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세상의 패러디 아티스트들
인류 역사상 예술가라는 직업이 탄생한 지 700여 년 만에 새로운 부류가 등장했다.
다른 예술가의 작품을 괴상하게 비비 꼬아서 새것을 창조하는 새로운 세대의 예술가들!
지금 디지털 세계를 뜨겁게 달구는 4인방을 <보그>가 만났다.
QUESTIONS
1 이런 방식으로 작업하는 이유
2 당신의 작품을 설명하는 어휘들
3 패러디의 매력
4 독특한 아이디어의 원천
5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
6 가장 많이 ‘좋아요’를 받은 작품
7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는 데 드는 시간
8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아티스트
9 열광하는 패션 아이템
10 인스타그램이 끼친 영향
KALEN HOLLOMON
사진과 순수 미술을 공부했지만 좀더 재미있는 작업을 원했던 케일런 홀로몬은 하이패션 광고 비주얼과 화보를 잘라 70년대 포르노 잡지에 합성하기 시작했다. 어느 순간 그는 ‘컷아웃의 황제’로 불리게 됐다. 이 순간에도 8만여 명의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그의 작품을 지켜본다.
1 아주 어릴 때부터 예술적 감성은 지니고 있었다. 꽤 여러 대학에서 순수 미술을 공부했지만 어떤 곳도 졸업하지 못했다. 억지로 시킨다면 할 일이 꽤 많겠지만, 지금 하는 일 외엔 모두 부자연스럽다.
2 노출, 혹은 유혹?
3 서로 다른 것들을 연결한다는 아이디어 자체가 좋다. 특히 전혀 다른 두 가지가 만나는 순간, 생각지도 못한 것이 눈에 들어온다.
4 근본적 아이디어는 인간의 진솔하고 자연스러운 내면을 표현하는 것. 물론 작업하기 전 ‘독특한 아이디어’라고 구글에 검색하는 건 기본이다. 하하!
5 아이러니하게도 별다른 노력 없이 탄생한 작업이 더 마음에 들곤 한다. 과정이 편안하고 리듬감 있게 흘러가면 결과물도 괜찮게 나오기 마련이다. 딱 하나를 꼽을 순 없지만 즉흥적이고 로맨틱한 작업이 기억에 남는다.
6 농구 선수 마이클 조던과 먹시 보그스의 콜라주 작업. 보그스가 여자 속옷을 입고 하이힐을 신은 조던의 엉덩이를 만지는 모습이다. 순식간에 3,000명이 넘는 사람이 ‘좋아’했다.
7 단 5초와 무한대 사이! 물론 매체나 타깃에 따라 다르지만, 유난히 빠르고 유려하게 결과물이 나올 때가 있다. 대부분의 경우 제작 과정이 오래 걸릴수록 점점 용기와 확신이 없어지고 결국 작품을 망치는 것 같다. 망설임 없는 용기가 관건!
8 모든 아티스트들이 보여주는 각자의 작품 세계를 존중한다. 일일이 나열할 순 없지만 최근 런던 하우저앤워스 갤러리에서 열린 폴 맥카트니의 회화 전시가 인상 깊었다. MoMA의 로버트 하이네켄 특집도 흥미로웠고, LA 아티스트 에릭 얀커(Eric Yahnker)의 작업들도 재미있다.
9 하이패션 광고와 패션지를 활용하는 건 좋아하지만, 내가 패셔너블한 사람은 아니다.
10 원래 예술이란 사회를 반영하기 마련이라 인스타그램의 등장이 예술계에 영향을 끼친 건 사실이다. 하지만 예술의 본질이 바뀌진 않았다. 인스타그램에서 영감을 얻거나, 인스타그램을 자신의 작품을 보여줄 갤러리로 활용하는 경우가 늘어난 건 사실이다. 하지만 예술의 본질, 즉 예술가의 진심이 담긴 작품만이 공감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은 변치 않았다.
DOUG ABRAHAM
교통사고 현장의 다리아 워보이부터 ‘쩍벌녀’ 카라 델레빈까지, 톱모델들을 기상천외한 상황 속에 던져 넣는 더그 에이브라함식 유머는 이미 7만 명 이상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모델 에이전시의 프로필부터 패션지 표지 디자인까지, 지금 패션계에서 가장 바쁜 인물 중 한 사람이 그다.
1 어린 시절 주위에서 내 꿈에 대해 물어보면 늘 아티스트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예술학교에 가기 위해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처음 뉴욕에 왔을 때만 해도 지금과 같은 미래는 생각지도 못했다. 개인적으로 재미있어서 시작한 작업이 엄청난 이슈가 되어 놀라울 뿐.
2 ‘악플러’들이 인스타그램에서 나를 비난하기 위해 쓰는 표현 가운데 내 맘에 쏙 드는 게 있다. 바로 ‘예술 도둑’!
3 익숙한 것들을 익숙하지 않은 방식으로 보여주는 것. 늘 새로운 이미지를 창조해야 한다는 게 쉽지 않지만, 그렇기에 더 흥미로운 작업이다.
4 소셜 미디어 세계에서 대중의 관심을 받는 건 한순간이다. 끊임없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보여줘야 흥미를 끌 수 있다. 그런 면에서 때로 아이디어란 노력에 의해 나오는 듯하다.
5 과거의 작업들보다 앞으로 해야 할 작업에 더 관심이 많다. 과거의 작업은 미래를 위한 투자일 뿐이다. 최근의 작업으로는 질 스튜어트 액세서리 광고가 기억에 남는다. 나도 예쁘고 사랑스러운 이미지를 만들 수 있음을 증명했다. 하하!
6 ‘좋아요’를 가장 많이 받은 것을 기준으로 한다면 단연 카라 델레빈이 다리를 쫙 벌린 멀버리 광고 패러디 시리즈다. 카라 자신도 ‘좋아요’를 눌렀으니까.
7 늘 같은 이미지를 세 가지 다른 버전으로 만들고자 노력한다. 첫 번째 작업을 20분 만에 끝낸 뒤 나머지 두 가지는 몇 시간씩 끌 때가 있다. 일단 빠져들면 시간 가는 줄 모르는 성격이라 가끔 훌쩍 지난 시간에 놀라곤 한다.
8 뭔가 새것을 만들기 위해 고민하고 노력하는 모든 사람을 존경한다. 그런 움직임들이 모여 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
9 아이폰, 아이패드, 그리고 노트북! 이만큼 패셔너블한 아이템이 또 있을까?
10 디지털 세상, 인터넷, 인스타그램, 혹은 그 뭐라 부르든 이 세상을 100% 변화시키고 있는 건 분명하다. 속도와 깊이는 도저히 상상하지 못할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예술가가 할 수 있는 일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설득력 있는 작품을 만드는 것.
BLAIR BREITENSTEIN
패션계에는 수많은 일러스트레이터가 있지만 블레어 브라이텐스타인은 특별하다. 하이패션 브랜드의 최신 컬렉션이 그녀의 손에서 ‘배드걸’ 룩으로 탈바꿈하니까. 지난달 <보그 코리아> 표지 속 안드레아 디아코누를 서스펜스 영화 여주인공으로 변신시킨 것처럼. 5만 명이 넘는 팔로워가 이 ‘배드걸’의 일상에 열광 중이다.
1 대학 시절 다른 여러 분야의 예술 수업을 모조리 들었다. 기술적으로 모든 것을 접해보고 싶었으니까. 그중에서 드로잉이 가장 잘 맞아 하루에 하나씩 새 그림을 그리는 것을 목표로 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나만의 스타일이 생겼다. 지금도 여전히 매일 새로운 결과물을 하나씩 만든다.
2 즉흥적이고 에너제틱하며 강렬한 작품!
3 작업 과정은 항상 즐겁다. 특별히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고 또 특별히 의미심장한 의미를 내포하지 않는다. 덕분에 누구나 편하게 보고 즉각적으로 느낄 수 있는 결과물이 나오는 게 아닐까? 인터넷을 비롯, 수많은 매체를 통해 뛰어난 재능을 지닌 아티스트들을 접할 때마다 위축되기도 하지만, 내 작품엔 특유의 매력이 있다고 믿는다.
4 패션지를 정말 많이 구독한다. 웬만한 패션지는 모두 챙겨 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신을 쏙 빼놓는 화보들을 보며 다양한 아이디어를 얻는다.
5 라틴아메리카판 <하퍼스 바자>를 위해 3페이지짜리 일러스트를 그리던 첫 순간이 기억에 남는다. 요즘엔 <보그>를 비롯해 여러 하이패션지와 작업을 하지만, 여전히 데뷔 때의 설렘을 잊을 수 없다.
6 최근 벽을 한가득 채울 정도로 엄청난 규모의 작품을 그리고 있는 내 모습을 인스타그램에 공개한 적이 있다. 팔로워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평소엔 작은 스케치 위주로 작업하는데 그런 대규모 작업은 새로운 경험이었다.
7 물론 작품마다 다르다. 20분 만에 끝나는 경우도 있지만 사흘을 붙잡고 있을 때도 있다.
8 몇 명만 꼽자면, 리처드 헤인즈, 타냐 링, 빌 도나반, 데이비드 다운톤 등 주로 패션 일러스트레이터들을 좋아한다. 최근에는 도날드 로버트슨의 작업을 눈여겨보고 있다.
9 청바지와 부츠의 매치를 무척 좋아해 거의 1년 365일 그 룩을 유지한다.
10 인스타그램 덕분에 수많은 아티스트들이 발굴되고 사랑받고 있다. 갤러리를 직접 찾아가야만 새로운 예술가의 작품을 감상하던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요즘은 클릭 몇 번만으로 세계 곳곳의 재능 넘치는 예술가들을 모두 만날 수 있으니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물론 그 이유 때문에 남들과 다른 것을 하는 게 더 중요하다. 뭔가를 완벽하게 그리는 것보다 새롭고 다르게 그리는 게 관건이다.
JEANETTE HAYES
도나텔라 베르사체, 이반카 트럼프, 혹은 하이디 몬테그로 착각할 수 있다고 자기를 소개한 자넷 헤이즈. 하지만 그녀의 화려한 외모 때문에 2만여 명이 팔로잉하는 건 아니다. 잘 알려진 명화와 일본 만화 캐릭터, 셀러브리티, 혹은 자기 사진을 합성해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는 그 특별한 재주에 감탄이 절로 나올 뿐.
1 열네 살부터 예술을 진지하게 여겼다. 시카고 예술학교를 졸업하고 프랫(Pratt)에 진학하면서 다른 아티스트들을 직접 만날 수 있었다. 어느 순간, 나도 그들 중 한 사람이 돼 있었다. 운이 좋았고 운명 같기도 하다.
2 전통적이면서도 동시대적인 것! 보는 순간 소름이 쫙 돋는 작품이었으면 좋겠다.
3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요소들을 모아 작업하기에 늘 즐겁다. 미술사와 팝 문화에 관심이 무척 많아 이 둘을 믹서에 넣고 마구 뒤섞은 뒤 어떤 결과물이 나올지 지켜보는 게 재미있다. 내가 좋아하는 것에 관해 얘기하는 거라 일이라기보단 즐거운 놀이다.
4 사실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것은 작업 과정에서 가장 쉬운 부분이다. 모든 순간 새 아이디어가 떠오르니까. 다만 이를 구체화하고 현실화하는 과정이 힘들 뿐. 그래도 이 세상에서 할 일들 가운데 가장 힘든 건 아니라 큰 불만 없이 열심히 하는 편이다.
5 최근에 완성한 작품이 늘 가장 마음에 든다. 매번 더 잘하려고 노력하기에 마지막 작품이 가장 뛰어난 작품이기를 바란다.
6 잘 모르겠다. 솔직히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하하!
7 몇 달에 걸쳐 완성한 작품이 꽤 있다. 큰 작품들은 대부분 오랜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가끔 영상 작업도 하는데 몇 년씩 걸리기도 한다. 하지만 최근 선보이는 소규모 작품은 하루면 완성된다.
8 예술을 하면서 가장 행복한 순간 중 하나는 다른 아티스트의 작업을 보는 것이다. 코라크릿 아룬나론차이(Korakrit Arunanondchai), 마이클 매닝, 페트라 코트라이트, 샌디 킴, 제이슨 뮈송, 아우렐 슈미트 등등! 셀 수 없이 많은 아티스트들을 좋아한다.
9 요즘 나이키 러닝화에 푹 빠졌다. 무척 편해서 작업실에서 하루 종일 신는다. 그러다 보니 아무 생각없이 그 차림대로 신고 외출하는 경우도 많다.
10 이전 시대에 살아보지 못했기에 나는 이미 인스타그램 시대의 예술계에 익숙하다. 예술가에게 훨씬 더 재미있는 시대임은 분명하다. 지금 이 순간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맘껏 할 수 있고 이에 공감하는 사람들과 소통한다는 게 무척 행복하다.
- 에디터
- 패션 에디터 / 임승은
- 사진
- COURTESY 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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