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지 멘키스가 품평한 2016 F/W 파리 패션위크 – 드리스 반 노튼의 마르케샤 카사티에 대한 오마주
손으로 그린 검은 눈이 초대장 위에서 나를 응시하고 있었다. 이는 후에 드리스 반 노튼 쇼에서 모델들의 눈이 되었다.
이 음울하고 시커멓게 칠한 속눈썹으로부터 나르시즘에 빠진 완벽주의자이자 장엄함에 집착하던 마르케샤 루이자 카사티 외에 그 누굴 떠올릴 수 있을까?
백스테이지에서 드리스 반 노튼은 까맣게 눈 화장을 하고 머리를 꼼꼼하게 뒤로 넘긴 모델들 사이에서 “마르케샤 카사티는 자신을 걸어 다니는 예술이라 생각했어요. 그리고 그게 바로 이번 컬렉션의 시작점이 된 매우 흥미로운 부분이죠.”라고 말하기도 했다.
나는 존 갈리아노부터 데이비드 코마, 알렉산더 맥퀸에 이르기까지 마르케샤와 그녀의 퇴폐적인 베니스 생활에서 영감을 얻은 많은 디자이너들을 보아왔다. 마르케샤는 부유한 파티광들과 허영꾼들에 둘러 쌓여 자신의 겉모습에 치중하는 생활을 했다.
그러나 나는 이전에는 카사티가 어느 디자이너를 이런 방향으로 이끈 걸 본 적이 없다. 레이스로 된 블랙 이브닝 드레스와 겹겹의 벨벳 대신에 남성적인 핀스트라이프 수트가 등장했다. 모델들은 뒤로 넘긴 머리와 실크 넥타이를 했고 맵시 나는 재단으로 우아한 레즈비언의 두근거림을 가졌다. 더 부드러운 분위기이면서도 여전히 성별이 모호한 한 모델은 굴곡 있는 몸을 실크 프린트 드레스로 감쌌다.
넓고 버려진 파리의 기차역에서 열린 이번 쇼에는 다양한 요소들이 등장했다. 목 부위의 보라색 깃털, 그리고 깨진 진주로 장식된 구두굽이 달린 부츠는 사치스러운 여성스러움을 표현했다. 레오파드 페이크 퍼는 런웨이에 기운을 불어넣었다. 벨기에 출신 드리스 반 노튼의 익숙한 스타일이면서 루즈하게 재단된 금빛 의상들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마르케샤의 이야기는 전부 좋아합니다. 그녀 몸 위의 뱀들도요. 모두가 정말 영감을 안겨주죠. 그녀는 사치스러움에 도전했어요.” 드리스는 마르케샤가 뱀 여러 마리를 보석처럼 둘렀다는 주장을 언급하며 말했다.
디자이너는 가슴부위를 메시로 만들거나 뱀 무늬가 들어간, 미끄러지는 듯한 벨벳의 이브닝드레스를 새로이 선보였다.
환호에 찬 인사와 숨막힐 듯 둘러싼 추종자들 사이에서 나는 드리스에게 내가 알고 싶은 걸 묻지 못했다. 이번 컬렉션을 위해 여성, 남성스러운 것들을 탐구한 부분이 있는가?
나는 케이트 블란쳇과 루니 마라가 레즈비언 영화 <캐롤>로 오스카 상에 노미네이트 되었다 해서 그에게 게이 여성들을 위해 디자인해보기로 마음을 먹은 것이냐 물을 정도로 무신경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번 컬렉션의 재단과 옷을 입은 방식에서는 무언가 차별성이 느껴졌다.
쇼노트가 내 스마트폰으로 전송되었고 나는 드리스 반 노튼의 라인업에 관해 읽었다. 쇼노트에는 이렇게 써있다. “성 정체성이 혼란스러운 자, 헬무트 뉴튼 – 라이프 스타일로서의 퇴폐”
훌륭한 패션 디자이너는 ‘시류(l’air du temps)’를 잡아낸다. 그리고 드리스는 이 시대에 새로이 떠도는 무언가를 잡아내어 루이자 카사티에 대한 초자연적인 동경을 젠더에 대한 현재의 논의와 아울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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