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니스

현대인의 영혼을 잠식한 불안장애

2016.03.16

현대인의 영혼을 잠식한 불안장애

우울증만큼이나 불안장애를 겪는 사람들이 주변에 늘고 있다. 당신을 불안하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꽉 막힌 폐쇄 공간, 수많은 청중이 기다리는 무대, 혹은 핵전쟁이나 지진? 현대인의 영혼을 잠식하는 불안장애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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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면이 모두 막힌 침실에서는 도무지 갑갑해서 잠이 안 와. 그래서 문을 조금이라도 열어놓아야 해. 혹시 폐소공포증일까?” 얼마 전 촬영 스태프들과 점심을 먹으며 던진 한마디에 삽시간에 스튜디오는 저마다의 고통스러운 기억을 나누는 고백의 장으로 바뀌었다. 아무도 없는 호텔 화장실에 갇힌 적이 있는데 왜 드라마 속 주인공들이 숨을 못 쉬고 쓰러지는지 알겠더라부터, 운전하면서 터널을 지나다가 갑자기 엄습하는 공포 때문에 차를 세우고 뛰쳐나간 기억, MRI 촬영 중 온몸이 흠뻑 땀으로 젖은 경험까지. 누군가는 관 속에 갇히는 상상만 해도 끔찍해서 이미 가족들에게 화장해달라는 유언까지 남겼다고 했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유상우 원장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반드시 폐소공포증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어요. 폐소공포증이란 특정공포증의 일종으로 좁고 막힌 공간에 갇힌 데 대한 공포감을 의미합니다. 불안의 원인이 되는 대상이 특정한 상황에 국한되는 반면, 광장공포증은 광장과 같이 넓은 장소나, 급히 빠져나갈 수 없는 장소에 혼자 가는 것이 두려워 피하는 것을 말합니다. 광장공포증 환자 중 대부분이 공황장애를 겪죠. 이들은 자신이 즉각적으로 피하기 어려운 장소나 상황에 처하는 것에 대한 공포가 심합니다. 둘은 엄연히 다른 의미를 갖습니다. 일반인들이 스스로 구별하기에는 무리가 있어요. 끝이 보이는 터널인지, 차가 꽉 막힌 터널인지, 혹은 옆에 누군가 함께 탑승했는지, 운전석에 앉았는지 그렇지 않은지 등 환자가 공포를 느끼는 다양한 상황에 따라 진단이 달라지죠.”

불안증, 치료의 대상일까?
이틀에 한 번꼴로 연예인들의 불안장애 소식을 접하는 요즘, 누군가는 마음 저 깊이 도사리고 있는 자신의 불안에 대해 심각하게 들여다보는 반면, 누군가는 약해빠진 정신력 탓이라고 치부하고 만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위경련이나 심장 발작이 의지나 정신력의 문제가 아닌 것처럼 병적 불안은 뇌의 신경전달물질의 균형이 깨진 의학적인 문제이지, 결코 정신력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경고한다. 분명한 것은 불안은 조절할 수 있다는 것. 우선 내 영혼을 갉아먹는 불안의 정체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 가령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 누구나 불안해하지만, 불안이 지나쳐 결과를 망친다면, 혹은 결과와 상관없이 극도의 불안감으로 지나치게 고통받는다면 이는 병적 불안의 범주에 속한다. 급성과 만성 불안을 구별하는 것도 필요하다. 특정 순간에 불안과 공포가 극에 달하는 급성 불안일 경우 일시적인 문제로 치부하기 쉬우며, 일상적으로 늘 평균 이상의 불안감을 안고 살아가는 만성 불안장애의 경우 이를 자각하지 못하고 방치하는 경우가 대부분.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확한 진단이다. 우선 불안과 두려움이 정상 범위를 넘어 병적 범위에 들어섰는지 판단해야 한다. 또 이와 함께 동반되는 우울증이나 알코올중독 등 기타 정신의학적인 문제, 만성적인 두통, 피로감, 소화기 증상, 잦은 근육통과 같은 신체 질환에 대한 검진도 필요하다.

특정 대상에 대한 불안함, 특정공포
말 그대로 특정한 대상에 대한 공포다. 폐소공포증이 이에 속하며 이 밖에도 동물, 높은 곳, 질병은 물론 날아다니는 나방이나 알약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대상이 될 수 있다. 세상에 ‘호랑이 공포증’이란 단어는 없다. 모든 사람이 두려워하는 공포의 대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방이나 감기약을 무서워한다면 문제가 된다. 물론 환자의 대부분은 자신의 두려움이 과도하고 비합리적이라는 것을 잘 인지하고 있다. 예를 들어 폐소 공간이 자신을 해칠 수 없으며, 발작에 가까운 자신의 모습이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일지도 잘 알고 있다. 따라서 특정공포는 공포감 그 자체뿐만 아니라, 공포를 느끼는 자신을 수치스러워하는 감정이 수반된다. 미국 국립정신건강연구소의 한 결과에 의하면 1년간 특정공포가 발생할 확률은 8.7%.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문제로 도움을 구하는 사람은 극히 드문데, 자신의 나약함을 숨기려는 성향이 강한 남자의 경우 비율이 훨씬 더 낮아진다. 특정공포는 환경과 학습에 의해 유발되는 경우가 대부분. 예를 들어 엘리베이터에 갇힌 사건을 겪은 후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도 계단을 택한다거나, 약을 먹고 토한 경험이 있는 사람이 그 후 오랜 시간 감기약 한 알도 넘기지 못하는 공포감에 시달리는 경우처럼 말이다. 특히 비슷한 공포를 겪는 가족의 유무 또한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이를테면 어릴 때 나방을 보고 경악하는 엄마의 모습을 목격한 아이에게서 유사한 특정공포가 발생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항상 불안하고 초조한 범불안장애, GAD
불안함을 느끼는 안테나가 별다른 이유도 없이 365일 작동하는 경우. 임상적으로는 저평가된 질환이지만 실제로 많은 사람이 겪고 있는 질환이다. 사소한 일에도 과도한 걱정과 불안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며, 불면, 피로감, 짜증, 안절부절못하는 심리적인 증상은 물론 허리, 어깨, 가슴 통증, 두통이나 과호흡, 두근거림 등 신체적인 증상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 일상적으로는 내일 닥칠 시험부터 크게는 지진이나 핵전쟁 같은 재앙적인 사건까지 모든 것을 걱정한다. 주로 자기 자신을 신뢰하지 못하고, 과제를 완벽하게 마치지 못할 거라는 두려움에 빠져 있다. 자신만 괴로운 것이 아니라 옆에서 보기에도 항상 분주하고 조급한데, 문제는 이런 불안장애는 전염력이 강해 주변 사람들마저 불안하고 불편하게 만든다는 것! 또한 GAD는 다른 정신의학적인 질환이 동반될 확률이 매우 높다(2004년 한 통계에 따르면 주요 우울장애를 동반할 경우 60%, 기타 불안장애와 공존할 경우가 57%). GAD는 주로 사랑하는 대상과의 이별처럼 ‘보편적’일 수도 있는 불안에서 시작하지만, 뒤따라 이어지는 스스로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커지면서 악화된다. 또 가족력 또한 중요한 요인으로 환자 가족 네 명 중 한 명꼴로 같은 병을 갖는다. 장기간 숨 쉬듯 앓고 있는 질환이므로 무의식적인 갈등을 찾아내는 것이 무엇보다 우선이다.

대인 관계의 두려움, 사회불안장애
이성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연애를 시작조차 하지 못하는 30대 여자, 시험 공포로 수능을 망친 삼수생, 발표불안으로 늘 면접에서 떨어지는 취업 준비생. 얼굴이 붉어지고 심장이 두근거리며 남들의 시선이 두렵다는 점에서 수줍은 성격과 유사하지만 사회불안은 그 정도가 지나쳐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친다는 데 문제가 있다. 어린 시절의 수줍음과는 엄연히 다른 문제다. 수줍은 성격은 대부분 거듭되는 사회적 노출을 통해 호전되는 양상을 보이지만, 사회불안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 심해진다. 특히 우울증, 공황장애, 강박장애, 알코올 의존 등의 후유증을 동반하는 경우도 흔하다. 2008년 미국의 한 통계에 따르면 미국 인구의 12.5%를 차지할 정도로 흔한 질환이지만 이에 반해 적극적인 치료에 나서는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적다고. 사회불안 장애는 인지 행동 치료, 호흡 훈련, 이완 훈련, 노출 훈련 등 여러 가지 구체적인 치료 방법이 확립되어 있고, 그 효과 또한 매우 높은 질환이다.

불안장애의 치료법
불안장애의 치료는 잘못된 생각과 행동을 이해하고 교정하는 ‘인지 행동 치료’에서부터 시작된다. “인지 행동 치료는 현대 정신의학적 치료에서 매우 중요한 영역을 차지합니다. 인지 치료, 호흡 훈련, 이완 훈련, 노출 요법, 확인 기법, 광고 기법등 여러 방법이 포함되죠.” 인지 치료의 한 예를 들자면, 발표를 앞두고 ‘나만 떤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 ‘모든 사람이 마찬가지다’라고 생각을 교정해주는 것이다. 인지 치료와 더불어 실제 상황에서의 노출 훈련도 필요하다. 예를 들어 물 공포증 치료를 위해 수영장에서 발끝부터 무릎, 허리, 배, 가슴 순서로 신체 부위를 점진적으로 물에 노출시키는 경험을 하게 하고, 불안감을 줄여가는 과정을 밟게 되는데, 이때의 긍정적인 경험은 치료에 매우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불안과 긴장으로 인한 과호흡 상태를 조절하기 위한 호흡법(애플 앱스토어, 구글 플레이에서 ‘panic_breathe’를 검색해볼 것!)도 익혀두면 좋다. 물론 경우에 따라 약물 치료도 병행돼야한다. “갑상선에 문제가 생기면 처방 약을 복용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마찬가지로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이 부족하면 이를 원상 복구할 수 있는 약을 복용해야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전문의를 통한 정확한 검진과 처방. 치료에 대한 불필요한 공포가 또 다른 불안의 시작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내 공포의 역사를 찾는 여정이 그다지 반가울 리는 없다. 하지만 그 실체를 찬찬히 들여다보면, 불안이란 그저 오류로 가득한 존재일 뿐이다.

평상시 나의 불안 정도는?

상태불안 평가 도구는 현재 상태의 불안 정도를 측정하는 도구로 이런 불안이 간헐적인지 장기간 지속적인지에 따라 정확한 진단이 가능하다. 6개월 이상 대부분의 시간이 불안했다면 GAD(범불안장애)를 의심해봐야 한다.

● 각 항목에 점수를 매겨 합산한다.
1 = 전혀, 2 = 약간, 3 = 중간, 4 = 심한

● 나는 긴장하고 있다.
● 나는 후회스럽고 서운하다.
● 나는 당황해서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
● 나는 앞으로 불행이 있을까 걱정하고 있다.
● 나는 불안하다.
● 나는 짜증스럽다.
● 나는 마음이 조마조마하다.
● 나는 극도로 긴장하고 있다.
● 나는 걱정하고 있다.
● 나는 흥분되어 어쩔 줄 모른다.

25~27점 상태불안이 약간 높음
28~30점 상태불안이 상당히 높음
31점 이상 상태불안이 매우 높음

    이지나 (컨트리뷰팅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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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A HYE KY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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