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지 멘키스가 품평한 2016 F/W 파리 패션위크 – 꼼 데 가르송 : 18세기 펑크
서둘러! 달려! 사형수 호송차는 굴러가고 베르사유가 불타오른다! 커튼을 내려라, 여왕의 드레스를 움켜쥐고 프릴과 장신구를 떼어내라. 혁명에 어울리는 옷들이 나가신다.
파리의 둔덕 깊숙한 곳에서 꼼 데 가르송은 프랑스 패션에서는 한번도 본 적 없는 컨셉트, 바로 18세기 펑크를 제시했다. 모델들은 프릴과 옷자락 주름이 가득한 옷을 입고 걸어 나왔다. 모든 옷이 파우더 핑크와 푸치아 핑크 또는 어두운 바탕에 자잘한 꽃무늬로 되어있었다. 마치 40여년 전 카와쿠보 레이가 사업을 시작했던 그 당시 오뜨 꾸뛰르에서나 본 듯한 옷이었다.
그녀의 파트너 아드리안 조페와 함께 이 일본인 디자이너는 쇼의 컨셉트를 설명했다. 18세기 혁명 당시 펑크가 어떻게 유럽 전역으로 퍼졌는지에 대해서였다.
꽤나 훌륭해 보인 것이 사실이다. 모델들을 꽉 죄거나 패드를 대는 복잡한 방식으로 두 시즌을 보낸 후 이번 시즌은 현실적이고 상대적으로 심플하게 만들어졌다. (이 경우 ‘상대적’이란 캔디 핑크의 코트에 겨우 7줄의 실크가 점점 커지는 사이즈로 들어갔다는 의미다. 그리고 검은 바탕 위에 밝은 색 꽃송이가 풍부하게 들어간 화려한 꽃무늬 프린트가 ‘겨우’ 5번만 등장했다는 뜻이다. 이 옷들은 하나하나가 마치 텐트처럼 몸을 감쌌다.)
조페는 그와 레이가 역사적이면서도 퇴락한 프랑스 실크 산업의 고향 리옹을 방문했다고 밝혔다. 그곳에서 디자이너는 모델들이 런웨이를 쓸고 다닐 거대하면서 우아한 텐트를 만들어낼 소재를 찾았다고 한다. 털이 보송보송한 파우더핑크의 스니커즈는 옷이 현실적으로 보이게 만들었고 <호두 까기 인형> 음악은 동화 같은 분위기를 자아냈다.
카와쿠보 레이는 옷과 우리의 반응을 통해 현대적인 사건들을 다시 겪도록 만드는 편치 않은 재주를 가지고 있다. 패션 하우스들은 모두 반항적인 브랜드인 베트멍을 주목하고 있다. 패션 공동체인 베트멍은 하이엔드 럭셔리의 길고 긴 집권에 반하는 스트리트 에너지와 컨템포러리 패션에서 틈새를 파고들고 있다. 유명한 메종의 CEO들은 두꺼운 유리창 바깥에서 불안정한 폭도의 기운을 느끼기 시작한 것일까?
시장에서 벌어지는 대 격동 속에서 옷으로 만들어진 꽃무늬 커튼은 꽤 유용한 역할을 해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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