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지 멘키스가 품평한 2017 S/S 밀란 패션위크 – 파우스토 푸글리지와 막스마라: 현실적인 패션과 개성 넘치는 패션
밀란 패션계는 생각에 잠기게 하는 컬렉션과 효율적이고 현실적인 컬렉션의 경계를 넘나들고 있다.
급격히 빨라진 글로벌 패션 산업에서 브랜드들은 인터넷의 속도로 빠르게 컬렉션을 진행할 지, 패션의 전통을 지키며 천천히, 그리고 신중하게 컬렉션을 선보일 지 고민에 빠졌다. 이런 고민들로 밀란 컬렉션 스타일은 매우 다양해지기 시작했다.
창살 뒤에서 펼쳐진 파우스토 푸글리지 쇼
이탈리아 남부지방 출신인 파우스토 푸글리지(Fausto Puglisi)는 이탈리아를 햇빛, 바다, 그리스 동상과 아헨 왕궁의 화려한 모자이크로 설명했다.
하지만 그의 이탈리아에 대한 설명과는 달리 컬렉션은 전체적으로 꽤 어두웠다. 이번 컬렉션은 페니키아, 그리스, 비잔틴, 무슬림, 노르만족 등에게 침략을 당했던 그의 고향 시칠리아 섬의 장면을 그렸던 것이다.
쇼의 주제는 창살 뒤에 갇힌 노예들이었다. 세계 유일한 감옥 안에서 탄생한 극단 볼테라(Volterra)의 아트 디렉터 아르만도 푼조(Armando Punzo)가 기획한 연극같았던 쇼였다.
네온사인 십자가상이 걸려있는 무대 위에 각 모델 또는 배우가 등장할 때 마치 카라바지오의 작품 속 탄원자들을 보는 것 같았다.
디자이너에게 옷은 쇼에 크게 중요한 역할을 하지 않은 듯했지만, 컬렉션에는 열린 재킷, 바지, 그리고 심플하면서도 위협적인 쇼츠와 상의를 만나볼 수 있었다.
베이지 핑크와 그린 판넬로 장식된 등이 파인 드레스와 허리에 커다란 벨트와 그리스식 꽃무늬 드레이프드 드레스를 볼 수 있었다.
아쉽게도 긴 드레스에 어깨와 한 쪽 다리가 노출되는 룩은 약간의 불편해 보이게 하는 효과가 있었다.
원단은 십자가상 패턴으로, 간혹 불에 타고 있는 십자가 문양도 보였다. 이번 쇼는 전체적으로 파워풀한 메시지를 전달하긴 했지만, 패션쇼인만큼 옷에 초점을 더 맞추어야 한다는 생각에 약간의 아쉬움이 남았다.
막스마라: 트로피컬 모던
거대한 나뭇잎이 프린트되어 있는 스포티한 착장을 입은 모델들이 걸어나오는 모습을 보는 순간 막스마라(Max Mara) 쇼의 메시지를 바로 느낄 수 있었다. 스포츠웨어에 ‘트로피컬 모던’이라는 주제를 더한 것. 선바이저, 수영복, 그리고 구멍이 숭숭 뚫린 여름 신발과 스포츠웨어르 결합했다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 후로 연속으로 검정색 룩이 나타났으며 이 컬렉션처럼 스포티한 룩도 오피스웨어로 활용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줬다. 대표적인 예로 무릎길이 스커트에 매칭한 시스루 탑 아래 검정 브라가 있었다.
스마트폰을 항상 지니고 다니는 현대 직장인들은 과연 블랙 재킷과 스커트, 또는 나뭇잎 패턴으로 장식된 스키니 지퍼 드레스를 입고 싶어할까?
디자인 팀은 이번 트로피컬함과 스포츠웨어가 결합된 컬렉션은 리나 보 바르디(Lina Bo Bardi)의 라틴 아메리카 건축물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한 가지 문제점이 있었다. 그건 바로 막스마라는 완벽한 테일러드 코트로 유명하다는 것.
이번 2017 봄 컬렉션에 강렬하고 모던한 블랙 후디가 달린 롱 화이트 코트를 선보이긴 했지만, 다른 옷들은 마치 스페이스 오디세이에 입고 갈만한 코스튬 같았다. 흰색과 하늘색 점프수트는 섬세하게 잘 만들어졌지만, 현실적인 여름용 옷보다는 미래의 영화에나 나올법한 의상들이었다.
막스마라의 디자인 팀은 모든 의상을 완벽히 제작했다. 하지만 트로피컬 모더니즘은 물론, 유니폼 같기도 했던 의상들은 현대 직장인 여성을 위한 의상 같지는 않았다.
(링크를 클릭해 2017 S/S 컬렉션 룩을 모두 감상하세요.)
- 글
- 수지 멘키스
- 포토
- COURTESY OF @SUZYMENKESVOGUE INSTAGRAM, INDIGIT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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