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썹의 힘
오늘 아침 늦잠을 잤다고 치자.
10분 안에 출근 준비를 끝내야 한다면 어떤 선택이 최선일까?
백스테이지 메이크업은 과장되고 우스꽝스러워 건질 만한 아이디어가 몇 안 된다지만, 이번 시즌 발맹만큼은 수많은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이 입을 모아 말하는 미니멀한 뷰티 철학, ‘Less is More’가 뭔지 제대로 보여준 쇼였다. 이날의 메이크업 아티스트는 톰 페슈. 립스틱 대신 무색의 챕스틱(입술보호제)을 바르고, 피부 표현은 소량의 파운데이션이 전부였지만 초라해 보이기는커녕 아주 세련돼 보였다.
톰의 특급 비법이 뭔지 살펴보니 해답은 잘생긴 눈썹에 있었다. 남녀를 불문하고 부티 나고 고상한 얼굴엔 ‘잘생긴 눈썹’이란 공통분모가 존재한다. 데뷔와 동시에 ‘분위기 미인’으로 주목받은 신인 여배우 정은채와 임지연을 떠올려보자. 적당히 도톰하고 잘 다듬어진, 한마디로 잘생긴 눈썹 하나로 메이크업 아티스트들 사이에선 톱스타 김태희, 송혜교, 이민정과 동급으로 평가받지 않나!
‘얼굴’로 먹고 사는 관상학자들과 메이크업 아티스트들이 눈썹을 ‘얼굴의 지붕’이라 말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개그 콘서트>에서 앵그리버드 분장을 한 박성호를 떠올려 보세요. 각진 눈썹 하나로 정말 화난 사람처럼 인상이 드세졌죠?” 베네피트 교육부 백경하 대리의 말처럼, 형태에 따라 전체적인 인상이 좌우되는데다 다른 눈 화장에 비해 눈썹은 대충 봐도 잘 그렸는지 못 그렸는지, 대칭인지 비대칭인지 들통 나니, 메이크업의 완성도를 좌우하는 핵심 부위라는 건 이제 누구나 아는 기본 상식. 그래서일까? 베네피트의 눈썹 관리 전문 살롱 ‘브로우바’ 콜센터로 걸려오는 예약 전화는 하루 평균 600여 건에 이른다.
“요즘 매장을 찾는 젊은 여성들 대부분이 일자 눈썹을 원해요. 눈썹산을 없애도 좋으니 무조건 일자로 정리해달라고 요청하죠. 하지만 얼굴형에 맞는 눈썹은 따로 있습니다. 얼굴형을 고려하지 않은 극단적인 일자 눈썹은 오히려 우스꽝스러워 보이죠.” 바비 브라운 프로 뷰티팀 강승혁 아티스트의 일침에 에스티 로더 글로벌 메이크업 아티스트 알렉스 조도 한마디 거들었다. 이때 포인트는 눈썹산이 아예 없는 일자 눈썹보다는 어느 정도 각이 있는 모양일수록 세련돼 보인다는 것. “눈썹산을 밀어서 만든 투박한 일자 눈썹은 결코 아름다워 보이지 않습니다. 타고난 눈썹 형태를 무너뜨리지 않는 범위에서 트렌드를 참고해 자연스럽게 정리해주는 것이 바람직하죠.”
그렇다면 얼굴형에 맞는 눈썹 모양은 어떤 것들일까? 볼살이 통통하고 얼굴이 동그랗다면 일자 형태는 절대 피해야 한다. 이 경우 눈썹산을 조금 꺾어서 각지게 표현할수록 얼굴이 갸름해 보인다. 각진 얼굴의 경우엔 매끄러운 아치형 눈썹이 제일이다. 길고 뾰족한 얼굴은 요즘 가장 유행하는 일자 눈썹이 가장 잘 어울리는 타입. 걸어 다니는 ‘브로우 바이블’로 불리는 카라 델레빈처럼 눈썹을 일자로 도톰하게 그려주면 얼굴이 한결 작고 갸름해 보인다.
아무리 일자 눈썹이라도 눈썹의 두께는 끝으로 갈수록 가늘어져야 균형이 맞고, 끝을 길게 뺄수록 나이 들어 보인다는 사실은 불변의 진리다. 눈썹의 색깔도 중요하다. 한국 여자들의 눈썹에 가장 잘 어울리는 컬러는 역시 브라운. 부드러운 인상을 주는 동시에 피부톤이 한 톤 이상 밝아 보인다. 초보자라면 펜슬보다는 섀도 타입을 추천하며, 양 조절 실패로 짱구 눈썹처럼 보인다면 브로우 셰이퍼로 쓱쓱 빗어주면 문제없다.
이토록 눈썹에 대한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뷰티 브랜드에선 기발한 브로우 제품들을 속속 출시. 맥은 특별한 협업을 진행하는데, 이름하여 ‘아이콘’ 컬렉션! 그 첫 테이프를 끊은 행운의 여신은 잘생긴 눈썹의 대명사, 브룩 쉴즈다. 눈썹 결을 살려 한 올 한 올 섬세하게 그려 넣을 수 있는 브로우 라이너와 브로우 젤은 ‘쉴즈 라인’의 키 아이템이다.
‘브로우 엑스퍼트’로 칭송받는 베네피트의 신제품도 흥미롭다.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털로 제작한 눈썹 전용 장식과 잔털 관리를 위한 트위저를 세트 구성한 ‘블링 브로우’가 그것! 조르지오 아르마니의 신제품도 눈썹은 물론 헤어 라인에도 사용할 수 있는 다용도 멀티 제품 ‘아이&브로우 마에스트로’는 원래 내 눈썹처럼 자연스러운 효과를 연출하기 위해 로레알 프로페셔널 파리와 합작해서 만든 야심작이다.
누가 화장이 어렵다 말했나? ‘얼굴의 지붕’ 눈썹만 잘 그려도 반은 점수를 따고 들어간다. 초스피드로 예뻐지고 싶다면 지금 당장 눈썹에 투자하시라!
- 에디터
- 뷰티 에디터 / 이주현
- 포토그래퍼
- CHA HYE KYUNG
- 모델
- 홍지수, 한경현
- 스탭
- 헤어 / 한지선, 메이크업 / 이자원, 네일 / 최지숙(브러시 라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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