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F/W 오뜨 꾸뛰르 리포트 – 펜디
물에 비친 달빛처럼 코트 위로 은빛 윤기가 흘렀다. 펜디 “오뜨 푸뤼르(haute fourrure, 하이엔드 퍼)” 컬렉션의 이례적인 데뷔무대가 파리 꾸뛰르 시즌의 마지막을 장식했다.
“난 달을 꿈꿨지요.” 칼 라거펠트가 말했다. 칼은 펜디 레디 투 웨어 및 퍼 디자이너로서 50주년이라는 중대한 순간을 그만의 절제된 방식으로 맞이하기도 했다.
칼 자신이 언제나 뒤돌아 보는 걸 거부한다 해도, 펜디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서 이토록 장수할 수 있다는 건 놀라운 일이다. 나는 그 어떤 디자이너도, 설사 그 자신의 이름을 건 라벨에서조차 칼 라거펠트처럼 오래도록 일하면서도 작업에 열정과 에너지를 쏟을 수 있는 이를 본 적이 없다.
펜디 가족이 백 스테이지에 대거 모였다. 우두머리라 할 수 있는 카를라, 그녀의 조카이자 칼과 함께 일하며 액세서리 라인을 디자인하는 실비아 벤추리니 펜디, 그리고 실비아의 딸이자 떠오르는 보석상인 델피나 델레트레즈가 바로 그들이다.
이는 라거펠트가 보여준 극도로 예술적인 하이엔드 퍼의 전시가 끝난 후였다. 허리부터 헴라인까지 비스듬히 이어지는 퍼 트림의 지그재그 효과가 분명 회심의 역작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컬러나 화려한 장식에 대해서는 그다지 찬사가 나오지는 않았다.
길고 풍성한 길이부터 때로는 항아리 모양으로 떨어지는 코트, 그리고 플레어 스커트와 함께 입는 짧은 코트까지 모양은 다양했으며 모두 하이부츠와 함께 매치되었다. 허벅지까지 내려오는 길이에 허리가 쏙 들어간 코트들에는 스포티한 느낌을 주기 위해 스키니 팬츠를 입었다.
펜디 일가와 함께 2001년 펜디를 인수한 LVMH 일가가 함께 등장했다. 칼이 진행하는 펜디 작업에 대해 요란스럽게 찬사를 보내곤 하는 LVMH의 CEO 베르나르 아르노는 칼을 축하했다. 아르노의 부인이자 피아니스트인 헬레네 메르시에, 딸 델핀느, 그리고 아들 앙투완이 파트너인 슈퍼모델 나탈리아 보디아노바와 함께 나타나 “은빛 달” 컬렉션에 대해 똑같이 열광을 표했다. 무리 한가운데에는 펜디 CEO 피에트로 바카리가 자리했다. 바카리는 지난 2년 간 오뜨 꾸뛰르 레벨로 제작된 최고급 퍼를 선보이면서 펜디를 리포지셔닝 해왔다.
샹제리제 극장(Théâtre des Champs-Élysées)라는 장소에서 배경으로 데 키리코의 그림이 비춰지는 호사스러움에도 불구하고 이번 쇼는 달빛이 비추는 산만큼 고요하게 진행됐다. 기자들은 1층 객석에 자리하고 있는 동안 쇼에 참석하기 위해 비행기를 타고 온 많은 고객들은 2층 드레스서클로 신중하게 자리를 배치 받았다. 다수의 강한 모피반대 정서를 고려해 극장 주변은 경호원들이 둘러쌌다.
그러나 쇼는 저항적인 움직임과는 극단에 있었다. 대부분이 무채색이었고 형태는 누가 봐도 단순했다. 예를 들어 은빛이 물결치는 길고 곧은 코트가 등장했고 이는 펜디에게만 독점적으로 제공된 러시아의 새로운 디지털 기술이었다.
깃털과 자수의 우아한 조화는 주로 밑단에 들어갔다. 그러나 편안해 보이는 코트에 전체적으로 도트처럼 들어간 떨어지는 눈송이 모양은 시적인 느낌이 가미된 장식이기도 했다.
특유의 깊이와 가벼움을 무기로 가장 눈에 띄는 퍼는 세이블이었다. 그러나 링크스와 여우, 밍크와 페르시아 새끼양의 모피도 등장했다.
이번 파리 쇼가 이 이탈리아 브랜드의 과감한 몸짓이자 모피사용을 강력하게 지지하는 주장으로서 럭셔리의 세계에서 역사에 남을 진일보라는 데에는 의심이 없다. 그러나 논스톱 칼 라거펠트에게 이는 그저 펜디와 함께한 반세기 가운데 또 다른 패션의 순간일 뿐일 것이다.
English Ver.
Suzy Menkes at Couture: Final Day
Like moonlight on water, the coat had a silvered surface, as Fendi’s exceptional debut “haute fourrure” collection closed the Paris couture season.
“I dreamed about the moon,” said Karl Lagerfeld, who was also marking, in his low-key way, a momentous moment: 50 years as Fendi’s designer of ready-to-wear and fur.
Although Karl himself refuses ever to look back, this longevity as Fendi’s creative director is extraordinary. I cannot recall any other designer who has lasted as long – even for their own label – let alone one who has the enthusiasm and energy Lagerfeld brings to his work.
The Fendi family gathered in force backstage: the matriarch Carla, her niece Silvia Venturini Fendi, who works with Karl and designs the accessories, and Silvia’s daughter – the rising-star jeweller Delfina Delettrez.
That was after Lagerfeld’s bravura display of the finest fur, speaking for itself with few interjections of colour or fancy decoration, although the zigzag effect of fur trims set at an angle from waist to hemline were a tour de force.
The shapes varied between long, voluminous and sometimes ovoid coats, and shorter coats with flared skirts, all worn with high boots. Thigh-length pieces with nipped-in waists were worn with narrow legs for a sporty style.
Along with the Fendis came the LVMH family, which bought the brand in 2001. Effusive in his praise for Karl’s work with the studio, LVMH CEO Bernard Arnault congratulated the designer. The same enthusiasm for the “Silver Moon” collection was shown by Mr Arnault’s wife – the pianist Hélène Mercier, his daughter Delphine, and son Antoine, who came with his partner, the supermodel Natalia Vodianova. Central to the group was Fendi CEO Pietro Baccari, who has repositioned the brand in the last two years to offer exceptional quality furs worked at the level of haute couture.
Despite the opulence of the venue, the Théâtre des Champs-Élysées, and a De Chirico painting projected as a backdrop, this show was as quiet as a mountain on a moonlit night. While the press was in the stalls, the clients – many of whom had flown in for the occasion – were discreetly seated in the dress circle. Mindful of many people’s strong anti-fur sentiments, the theatre was ringed with security.
But when the show started, it was the polar opposite of a defiant gesture. Colours were mostly muted and the shapes of apparent simplicity, for example a long, straight coat rippling with silver light, which is a new digital technique invented in Russia and exclusive to Fendi.
There were some elegant mixes of feathers and embroidery, often on the underside. But a cosy coat, seemingly dotted with flakes of fallen snow, gave a poetic touch to decoration.
The fur most in evidence was sable, with its unique depth and lightness. But lynx, fox, mink and Persian lamb were all included.
There is no doubt that this Paris show – a bold move for an Italian house and a big statement in favour of fur – marks a historical step in the luxury universe. But for non-stop Karl Lagerfeld, it may be just another fashion moment in his half-century with Fendi.
- 에디터
- 수지 멘키스
- 포토그래퍼
- Indigit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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