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지 멘키스가 품평한 2016 F/W 뉴욕 패션위크 랄프 로렌: 귀족적인 삶
랄프 로렌 쇼는 승마복 같은 격자무늬 트위드 재킷과 캐시미어 가디건으로 문을 열었다. 그리고 전원생활을 누리는, 또는 도시를 떠나 햄튼으로 떠나는 꿈을 지닌 여성들의 삶 가운데에 굳건히 자리매김했다.
그렇다면 랄프 로렌 쇼에서 무엇이 새로웠을까. 그의 나라가 다문화 국가가 되고 있을지언정 뉴 잉글랜드의 세계는 그다지 변한 게 없어 보이는데 말이다.
랄프 로렌은 소재와 컬러에서 힘을 뺐다. 나는 그가 ‘회갈색’이라 소개한 오프닝 의상을 ‘진흙 빛 베이지’라고 부르고 싶었고, 헤링본 팬츠 수트에는 거의 패턴이 보이지 않았다. 가을과도 같은 정적을 깰 만한 실크 스카프라든지 반짝이는 보석도 없었다.
“나는 목소리를 낮추고 힘을 빼고 싶었습니다.” 낡은 트위드 재킷에 청바지를 입은 랄프가 말했다. 그 와중에 호리호리한 블랙 드레스를 입은 시에나 밀러는 날렵한 루비 벨벳 가운에 대해 극찬을 하고 있었다.
그것이 바로 이 쇼의 이면이었다. 부유한 귀족의 나이트 라이프를 위한 의상. 눈처럼 하얀 코튼이 검은색 팬츠 수트의 목 부분을 살며시 장식하고 풍부히 자수가 놓여진 드레스들은 치렁거렸으며 보석들은 목에서 눈부시게 빛났다. 가방 앞부분에는 위엄 있는 랄프의 문장이 찍혔고 저녁 파티에서 입을법한 스키니 진은 은박으로 덮여있었다.
오직 소수의 사람들만이 이러한 ‘평범한 낮과 별처럼 눈부신 밤으로 이뤄진 삶’을 누릴 수 있다는 게 문제가 될까? 헤링본 코트라든지 잘 재단된 퀼로트를 직장에서 입는 건 전혀 문제없을 것이다. 귀여운 앵클 부츠는 누구에게나 잘 어울린다.
그러나 어떠한 현대의 시간이나 공간, 일상의 다급함, 디지털적인 광란, 스마트폰이 주도하는 삶 등에서 벗어난, 이러한 환상적인 의상들 사이에는 지적인 단절이 있었다.
랄프 로렌은 계속 꿈을 꿀 수 있을까? 안될 건 없지. 그러나 랄프 로렌의 쇼에는 그 개별적인 의상들이 얼마나 사랑스러울 수 있었는지는 차치하고서라도 현대의 절박함이 결여되어 있는 건 사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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