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가가 건네는 ‘안녕‘
2017년의 오늘, 박찬경 작가가 던지는 질문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까닭.
“‘언캐니(uncanny)’라는 단어가 있어요. 비슷하게는 독일어 ’unheimlich’가 있죠. ‘unhomeliness’, 즉 집으로 돌아가는데 집이 낯설다는 뜻이에요. 현대를 사는 한국 사람들에게도 전통, 과거 등을 대할 때의 느낌이 있어요. 식민지, 전쟁, 급속한 근대화 등 외부에 의해 큰 변화를 겪어야 했던 한국 사람들이 과거를 대할 때 한편으로는 익숙하고 친숙한데, 한편으로는 너무 낯설기도 한 이중적 감성 혹은 감정이죠. 그렇다고 외계의 것인가? 그것도 아니에요. 이런 ‘언캐니’한 상황이 되는 거죠. 오윤 화가의 ‘원귀도’와 김수영 시인의 시 ‘거대한 뿌리’ 둘 다 이런 감성을 담고 있고, ‘시민의 숲’이 이 두 가지에서 출발한 겁니다.” – 박찬경 인터뷰 中(2016년 11월호 <보그> 코리아)
‘안녕’. 예술가 박찬경이 인사를 건넨다. 5년 만에 열리는 개인전의 제목이기도 한 ‘안녕(安寧, FAREWELL)’은 환대와 작별의 양가적 의미를 띤 인사말이다. 또한 우리가 보낸 시간(근대사)를 위한 것이기도, 우리가 보낼 시간(미래)을 위한 것이기도 하며, 우리가 보낸 무명의 사람들을 애도하는 말이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삶을 살아가는 무명의 사람들을 위로하는 말이다. 지속적으로 한국의 근현대사에 몰두해온 박찬경은 식민, 냉전, 분단, 남북문제의 화두를 근대화의 과정, 그 질곡의 시기를 겪어낸 우리 모두로 확장시킨다. 특히 지난해 타이베이 비엔날레 등에서 선보인 3채널 비디오-오디오 작품 <시민의 숲>에서는 멀게는 동학혁명운동부터 가깝게는 세월호 사건까지, 이름 없이 희생된 모든 이들의 안녕을 기원하는 마음을 담았다.
이번 전시는 박찬경의 이런 관심사가 어떻게 진화되어 왔는지를 기록하는 일종의 장이다. <작은 미술사>에서는 한국과 아시아의 신민적인 미술제도를 주관적이고도 해학적으로 재배치하고, 신작 <승가사 가는 길>에서는 ‘키치’와 ‘화엄’을 오가는 한국적 감상주의를 제시하며, <밝은 별> <칠성도>를 통해서는 왜곡된 채 전파되고 있는 ‘전통’의 의미의 실재를 파헤친다. 박찬경이 선보이는 일련의 작품에서 비판정신과 비애감, 무참함과 해학을 동시에 읽게 된다면, 그것은 당신이 역사상 가장 격변의 시대, ‘현재’라는 이름의 현대사를 직접 일구고 있는 주체라는 증거일 것이다. 과거에서 출발한 박찬경의 작품이 미래지향적인 이유도 바로 그것이다. 5월 25일부터 7월 2일까지, 국제갤러리.
“근대성의 잘잘못이나 오류를 따지기 전에 근대성 자체를 상대화하는 게 필요해요. 거리를 두고 보는 것. 그 속에서 매몰돼서 보지 않고 빠져 나와서 근대성 자체를 낯설게 보지 않으면 새로운 사회나 예술에 대한 상상이 어렵겠죠.” – 박찬경 인터뷰 中 발췌 (국제갤러리 제공)
- 에디터
- 윤혜정
- 사진 제공
- 국제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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