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B와 유겸의 저스투
갓세븐 유겸, JB이라서 완벽해진 숫자. 그리고 저스투.
우리가 기억하는 갓세븐 노래의 후렴구는 많은 부분 JB의 목소리로 이루어져 있다. 갓세븐 음색이 시원하고 또렷하고 때론 감미롭다면 JB 때문이다. 그는 갓세븐 메인 보컬이자 비보이 경력의 댄서다. 그리고 창작자다. 꾸준히 갓세븐 앨범에서 자작곡을 선보이는 그는 음원 공유 사이트에 트랙을 공유하기도 한다. JB는 음악을 만들 때면 데프(Def.)라는 이름을 사용한다. 대형 소속사 소속 뮤지션이 개인 작업을 음원 공유 사이트에 올리는 건 흔한 일은 아니다. JB는 과거 인터뷰에서 “좋아하는 스타일의 곡을 만들었으니 누군가에게 들려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갓세븐 속 JB가 캔 음료를 따는 순간처럼 강렬하고 청량하다면, 음원 공유 사이트 속 데프는 밤이슬이 내린 새벽처럼 눅진하다. 데프 트랙에는 ‘Bedtime Vibe’ ‘Korea Soul Music’ 같은 댓글이 이어진다. JB는 자신의 음악적 스펙트럼에 한계가 없음을 끊임없이 확인시킨다.
유겸은 메인 댄서다. 음악이란 듣기보다는 감각하는 것임을 그의 무대는 증명한다. 오로지 움직임만으로 시선을 독차지한다. 유겸이 음악을 춤으로 해석하는 능력은 정말이지 탁월해서 무음으로 영상을 봐도 가사 분위기가 짐작이 갈 정도다. 그가 선보인 ‘이젠’ ‘Fine’ 같은 솔로곡은 화려한 신체 언어와 다름없었다. 유겸은 트래비스 스캇과 크리스 브라운을 영웅이라고 부른다. 유겸은 그러니까 갓세븐처럼 밝고 건강하지만 동시에 진하고 거친 소울을 지녔다.
‘저스투(Jus2)’는 갓세븐에서 강렬함을 담당하던 두 멤버의 유닛이다. R&B를 공통적으로 사랑하는 JB와 유겸이 창작 활동에 골몰했을 때 일어난 화학작용이다. 둘의 교집합점은 오히려 강하지도 부드럽지도 않은 ‘미니멀’한 상태로 완성됐다. 미니 앨범 에는 여섯 가지 감각이라는 스토리가 담겼다. ‘Focus’라는 단어에서 출발해 시각(Focus on Me), 후각(Drunk on You), 촉각(Touch), 제 6의 감각(Senses), 청각(Love Talk), 미각(Long Black)으로 완성됐다. 음악을 장르로 구분하는 건 요즘 큰 의미가 없지만 저스투의 음악에는 딥 하우스, 슬로우 잼, R&B의 정서가 있다.
저스투는 자신들의 음악을 설명하는 키워드로 ‘절제’와 ‘나른함’을 꼽았는데 에너지를 분출하며 쾌감을 안기던 뮤지션이 강약을 노련하게 조절하자 흥미로운 리듬이 생겼다. 저스투는 ‘2’라는 안정적 숫자를 대단히 효과적으로 사용한다. 동선을 엄청 고민했다고 전한 ‘Focus on Me’ 춤은 기하학적으로 퍼치는 3D 만화경을 들여다보는 듯 황홀경을 안긴다. 발산이 아닌 수렴을 목표로 한 듯 JB와 유겸의 목소리는 나선형으로 감미롭게 어우러진다. 감각적 무대가 감각을 자극한다.
유닛 이름은 저스투가 될 수밖에 없었다. 단지 JB와 유겸, 오직 이 둘만 내놓을 수 있는 음악이고 무대다. “사실 저스투는 퍼포먼스와 노래 둘 다 된다는 의미예요.
춤, 노래, 작사 & 작곡, 모든 걸 다 했거든요.” 저스투는 한 그룹 안에서 어우러지던 멤버들이 각자의 재능과 취향을 마음껏 드러낼 때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완벽히 새로운 창작물이 탄생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다.
무엇보다 JB와 유겸은 음악이 좋아 주체할 수 없는 상태다. <보그> 촬영장엔 그들이 번갈아가며 재생한 음악으로 한낮에도 새벽 1시 같은 바이브가 흘렀다.
VOGUE KOREA 두 멤버의 비슷한 점과 다른 점이 궁금하다.
JB 성격이 비슷한데 라이프스타일이 다르다. 혈액형별 성격 진짜 안 믿는데 둘 다 A형이고 소심한 면이 확실히 있는 것 같다. 막상 보면 그렇게 소심하진 않은데. 정리하자면 둘 다 소심하면서도 소심하지 않다(웃음). 둘 다 배려를 잘해서 잘 맞는 면이 있다. 유겸이는 ‘재미있게 살자’ 주의다.
유겸 나는 행복이라는 단어에 엄청난 의미를 두지 않고 소소한 행복을 자주 느끼는 사람이다.
JB 나는 일상을 즐기기 좋아하지만 그럼에도 생각을 놓쳐서는 안 된다는 강박이 있어서 생각이 좀 많다. 우리 둘은 좋아하는 음악에 있어서도 교합점이 있다. 나는 강한 음악을 좋아하고 잔잔하고 무드 있는 음악도 좋아한다. 유겸이는 강한 턴 업이 있는 음악을 좋아하는 성향이 조금 더 강하다.
VK 갓세븐이 밝고 청량한 에너지라면 저스투의 에너지는.
유겸 저스투는 절제한 상태에서 컨트롤이 많다. 갓세븐이 에너지를 때리는 느낌이라면, 저스투는 잡는 느낌이 많다.
JB 갓세븐이 ‘슈팅스타’라면 저스투는 ‘바닐라 아이스크림’이다. 부드럽고 잔잔하다. 개인적으로 JJ 프로젝트의 라는 앨범을 가장 좋아한다. 스토리는 물론 트랙 순서까지 얘기하고 싶었던 것이 다 담겨서 제일 뿌듯한 앨범이다. 저스투 앨범은 그다음으로 만족도가 높다. 전체적인 스토리라인이 있지는 않지만 감각이라는 주제를 풀어냈다.
VK 공동으로 ‘Focus on Me’를 작사, 작곡했다. 협업 과정을 말해준다면.
유겸 트랙을 들어보고 주제를 고민하거나 일단 멜로디를 먼저 쓸까 정한다.‘Focus on Me’는 멜로디를 쓰다가 ‘포커스’라는 주제를 던져서 나온 곡이다. MR을 듣다가 멜로디가 생각나는 사람이 있으면 녹음을 한다. “이 부분 괜찮은 것 같아” 하면서 JB 형이 불러보고 나도 불러보며 계속 맞춰간다.
JB 처음에 작업할 때 후렴 라인을 쓰고 나서 보니까 ‘Focus on Me’가 입에 잘 맞더라. 다들 좋아해서 그걸 주제로 가사를 작업했다. 1절, 2절 각자 써놓고 둘이 쓴 가사를 합쳤다.
VK 어떤 순간에 영감이 찾아오는 편인가.
JB 곡의 분위기가 이런 분위기인 것 같다는 감이 오면 과거에 있었던 일이나 현재 겪고 있는 일, 영화나 책에서 보던 내용을 떠올려본다. 만약 영감이 먼저 오면 노트나 휴대폰에 적어놓기도 한다. 노래를 틀어놓고 예전에 적어놓은것을 살펴볼때도 있다. 그러면 잘 맞겠다 싶은 가사가 매칭될 때가 있다.
VK 평소 어떤 가사가 좋은 가사라고 생각하나.
유겸 듣는 방식과 쓰는 방식이 다르다. 나는 가사를 쓸 때 멜로디 가이드를 읊으면서 어울리는 발음을 찾아서 쓰는 편이다. JB 형은 가사 자체에 더 신경을 많이 써서 내가 생각지도 못한 가사가 많이 나왔다. 수곡록에는 빠졌지만 형은 ‘오늘은 너가 나한테 백기를 들어줘’ 같은 가사를 쓴다.
VK 서로의 춤에 대해 높이 평가하는 면이 있다면.
JB 유겸이는 춤선이 깔끔하다. 쭉쭉 뻗을 때 선이 정말 예쁘고 현대무용 느낌도난다. 다리가 확 길어 보이는 특유의 동작이 압권이다. 그에 비해 내 춤은 투박한 면이 있다.
유겸 진짜 웃긴 게 이번에 뮤비를 보다 알았는데 나는 손가락을 다 붙이고 춤을 추고 형은 반대다.
JB (손가락을 붙이며) 유겸이는 이걸 엄청 좋아한다.
유겸 좋아하는 미국 댄서가 늘 그렇게 췄다. 나도 버릇이 됐다.
VK 유겸은 인스타그램에 올린 춤 연습 영상 속에서 항상 블랙 스키니 팬츠 차림이다. 전투복 같은 건가.
JB 유겸이는 춤출 때뿐 아니라 다른 바지 자체를 안 입는다. 유겸 똑같은 바지가 엄청 많다(웃음). 검은 스키니 팬츠를 되게 좋아해서 연습할 때도 이 차림이다. 그리고 무대용 구두가 있는데 운동화보다 편해서 연습할 때도 항상 신고 있다.
JB 나는 바지통이 좀 있어야 한다. 그리고 운동화를 꼭 신어야 한다. 유겸이가 스키니 스타일을 좋아한다면 나는 박시한 스타일을 입는 편이다.
VK 저스투를 준비하며 가장 많이 나눈 얘기는.
JB ‘앨범을 어떻게 구성해야 할까’였다. 미니멀한 사운드가 처음이라서 과연 잘될까 앨범 걱정도 많이 하고 홍보에 관한 회의도 많이 했다(웃음). 돌이켜 보면 재미있었다. 몇 달 동안 해외여행 다녀온 기분이다. 사실 해외여행을 많이 못 가봤는데 짧게 갈 때마다 엄청 신나는 놀이동산이라기보다는 잔잔한 재미를 느끼곤 했다. 비유하자면 그 느낌과 비슷하다. 유겸 너무 재미있었다. 형과 거의 매일 봤고 진짜 얘기도 많이 했다. 곡 작업 끝나고 간단히 술 한잔하던 시간도 너무 좋았다. 저스투는 곡 작업은 물론 의상, 안무까지 하나하나 다 참여해서 의미가 깊다. 티저 영상도 음악 들으며 노는 모습을 필름 카메라로 자유롭게 담았다. 준비 과정에서 색다른 시도를 많이 했다.
VK 음악적으로 많이 넓어진 느낌이 든다. 성장하기 위해 계속하는 것이 있다면.
JB 존경하는 사람을 보거나, 잘하는 사람을 볼 때 ‘나는 왜 이렇게밖에 못하지’ 이런 생각에 더 해야지. 이렇게 된다. 간접적이든 직접적이든 감동받을 만한 경험을 많이 하고자 한다. 틈날 때마다 전시를 보러 가고 작가들의 고뇌를 떠올려보기도한다. 한번은 이렇게 많은 것이 가득한 SNS를 어떻게 나의 발전을 위해 쓸 수 있을까 고민했다. 사람들이 추천해주는 명소나 전시 정보를 메모해두고, 인상적인 아트워크나 영상에서 아이디어를 얻어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VK 6년 넘게 갓세븐으로 활동했지만 온전히 둘만 함께 한 작업은 처음이다. 이번에 새삼스럽게 알게 된 면이 있다면.
유겸 그런 거 없었다. 굳이 찾자면 형이 한식만 고집하는 줄 알았는데 이제 크림 카레 우동도 좋아한다는 것.
JB 멤버들에게 영향을 받은 것 같다. 한식 식성이 절대 안 바뀔 줄 알았는데 수용이 가능한 선까지 왔다. 지난번에 파리에 갔는데 뱀뱀이 ‘스네일’을 꼭 먹어보고 싶다는 거다. 절대 먹을 수 없다며 거부했는데 생각보다 맛있었다. 그렇다, 달팽이까지 먹어봤다.
VK 하루 중 가장 행복한 순간을 꼽는다면.
JB 고양이 똥 치울 때. 내가 누군가를 위해 뭔가를 해줄 수 있구나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고양이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서 희열도 느낀다. 봉지에 수북이 쌓인 애들의 분뇨를 보면 깔끔해졌다는 뿌듯함이 찾아온다.
유겸 스케줄이 많은 걸 좋아하는 성격인데, 체력적으로 지칠 때가 있다. 회사와 상의해서 쉬는 날을 정하는데 그러고 집에 온 순간 진짜 행복하다. 어쩌다 한번 쉬면 더 달콤하다. 밤새 곡 작업 하고 늦잠 자도 되겠구나 싶어서 행복해진다.
VK 요즘 새롭게 알게 된 것이나 새롭게 하게 된 생각이 있다면.
JB 어제 작업하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 택시 기사님이 길을 잘못 들어 여의도까지 돌아간 적 있었다. 창밖에 건물을 보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건물 안에서 사람들은 싸우기도 하고 행복하기도 할 텐데 택시에서 바라보는 건물은 그저 아름답기만 했다. 가까이에서 보는 세상보다 멀리서 보는 세상이 더 아름답구나 싶었다. 우리에겐 어느 정도 거리감이 필요한지도 모르겠다.
유겸 원래도 그렇게 생각했는데 최근에 더 느낀 게 있다. 진짜로 음악을 너무 사랑하는 것 같다(웃음). 안 들으면 미치겠다. 안 듣고 있으면 들어야 할 것 같고 듣고싶은 음악만 계속 생각난다. 최근에 곡 작업을 하는데 아예 힐링이 되더라. 이렇게 좋은 노래 듣고 만든다는 자체가 힐링인 거다. 그래서 한 번 더 느꼈다. 아, 나는 정말 음악을 사랑하는구나.
VK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창작 스트레스를 느끼진 않나.
유겸 절대 없다. 그런 생각은 해본 적 없다. 최근에 빠진 노래가 있다. 트래비스 스캇의 ‘Can’t Say’가 너무 좋아서 계속 듣고 뮤비도 계속 보고 있다.
VK 4월에 저스투 월드 투어가 예정되어 있다. 월드 투어로 갓세븐을 증명해내기도 했던 것 같다. 월드 투어는 어떤 의미인가.
JB 노력에 대한 결과 같다. 내가 얼마만큼 노력했는지 알 수 있는 것. 앨범은 내 고뇌에 대한 반응을 보는 것 같고 월드 투어는 그걸 체험하는 것 같다.
VK JB는 몇 년 전부터 음원 공유 사이트에 믹스테이프를 올리고 있다. 이 경험은 저스투 작업에 어떤 영향을 끼쳤을까.
JB 진짜 좋아하는 걸 해보지 않았나 생각한다. 사실 작업물을 저장해두고 계속 부족한 면을 수정하다 보면 결과물이 나오지 않는다. 매 맞더라도 그냥 보여주자! 그런 마음이었다. 팬분들은 좋아해주셨지만 주변 사람들 반응은 냉철했다. 너무 힘이 들어가 있다고 했다. 다른 포맷도 고민 중이다. 데프라는 이름을 쓰는 건, 대중에게 비치는 나와 힙합 R&B를 좋아하는 나를 구분해보고 싶었다. 데프는 최고라는 뜻인데 거기에 마침표를 찍어서 최고로 끝낸다, 최고까지 해서 끝낸다는 의미를 담고 싶었다. 앞으로도 내가 하고 있는 것을 열심히 하지만, 진짜 좋아하는것들을 하는 모습도 보여주고 싶다.
VK 저스투를 통해 이루고 싶은 것은.
JB 음원 순위는 목표가 아니었다. ‘재미있고 멋있고 색다른 걸 보여주자’ , ‘갓세븐과 아예 다른 모습을 보여주자’가 목표였다. 사실 지금도 만족한다. 앨범이 잘 만들어진 것만으로 너무 좋다.
- 에디터
- 조소현
- 포토그래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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