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정말 사과일까?>, <이게 정말 나일까?>, <이유가 있어요>, <불만이 있어요> 등 이상한 생각을 귀여운 표현 속에 강하게 심어놓는, 영리한 작가 요시타케 신스케의 신작 <벗지 말걸 그랬어>는 일반적이지 않은 상황을 가정하고 그것을 삐딱하게 바라보는 상식을 마구 초기화한다. 아동용 책으로 분류되지만, 이 고집스러울 정도로 둥글둥글한 공격을 받을수록 좋은 사람은 사회적인 눈치 속에 자신을 편입시켜버린 성인일지도 모른다.
<싫음시름>은 일본의 일러스트레이터 ‘브릿지 쉽 하우스’의 단편 만화를 모은 책으로, 자전적인 이야기에 허구를 더해 완성했다. 일본 만화보다 서구의 얼터너티브 코믹에 영향을 받은 작가답게 커다란 판형에서 만화의 구조를 실험하거나 판형을 자유자재로 바꾸기도 했다. 학교를 졸업하고 아르바이트를 하다 프리랜스 작가로 일하면서 겪은 여러 불편함을 자조적인 유머를 섞어 그렸다. 아무런 설명 없이 주인공을 눈이 세 개인 캐릭터로 그리는데, 낡은 틀로 가득한 사회에서 휩쓸리면서도 ‘다른 개인’으로 남으려 하는 표현으로 보인다.
<악어 프로젝트>는 프랑스 작가 토마 마티외가 일상에서 빈번하게 벌어지는 성희롱, 성폭력에 대한 여러 사례를 모아 만화로 그린 책. 등장하는 남성을 악어로 바꿔 그리고 차별적이며 폭력적인 언어 역시 같은 초록색 말풍선에 담았다. 이를 통해 작가는 우리 눈앞에서 흘러가듯 발생하는 사건들이 다분히 힘의 구도 속에서 일방적으로 행해지거나 누군가에게 인내 혹은 침묵을 강요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혹자는 스스로 무결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이 책은 ‘내 행동의 결과를 내가 확신할 수 있다’는 생각부터 이미 폭력적인 구도 속에 안주하는 것임을 알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