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밤의 미스터리 BEST 5 – ②
<미스테리아> 편집장 김용언이 시대를 초월하여 사랑 받는 베스트 장르 소설을 엄선, 2회에 걸쳐 소개한다. 계절과는 상관 없는 명작이지만, 여름이라는 핑계로 찾아 읽기에 더할 나위 없는 작품들.
1 애거사 크리스티의 <끝없는 밤>
운명처럼 마주친 두 연인이 행복한 삶을 시작하려는 순간 집시의 불길한 저주가 떨어진다. 어리석은 자들의 미신일 뿐이라고 웃어넘겼던 예언이 실현되고, 죽음은 차근차근 그들의 보금자리를 방문한다. 고딕소설의 음울한 낭만과 미스터리의 수수께끼 풀이가 더없이 완벽하게 결합한 작품이자, 크리스티 본인이 자신의 작품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소설 10편’ 목록에도 기꺼이 올린 바 있다.
2 마틴 크루즈 스미스의 <고리키 파크>
1981년, 아직도 전 세계가 냉전을 경험하고 그 한복판에는 미국과 소련의 힘겨루기가 숨막히게 전개되던 시절, 모스크바의 고리키 공원에서 신원을 알 수 없는 시체 세 구가 발견된다. 국가의 ‘공식적인’ 거짓말과 개인의 범죄 사이에서 겪는 주인공 아르카디 렌코의 격렬한 혼란은, 존 르 카레의 ‘스마일리’ 시리즈와 더불어 미스터리의 폭이 얼마만큼 현실적으로 확장될 수 있는지 입증한다.
3 스티그 라르손의 ‘밀레니엄’ 시리즈(<여자를 증오한 남자들><불을 가지고 노는 소녀><벌집을 발로 찬 소녀>)
간단히 말해 이것은 ‘여자를 증오하는 남자들’과 ‘여자를 증오하는 남자들을 증오하는 여자’ 사이의 전쟁이다. 북유럽의 예쁜 빈티지&레트로 감수성을 낭만적으로 꿈꾸는 이들이라면 <밀레니엄>을 읽기 전 호흡부터 가다듬어야 할 것이다. 복수의 천사, 범죄에 범죄로 맞서는 우리 시대의 여신 리스베트 살란데르가 당신을 뜨겁게 맞이할 것이다.
4 이르사 시구르다르도티르의 <부스러기들>
아이슬란드에서 도착한 『부스러기들』은 유령이 떠도는 메리 셀레스트 호의 비극처럼 출발하지만, 당연하게도 전원 사라진 승객들은 수수께끼 속에 영원히 머무르지 않는다. 이것은 대서양 한복판의 호화 요트에서 벌어지는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적 상황으로 향하고, 현재 발견되는 작은 단서들과 과거의 살인 사건 전후의 장면들을 조합시킴으로써, 결말의 충격에 이르기까지 아주 정교하고 섬세한 구성을 완성한다.
5 찬호께이의 <13.67>
지금까지 홍콩 누아르 영화들을 통해서 시각적으로만 접했던 그곳이 찬호께이가 쓴 글자로 옮겨졌을 때의 충격. 홍콩이 중국과 영국이라는 거대한 국가 세력 사이에서 수 십 년을 버텨오는 동안 그 속에서 벌어진 갈등과 투쟁과 폭력과 죽음이 살아남은 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 정교한 트릭, 범죄 미스터리를 좇는 정의로움에 관한 균형 잡힌 시각, 본격 미스터리와 사회파 미스터리의 근사한 결합이 찬호께이의 작품에서 풍요롭게 형성된다.
- 글
- 김용언(《미스테리아》 편집장, 《문학소녀》 등 저자)
- 에디터
- 윤혜정
- 사진
- COURTESY 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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