가 발화점이 됐다. 골프를 소재로 홍석천과 오묘한 포즈를 취하고 <짝>을 패러디한 콩트에서 변태 스님을 연기하는 <SNL>의 신동엽 동영상은 유튜브에서 검색어 1위를 차지했다. 골프 레슨 전화 상담을 받으며 상대 여성의 ‘가슴 크기’를 물어보는 그의 톤 앤 매너는 너무 진지하고 자상해서 폭소를 자아낸다. 신동엽 ‘19금’의 무기는 깔끔함이다. 그의 섹드립(섹스 애드립)은 ‘가려운 곳을 긁어서 시원하게 해주고 싶다’는 상냥한 의도로 가득 차 있다. 쾌와 불쾌 사이의 완벽한 균형(실제 그는 누구도 상처주고 싶지 않다는 박애주의자다).
그 신동엽이 <강심장> 공동 MC이자 아끼는 동생인 이동욱과 함께 <보그>에 그 ‘성적 판타지’를 공개하러 나왔다. 흥분한 <보그>는 두 남자를 위해 ‘국민 모범생’ 강호동과 이승기라면 상상도 못할 섹슈얼한 퍼포먼스를 계획했다. 일명 ‘신사는 인형을 좋아해’.
<토요일 밤의 열기>의 존 트라볼타처럼 후끈 달아올라 수컷의 춤을 추는 이동욱과 민망한 포즈를 ‘착하게’ 소화하는 신동엽의 ‘농염한’ 제스처로 스튜디오는 웃음바다가 됐다. 보디 오일이 뚝뚝 떨어질 듯한 이동욱의 젊고 탐스러운 육체와 지방과 근육이 침착한 조화를 이룬 신동엽의 완숙한 육체는 완벽한 듀엣을 이뤘다. 수갑을 차거나 선인장 가시에 찔리면서도 천지사방으로 테스토스테론을 발사하는 그들 때문에 모두가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느꼈고, 예능계의 ‘성인식’이 치러지는 그날 저녁, 히스테리를 부리는 여성은 아무도 없었다.
TV에 노출된 겉궁합만 좋은 줄 알았더니, 오늘 사적인 속궁합도 훌륭하더군요.
동엽 동욱이가 뭘 좀 아는 놈이에요. 아는 사람들 통해서 감각이 좀 있다고 들었는데, 실제 만나보니 눈치가 빠르고 센스가 있어요. 동급최강이라고 할 수 있죠.
동욱 전 동엽이 형한테 절대 신뢰가 있어요. 내가 경험이 부족해서 헤매도 형이 추스려서 원위치로 날 돌려놓을 거라는 거죠. 제가 동엽이 형을 보면서 자랐잖아요.
그런데 몇 년간은 신동엽 브랜드가 좀 잠잠했잖아요. 동엽 씨가 안 보이는 사이 유재석, 강호동이라는 명장이 예능 강호를 평정했으니까.
동욱 폼은 좀 떨어져도 한번 클래스는 영원한 법이죠(웃음).
형에 대한 충성심이 대단하네요!
동욱 동엽 형은 녹화할 때나 사석에서나 똑같아요. 진짜 여유 있고 젠틀해요. 화를 안고 가는 법이 없어요. 저한테도 늘 편하게 할 말 다 하라고 격려해주세요.
어쨌든 <강심장>은 강호동과 이승기라는 조합, 일종의 ‘미남과 야수’라는 예측 불허의 ‘국민 브라더’가 탄생시킨 히트 상품이에요. 지금, 신동엽 . 이동욱이라는 ‘형제’는 그 ‘우애의 맥’을 이어가면서도 새로운 틀을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증이 있지 않나요?
동엽 맞아요. 호동과 승기로부터 시작했고, 몇 년을 제대로 해먹었죠. 그런데 <강심장>이라는 프로가 시청자에게 어필한 지점이 분명 있어요. 한밤중에 어린 친구들, 아이돌 스타가 나와서 어려웠던 시절 이야기를 하면서 진솔하게 우는 모습. 아침 프로에 중견 방송인들이 나와서 우는 거 하고는 느낌이 달라요. 강호동 씨가 승기하고 그걸 잘 이끌었어요. <1박 2일>의 호흡을 살려서. 처음 제가 섭외 전화를 받았을 땐, ‘다 보여줬는데 내가 뭘 해?’… 근데 동욱이가 파트너라면 또 달라지죠. 우리 둘이 새롭게 많은 걸 보여줄 수 있 겠다, 자신이 생겼죠.
동욱 저희끼리는 ‘동동 브라더스’라고 불러요. 지금은 ‘동동’ MC의 초기 버전이고, 앞으로 더 색다르게 진화할 거라고 봐요.
강호동과 이승기는 전 국민이 그 커플을 흐뭇하게 봐줬어요. 반면 웃음의 코드가 너 무 ‘바른’ 선 안에 머무는 면도 있었고… 두 분이라면 다르겠죠?
동엽 저희들이 쇼적으로 바른생활 이미지 하고는 거리가 멀죠(웃음). 동욱이도 뭘 좀 아는 친구고. 제가 제일 싫어하는 사람이 물색없는 사람이에요. 그러니까 분위기 파악 못하고 눈치 없고 완급 조절 못하고 선 넘고 이런 거거든요. 전 안전한 것도 지루하고, 선을 넘는 것도 후지다고 생각해요. 그건 사실 제일 쉬운 거거든요. 방송에서도 사석에서도 ‘아슬아슬하게’ 수위를 왔다 갔다 하는 걸 좋아해요. 형, 누나, 친구, 작가, PD들 하고 있을 때도 그 안에서 개구지게 일탈하는 게 좋아요. 불쾌하지 않고 재밌게.
개구지게 일탈하는 거, 그건 보통 내공으로 안 되는 건데…, 가령 다정하게 무례하 거나, 공손하면서 허를 찌르는 거. 동욱 씨 입장에서는 그런 균형 맞추는 게 힘들겠어요.
동욱 힘들어요. 저희가 <강심장> 녹화하기 위해서 2주에 한번씩 공식적으로 만나는데, 동엽이 형이 사이사이 가이드를 잘 해주세요.
동엽 전 마음만 살가운 편이에요.(웃음)
동욱 저도 지나치게 친절하면 손발이 오그라들어요(웃음).
얘기하면서도 계속 티셔츠의 구김을 펴면서 매무새를 단정하게 하는 동엽 씨에 비해, 동욱 씨는 몸가짐이 굉장히 자유롭네요.
동엽 하하, 얘는 건방진 애는 절대 아니에요.
동욱 제가 99년에 데뷔해서 방송 13년 차가 됐거든요. 지금도 제일 중심 모토가 ‘형만 잘 따라가자’ 예요. 전 형 뒷모습을 보고 가는 게 좋아요.
신동엽 씨의 섹스 코미디를 보고 어땠어요?
동욱 전
동엽 전 좀 아쉬워요. 당시에 너무 바빠서 방송국 아이디어 회의하는 데 새벽 1시쯤 도착했었어요.
동욱 그때 <강심장> 녹화 끝나고 바로 달려가셨어요.
동엽 ‘변태 스님’으로 분장했던 <짝>을 찍으러 강화도에 갈 땐 딱 4시간 비어 있었어요. 그 짬을 내서 찍었죠.
와~! 그런 정도면 거의 NG 없이 쭉 간 거네요. 정말 배꼽 잡고 웃었어요. 전 신동엽의 성인 코미디가 사회적으로 순기능 역할을 한다고 봐요. 그게 대중적 자위 행위 같은건데, 억압된 것보다 건강하게 분출시켜주는 게 국민 정서에 좋거든요.
동엽 제가 콩트 쪽으로 촉이 좀 좋아요. 그래서 장진 감독은 앞으로 [SNL]에서 성인 콩트를 고정으로
하자고 그래요.
와우! 그러면 ‘변태 스님’뿐 아니라 다양한 성 역할 캐릭터가 나올 수 있겠어요. 지금 머리를 2 : 8 가르마로 탄 모습을 보니까 약간 게이 느낌이 나요. 반면 동욱 씨는 뮤지컬 <그리스> 주인공처럼 불장난 하고 싶어 하는 ‘상남자’처럼 보이구요.
동엽 동욱이가 게이, 아니 남자한테 관심이 많은 남자분들에게 인기가 많아요.
동욱 오, 진짜요? 전 처음 들었어요.
동엽 인간으로 태어나서 최고 승리자는 건강하게 오래 사는 거예요. 두 번째 승리자는 인류의 반이 아니라, 온 인류를 사랑하는 사람이죠.
그건 지저스 크라이스트인데요.
동엽 하하. 남자를 봐도 여자를 봐도 애틋한 마음이 드는, 바이 섹슈얼이야말로 위대한 인간 아닐까요? 온 인류의 사랑을 받는 동욱 이야말로…(웃음).
동욱 승리자죠! 하하.
트랜스젠더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시죠?
동욱 태어나는 순간 인생을 부정 당하는 느낌 아닐까요? 전 안쓰러워요.
동엽 전 그들을 무조건 인정해야 된다고 봐요.
무조건?
동엽 네. 그런 걸로 상처 받으면 안 돼요. 전 성적 소수자들의 인권 문제에 관심이 많아요.
이번에 동엽 씨는 KBS-N 케이블 채널에서 홍석천 씨랑 성인 프로그램 시작하시죠?
동엽 프로그램 제목이 [XY]예요. 홍석천 씨하고 저하고 트랜스젠더들을 게스트로 초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는 거예요.
센세이셔널하네요.
동엽 아직 우리나라는 성적인 과도기예요. 부부들의 잠자리에 대해 판단하지 않는 것처럼, 트랜스젠더들의 섹슈얼리티도 비난 받아서는 안 돼요.
인류애가 대단하세요!
동엽 태국에는 성적 소수자 중 남자에서 여자로 성을 바꾸는 비율이 80%래요. 일본에서는 여자에서 남자로 바꾸는 게 80%예요. 우리나라는 딱 50:50이에요. 그 부분에선 우리나라가 참 평등하죠.
그렇네요. 성적인 욕구는 가능한 선에서 인정받아야 한다는 생각이죠?
동엽 전 그렇게 봐요. 우리 모두가 사실 성공하기 위해서 열심히 살고, 돈도 많이 벌고 싶어 하잖아요. 그런데 그게 나 자신을 위해서냐? 따지고 들어가면 멋진 이성과 자고 싶어서예요. 유부남, 유부녀, 할머니, 할아버지… 살아 있는 생명체라면 다 그 욕망에서 벗어날 수 없어요. 우리가 어떤 사람이 매력적이다,라고 할 때 매력이 뭐죠? 유머? 섹시? 결국 자고싶다는 욕구거든요.
동욱 그러니까 다들 속으로 하는 응큼한 상상을 하지만 괄호 치고 숨으면서… ‘괄호의 삶’을 사는 거네요.
괄호의 삶! 멋진 표현이군요.
동엽 괄호 열고 속마음을 들여다보고 “너, 이거 이거 생각했잖아?”라고 꺼내주면 금방 친해지죠. 그때 상대가 정색하고 괄호를 닫아버리면 더 이상 가까워지기 힘든 거예요. 섹스 코미디가 그거랑 비슷해요. 그런데 누구도 괄호 안의 것을 끄집어내려 하지 않아요. 왜? 불편하니까.
동욱 그 말이 참 중요해요. 그 괄호들이 안 풀릴 때 우린 코드가 안 맞다고 하죠.
동엽 그런데 괄호 속의 욕망을 건강하게 풀어주지 않으면 어떤 사람들은 범법 행위로도 그걸 표출시켜요.
이해영 감독 영화 <페스티발>을 보면 평범한 소시민들이 알아서들 ‘귀엽게’ 남한테 ‘폐 안 끼치고’ 그 욕망들을 풀어요. 정갈한 한복집 여사장이 그 안에 가터벨트 차고 있고, 남자 교사가 부인이 외출한 틈을 타서 혼자 여자 속옷 입고 놀아요.
동엽 그걸 들키지 않고 즐길 수 있으면 행복이에요. 그런데 타인에 의해 억지로 드러나는 걸 보통 ‘아웃팅’이라고 해요. 자발적인 ‘커밍 아웃’ 하곤 다른 거죠. 불륜이든 변태든 사실 사람들은 그 자체로는 큰 죄의식을 못 느껴요. 그런데 그게 가족이나 이웃에게 까발려지면 그때부터 자살을 생각할 만큼 수치심을 느껴요. 한복 가터벨트가 알려진 순간부터 타인에 의해 내 작은 행복이 파괴되는 거죠. 전 거기서부터 자유로워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동욱 공감해요. 내 행복이 타인의 시선에 저당 잡혀 있는 거죠. 전 아직 거기서 완전히 못 벗어났어요. 그런데 형은 또 이런 일 저런 일 다 겪어봤으니까 저런 얘기 하실 수 있죠. 아~! 억울해.
동엽 안 겪어보고 깨달아야 행복의 시간이 길어지는 법이야. 하하.
동욱 <강심장>에서 호스트 역할을 하면 게스트들 말을 잘 듣게 되거든요. 어린 친구들 얘기 듣다 보면 ‘아, 안 그래도 되는데, 주저하지 말고 좀더 풀어져도 되는데…’ 그런 생각이 들어요. 전 사실 예능으로 제 인생 포맷을 새로 깔았잖아요. 그런데 해보니까 다 똑같아요. 대중들의 평가를 받는다는 건 같은데, 그래도 <강심장> 녹화가 매번 기다려지고 끝나면 유쾌하고 그래요.
동욱 씨는 정말 럭키해요.
동욱 동엽 신의 힘이에요.
동엽 칭찬을 들으면 전 얼굴이 굳어요(웃음).
동욱 ‘동엽 신’의 진가는 같이 해보면 알아요. 게스트 들었다 놨다 하면서 야한 얘기도 적절히 섞고, 수위 조절은 또 귀신같이 하고. 녹화도 얼마나 알차게 끝내는지, 2주 방송 분을 4시간이면 다 만들어내요.
동엽 전 그게 모두를 위하는 길이라고 봐요. 다만 PD가 좀 불안해 하긴 하지만.
하하. 정말 스태프들의 사랑을 받으시겠어요. 그런데 어쩜 그렇게 콩트를 잘하세요. 지금도 <여자 셋 남자 셋>이나 <헤이 헤이 헤이>의 콩트가 그리워요.
동엽 전 데뷔 때부터 콩트를 했어요. 고등학교 방송반 할 때도 콩트 연기를 하고, 대학 때(서울예대 연극과)도 딕션이 좋은 편이었어요. 콩트는 자연스럽게 과장해서 말하는 거예요. 코미디언들이 꼭 거쳐야 하는 통과제의라고 생각해요.
예전과 요즘이 어떻게 다르게 다가오나요?
동엽 옛날에는 남을 웃겨야 하는 게 힘들었어요. 가수는 노래 잘하면 되고, 배우는 좋은 대본 만나면 되는데, 우리는 상대 얘기를 들어야 웃길 수 있고, 콩트 아이디어도 직접 짜내야 하죠. 난 재능이 많지 않은데 너무 힘들었어요. 그런데 최근 한눈 안 팔고 방송하면서 늦은 자신감을 찾았어요. 그 사이 7년간 회사 만들고, 그게 꼬이고 배신도 당하고, 다시 기능성 슈즈 사업도 했다가 주식도 스트레스 받고…, 이제 거기서 빠져 나와서 머리가 맑아진 지 1년 정도예요. 예전에 <헤이 헤이 헤이> <쟁반 노래방> 등 하는 거마다 히트 칠 때는 내가 이 정도로 사랑받을 만큼 재능이 있는 건가 불안했는데, 지금은 무조건 행복하고 감사해요. 다양한 사람들 만날 수 있는 내 직업이 새삼 행복하다고 느껴요.
지금 남을 웃기는 건 소통을 위해서인가요, 쾌락을 위해서인가요?
동엽 51 : 49 정도로 쾌감이 앞서요. 0.1초의 마약 같은 쾌감이 있죠. 토크할 때도 그렇고, 콩트 짤 때도 그렇고, 빵 터지는 반응을 보면 말로 표현하기 힘들 만큼, 내 자신이 좋아요.
콩트와 토크 어느 쪽에 더 애정이 있나요?
동엽 콩트가 남성이고 토크가 여성이라면 전 완벽하게 온 인류를 사랑하는 바이섹슈얼이에요.
그럼 개그적 쾌감의 중추는 어디인가요? 입인가요? 손인가요? 눈인가요? 가슴인가요?
동엽 눈이겠죠. 낚시라면 손맛이겠지만, 개그는 눈맛이에요. 방청객들이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지 못하는 모습을 볼 때 극한의 오르가슴을 느끼거든요.
그런데 지금 문득 보니, 두 분 외모가 정말 다르네요. 동엽 씨는 ‘눈 코 입’이 자분자분 몰려 있고, 동욱 씨는 굉장히 크고 진하게 생겼어요.
동엽 동욱이 얼굴엔 ‘날 굳이 싫어할 이유는 없지 않느냐’ 같은 미남의 여유가 배어 있죠. 동욱이는 남자가 봐도 멋져요. 저 친구는 욕심을 부려도 선을 넘지 않아요. 오늘 <보그> 화보만 해도 그렇거든요. 동욱이가 제안해서 시작한 건데 그 과정 속에서 서로 즐거운 마음만 갖고 왔잖아요.
동욱 제가 형한테 교육 받은 게 하고 싶은 거 있음 주저없이 해라,예요. 신동엽 . 이동욱이 호스트인데, PD가 <강심장> 얼굴을 망가뜨리겠냐? 그러니까 자기 검열 없이 하고 싶은 대로 하면 지혜롭게 편집해줄 거라고 믿는 거죠. 그게 큰 위로가 돼요.
동엽 스타가 되려면 대중들에게 일단 호감을 줘야 하거든요. 그런데 그게 결국은 인품이에요. 처음엔 대중들이 호감을 가졌다가 결국 비호감으로 들통나는 경우도 있어요. 반대도 있고. 그 바탕엔 인품이 있어요. 동욱이는 일관된 호감형이라는 것이 굉장히 큰 강점이에요.
동욱 <강심장> 제의가 오기 전에 사실 리얼 버라이어티 섭외가 왔었어요. 그런데 아무래도 제 입장에서는 ‘MC’ 쪽으로 가는 게 맞겠다 싶었어요. 제가 경험 많은 중년도 아니고, 30대 초반 배우인데, ‘리얼’로 가면 쉽게 말해 밑천이 너무 드러나는 거죠. 지금은 게스트들의 에피소드를 듣는 게 연기적으로도 정말 도움이 돼요.
동엽 나는 뭐든 힘을 빼는 게 좋다고 봐요. 행복하게 사는 비결은 힘을 빼는 거거든.
동욱 형은 거의 천안 삼거리 능수버들이에요. 이래도 흥, 저래도 흥. 저도 그래요. 배우면 어떻고 연예인이면 어떠냐. 그런데 동엽이 형은 알고 보면 20년간 정상을 누려보고 하는 얘기잖아.
동엽 씨는 지금 제3의 전성기를 맞고 있죠.
동엽 하하. 그래서 굉장히 즐거워요. 절더러 새삼스레 ‘섹스립’이라고 하는데, 전 중3 때부터 야했어요. 그 방면엔 일관되게 독보적이었다구요. 성인시트콤 제작, 건강한 성인 토크쇼 MC가 10년 전부터 꿈이었던 사람이 저예요.
동욱 이성미 선배도 그러셨어요. “동엽이는 20대부터 한결같이 야해.”
동엽 씨는 사디스트에 가까워요? 마조히스트에 가까워요?
동엽 전 사디스트에 가까워요.
동욱 사디스트가 뭐죠?
동엽 차라리 내가 상처 받는 걸 자처하는 사람. 마조히스트는 상처를 줄 때 쾌감을 느끼는 사람이야. 저는 절대 삐치지 않아요. 저는 어떤 사람이라도 그 장점을 발견해내는 특별한 재능이 있어요.
혹시 변태적 기질이 있다고 생각하세요?
동엽 저는 지극히 정상이에요. 다들 나약하고 고독하고 외로운 사람들이 안 그런 척 싸움을 하고 살잖아요. 나는 내가 행복하다고 느끼는 게 중요해요. 사람들의 눈에 행복해 보이는 게 아니라. 그래서 정상이죠.
마지막으로 신동엽은 어떤 인간이에요?
동엽 저는 인간을 볼 때 두 가지를 봐요. 애냐, 어른이냐, 양인이냐, 음인이냐. 전 일단 음인이에요. 그리고 어른을 좋아하죠.
과연, 야릇한 신사시군요.
- 에디터
- 패션 에디터/ 이지아, 피처 에디터 / 김지수
- 포토그래퍼
- 김영준
- 스탭
- 스타일리스트 / 서정은(신동엽), 윤은영(이동욱), 헤어 / 예원상(블래스바버샵), 채수훈, 메이크업 / 이미영, 세트 스타일리스트 / 다락(Da;r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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