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델 말고 노델(Nodel)
요즘 런웨이와 광고 캠페인에는 프로 모델들 대신 디자이너의 친구나 디자인팀이 즐겨가는 클럽의 DJ나 단골 식당의 힙한 여주인들이 등장하고 있다. 베트멍 쇼에 등장한 DJ 클라라 3000(Clara Deshayes), 발렌시아가 쇼로 데뷔한 아티스트 제인 모슬리(Jane Moseley) 같은 뎀나의 친구들이 대표적인 예다.
세련된 여자들이 특히 편애하는 주얼리 브랜드 소피 부하이 역시 뉴욕의 작은 프랑스 식당 ‘Mimi’의 젊은 여주인 카밀라 데트레(Camilla Deterre)를 브랜드의 얼굴로 내세우고 있다. 헤어 메이크업도 하지 않은 듯한 꾸밈없는 모습에 소피 부하이의 구조적인 액세서리를 한 카밀라의 이미지는 그녀의 개인 인스타그램 속 사진과 별반 다르지 않은데, 그게 오히려 더 쿨하게 느껴진다.
디지털 컨텐츠에 열정적인 알레산드로 미켈레도 이런 리얼걸들에게 구찌 런웨이와 SNS 채널을 내주고 있다. 16 FW 구찌 쇼에 모델로 등장한 캐나다 출신의 포토그래퍼 페트라 콜린스(Petra Collins)나 최근 구찌 스냅챗을 테이크 오버한 뮤지션 소코(Soko)같은 친구들 말이다. 공통점이라면 취향과 스타일이 좋고, 브랜드가 추구하는 이미지와 부합하는데다 인스타그램 팔로워 수가 많다는 것.
조단 던, 칼리 클로스와 함께 케이트 스페이드 광고 캠페인을 장식한 컬럼니스트 칼리 시오르티노(Karley Sciortino)나 마리엄 나시르 자데 룩북 속 이름 모를 여인들도 모두 요즈음의 화두인 ‘노델’ 들이다.
매력적인 일반인들이 ‘노델’이라 불리며 모델로 등장하는 이런 흥미로운 상황이 벌어지는 이유? 본질은 우리가 이제 좀더 ‘진짜’를 원한다는 데 있다. 베트멍 청바지를 10등신 슈퍼 모델이 입은 것 보다는 내 친구 혹은 친구의 친구일수도 있는 ‘진짜’ 여자들이 입었을 때 우리는 더 흥미롭다고, 갖고 싶다고 느낀다. 완벽히 꾸며진 상태로 화사하게 웃고 있는 광고 캠페인 속 칼리 클로스보다 마스크팩을 붙이고 잠옷 가운 차림으로 친구들과 노는 ‘진짜 칼리’의 모습을 보고 싶어서 그녀를 팔로우하는 것과 마찬가지 이유다.
다시 말해서, 어떤 매력적인 제품을 전문 모델이 아닌 진짜 자기 삶을 살고 있는 매력적인 실존 인물, 소위 노델을 통해 접할 때 ‘내가 입으면 어떻겠다’하는 현실성과 진정성이 더해지는 것. 이건 소비의 즉각적인 동기부여가 될 수 있고, 광고에 현혹돼서 돈을 쓴 것이 아니라 내 취향에 의해 소비했다는 어떤 자의식마저 심어준다. 분명한 건, 누구라도 자기 스타일을 전 세계에 드러낼 수 있게 된 디지털 세상에서 진짜 스타일을 가진 진짜 사람(Real girl)들의 존재감은 점점 더 커질 거란 사실. 결국 스타일이란 옷이 아닌 사람에게서 비롯되는 거니까.
- 에디터
- 보그
- 포토그래퍼
- COURTESY 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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