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태양의 눈부신 청춘! 2
태양이 다시 떠올랐다. 두 번째 솔로 음반 <Rise>의 의미 그대로 그의 인생은 이제 막 찬란한 아침을
여는 중이다. 알록달록 캔디처럼 달콤한 아가씨들과 함께 뜨겁게 춤추는 태양의 눈부신 청춘!
전 이번 앨범이 딱 태양의 나이다운 음악이란 생각이 드는데… 1집이나 싱글도 물론 세련된 음악이었지만, 아무나 입을 수 없는 감각적이고 트렌디한 옷들을 풀 착장한 느낌이었다면, 이번 앨범은 자연스러워서 좋았어요.
이번 앨범 재킷 사진만 봐도 아시겠지만, 최대한 뭔가를 하지 않으려고 했어요. 그거 하나는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어요. ‘눈, 코, 입’도 그렇고 이번 앨범만큼은 그냥 저에게서 나오는 음악을 한 거예요. 음악적인 장르를 떠나 당시 제가 느낀 감정을 그대로 담은 거죠. 사고처럼 우연히 만난 곡들도 있고요.
예를 들자면 어떤 사고죠?
‘버리고’ 같은 경우가 그래요. YG는 스튜디오가 24시간 돌아가거든요. 새벽에 작업을 마치고 집에 가는데 누군가의 작업실에서 그 음악의 인스트러먼트가 흘러나왔어요. 복도에서 멜로디를 듣고는 바로 데모를 만들었죠. ‘아름다워’도 비슷해요. 보통 프로듀서들이 프로그램을 새로 깔면 막 러프하게 아무거나 만들거든요. 테디 형이 새로운 소스들로 장난치던 걸 제가 듣고 너무 마음에 든다고 가져온 거예요.
어쩐지 장난스럽고 자유분방한 느낌이 들더라고요. 오늘 촬영장 분위기와도 딱 어울리고요. 그런데 왜 ‘아름다워’만 영어 제목이 ‘Body’예요?
저희는 무조건 ‘바디’가 타이틀이라고 생각했는데, 사장님께서 무조건 ‛아름다워’가 낫다고….
딱 2초 출연하는 씨엘의 목소리도 인상적이에요. “My 머리 어깨 무릎 발, It’s better than yours.”라는 가사는 씨엘이 즉흥적으로 쓴 건가요? 그 노래를 즉석에서 만들었다고 했잖아요.
원래 그 부분에 켈리스의 ‘밀크셰이크’란 노래를 샘플링해서 넣었거든요. 전체 가사가 “너의 바디가 너무 아름답다”는 거니까, 그에 답하듯 영어로 썼는데, 샘플 피처링을 할 수 없다고 하더라고요. 갑자기 우리 회사 아티스트의 노래로 대체해야 해서 그렇게 됐어요. 이번 앨범 들어보면 숨은 피처링이 꽤 많죠.
9번 트랙 ‘Love You To Death’ 중간에 들어간 여자 목소리도 씨엘이죠?
네, 흐흐. 씨엘을 가장 많이 쓸 수밖에 없는 게 저희로서는 갑자기 ‘여자 목소리가 필요하다’ 하면 계속 스튜디오에 있는 사람을 빨리 데려와 써야 하거든요. 그러고 보면 얘는 참 항상 필요할 때 옆에 있어요. 씨엘이 제일 잘하기도 하고요. 사실 9번 트랙 같은 경우는 씨엘 아니면 그런 소리를 낼 수가 없어서 그렇게 했는데, 사운드 이펙트로 목소리를 심하게 왜곡시키다 보니 피처링에 이름을 넣으면 오히려 좀 이상하겠다고 서로 얘기가 된 거죠.
또 다른 카메오들도 궁금해요!
이번 앨범엔 백그라운드 보컬이 필요한 곡이 좀 많았어요. ‘이게 아닌데’라는 곡의 맨 마지막에 들어간 클라우드도 사무실 사람들이 모두 들어가 노래한 거예요. 작곡가 형들, 지하에 있던 연습생들 다 같이 해서.
숨은 소리 찾기 재밌네요. ‘이게 아닌데’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이번 앨범에서 가장 낯설고 의외였어요. 어쿠스틱 기타 반주에 맞춰 노래하는 태양이라니!
네, 저도 사실 그 노래 녹음하면서 제일 힘들었어요. 노래 제목처럼 ‘이게 아닌데…’ 그런 생각 많이 했죠. 흐흐. 팝과 브리티시 록이 많이 가미된 곡인데 워낙 제 감성이 아니다 보니까 이해하기 힘들었어요. 물론 머리로는 알죠. ‘이 노래를 내가 했을 때 좀 유니크하겠다.’ 그런데 처음엔 감을 못 잡겠더라고요. 그래서 가장 많이 녹음했어요.
피아노 치는 것처럼 기타 연주도 가능해요?
아뇨, 잘 치고 싶긴 하죠. 특히 일렉트릭 기타.
역시 멋을 추구하는군요. 요즘도 스케이드 보드 타요?
스케이드 보드는 2년 전에 많이 탔고, 요즘엔 주로 자전거 타요. 아마 보면 깜짝 놀랄 거예요. 너무 일반적인 일반 자전거라. 흐흐. 요즘 자전거 타기 딱 좋은 날씨잖아요. 그거 타고 그냥 집 주변이랑 한강 같은 곳 돌아다녀요.
지난해 <보그 리빙>에도 소개된 그 멋진 집은 지금도 그 상태 그대로 유지되고 있나요? 여전히 딸기 향이 감돌고요?
아, 과일 향이 좀 나긴 하죠. 거의 그때 그대로예요. 최대한 집을 깔끔하게 해놓고 싶은데, 요즘은 음반 활동을 시작해서 옷가지도 여기저기 널려 있고 좀 엉망이에요.
다른 멤버들은 옷이나 가구, 미술품 같은 걸 수집하기도 하던데….
전 ‘메모리’를 수집합니다. 흐흐. 기억 진짜 잘해요.
용량이 꽤 되겠어요? 왜 ‘눈, 코, 입’ 뮤직비디오 메이킹 영상에서 그런 말을 했잖아요. 이 노래는 본인의 이야기를 담은 거라고.
지나간 연인에 대한 그리움을 쓴 곡인데, 당시 제가 정말 외로웠거든요. 그런 아픈 마음을 표현하기 가장 적당한 시기에 그 곡이 나온 거죠.
한참 꽃 필 무렵이었네요. 3개월 전에 곡이 나왔으니까.
네, 딱 봄이 오던 시기.
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 그때?
뭐… 모르겠어요. 흐흐.
사실 자기 얘기라고 굳이 말 안 해도 되잖아요. 왜 그랬어요? 사람들이 다 이렇게 물어볼 텐데.
제 얘기니까요. 그래서 그런 곡을 쓴 거고. 설명하긴 어려운데, 녹음할 때도 정말 슬펐어요. 제 진짜 감정이니까.
슬퍼죽겠는데 가사가 써져요?
그때는 메모장에 3페이지 이상은 다 그런 내용이었어요. 일기처럼. 그래서 음악이 좋은 것 같아요. 감정을 추스르기 위해 곡 작업에 매달리다 보면 또 그래서 곡이 써지고. 슬플 때나 화날 때나 즐거울 때나. 앨범이 나오기 전에 트위터에 막 쓴 글이 있는데, 어떻게든 이번 앨범만큼은 매 순간을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했어요. 최대한 솔직하게 그때의 감정과 느낌을 음악으로 풀어내려고 굉장히 애를 썼어요.
그럼 가장 즐거웠던 순간은 언제예요? 지디와 같이 작업한 ‘링가 링가’는 친구들끼리 유쾌한 파티를 벌이는 것처럼 신나잖아요.
즐거웠던 건 너무 많아서 꼽을 수가 없어요. 빅뱅 멤버 다섯 명이 함께 있으면 전 세상에서 제일 즐거운 것 같아요. 그건 확실해요. 이 친구들과 있을 때 제일 많이 웃어요. 음악 작업을 계속하다 보면 제 나이를 자주 잊게 되거든요. 그런데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도 20대에 느낄 수 있는 감정들을 잊지 않게 해주는 게 그 다섯 명이에요. 모이면 서로 놀리면서 대부분 시간을 보내는데, 정말 재밌어요.
멤버들은 요즘 뭘 하고 지내나요?
탑은 영화 찍고, 승리는 드라마 <엔젤아이즈>에 출연 중이고요. 대성이는 일본에서 곧 새 솔로 앨범이 나오고, 지용이는 계속 바쁘게 활동하다가 조금 쉬고 다시 빅뱅 앨범 같이 구상하고 있어요.
8월에 일본에서 첫 솔로 투어 콘서트 시작하잖아요. 기분이 어때요?
앨범을 빨리 내고 싶었던 이유 중 하나가 공연이었어요. 무대에서 팬들을 만나고 싶은 거. 방송은 감정을 나누기 힘들고, 콘서트는 너무 짧아 아쉽고, 가장 재미있게 할 수 있는 게 투어인 거 같아요. 물론 혼자 다니는 투어는 다섯 명이 함께 할 때만큼 신나진 않겠죠. 준비할 때나 공연을 기다리는 시간이나. 그런데 또 무대에서 제가 갖는 추억이 있으니까요.
예전에 지디 월드 투어 할 땐 태양이 절반 정도 같이 하기도 했는데, 이번엔 어떤 멤버가 함께 해요?
모르겠어요, 다들 바빠서. 지용이에겐 이미 제가 도와준 것 이상의 충분한 도움을 받았고요. 앨범 작업은 물론 첫 방송 때도 함께 해줬으니까.
오늘 촬영엔 빅뱅 멤버들을 대신해 네 명의 모델들을 초대했어요. 우린 이걸 ‘아름다워’에 딱 어울리는 미니 뮤직비디오로 만들려고 해요. 보그닷컴에도 올리고요.
재미있었어요.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네요.
참, 프로듀서 테디는 이번 앨범에 대해 뭐라고 하던가요?
테디 형이 마지막으로 앨범 정리하면서 한 얘기는 “잘 만든 앨범”이란 거였어요. “요즘 같은 시대에 아홉 곡짜리 앨범을 만들기는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그래서 네가 4년이 걸린 거다”라고요.
4년이면 대학 학사 과정을 끝낼 만큼 긴 시간인데, 축하해요! 이제 졸업했네요. 어떤 특급 칭찬을 받고 싶어요?
아까 이미 들었잖아요. 덕분에 제가 앨범을 만들면서 담고자 노력했던 생각들이 다른 사람에게 전해졌다는 걸 알았어요. 그럴 때 가장 기분이 좋은 것 같아요. 사실 오늘 좀 피곤했는데 진짜 신나서 촬영했어요.
칭찬은 태양도 춤추게 하는군요. 인생을 긴 하루로 봤을 때, 지금 태양은 저 하늘 어디쯤 떠있을까요?
제 앨범 제목처럼 이제 막 ‘Rise’한 상태겠죠. 아직 날이 밝진 않았고, 사방으로 빛을 뿜으며 동터오는 반쯤 걸린 상태. 지금 현재의 모습으로 저를 판단하긴 아직 일러요. 이제 시작이니까.
- 에디터
- 스타일에디터 / 이지아, 피처 에디터 / 이미혜
- 포토그래퍼
- HONG JANG HYUN
- 모델
- 태양, 최아라, 여혜원, 정호연, 황세온
- 스탭
- 스타일리스트 / 지은, 헤어 / 김태현(이가자 헤어비스), 메이크업/ 임해경, 세트 스타일링 / 다락(Da;r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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