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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만의 언어, ‘돌민정음’

2023.02.20

그들만의 언어, ‘돌민정음’

국내는 물론이고 전 세계적으로 K-pop이 대세라는 사실을 부정할 사람은 없을 겁니다. 사전적 의미로는 한국 가요계를 통칭하는 말이지만 실제로는 아이돌 그룹에 국한해 사용하곤 하는데요, 세계 곳곳에서 열병처럼 번지고 있는 ‘K-pop앓이’는 흥미로운 현상을 낳기도 합니다.

아이돌 그룹과 그들의 팬들 사이에서 통용되는 말, 이른바 ‘돌민정음’이라고 하는데요, 국내 팬이라면 쉽게 이해하겠지만 글로벌 팬들에겐 생소할 수 있죠. 이해를 돕기 위해 한글을 영어로 번역하면 되지 않을까요? 물론 그것도 맞습니다만, 그들의 ‘최애’ 멤버를 향한 사랑은 불도저 같은 것이, 번역 과정은 생략하고 한글을 문자 그대로 사용한다고 합니다.

영어로 풀어서 설명하면 ‘돌민정음’의 뉘앙스가 잘 살지 않아 해당 말을 그대로 가져가 사용하는 것인데요, 한글이지만 전 세계 K-pop 팬들은 모두 알고 있는 (혹은 모두 알아야만 하는?) 단어를 정리해봤습니다.

Hyung / Oppa / Noona / Unnie

한국의 서열 문화는 아이돌 그룹 내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그룹 내에서 멤버들이 서로 부르는 호칭, ‘형’ 또는 ‘언니’와 같은 호칭을 그대로 사용하지요. 여기서 더 나아가 아이돌 그룹 내 연장자 멤버를 그룹화하기에 이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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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방탄소년단의 ‘형라인(Hyung Line)’은 진, 슈가, RM, 제이홉입니다. 걸 그룹은 어떠냐고요? 그룹 블랙핑크의 ‘언니라인(Unnie Line)’은 지수와 제니가 되죠. 구글에서 ‘Hyung Line’과 ‘Unnie Line’을 검색해보세요. 당신도 몰랐던 그야말로 국내 모든 아이돌 그룹 멤버들의 나이 서열을 알게 되는 어메이징한 경험을 하게 될 거예요.

Maknae

말 그대로 그룹 내 ‘막내’ 멤버를 뜻하는 말입니다. 그런데 K-pop 팬들은 ‘Youngest Member’라고 풀어서 쓰지 않고 ‘Maknae’를 그대로 씁니다. 여기엔 나이로는 가장 어리지만 사실은 그룹 내 실세 역할을 톡톡히 하는 막내라는 특별한 의미를 담고 있기도 하죠.

‘막내온탑(Maknae On Top)’이 바로 그런 의미랍니다. 그룹 엑소의 ‘Maknae On Top’은 세훈이 되는 것처럼 말이에요.

여기서 파생한 말로 ‘Fake Maknae’도 있습니다. ‘맏내’라고 알려진 그들은 그룹 내 맏이지만 항상 허당이고 ‘쭈글미’를 보이는 멤버를 뜻하는 말이지요. ‘막내’와 ‘맏내’, 해외 팬들은 두 단어의 발음을 구별하기 어려워 ‘Fake Maknae’ 라는 단어를 파생시켰죠.

Aegyo

애교는 어쩌면 대한민국이 가진 유일한 문화인지 모르겠습니다. 타인에게 귀엽게 보이거나 호감을 주는 태도, 흔히 ‘애교를 부린다’로 사용하죠. 해외 팬들에게는 생소한 단어이기 전에 꽤 생소한 문화일 텐데요, 그러면 어떻습니까? 그들의 ‘최애’ 멤버가 하는 애교는 보는 것만으로도 덕력(?)이 증가하지 않을까요?

아, 애교를 보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실제 ‘애교를 하는 법(How to Do Aegyo)’까지 섭렵합니다. 여러분, 주목하세요. 이게 진짜 #애교팁!

Kkab

그룹 소녀시대의 유리와 2AM의 조권은 팬들 사이에서는 물론이거니와 방송에서도 흔히 ‘깝’ 이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닐 정도로 장난스럽고 까부는 멤버로 유명합니다. 아무리 찾아봐도 ‘깝(Kkab)’의 의미를 완벽하게 설명하거나 혹은 대체할 만한 단어가 없나봅니다. 해외 팬들은 ‘Kkab Moments’라는 검색어를 사용하여 아이돌의 까부는 모습만 찾아 덕질하곤 한다죠.

Choding

유치하면서 잔망스럽고 동시에 폭발적인 귀여움을 담당하는 아이돌 멤버를 칭할 땐 ‘초딩미’라는 단어를 붙입니다. 그룹 워너원의 강다니엘이 ‘초딩(Choding)미’를 대표하는 예라고 하네요.

이 외에도 응원의 말로 흔히 사용하는 ‘화이팅(Hwaiting or Fighting)’, 데뷔가 빠른 아이돌 그룹을 만났을 때 주로 하는 ‘선배님(Sunbaenim)’, 아이돌 그룹의 한 멤버만 유독 편애하는 팬을 일컫는 ‘악개(Akgye)팬’과 이를 활용한 ‘악개가 되지 말자(Don’t be Akgye)’라는 말을 그대로 사용하는 것은 물론 심지어 잘 알지 못하는(혹은 인기 없는) 아이돌 그룹을 칭하는 ‘Nugu Groups’라는 말도 탄생했다고 합니다.

매년 한글을 배우려는 비율은 계속 증가하고, K-pop의 세계화가 한글의 세계화를 이끌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이건 분명 좋은 현상이겠죠?

    컨트리뷰팅 에디터
    김시화
    포토그래퍼
    GettyImagesKorea, Courtesy 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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