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피들이 매료된 스노 부츠
히말라야 원정대처럼 아웃도어 패딩으로 꽁꽁 싸맨 패피들. 그들의 두 번째 미션은 추위로부터 발가락 끝까지 사수할 것! 스노보드화에서 변형된 스노 부츠가 그 해답이다.
스웨이드 소재에 양털이 포송포송하게 장식된 어그 부츠. 아스팔트까지 꽁꽁 얼어붙는 겨울철만 되면 꺼내 신는 한 겨울 필수품이다. 한때 인기가 치솟아 한여름에도 어그를 신는 사람들이 있었을 정도. 하지만 패션과 동떨어진 호주 출신의 어그는 둔탁하고 뭉툭한 외모로 패피들에게 ‘어글리 어그’로 불리며 외면받기 시작했다. 그리고 여우털이 트리밍된 우아한 모피 부츠와 두툼한 패딩 부츠가 등장했다. 패딩 점퍼의 폭발적인 인기와 아웃도어 시장의 팽창이 특징인 올겨울은 어떨까? 당연히 그 여파가 부츠 시장으로 이어졌다. 바로 스노 부츠의 탄생! 이름만 들어도 하얀 설원이 떠오르는 스노 부츠는 스노보드화와 북극의 아크틱 부츠에서 영감을 받은 디자인에 다양한 모피를 안감으로 사용하거나 패딩으로 감싼 것이 특징이다.
이번 시즌 인기를 한 몸에 받고 있는 이자벨 마랑의 스노 부츠(정식 명칭은 노웰 부츠)는 트레킹 슈즈와 어그가 합쳐진 형태. 무톤 소재에 빨간색 끈이 돋보이는 노웰 부츠는 마랑의 히트 아이템인 하이톱 스니커즈의 인기를 이미 넘어선 상태. “매장에 입고되기 전부터 문의가 빗발쳤습니다. 100만원이 넘는 가격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팔리고 있죠. 다른 스노 부츠와 달리 슈즈 안쪽으로 5.5cm 힐이 숨겨진 것이 특징입니다. 스트랩도 두 가지 컬러로 선택할 수 있죠.” 이자벨 마랑 측은 이미 카피 제품들도 넘쳐나고 있다고 하소연한다. 아닌 게 아니라 인터넷에는 진짜와 가짜를 상세하게 비교 분석한 블로거까지 등장했을 정도다.
이자벨 마랑이 트레킹 슈즈와 어그를 합쳤다면 스포츠 브랜드의 스노 부츠는 트레킹 슈즈와 스노보드 부츠를 합쳐놓은 형태. 하얀 북극곰이 그려진 캐나다 태생의 소렐은 보온 기능이 뛰어난 풋 웨어로 유명하다. 이번 시즌 선보이는 글레이시 익스플로러는 보드라운 플리스 안감을 사용해 보온 기능을 높였고, 미끄럼 방지 기능의 고무창을 덧댔다. 20만~30만원대로 기능성과 패션성을 겸비한 패션 방한용품. 뭉툭한 앞코로 인해 투박해 보이기도 하지만, 코듀로이 팬츠와 야상 점퍼에 매치하면 세련된 겨울 룩을 연출할 수 있다. 역시 캐나다에서 탄생한 아웃도어 전문 브랜드 파잘의 윈터 부츠는 100% 양피만 사용해 영하 40℃에서도 견딜 수 있으며, 눈밭에 뒹굴어도 젖지 않는 탁월한 방수 기능도 갖췄다. 덴마크 슈즈 브랜드 에코(Ecco)에서도 안감을 양털로 감싼 시베리아 라이트 부츠를 선보였다. 발목 부분이 곡선으로 처리돼 다리가 날씬해 보이는 것이 특징. 또 북극에서 신는 아크틱 부츠를 쏙 빼닮은 몽클레르 스노 부츠는 폭신폭신한 패딩 소재인데, 종아리 사이즈에 맞게 조절할 수 있는 스트랩과 캐시미어 니트 안감으로 마무리해 편안한 착용감을 선사한다.
누군가는 도심 한복판에서 알래스카 원정대나 스키장에서 신을 법한 스노 부츠가 웬 말이냐고 하겠지만, 영하로 뚝 떨어져 꽁꽁 얼어붙은 땅에다 빌딩 숲 사이를 매섭게 파고드는 차디찬 바람까지. 마치 알래스카 빙하 위에 서 있는 듯 맹추위가 느껴지는 게 사실. 발가락 끝에서 전해지는 따뜻한 온기를 원할 때, 무엇보다 스타일리시한 겨울 룩을 완성하고 싶을 때, 스노 부츠만 한 대안이 또 있겠나!
- 에디터
- 패션 에디터 / 김미진
- 포토그래퍼
- CHA HYE KY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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