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L>의 현장 속으로 들어간 톱 모델 <1>
<보그>의 톱 모델들이 대한민국에서 가장 핫한 성인 코미디쇼 <SNL(Saturday Night Live)>의 현장 속으로 들어갔다. 당대의 하이패션이 금기를 넘어선 당대의 하이코미디와 결합하는 순간, 세상 어디에도 없을 야릇하고 뜨거운 패션 풍경이 만들어졌다.
우리 아이돌이 달라졌어요
‘상암동 샤론 스톤’으로 분한 안영미가 재범에게 수갑을 채운 채 애간장을 태운다. 안영미는 언제나 유쾌하게 저돌적으로 들이댄다. 그리고 박재범은 <SNL>에서 카리스마 넘치는 안영미의 ‘애완돌’ 역할을 할 때도, 특유의 신선한 ‘버터 냄새’로 매끄럽게 성적 충돌을 피한다. ‘아이돌’을 성인으로 대하는 안영미의 제스처도 능란하지만, ‘아이돌’의 틀을 깨는 재범의 능청스러운 ‘선행 학습’도 고무적이다. <SNL>을 찾는 아이돌이 점점 더 늘고 있다. 2AM과 포미닛에 이어, 원조 아이돌그룹 신화까지. 안영미는 화통한 화법 그대로 말한다. “재범 씨랑 붙을 때 행복해요. 어떤 다른 크루와 연기할 때보다 행복하지요. 하하.”
슈퍼 에로티시즘
안영미는 자신의 가슴이 멜론만하다고 자부한다. 그녀의 질펀한 성인 허풍 연기는 ‘코미디 빅리그’의 김부선 패러디에서 이미 좌중을 매혹시켰다. “그 캐릭터가 너무 편해요. 무슨 말을 해도 용서가 되죠. ‘분장실 강선생’ 이후에 성대 결절이 왔는데, 걸걸한 목소리가 더 김부선 역에 어울리게 됐어요.” 보는 사람도, 하는 사람도 위태위태한 ‘19금 라이브쇼’가 안영미에게는 거친 호흡을 고르는 ‘산소방’이다. <SNL>에서는 영화 <봄날은 간다>의 이영애를 패러디해 순진한 호스트들을 유혹한다. “라면 먹고 갈래요?” 콧구멍으로 라면 면발 빠는 수작이지만, 신화의 앤디까지 넘어갔다!
페디큐어 페티시즘 — 발톱이 성감대인 톱 모델의 비애
발톱이 성감대인 톱 모델이 비밀병기인 킬힐을 벗고 페디큐어 고문을 당하고 있다. <SNL>의 막내 크루인 86년생 권혁수는 톱 모델 한혜진의 에로틱한 포스에 압도당해 꽉 끼는 바지가 터질 지경이다. <SNL>에서 마이크를 든 모범생 기자 역할로 종종 등장하는 권혁수는 ‘콩트’에서나 ‘화보’에서나 공부하는 자세가 단연 일품. “모델 분이 엄청난 열기를 발산하니 저는 숟가락만 얹어도 되겠어요. 하하. 발가락 페티시즘은 없지만, 발끝이 저릿저릿하게 발라드릴게요.”
놀이터에선 모두가 친구
최초의 여성 대통령 ‘박그네’로 빙의한 정성호가 만면에 미소를 띠고 그네의 보좌에 오르면, 천진난만한 해양수산부 장관 역의 정명옥이 그네를 밀며 천진난만하게 묻는다. “거, 수산시장에 붕어빵도 거래되던가요?” 매사에 시니컬한 지식인 ‘진중건’의 김원해까지 끼어들면, 여기는 이판사판 좌우가 함께 노는 ‘난장판 놀이터’. <SNL>의 크루들조차 ‘정체를 모르겠다’고 감탄하는 ‘모사의 천재’ 정성호는 그 넓고 온화한 안면으로 세상의 얼굴을 다 흡수할 참이며(“함께 사는 아내와 딸도 저를 보고 헷갈려 합니다. 하하.”), MB와 진중권이라는 정치적으로 극단의 캐릭터를 소화하는 ‘연기의 달인’ 김원해는 여전히 진정성과 완성도에 신경 쓰는 정통 정극 배우이기에 고민이 많다. 욕쟁이 할머니로 물이 오른 정명옥만이 넘쳐 오르는 에너지를 주체 못해 그네를 붙잡고 부르짖는다. “<SNL>은 저에게 금광이지요. 미남을 강간하는 ‘광년이’ 역할까지 넘보고 있답니다!”
이렇게 하면 널 가질 수 있을 줄 알았어
신동엽의 적극적 구애로 <SNL>에 들어온 박재범. 재범의 재능은 천진난만한 표정에 있다. “한국 사람은 어떤 규칙에 매여 있는데, 그 친구는 자유로워요. 심지어 녹화 중에 엉덩이를 까도 ‘Why Not? No Problem!’이라고 하죠”라고 선배 크루 김원해는 말한다. 어쩌면 진짜 정신적 금기가 없는 사람이야말로 박재범이다. ‘프리스타일’의 재범의 연기에 촬영 현장도 리드미컬하게 출렁인다. 갑자기 모델의 권총 바나나를 빼앗아 맛있게 먹어치운다거나 웃통을 벗고 바닥에 누워버린다거나. “저에게 <SNL>은 연기할 수 있는 플레이그라운드죠. 그 나머지는 제게 전부 음악으로 존재하니까요.” 재범의 표정 연기가 가장 돋보였던 ‘최민수 편’의 ‘홀리데이’를 패러디해서 “이렇게 하면 널 가질 수 있을 줄 알았어”를 만들었다.
이상한 나라의 페니스
소년 유세윤이 성인들을 위한 놀이동산 ‘이상한 나라의 페니스’에 입장했다. 일본의 에로티시즘 사진작가 아라시 노부요키의 사진집에 등장할 만한 육감적인 여자로 모델 김원경과 서유리가 얌전히 세팅돼 있다. 유세윤은 자신이 든 기다란 풍선 놀잇감을 요리조리 관찰 중일 뿐이지만, 뭔가 처분을 기다리는 듯한 서유리의 비장한 표정은 이 신에 코믹잔혹극의 뉘앙스를 더한다. “전 성우 출신이지만, 지금은 <SNL>에서 원조 섹스 심벌로 가랑이가 찢어지고 있어요. 호호.” 서유리는 호스트로 나온 유세윤의 뺨을 연거푸 때렸을 때 최고의 희열을 느꼈다고 한다. “설명할 수 없는 가학적인 흥분 상태에 있었죠.”
- 에디터
- 피처 에디터 / 김지수, 패션 에디터 / 김미진
- 포토그래퍼
- HYEA W. KANG
- 모델
- 김원경, 한혜진, 김원중, 장기용
- 스탭
- 스타일리스트 / 김하늘, 헤어 / 한지선(모델), 유다(SNL), 신동민(박재범), 메이크업 / 김지현(모델), 오미영(SNL), 세트 스타일링 / 장영주, 최서윤, 손예희(Da;r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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