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지 멘키스, 꾸뛰르에 가다! 2
Armani
조르지오 아르마니가 대나무에 대해 한 이야기는 이게 다였다. 대나무는 그의 컬렉션과 런웨이에서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라이트모티프(leitmotif)라는 것.
“대나무는 강합니다. 그러나 휘어질 수도 있지요.” 그는 아르마니 프리베 컬렉션 내내 마치 어느 아시아 낙원에서 부드러운 미풍이라도 분 듯 하늘거리던 유연한 나뭇잎을 예로 들며 이야기했다.
아르마니는 언제나 동양을 흠모해왔다. 그러나 배경음악으로 동양적인 현악 소리가 흐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등장의상들이 동양의 혈통에만 집착하는 건 아니었다. 이 조용하고 고상한 컬렉션은 쇼 맨 앞줄을 차지한 고객들에게 어떠한 방식도 강요하지 않았다.
그리고 각기 다른 배경을 가진 크리스틴 스콧 토마스, 로빈 라이트, 그리고 인도 배우 소남 카푸르와 스페인 출신 파즈 베가는 초지일관 열광적으로 쇼를 관람한 후 백 스테이지에 들이닥쳤다.
“아 저 루즈한 바지 좀 보세요” 스콧 토마스는 피트된 짧거나 긴 자켓 아래에 마치 우거진 숲 속에서 부드러운 줄기들이 흔들리듯 나른하게 물결치는 바지를 가리키며 말했다.
아르마니가 이전에도 선보이던 디자인이었지만, 그는 섬세한 디테일에 집중하며 이를 재탄생 시켰다.
아르마니는 올해 3월 데뷔 40주년을 맞이하게 된다. 그리고 아르마니 프리베의 역사는 좀더 짧긴 하지만, 쇼는 이 거장이 지닌 의미를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아르마니의 조용한 힘은 대나무에 견줄만하다.
그래서 아르마니는 캐주얼한 우아함을 담은 옷을 내놓았다. 아시아 풍 장식이 달린 반투명 귀걸이, 그리고 간혹 유리처럼 반짝이고 투명한 소재로 된 가방들이 의상 하나하나마다 아름답게 매치되었다.
상체를 깃털같이 섬세하게 감쌌지만 눈에 띄는 장식은 배제되었고, 종종 몸 전체로 물방울이 쏟아지는 듯한 느낌도 가미됐다. 음영이 진 초록, 파랑, 그리고 아쿠아 마린 같은 색상들은 컬렉션이 마치 바다가 놓인 우아한 풍경에서 펼쳐진 듯 만들어줬다.
반드시 필요했는지 모르겠지만, 불가피하게 데이 웨어와 홀리데이 웨어, 그리고 이브닝 웨어 사이에는 순간 순간 지체가 있었다. 그러나, 아카데미상 수상식에서 선보일 드레스들은 좀더 많은 장식들이 붙었음에도 무엇을 입어도 레드카펫 위에서 우아하게 빛날 터였다. 그리고 이 ‘우아함’이야말로 아르마니의 컬렉션을 한 마디로 정의할 단어였다.
Chanel
뾰족한 잎을 한 겨울 꽃들로 채워진 온실은 그랑 팔레의 유리천장까지 쭉 뻗었다. 그리고 나서 디지털이 만들어낸 꽃과 종이 꽃잎이 천천히 핑크와 살구빛, 노란빛의 온실로 쏟아지기 시작했다. 샤넬 쇼의 시작을 알리는 의상들을 대부분 물들였던 바로 그 컬러였다.
이를 ‘오트 테크(haute tech)’라 부르리라. 여지껏 칼 라거펠트가 샤넬 봄/여름 꾸뛰르 컬렉션을 위해 내놓은 아이디어만큼이나 디지털적 인식과 하이패션이 그토록 스펙타클하게 융합한 적 있던가?
마지막 모델이 시크한 허수아비 밀짚모자에 강렬히 장식된 크롭 톱과 비현실적으로 경쾌한 스커트를 걸친 채 런웨이를 걸었고 그 뒤를 한 신부가 날카로운 꽃들을 손에 쥔 4명의 정원사를 거느리고 따랐다. 그러고 나서야 칼 라거펠트는 이 컴퓨터로 만들어낸 봄의 기적에 대해 설명할 수 있었다.
“이 무대 밑에는 300개의 엔진이 돌아가고 있지요.” 칼 라거펠트가 눈처럼 하얀 모래를 밟고 서서 이야기했다. “그리고 이걸 한 자리에 장착하는 데에 거의 1년이 걸렸어요. 하아, 눈 깜짝할 사이에 시간이 흘렀군요.”
꽃잎을 활짝 연 꽃송이가 공중을 날고, 샤넬의 더블C 로고가 박힌 정원사의 물뿌리개를 디자인할 수 있는 디자이너라면 패션의 천재라 불릴 만 하다. 그리고 이번 컬렉션에서 칼 라거펠트 자신과 샤넬 스튜디오는 완벽의 경지에 도달했고, 이는 둘 간의 32년 콜라보레이션을 지켜보는 섬세한 향수처럼 매달려 있을 터였다.
분명 샤넬의 옷들이었다. 샤넬의 시그니처인 트위드는 손으로 직접 놓은 자수로 재조명되었고, 그 유명한 샤넬수트는 자켓과 스커트 톱에 살갗이 비치도록 슬라이스를 내어 새로 탄생했다.
크롭탑과 벨리버튼룩은 이미 식상하다고? 아, 그러나 샤넬은 달랐다. 플로랄 또는 소르베 컬러는 너무나 섬세하고 가벼웠다.
어찌 되었건, 칼 라거펠트가 말한 그대로다. “고객이 스커트를 허리 위까지 올려 입겠다 해도 상관 없어요. 이건 꾸뛰르예요. 고객들은 자기들이 좋아하는 걸 선택할 수 있지요.”
그러나 이러한 황홀함의 향연에서 어찌 하나를 골라낼까? 서로 다른 디자인의 실버폭스 코트를 걸친 러시아 고객 셋은 이미 열을 올리며 어떤 옷이 좋을지 토론하고 있었다. 모자 하나만 고른다 해도, 모헤어와 튤로 된 작은 비니, 핑크색과 은회색 그리고 하얀 꽃들로 장식된 모자, 아니면 칼 라거펠트가 ‘구름’이라 부른 – 망사로 되어 안쪽으로는 심지어 밀짚을 둥지처럼 엮은 – 넓은 모자들 사이에서 선택이 쉽지 않을 듯 하다.
그리고 허벅지에서 무릎까지 느슨한 실로 프린지를 단, 자수로 짠 수트 같이 정교한 의상들은 모두 납작한 검은 부티가 짝을 이뤄 이 쇼에 현실성을 입혔다. 그리고 실제로 그렇다.
샤넬은 언제나 실용적이고 패셔너블하면서 TPO에 맞는다. 즉, 고객들은 그들만의 세상에서 돋보이는 의상을 갖추기 위해 데이 웨어와 이브닝 웨어를 간단하게 찾을 수 있다는 뜻이다.
난 부드럽게 퍼지는 와이드 스커트나 더 길고 스키니한 스커트를 조합한 모조 트위드 수트의 구조에 담긴 가벼움을 이해하게 됐다. 머리부터 어깨까지 뒤덮는 멀티컬러의 깃털 케이프처럼 장식들은 꽤나 난해했고, 그래서 샤넬의 ‘쁘띠뜨 맹(Petite mains)’, 즉 재봉담당들에게 찬사를 보낼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진정한 찬사는 칼 라거펠트에게 가야 마땅하다. 그는 샤넬의 재봉사들이 그러했듯 매끈하게 작품을 만들어냈다. 낡은 것과 새로운 것을 함께 박음질했고, 샤넬의 고귀하고 긴 전통과 오늘날 하이테크에 빠삭하면서 컴퓨터 및 디지털 중심으로 살아가는 우리를 이어주면서 말이다.
Elie Top
매끈한 천체구가 마치 둥그런 모조보석처럼 빛난다. 이 장신구가 몸을 빙 돌려 보석으로 장식된 독특한 소재의 내부를 보여주기 전까지 말이다. 마치 천계의 모임처럼 보이는 이 작품들을 작업하고 있는 엘리 탑의 손놀림을 상상하기란 어렵지 않다. 그러나 이 장신구가 이번 주에 전시를 위해 파리 콜레뜨(Colette) 샵으로 가기 전에 이를 가까이에서 보여주던 그는 이 고대 천문학 뒤에 담긴 21세기에 대한 이야기를 해줬다.
“이 작품들은 모두 컴퓨터로 3D 작업을 한 겁니다.” 엘리 탑은 이름도 적절한 ‘메카니크 셀레스트(Mécaniques Célestes)’ 컬렉션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이 둥그런 반지는 마치 하늘의 별이 움직이듯, 다이아몬드가 수없이 반짝이는 내부를 보여주기 위해 매끈하고 메탈릭한 한쪽 면이 돌아간다. 이는 마치 세상물정에 밝은 이들이 이목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가려놓았다가 필요할 때에만 드러내는 보석이 박힌 반지와 같다. 그러나 대신, 엘리 탑은 자신의 작품에 그 순간의 감성을 잘 담았다. 숨겨진 쾌락만큼 매혹적인 건 없다는 진리 말이다.
Roger Vivier
음악이 쿵쿵 울려 퍼지는 어두운 소굴, 하이힐 끝부분에 크리스털 모조보석이 박힌 구두를 신은 이가 서있다. 앵클부츠의 사이드는 살갗이 드러나도록 커브모양으로 도려냈고 더 많은 크리스털이 눈부시게 반짝인다.
바로 로저 비비에의 ‘밤의 나비(Butterflies of the night)’ 컬렉션이다. 디자이너 브루노 프리소니는 80년대에서 영감을 얻어 20세기로 디스코 월드를 불러왔다.
어떤 구두들은 또 다른 영감을 준 마를렌 디트리히의 스타일에까지 거슬러 올라가기도 한다. 그러나 디자이너는 주로 관능적이고 섹시한 하이힐에 중점을 두었고, 댄스 플로어에서 소지품을 들고 있고 싶은 이들을 위해 작은 이브닝 백에는 실용성을 담았다.
English Ver.
Suzy Menkes at Couture: Day Three
Suzy Menkes reports from day three at the Paris couture shows.
Armani: Grace and Strength in Bamboo
Giorgio Armani had just the words for the bamboo that was the leitmotif of his collection and his runway.
“Bamboo is strong but it can bend,” said the designer, referencing the pliable foliage that swayed through the Armani Privé collection, as though a gentle breeze were blowing through some Asiatic paradise.
Armani has always had a penchant for the East. But despite an Oriental twang to the soundtrack, these were not clothes that shrieked of an Asian origin. Not that this quiet and gentle collection shouted in any way to the designer’s many front row clients.
And though coming from disparate backgrounds – Kristin Scott Thomas, Robin Wright and actresses Sonam Kapoor from India and Paz Vega from Spain – all pushed backstage while looking enthusiastic about the show.
“Those loose trousers,” said Scott Thomas, referring to the flowy and languorous pants that swayed like a forest of tender stems under short or long fitted jackets.
We have seen this look before from the designer, but he has refreshed it with delicate attention to detail.
Armani will celebrate 40 years in fashion in March, and, although Armani Privé has had a shorter life, this show seemed to sum up what the maestro stands for: something akin to bamboo in his quiet strength.
So these were clothes to wear with a casual elegance: each outfit beautifully accessorised with translucent earrings of Asiatic decoration, and bags that were often glassy and transparent.
There might be feathery effects to frame the torso, but little obvious decoration, and often the sense of a shower of water falling over the body. The colours, including shades of green, blue and aquamarine put the collection in an elegant seascape.
Inevitably, there was a pause – although it was not necessary – between day, holiday and evening wear. Yet even with more decoration for the Academy Award pieces, really any of these outfits could have graced the red carpet. And ‘grace’ is the word that sums up Armani’s collection.
Chanel: Karl’s Haute Tech is in Full Bloom
A conservatory filled with spiky winter plants stretched upwards to the glass roof of the Grand Palais. Then, slowly, flower by digital flower, the paper petals opened into a hothouse of pinks, apricot, yellow – the same colours that flooded the opening outfits in the Chanel show.
Let’s call it haute tech – for has digital awareness and high fashion ever come together so spectacularly as in Karl Lagerfeld’s brainstorm for the summer Chanel couture collection?
Only after the last model, in a scarecrow-chic straw hat, an intensely decorated cropped top and airy skirt had walked the runway, followed by a bride with four gardeners clutching more of the spiky flowers, was Karl able to explain this computerised springtime miracle.
“You know, there are 300 engines under here,” he said, stamping his shoes on the icy-white sand. “And it took nearly a year to put it together after it came to me, pouf! In a flash.”
Any designer who can make flowers wing open their petals, and design a gardener’s watering can decorated with the Chanel double Cs, is a fashion wunderkind. And in this collection, both Lagerfeld himself and the Chanel studio reached a level of perfection which will hang like an exquisite perfume over their 32-year collaboration.
For these were real clothes à la Chanel, the famous tweeds recreated with embroidered hand stitching, and the familiar suits rejuvenated by slicing the jackets and the skirt tops to leave a patch of bare skin.
Seen that crop-top, belly button look before? Ah! But never like this, so delicate and light in floral or sorbet colours.
Anyway, as Karl said: “I don’t care if the clients order skirts up to the waist. This is couture, they choose what they like.”
But how to choose from this orgy of gorgeousness? Three Russian clients, each in a different silver-fox coat, were already feverishly discussing their choices. Even if I were just picking a hat, I would find it hard to decide between a little mohair-and-tulle beanie, perked up with pink, silver-grey and white flowers, or one of what Karl called the “cloud” hats: wide saucers of mesh, with, I swear, sticks of straw nestled inside.
The fact that the elaborations in the clothes, like an embroidery-weave suit with a fringe of loose threads from thigh to knee, were partnered with flat black booties as the only footwear, kept the show grounded.
And real.
As ever with Chanel, the clothes are wearable, fashionable and fit for purpose – meaning that it is simple for clients to find day and evening outfits to be the wardrobe focus in their privileged world.
I picked up on the lightness in construction of the faux-tweed suits, either with wafting, wide skirts or a longer, skinnier version. The embellishment was so dense – like a multi-coloured feathery cape worn over the head and shoulders – and yet another tribute to Chanel’s petites mains, or, hand workers.
But the real credit has to go to Karl Lagerfeld himself. He works as seamlessly as those seamstresses, stitching together old and new, and using Chanel’s long and noble tradition to make it relevant to our techno savvy, computerised, digitally enhanced world.
Elie Top: Hidden Treasures are Pure Luxury
The smooth sphere shines like a round bauble – until this jewel swivels to reveal its textured, jewelled interior. It is easy to imagine the hands at work on these Elie Top pieces, which look like celestial gatherings. But the designer, showing the jewellery close up – before it goes on display at Colette in Paris this week – told the twenty-first-century story behind this ancient study of the stars.
“It is all done in 3D on computers,” he said of the appropriately named “Mécaniques Célestes” collection.
Moving around like stars in the sky, a round ring rolls over its smooth, metallic side to show diamonds sparkling inside. You could take the idea of a ring with concealed stones as a streetwise way of hiding jewels from attention. But instead, Elie Top has caught in his jewellery the mood of the moment: nothing is more appealing than hidden luxury.
Roger Vivier: Sparkling in Clubland
In a dark den, with music pounding, the shoes stood out: crystal baubles at the end of high heels. There were more sparkles on ankle boots that were curved open at the side to reveal flesh.
This was the vision of the “Butterflies of the Night” collection at Roger Vivier (pictured), where designer Bruno Frisoni looked back to the Eighties, but brought that disco world into the twenty-first century.
Some shoes even went back to the style of Marlene Dietrich, who was another inspiration. But mostly, the designer focused on sensual and sexy high-heeled shoes – adding a practical side in tiny, evening draw-up bags, for those who want to take their belongings onto the danceflo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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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디터
- 보그 인터내셔널 에디터 / 수지 멘키스(Suzy Menkes)
- 사진
- Indigit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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