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트렌드

메종 마르지엘라의 존 갈리아노, 마침내 베일을 벗다!

2023.02.20

메종 마르지엘라의 존 갈리아노, 마침내 베일을 벗다!

디테일에 대한 섬세한 강조, 그리고 깔끔한 테일러링에 대비되는 선홍색과 강렬한 장식의 향연과 함께 마침내 존 갈리아노가 런웨이에 돌아왔다!

반유대주의적 언사로 인해 불명예를 안았던 이 유명 디자이너는 그의 메종 마르지엘라 쇼가 끝날 무렵, ‘Hey, Big Spender’의 음악에 맞춰 행진하는 모델들에게 쏟아진 관대한 갈채(어쩌면 새로운 시즌의 첫 번째 꾸뛰르 쇼에 대한 아이러니가 담긴 건지도 모르지만)에 화답하기 위해 화이트 랩 코트 차림으로 아주 잠시 무대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 디자이너의 친구들과 팬, 동료들은 비록 그 일을 잊을 수 없을지라도 그를 기꺼이 용서했다.

“레드 드레스는 내게 전율을 일으켰어요”라고 말한 케이트 모스, 디자이너에게 크레용과 연필 상자를 보낸 랑방의 알버 엘바즈, 그리고 결코 플랫폼 슈즈를 공급하지 않을 거라 다짐하며 거인의 이빨처럼 조각된 아찔한 높이의 힐을 선보이는 마놀로 블리닉으로부터 그의 작품이 지닌 뛰어남과 독창성에 대해 찬사를 받았다. 허리 부분에 그려진 빛나는 3D 눈과 여왕의 맨 마지막 서랍에서 꺼낸 반짝거리는 자투리 옷감처럼 보이는 브레스트피스의 옷에서는 날 것 그대로의 동물적 뭔가가 느껴졌다.

하지만 어찌됐든 이런 괴상한 특징들과 자투리 옷감이 뒤섞인 가운데도(십중팔구 마르탱 마르지엘라 특유의 아이디어인 리메이크에 대한 인정의 포즈임이 분명하다) 달콤한 우아함이 엿보였다. 또 다른 작품인 플레인 레드 벨벳 드레스는 곡선 실루엣에 등이 드러난 디자인으로 관객들의 깊은 탄성을 자아냈고, 네타포르테의 나탈리 매스넷은 맨 먼저 그 드레스의 장점에 대해 찬사를 보내고 소유하고 싶은 욕망을 드러냈다.

그 다음은 유선형의 매혹적인 블랙 팬츠 수트였다. 갈리아노 쇼였기 때문에 여러 작품에는 섹슈얼한 메시지가 담겨있었다. 이를테면 블랙 드레스의 경우, 컷어웨이 앵글을 바탕으로 케이트 모스를 글라스톤베리로 데려갈 듯한 아주 짧은 데님 쇼츠 같은 디자인을 선보였다. 우리 모두가 이제 전부 다 봤다고 생각한 바로 그 때, 갈리아노의 디올 시절로 관객들을 데려간 듯 착각에 빠지게 만든 하늘하늘한 시폰 소재의 우아한 이브닝 의상이 등장했다.

이 쇼가 얼마나 갈리아노답게 디자인됐는지, 그리고 메종 마르지엘라의 레이블에 어울리는지 따져볼 필요가 없다. 확실히 둘 모두 이 쇼 안에 존재하고 있었으니까. “제 인생 통틀어 이런 걸 본 적이 없어요. 모든 의상이 스토리를 가지고 있는데다 우린 6개월간 작업할 만큼 각각의 의상에 정말 많은 시간을 들였습니다.” 메종 마르지엘라뿐 아니라 마르니, 빅터앤롤프가 속한 ‘Only the Brave’ 회사를 소유한 디젤의 렌조 로소가 말했다.

갈리아노와 마르지엘라, 이 두 디자이너의 위대한 시절을 살아온 우리들에게 그 시절의 기억은 런던의 유리로 된 초현대적 빌딩에서 열린 쇼의 리얼리티를 잠식시킬 위험을 지니고 있었다. 마르지엘라에 관한 나의 첫 기억은 호기심에 찬 북아프리카 어린이들이 옷을 구경하기 위해 몰려든 파리 외곽의 쓰레기 매립지에서 모든 의상에 세탁소의 드라이크리닝 비닐 덮개를 씌워 선보인 쇼였다. 갈리아노에 대한 최초의 기억은 그야말로 ‘레 앵크루아야블(Les Incroyables, ‘레 미제라블’에 대한 레퍼런스)’, 다시 말해 1790년대 프랑스 대혁명 당시의 패션 피플들 같았다. 거기서 선보인 의상들은 그가 1984년 세인트 마틴의 졸업 패션쇼의 일부로 선보인 야생적이고 멋진 광기가 가득한 옷들로 이뤄져 있었고, 곧장 브라운스 부티크에서 판매됐다.

마르탱 마르지엘라는 벨기에 출신의 진지하고 허세와 화려함의 안티테제로 유명한 디자이너로서, 내가 기억하는 한 80년대를 특징 짓는 사치와 화려함의 향연이 저물 무렵, 패션의 재활용에 대해 논하기 시작한 최초의 디자이너다. 그의 어떤 쇼는 심지어 실내 플리마켓을 무대로 삼아 이뤄졌고, 언젠가 그가 내게 선보인 수트들이 그의 아버지와 할아버지가 입던 트위드를 재활용해 만든 거라고 말한 적 있다. 스페인 태생의 갈리아노는 센 강변을 돌아다니는 노숙자들로부터 영감 받아 디올에서 거품을 뺀 변신을 이룩한 디자이너다. 그 유명한 재봉 기술은 파리에 일대의 격변을 초래한 낡고 해진 디자인의 옷을 만들곤 했다.

존이 빈털터리였지만 무에서 마술을 창조해내던 시절을 기억하는 우리 모두는 21년 전, 포르투갈 태생의 예술 애호가이자 사교계 인사였던 상 슐룸베르거가 갈리아노에게 자신의 비어있는 파리 맨션을 빌려주던 때를 떠올린다. 존은 당시 자신의 뮤즈였던 아만다 할레치와 함께 다 부서진 샹들리에 주변에 몇 개의 옷으로 이뤄진 동화 같은 프레젠테이션 쇼를 올리고 부서진 꿈의 상징처럼 바닥의 풀에 누워있었다. 1995년, 지금으로부터 20년 전, 지방시에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맡았고, 디올에서는 계속 자신의 화려한 마술을 부리고 있었다. 매 시즌 디자이너가 선보이는 허세 가득한 의상들은 캣워크 무대의 일부가 됐다.

한편, 마틴 마르지엘라는 모자로 그의 머리를 감싼 채, 대부분의 경우 사람들의 눈에 띄지 않고 늘 침묵을 지키는 디자이너다(비록 부끄럽게도 초기에 내가 그의 말을 잘못 인용한 탓에 그가 나를 비판한 적 있지만). 그의 쇼는 언제나 지적이고, 혁신적이며, 종종 훌륭하기까지 하다. 화이트 앤 블랙에 한 쪽은 어둠에 휩싸여있고 다른 한쪽은 촛불로 밝힌 서로 다른 장소에서 이뤄지는 쌍둥이 쇼 같다. 마르지엘라의 재능은 결코 고갈되는 법이 없었다. 렌조 로소가 그의 회사를 사들인 후, 그는 거기서 나왔고, 그는 더 이상 뭐라 할 말이 없다는 듯한 느낌이었다.

갈리아노 또 뭔가 새롭게 말할 것들이 많지 않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번에 런던에서 그가 보여준 쇼는 아름다움과 낮은 온도의 도발, 그리고 그가 지난 수십 년간 배운 스킬이 한 데 뒤섞인 강력한 힘 그 자체였다. 하이패션의 흐름이 잦아들고, 밋밋한 평범함의 물결이 밀려드는 듯한 시대에 존 갈리아노의 귀환은 패션이 지닌 비범함의 영광을 사랑하는 이들이라면 누구든 환영할 것이다.

English Ver.

John Galliano, The Return BY SUZY MENKES

Maison Margiela takes off its mask to reveal Galliano.

With exquisite attention to detail, wild splashes of scarlet and intense decoration set against pure tailoring, John Galliano came back to the runway.

The renowned designer, disgraced by anti-semitic remarks, stepped out for a micro-second in a white lab coat at the end of his show for Maison Margiela, to generous applause for the models parading to the music of “Hey, Big Spender” – maybe a touch of irony at this first couture showing of the new season.

The designer’s friends, fans and colleagues were willing to forgive, if not forget, and the sheer excellence and originality of Galliano’s work brought appreciative applause from Kate Moss, who said “that red dress gave me the shivers”; Alber Elbaz of Lanvin, who had sent the designer a box of crayons and pencils; and Manolo Blahnik, who was decidedly not the supplier of platform shoes whose thick heels were carved like giants’ teeth.

There was something raw and animalistic about an outfit where 3D eyes glowed at the waist or a breastpiece which looked like the sparking remnants from a queen’s bottom drawer. A crown and skeletal teeth topped that outfit.

Yet somehow, in the mix of oddities and remnants – presumably a nod to Martin Margiela’s idea of remake-and-mend – there was a sweet elegance. Another plain red velvet dress, cut away in curving, flesh-revealing spaces at the back, had the fashion audience sighing and dying, with Natalie Massenet of Net-a-porter the first to sing its merits and show her desire.

Then there were streamlined but seductive black trouser suits. This being Galliano, many pieces had a sexual message, as a black dress, set at a cutaway angle, revealed the kind of teeny-weeny denim shorts that would accompany Kate Moss to Glastonbury.

Just when we thought we had seen it all, out came elegant evening outfits with floating chiffon and shapely transparency that took the audience back to Galliano’s Dior days.

Without measuring how much of this show was designed as Galliano and how much for the Maison Margiela label, both were definitely present.

“I’ve never seen anything like this in my life – every outfit tells a story and we have been working for six months – so much time on each one,” said Renzo Rosso of Diesel, whose aptly named Only the Brave company is behind Maison Margiela, as well as Marni and Viktor & Rolf.

For those of us who lived through the great years of both Galliano and Margiela, the memories threatened to submerge the reality of this show held in the ultra-modern glass building in London.

My first memories of Margiela were of a wasteground on the edge of Paris, where a crowd of curious North African children gathered to watch this show of clothes – all presented inside their plastic dry-cleaner bags.

For Galliano it was Les Incroyables – the fashion inhabitants of the French Revolution of the 1790s – clothes of a wild and wonderful madness that were part of his Saint Martin’s graduation show in 1984 that immediately went on sale at Browns boutique.

Martin Margiela – Belgian, serious, the antithesis of extravagance and showing off – is the first designer I can remember talking of re-cycling at the sunset of the orgy of opulence and extravagance that was the Eighties. One of his shows was even staged at an indoor flea market, and I believe he told me that suits he showed were made over from his father’s or grandfather’s tweeds.

Galliano, of Spanish origin, came up with a down-and-out makeover at Dior, inspired by the clochards or homeless people along the borders of the Seine. The skills of the famous petites mains used to create worn and destroyed-looking clothes caused outrage in Paris.

All of us who remember John when he was more or less down and out himself, but could create magic from nothing, think of 21 years ago, when Sao Schlumberger, the Portuguese-born art-lover and socialite, loaned Galliano her empty Paris mansion. John, with his then muse Amanda Harlech, created a fairy-like presentation of a few outfits around a shattered chandelier, lying in a pool on the floor like a symbol of broken dreams.

By 1995 – now 20 years ago – Galliano was creative director at Givenchy and went on to bring his extravagant magic to Dior. The swashbuckling outfits in which the designer took his bow each season were part of catwalk theatre.

Meanwhile, Martin Margiela, his head covered in a pull-on hat, was mostly invisible and always silent (although to my shame, he once criticised me in the early days for misquoting him). The shows were cerebral, inventive, often brilliant – like the twin shows in white and black, in separate venues, one in the dark and the other in candlelight.

Margiela’s talent was never snuffed out – he just stepped away from the company after Renzo Rosso had bought it and the designer felt that he had nothing more to say.

Galliano may not have so much new to say either. But what he showed in London was a powerful mix of beauty, low-level provocation and the skills he has learned over the years.

In an era when fashion’s high tide is ebbing, as a wave of dull normality rolls forward, the return of John Galliano to the catwalk must be welcomed by anyone who loves the glory of the extraordina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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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
    보그 인터내셔널 에디터 / 수지 멘키스(Suzy Menkes)
    사진
    Indigit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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