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와인 가져가도 되나요?
요즘 웬만한 레스토랑에선 마시고 싶은 와인을 가져가면 병 당 2~3만원만 내고 마실 수 있다. 보통 레스토랑의 와인 가격은 소매가보다 적게는 30%, 많게는 70%까지 비싸게 책정된다. 소비자 입장에서야 좋아하는, 혹은 집에 쟁여둔 와인을 레스토랑 분위기와 맛있는 음식을 곁들여서 좀 더 합리적인 가격에 즐길 수 있다는 이유에서 코르크 차지를 선호한다.
프랑스에서의 코르크 차지는 우리나라와는 좀 다르다. 할아버지가 손자가 태어난 해에 와인을 사서 셀러에 이십 년 동안 쟁여놨다가 스무 살이 되는 해에 마시는, 그런 의미 있는 와인만 레스토랑에서 마실 수 있다. 그리고 그 와인을 디캔팅 해주고 서빙해주는 대가로 코르크 차지를 받는다. 역사와 이야기 거리가 있는 와인을 존중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 그런 할아버지가 몇이냐 되겠냐만 우리나라에서 코르크 차지의 문화는 좋지 않은 방향으로 자리잡은 것만은 사실이다. 와인 리스트를 제대로 갖춘 레스토랑에 갈 때조차 거기에 있는 와인을 가져가서 코르크 차지만 내고 마시겠다거나, 어디에나 갖춰 두는 5만원 이하의 대중적인 와인을 사람 수대로 가져와 마시겠다는 경우도 있다.
물론, 손님 입장에서 기분 상하는 일도 있다. 한 번은 오픈한 지 얼마 되지 않는 파인 다이닝에 올드 빈티지의 브루고뉴 레드 와인을 가져 갔는데 보르도 글라스를 주는 거다. 분명 옆 테이블에서는 부르고뉴 글라스로 와인을 마시고 있는데 말이다. 저번엔 또 다른 레스토랑에 샴페인을 가져가서 얼음을 준비해달라고 했더니 담당 서버가 가져온 주제에 왜 그렇게 요구하는 게 많냐는 듯 퉁명스럽게 대했다. 디캔팅도 마찬가지다. 적어도 코르크 차지를 병 당 받으려면 와인이 바뀔 때마다 맞는 글라스를 내주고 칠링과 디캔팅은 제대로 해줘야 한다.
곧 와인에 손이 많이 가는 가을이다. 레스토랑에 와인을 들고 가기 전에 진정한 의미의 코르크 차지를 되새겨보면 좋겠다. 애초에 코르크 차지가 생긴 연유는 와인 리스트가 부실한 레스토랑에서 와인 리스트에 없는 와인을 손님이 가져오면 기꺼이 서비스 해주겠다는 의미니까.
- 에디터
- 이정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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