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아이템

승마 룩과 함께 등장한 뉴 새들백

2016.03.17

승마 룩과 함께 등장한 뉴 새들백

수세기 동안 변함없는 외모로 패션 하우스의 역사와 함께 장수하는 새들백.
승마 룩의 유행과 함께 이번 시즌 또다시 등장한 뉴 새들백 이야기.

(왼쪽부터 차례대로)승마를 모티브로 디자인한 알장 백은 에르메스(Hermès), 카키색 미니 사이즈 크로스백은 발렌티노(Valentino), GG 로고 캔버스 소재가 사용된 클래식한 레이디 웹 백은 구찌(Guicci), 탄탄한 가죽 질감의 직사각형 숄더백은 셀린(Céline), 말 안장에 놓인 리키 잠금 장치가 접목된 숄더백은 랄프 로렌 컬렉션(Ralph Lauren Collection) 

19세기부터 시작된 유서 깊은 패션 하우스들의 역사 속엔 늘 ‘마구상’이라는 단어가 빠지지 않는다. 잘 알다시피 에르메스는 파리의 작은 마구상에서 시작됐고, 구찌는 르네상스 황금기를 이끈 피렌체 마구상으로 유명세를 떨치기 시작했다. 교통수단이 자동차로 바뀌면서 마구 용품의 비중은 현저하게 줄어들었지만 하우스의 장인 정신을 강조하는 탄탄한 가죽 수공예는 자연스럽게 패션에 접목된 지 오래다. 유럽의 패션 수도라 자처하는 두 도시의 빅 패션 하우스들에서 승마에서 비롯된 패션 아이템들을 꾸준히 선보이는 이유다.

우리 기억속에 선명한 새들백은 2000년 선보인 디올의 가우초 백. 당시 루이 비통의 3초 백 못지않은 큰 인기를 누린 백이었다. “존 갈리아노가 디올에서 왕성하게 활동할 때 가우초 백을 만들었어요. 그는 말안장 양쪽에 내리는 클래식한 새들백 형태를 그대로 가져왔죠. 2007년에는 각 나라 장인들이 만든 리미티드 에디션도 선풍적인 인기를 누렸죠.” 디올 홍보 담당자 말대로 당시 전 세계 디올 매장엔 꽃 자수, 비즈, 페인팅, 스티치 등으로 완성된 새들백 시리즈가 어디서나 눈길을 끌었고, 경쟁 패션 하우스의 ‘잇 백’보다 긴 웨이팅 리스트를 자랑했다. 그 후 사라진 듯 보였던 새들백이 이번 시즌 다시 부활했다. 프리다 지아니니는 마지막 구찌 쇼를 위해 구찌 아카이브에 있는 승마 모티브를 모조리 꺼냈다. 그녀는 새들백을 위해 50년대 첫 등장한 ‘웹’백의 형태를 재해석했는데, 말안장을 고정할 때 쓰는 캔버스 스트랩과 말의 재갈을 응용한 홀스빗, 그리고 앤틱한 잠금 장치를 응용했다. 또 구찌의 숙련된 장인들은 송아지가죽을 자연스럽게 태닝해 빈티지한 느낌을 더했다. 구찌의 새로운 새들백, 레이디 웹 백은 트렌드에 발맞춰 앙증맞은 미니 사이즈로 선보여 벌써부터 여자들에게 인기 만점이다.

한편, 말안장을 만들고 있는 유일한 패션 하우스인 에르메스는 1800년대부터 고수해온 새들 스티치 기법으로 모든 라인의 백을 만들고 있다. 그리고 이번 시즌엔 다양한 스타일로 연출할 수 있는 멀티 새들백을 자신 있게 선보였다. “말을 탈 때 발을 딛는 곳인 등자 모양의 핸들과 길이 조절이 가능한 스트랩, 에트리비에 버클 등이 장식된 알장(halzan) 백입니다.” 알장 백은 다른 새들백과 달리 토트와 숄더, 클러치 등 스트랩의 길이와 버클 디테일을 응용하면 다섯 가지 스타일로 변형이 가능하다는 것이 특장점이다. 승마와 연결된 또 다른 패션 하우스인 랄프 로렌도 이번 시즌 새들백을 선보였다. “이름에서 느껴지듯 승마 정신을 이어받은 ‘이퀘스트리안 백’입니다. 이태리산 바게타 가죽을 사용해 100% 수작업으로 만들어졌어요. 말발굽 장식을 잠금 장치에 응용했고, 새들백에서 가장 중요한 스티치 디테일이 특징입니다. 또 브랜드의 시그니처인 리키 백의 잠금 장치를 접목시켰습니다.” 랄프 로렌 홍보 담당자는 2010년부터 클래식 라인으로 선보인 새들백의 인기가 꾸준하다고 덧붙였다. 여기에 트루사르디, 토리 버치, 보테가 베네타도 새들백 유행에 동참했다.

갈리아노의 디올 이후 잊혀졌던 새들백이 갑자기 떠오른 이유? 단지 승마 룩이 트렌드 리스트에 포함됐기 때문만은 아니다. 패션 하우스들의 비즈니스에서 큰 몫을 담당했던 ‘잇 백’이나 ‘신상’에 대한 갈망이 꾸준한 매출을 올리는 클래식 라인으로 방향을 틀었기 때문. 그리고 승마라는 귀족적인 이미지와 모티브를 끌어들이면 자연스럽게 하이패션에 어울리는 세련된 디자인이 탄생할 수 있기 때문. 한 시즌 반짝하는 유행이 아닌, 어떤 룩에 매치해도 무난하게 어울리는 새들백이 올봄 유난히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이유다.

    에디터
    패션 에디터 / 김미진
    포토그래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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