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여덟 살의 꿈, 차준환
2018 평창 동계 올림픽에서 꿈을 이룬 차준환.
저녁 7시. 차준환은 고등학교 수업을 마치고, 태릉선수촌에서 훈련을 한 뒤, <보그> 촬영을 위해 스튜디오에 들어섰다. “저는 운동선수지만 학생이잖아요. 시합이나 시즌이 끝나면 학교에 꼭 가려고 해요. 캐나다에서 훈련할 때도 인터넷으로 강의 들으면서 공부해요.” 학교에서 인기가 많지 않냐는 질문에 차준환이 바로 고개를 젓는다. “남고예요.(웃음)”
차준환은 1년에 열 달은 토론토의 크리켓 스케이팅 & 컬링 클럽에서 훈련한다. 국내 경기가 있거나 시즌이 끝날 때만 한국에 들어온다. 하지만 평창 동계 올림픽을 앞두고선 발목, 무릎, 고관절 등에 부상을 당해 일찍 귀국했다. 차준환은 올림픽 내내 부상 후유증을 앓았다. 경기를 마치고 눈물을 흘린 이유도 부상을 비롯한 지난 어려움이 떠올라서다. “부상이 두렵지만… 운동선수로서 부상을 피할 수 없기에, 함께 가기로 결심했어요. 공존하자!” 우리는 그저 광고에서 튀어나올 법한 소년이(정말 초코파이 광고 모델 출신이다) 피겨스케이팅 하는 모습에 넋을 잃었다.
올해 시니어 1년 차, 국제 대회 경험도 많지 않고 물론 올림픽도 첫 출전이다. 비록 프리스케이팅에서 넘어졌으나 다음 올림픽에서 그가 얼마나 성장할지 눈에 그려졌다. 현재 177cm인 키가 계속 자라고 있듯 말이다. “자국 올림픽이긴 하지만 무대에서 그렇게 큰 환호는 처음 받아봤어요. 경기에만 집중, 또 집중을 되새기지만 관객들의 소리 하나하나가 에너지로 오더라고요. 비록 실수는 있었지만 후회하지 않아요. 최선을 다했으니까요.”
차준환은 올림픽이 끝나고 특별한 사랑에 빠졌다. “학생이 학교에 다니듯 제게 피겨는 일상이었어요. 특히 캐나다에서 훈련할 때는 더 기계처럼 일어나서 운동하고 밥 먹고 스케이트를 탔어요. 매일 똑같으니까 시간도 빨리 가요. 그런데 올림픽을 치르면서 피겨가 다르게 다가왔어요. 기술적인 부문도 중요하지만 음악을 느끼고 연기로 표현하는 매력에 빠져버렸어요. 현대무용가나 발레리노가 춤으로 음악을 표현하듯, 나도 피겨로 감정을 이야기할 수 있겠구나 하고요.”
차준환이 듣는 음악도 달라졌다. 이전에는 피겨에 주로 쓰이는 우아하고 서정적인 클래식이 주를 이뤘지만 이젠 일부러 팝도 듣는다. “두루두루 들으며 음악에 대한 표현력을 키우고 싶었어요. 여유가 되면 현대무용, 발레, 팝 댄스도 배우고 싶고요.”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차준환의 무대는 평창 동계 올림픽 피겨스케이팅 갈라쇼다. 선글라스를 쓰고, 소년 엘비스 프레슬리 같은 의상으로 갈란티스의 ‘Peanut Butter Jelly’에 맞춰 발랄하게 춤추던 모습 말이다. 부담 없이 스케이트를 타서도 좋았지만 차준환의 끼를 그대로 보여준 무대였다.
차준환은 <보그> 촬영에서도 사진가를 협객으로 만들어버린(신나서 뛰어다니며 사진을 찍는) 모델이었다. 그가 피겨스케이팅 선수 생활을 마치고 바라는 꿈도 ‘표현하는 직업’이다. 그것이 모델, 연기자, 댄서인지는 모르지만, 10대인 그가 어떤 꿈을 꾸든 온 우주가 지지할 거다. 물론 지금 차준환에겐 올림픽에 대한 열망이 가장 크다. “저는 멀리 내다보지 못해요. 바로 다음 시즌을 잘하자는 목표를 세우죠. 올림픽 출전이란 꿈을 이뤘으니 이제 2022년 베이징 동계 올림픽을 준비해야죠. 그때를 위해 4년 동안 몸 관리 잘하고 싶어요.”
- 에디터
- 김나랑
- 포토그래퍼
- Hyung Sik 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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