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 트렌드

신인류의 출현

2017.02.15

신인류의 출현

좁은 턱과 높은 콧날, 훤칠하지만 왠지 모르게 웃자란 콩나물 같은 체구. 한국인의 체형이 달라지며 ‘잘생김’의 기준도 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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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약한 면봉상, 신인류의 출현

VOGUE 얼마 전 치과 의사에게 재미있는 얘길 들었다. 예전에는 얼굴을 작게 보이려고 교정을 했는데 요즘은 작은 얼굴 때문에 교정을 한다고 말이다.
Ahn Mee Sun(이하 Ahn) 요즘 데뷔를 앞둔 연습생들은 대부분 2000년 전후에 태어났다. 이들은 골격 자체가 다르다. 불과 몇 년 사이에 이렇게 선이 가늘어지다니 내심 놀라고 있다.

VOGUE 진화의 증거가 아니겠나. 음식이 부드러워지며 강하게 물고 뜯고 씹을 필요가 없어져 골격이 좁고 길게 변화하고 있다는 게 학계 정설이다.
Ahn 그래서 치과가 문전성시인 거다. 턱 사이즈는 줄었는데 치아의 크기와 개수는 그대로이니 치열이 엉망일 수밖에. 고르게 배열됐다 해도 그 놓인 모양이 V자로 ‘쪼뼛’해서 겉으로 보기에 입매가 마치 새 부리 같다. 믿음 가는 인상은 아닌 거다.

VOGUE 그래도 덕분에 일명 ‘돌려깎기’라 말하는 턱뼈 수술의 수요는 훨씬 줄었다더라.
Ahn 마냥 좋아할 일도 아니다. 샤프하긴 한데 정돈이 안 돼 있어서다. 맺힌 데 없이 흐르기만 하는 인상으로는 주·조연 자리를 꿰차기 힘들다. 턱 끝에 힘이 있어야 하는데 요즘 아이들은 하악골이 옆이나 뒤로 슬라이딩되어 있는 무턱인 데다, 코는 오뚝해 입체적이지만 뺨은 가라앉아 평면적으로 보인다.

VOGUE 곤충상이 아닌가? 화면에 매력적이지 않을 텐데. 턱 끝에 보형물이라도 넣어주나?
Ahn 무조건 성형수술을 할 것도 아니다. 얼굴 구조를 변하게 만드는 환경적 요소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VOGUE 하긴 치과, 성형외과, 이비인후과 전문의 모두 한국인의 얼굴이 달라지는 원인의 하나로 환경오염을 지적하곤 한다.
Ahn 코 모양이 달라질 정도로 영향이 크다. 예를 들어 어린 스타들은 대부분 알레르기나 비염을 앓고 있다. 콧속 부비동에 염증이 많이 생기는 계절이면 코주부처럼 붓기도 한다. 게다가 입을 벌리고 숨을 쉬면서 하관이 변해 점점 무턱이 되어간다. 모양만의 문제가 아니다. 긴장하면 무의식적으로 이를 악무는 버릇 때문에 어금니는 가라앉고 앞니는 점점 튀어나온다. 턱 관절에 무리가 가는 건 당연지사. 게다가 모바일 폰으로 뭐든 해결하는 세대라 경추가 틀어져 있고 척추 측만도 심하다. 몸이 무너지면 고급스러운 아우라, 압도하는 힘이 부족해지는데 본인들은 자각하지 못하고 있다.

근육 잡는 관상 케어

VOGUE 종족이 달라지니 케어의 방법이나 시술도 달라져야 할 것 같다.
Ahn 요즘은 성형외과 전문의보다 근육 전문가를 더 많이 찾아다닌다. 그 어느 때보다 비대칭이 심하기 때문이다.

VOGUE 예전에는 짝짝이 눈와 각도가 다른 턱선을 데칼코마니 한 듯 맞추기 위해서라면 수술대에 올라야 했다. Ahn 이제 칼로 밸런스를 맞추는 건 하수다. 성형수술이라는 것이 기본적으로 상처를 낸 후 다시 붙여 꿰매는 것이다 보니 자리를 잡는 과정에서 미세하게 코가 휘고 눈이 찌그러지기도 한다. 성형수술로 비대칭을 완벽하게 개선하는 건 무리다.

VOGUE 요즘은 연예인들이 욕심을 부려도 디렉터들이 말리는 분위기라 들었다.
Ahn 대중의 취향을 읽으라고 간곡히 충고 중이다. 예를 들어 턱선에 칼을 대면 골격은 예뻐지지만 미세하게 라인이 뭉그러지는 부분이 생기고 귀 밑이 쭈글대기도 한다. 문제는 더 섬세해진 촬영 장비와 똑똑한 시청자들이 이걸 다 잡아낸다는 거다. 들키면 안 하느니만 못하다.

VOGUE 사실 부자연스러운 것만큼 흉이 되는 것도 없는 시대다. 동그랗고 다소 납작해 보여도 피부가 좋고 눈빛이 매력 있으면 주연 자리를 차지한다. 이선경을 보라.
Ahn ‘예쁘다’ ‘잘생겼다’가 더 이상 스타의 필수 요건이 아닌 거다. 조금 못생겨도 자신만만하고 개성 있으면 상품성이 있다고 판단한다. 대신 그 개성의 완성도가 중요하다. 그래서 요즘 가장 뜨는 것이 ‘관상 케어’! 얼굴의 근육이나 골격의 틀어짐을 되잡아주는 근육 케어가 대세라는 뜻이다.

VOGUE 크라니오 케어나 두피의 모상 건막을 풀어주는 에스테틱은 예약할 수가 없을 정도다. 두개골의 호흡을 읽어 넣을 데 넣고 튀어나올 데 나오게 하는 이런 수기 성형술은 드라마틱하진 않아도 고급스러움만큼은 최고다.
Ahn 밋밋하고 말간 얼굴일수록 귀티가 중요하니까.

기름기 제로의 라인

Ahn 무쌍의 담백함이 가장 트렌디한 시대, 보디 취향도 달라졌다. 섹시함의 종류가 달라졌다고나 할까. 예를 들어 예전 연예인들에게 가슴 크기란 굉장히 중요한 요소였다. 다이어트를 해서 말라깽이가 돼도 가슴은 풍만하기를 바랐고, 대부분 한국인 체형상 가질 수 없는 크기를 원했다. 하지만 이제 적당한 크기의 보형물로 갈아 끼우는 재수술을 받거나 줄기세포 시술로 모양만 다듬는 등 욕심을 버리기 시작했다. 대신 근육의 질이 가장 중요해졌다. 운동을 많이 한 듯한 느낌을 주는 것이 포인트다.

VOGUE 둔탁함을 용서하지 않는다는 거군.
Ahn 이제 직선의 시대다. 예전에는 동안을 최고 미덕으로 여겼기 때문에 어린 나이에 데뷔해도 지방 이식, 필러 시술을 많이 했다. 하지만 이제 플랫한 이마, 쭉 뻗은 콧날 등 지적인 직선을 선호한다. 여자 스타들의 경우 독립적이고 건강한 매력이 여성적인 스타일링과 조화를 이룰 때 대중의 반응이 훨씬 빨리 온다.

VOGUE 생활감이 느껴지는 세로 복근을 가진 이선빈 같은 여자, 목은 길지만 어깨는 넓은 김우빈 같은 남자들이 핫한 건 안다. 하지만 말이 쉽지, 기름기 없이 건강한 몸매가 어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나? 게다가 운동 좀 한다는 스타들 중 몸이 마름모 모양으로 덩어리져 버리는 예도 심심찮다.
Ahn 키만 훤칠하지, 콩나물처럼 웃자라 보이는 요즘 신인류들에게 자주 있는 일이다. 자세가 나쁘다 보니 코어 자체를 쓸 줄 몰라 말초의 힘으로 운동하기 때문에 복근이나 가슴 근육은 펌핑되지 않고 승모근만 두껍게 올라온다. 비대해져선 안 될 부분이 커져버리니 옷태도 춤태도 안 날 수밖에. 그래서 요즘은 일단 코어부터 잡고 시작한다. 그렇게 하면 안무의 라인 자체가 달라진다.

VOGUE 누군지 알 것 같다. 교정 후 뒷모습을 보고 모델 출신 연기자 L군과 혼동할 정도로 훌륭하게 변신해서 깜짝 놀랐다.
Ahn 제대로 힘을 쓴다는 게 그만큼 중요한 거다. 얼마 전 재미있는 일이 있었다. 목이 짧고 두꺼워진 한 아이돌이 승모근에 보톡스를 시술받은 뒤 침대에서 몸을 잘 일으키지 못했다. 힘이 잘 안 들어간다며 의아해하기에 “그동안 당신이 목의 힘만 쓰며 살았다는 증거”라고 말해줬다.

VOGUE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하나?
Ahn 심부근까지 자극하는 전기 패치를 붙이고 필라테스를 시킨다. 돌돌 말린 근육을 펴 ‘어깨 깡패’로 만들고 배에 힘을 넣는 훈련을 시키는 거다. 스타들이 이건 운동이 아니라 재활이라며 너스레를 떨 정도다. 사실 신인류 스타들이 근육 쪽으로 눈을 돌리는 데는 다른 이유가 있다. 건강 때문이다.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몸이 매우 부실하다. 피검사를 해보면 모두 비타민 D 부족에, 간의 컨디션도 형편없고, 심지어 혈전까지 많다.

VOGUE 그렇게 활동량이 많은데도 건강이 좋지 않다니,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Ahn 좋지 않은 자세와 식습관 때문에 밸런스가 완전히 무너진 결과다. 모래 위에 지은 궁궐인 거지. 내 직업의 궁극적 목표는 스타들의 신체적 능력을 파악해 이들이 오랫동안 연예계 생활을 할 수 있도록 건강한 멘탈과 몸을 갖게 하는 거다. 그래서 반드시 피검사를 거쳐 영양소를 처방 받게 하고 신체 패턴을 정상화시키는 데 오랜 시간을 투자한다. 필요하다면 정신과 상담도 권한다.

VOGUE 이건 밸런스를 잃은 구인류에게도 해당되는 것 아닌가.
Ahn 당연하다. 스타 만들기란 결국 사람을 끌어당기는 에너지를 만드는 작업, 시대가 변해 또 다른 신인류가 출현해도 좋은 것을 먹고 바르게 움직이는 것이 건강한 에너지의 충분조건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을 테니까.

    에디터
    백지수
    포토그래퍼
    KIM BO SUNG
    일러스트레이터
    조성흠
    모델
    박종혁
    헤어 스타일리스트
    김승원
    메이크업 아티스트
    류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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