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색조 매력, 이효리의 쇼 타임 2
황량한 벌판 위 서커스 천막에서 만난, 화려한 무대 분장과 섹시한 하이힐의 아름다운 쇼걸. 팔색조 같은 매력을 뽐내는 이효리의 쇼 타임!
나는 거기에 팀 워커 스타일의 세트 아이디어를 더하기로 했다. 텅빈 넓은 벌판 위에 세워진 서커스장과 그곳 백스테이지라면 어떨까? 이효리가 원하는 무드와 유머, 그 밖에 다양한 설정이 가능하지 않을까? 벌판이야 인천 공항 근처에 가면 얼마든지 널려 있을 것이고, 거기에 간이 서커스 세트를 뚝딱 세우고 그녀를 공연 준비 중인 무희로 변신시키면 모든 것이 완벽할 것 같았다. “와, 정말 근사할 것 같아요! 그동안 보지 못했던 이효리의 모습을 끄집어낼 수 있을 것 같아.” 사진가 홍장현의 머릿속에 절로 그림이 그려지는 찰나, 때마침 스마트폰으로 이효리가 사진을 전송해왔다. 린드버그가 야외에서 촬영한 흑백 화보 한 컷. 이건 그녀와 우리 사이의 운명의 텔레파시였다!
다시 촬영 당일로 돌아가보자. 그렇게 모든 스태프들이 모여 준비를 시작한 지 2시간 후, 첫 컷 촬영이 시작됐다. 비즈 장식이 화려한 보디수트에 오버 사이즈 트렌치코트를 걸친 섹시한 무희 이효리가 등장하자, 모두는 입이라도 맞춘 듯 “와, 멋져요!”라 외쳤다. 봄이긴 하지만 4월초의 날씨는 매서웠다. 그야말로 꽃샘추위가 한창인 쌀쌀한 날씨(가만히 있으면 손이 꽁꽁 얼 정도). 그녀는 노련한 모델도 견디기 힘든 얇디 얇은 드레스와 보디수트 차림. 하지만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씩씩하게 대답하며 카메라 앞에서 여유 있게 포즈를 취했다. 사실 전문 모델이 아니면서 포즈를 그리 자유자재로 취할 수 있는 셀러브리티는 처음봤다! 그녀는 비운의 여주인공처럼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고, 말괄량이 아가씨처럼 깔깔 웃으며 뛰어다니기도 했고, 사연 많은 여인처럼 담배를 한 모금 빨아 길게 내뿜는 연기도 했다(쇼걸로 빙의한 듯, 글래머러스한 몸매를 맘껏 드러내며 섹시 디바의 이미지를 한껏 뿜어낸 그녀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오후가 되자 날씨도 조금 풀려 우리는 계획한 대로 어떤 훼방꾼(허허벌판이었기에)도 없이 무사히 촬영을 마칠 수 있었다. 사진가 홍장현은 즉흥적으로 포즈를 끌어내기도 하지만, 시나리오 작업처럼 미리 밑그림을 꼼꼼하게 그린 후 콘티대로 촬영하는 방식을 즐기는 사진가. 이효리의 경우엔 그런 촬영 방식이 큰 도움이 됐다. 미리 포즈를 구상하고 거기에 그녀만의 아이디어를 더할 수 있었으니까.
이효리가 누구인가. 지난 2년간 봉사와 기부, 그리고 건강한 아름다움의 아이콘으로 눈덩이처럼 불어난 멋진 수식어들과 함께 숨가쁘게 살아온 그녀(실제로 그녀는 주말마다 유기견 보호와 동물사랑을 실천하는 동물애호가, 육식의 유혹 앞에서 갈등한다고 고백하는 솔직한 채식주의자로 유명하다). 이제 그녀는 새 앨범으로 다시 한번 무대 앞에 서길 원한다(5집 앨범은 5월 중에 공개된다!). 그리고 그날 <보그> 카메라 앞에선 이효리는 분명 디바의 자리로 되돌아갈 완벽한 채비를 마친 모습이었다. 촬영 중간중간 드라이어로 손을 녹이고 휴지로 코를 닦을지언정 전혀 불평하거나 응석 부리지 않았고, 스스로를 너무 늙었다고 자조하면서도 눈가에 주름이 자글자글 지도록 환하게 웃으며 촬영을 즐겼다. 유행 지난 청바지에 슬리퍼를 신고도 외출할 수 있는 여자, 하지만 화려한 조명이 늘 뒤쫓는 스타. 밤새 수다 떨며 깔깔댈 수 있는 친한 여동생 같은 여자, 하지만 농염한 자태와 팔색조처럼 변하는 카리스마로 관객들을 사로잡는 디바. 그게 바로 이효리다.
- 에디터
- 패션 에디터/ 이지아
- 포토그래퍼
- 홍장현
- 스탭
- 헤어/한지선, 헤어/ 홍성희(정샘물 인스피레이션), 세트 스타일리스트/이현민(슈가홈), 메이크업 / YSL 뷰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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