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민아, 주지훈의 달콤한 러브 스캔들
베티붑처럼 살랑거리는 머리칼을 흔들며 사랑스럽게 미소 짓는 그녀에게 그 누가 흠뻑 빠지지 않을 수 있을까? 영화 〈키친〉의 주인공 신민아와 주지훈의 달콤한 러브 스캔들이 〈보그〉를 통해 패셔너블하게 재현됐다.
연분홍 꽃물처럼 발그레한 두 뺨을 지닌 그녀의 이름은 모래(신민아). 마르고 반듯한 몸에 껑충 키가 큰 남자는 두레(주지훈). 자유로운 감성의 이 젊은 요리사는 세계를 떠돌다 한여름날 같은 인생의 어느 순간 모래와 마주친다. 그러니까 이건 영화 〈키친〉의 스토리와 두 주인공의 감성 어린 인터뷰로 재구성한 어른들의 동화. 영화적 진실과 환상을 오가는 이 짧은 소설 속에서 신민아와 주지훈은 다시 한번 모래와 두레가 되어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를 들려준다.
모래는 지금 언젠가의 여름을 생각하고 있다. 마당엔 등꽃이 만발했고 오레가노 향기가 가득한 연둣빛 계절이었다. 결혼 1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남편의 선물을 사러 전시장에 들렀던 그 날, 모래는 한 남자를 만났다. “전날 밤의 꿈처럼 처음 본 그와 사랑을 나누었어요.” 쿵 하고 심장이 내려앉는 것도 아닌데 그렇게 흘러버렸노라고, 조그맣게 달싹거리는 붉은 입술이 젖 은 목소리로 말했다. 두레도 기억하고 있다. “들어가선 안 될 곳이었어요. 우린 어쩌다 경비를 피해 숨었는데 유리창에선 마침 나른한 햇살이 들어와 하얗게 부서졌죠. 태양은 뜨겁진 않았고, 그 순간, 왜 그런 느낌 있잖아요? 토요일 날 수업이 끝나 교실 밖에 나왔는데, 어쩐지 오늘 시내에 나가면 상큼한 일이 있을 것만 같은 설레는 기분.” 모래와의 키스는 우연히 부딪힌 두 손의 산뜻한 맞잡음, 그 섹스는 낯설지만 친숙한 존재 간의 싱그러운 인사 같은 것이었다. 두레는 그 해 여름 내내 그녀를 위한 요리를 만들었다. 소몽을 얇게 저민 앙트레, 샤프론으로 향을 낸 부야베스, 화이트 와인식초를 몇 방울 떨어뜨린 니스 샐러드. 프랑스에서 온 그는 끝내 주는 요리사다. 문제가 있다면, 그가 요리하던 주방이 다른 남자의 소유라는 사실이었지만… 그녀는 이미 결혼을 했다. 그것도 자신을 서울로 불러들인 가장 친한 형의 아내다. 한숨나는 내연의 남자와 바람난 유부녀, 불쌍한 남편의 기묘한 동거. “마음은 어쩔 수 없잖아요.”
두레가 말했다. “그녀에게도 불순한 의도나 나쁜 마음이 있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백마디 말을 나누는 것보다 손을 한 번 잡는 편이 상대에 대해 더 많은 것을 느끼게 하잖아요? 단지 느낌일 뿐이지만, 그녀를 안았을 때 알았어요.” 당신의 나이가 몇이며 어떤 상황에 놓여 있 든 사랑이 시작되는 순간의 감정 자체는 순수하다. 어떻게 표현하느냐의 차이일 뿐. 두레는 더 이상 고민하지 않기로 했다. 그저 현재의 사랑이 끝인 것처럼 지금의 이 감정에 충실하게! “어떻게 미래를 알아요? 나는 현재에 살고 있는데… 아프게 끝날 수 있지만 아닐지도 모르잖아요.” 두레는 형이 잠든 침실에서 모래의 이마에 입을 맞췄다. “난 정말 진심일 뿐인 걸요.” 그 무렵 모래는 행복했던 것 같다. 벤자민나무가 자라나는 아일랜드 조리대 위로는 신선한 햇살이 내려앉았다. “별것 아닌 말 한마디에도 기웃거리게 되고, 계속 쳐다보게 되고… 그땐 두레가 그랬어요.” 모래가 지난 시간의 애정이 묻어나는 살림살이들을 반들반들 쓸고 닦는 동안 주방에선 종종 두 남자가 함께 요리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릇들이 달그락 부딪히고 달큼한 향기가 집안을 메웠다. 동화 같은 주방에선 마술처럼 매일같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맛이 탄생했다. 정겹고 익숙한 밥상이 차려지던 식탁엔 처음 맛보는 맛깔스러운 요리가 함께 올랐다. 무엇이 더 좋았는지는 모른다. 그리고 그 앞엔 언제나 옆에 있던 공기 같은 한 남자와 예측 불가능한 두레가 앉아 있었다. 누구를 더 사랑했는지도 알 수 없다. “사랑의 정의가 무엇 인지는 모르겠지만, 둘 다 사랑이었다고 생각해요. 너무 쿨한 것일지도 모르지만….” 아스라 히 이어지는 줄을 타고 부드럽게 넘어가는 감정의 줄타기. 그래서 두레와 모래는 영원히 행복했을까? “인생에 있어 사랑이란, 사실 안 하면 모르는 거고 힘들 일도 없는 거잖아요. 그런 데요. 설령 몸에 해로운 음식일지라도 굶는 것보단 맛보고 느끼는 거, 그게 맞는 거라고 생각해요.”
다시, 달착지근한 솜사탕 냄새로 어지러운 서울의 한 스튜디오. 영화 속 캐릭터가 되어 지난 사랑을 회고하던 두 주인공은 이제 자신의 기억속 키친에서 맛있는 사랑을 만들어주었던 그 사람들에 대해 생각한다. “전 사랑을 할 때 제 감정에 솔직하고 좋으면 한없이 표현하려고 해 요. 그리고 싫어졌을 땐, 이별을 해요. 그런데 이별은 어떤 이별이든 잔인하잖아요. 난 그래야 거짓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그로 인해 상대가 상처 받고 또 내가 상처 받는다는 게, 그게 나의 서툰 방법이 아니었나… 사람이 만나다 보면 정도 들고 익숙해지는 건데… 어디에 정답이 있는 건진 모르겠어요. 그래도 단 한 번뿐인 인생인데, 솔직하게 표현하는 게 옳은 거라고 여전히 믿어요.” 솜사탕처럼 머리카락을 둥글게 말고 카메라 앞에 선 신민아는 모래만큼이나 달콤하고 사랑스럽다. 두레와 주지훈은 알록달록 마카롱을 앞에 두고 도대체 언제부터 사랑 이 시작되었음을 느끼는지 고민한다. “모르겠어요. 그런 감정은 그냥 갑자기 툭 튀어나와요. 어떤 사건이 있어서가 아니라, 평소와 다름없이 얘기를 나누던 어느 순간. 그때부터 고민이 돼요. 말할까, 말까. 그런데 늘 말했어요. 정말 짧은 순간 엄청나게 밀도 있게 고민을 하고 나서! 왜냐면 무섭거든요, 차이는 건.” 영화 속과 밖의 두 청년은 꼭 닮아 있다. 장난스럽지만 밉지 않고, 유쾌하나 속은 깊다. 말쑥하게 차려 입은 그의 머리 위에 마법사 모자가 씌워졌다. 신민아와 주지훈이 솜사탕이 주렁주렁 매달린 기묘한 나무 아래에 섰다. 시간은 다시 흐른다. 키친엔 여전히 모래가 앉아 있다. 테이블 위로 한낮의 햇살이 한 움큼 툭 떨어지자 그제야 고개를 든다. 창문을 열어 바람을 들이며 그녀는 생각했다. ‘다들 햇살 같은 사랑을 하고 있는 데 그걸 모르고 지나치는 게 아닐까…?’ 더 많은 시간이 흐르자 그곳엔 아무도 없다. 벤자민 나무가 자라나던 조리대는 비었고, 텅 빈 집엔 꿈결처럼 오레가노 향기만 남아 푸른 기억의 언저리를 떠돈다. 아주 오랜 후에 누군가 그때의 일을 묻자 두레는 이런 말을 했다. “여름은 분명 언제나 더운데, 이상하게 그 해 여름은 굉장히 밝고 시원하게만 기억돼요. 아마 즐거운 날의 기억이라서 그런가 봐요.”
- 에디터
- 손은영, 이미혜
- 포토그래퍼
- 강혜원
- 모델
- 신민아
- 아트 디자이너
- 홍예영
- 스탭
- 헤어 / 박선호, 메이크업/이지영, 세트 스타일링/이정화(씨에스타)
- 브랜드
- 로에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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