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우리나라의 고양이 섬이 될 쑥섬

2020.02.04

우리나라의 고양이 섬이 될 쑥섬

일본에는 고양이 섬으로 알려진 곳이 꽤 많습니다. 원래는 섬의 쥐를 잡을 목적으로 데려왔지만 빠르게 번식해 수백 마리에 이르렀죠. 유명한 고양이 섬인 아오시마의 경우 고양이 개체 수가 주민보다 무려 여섯 배나 많다고 합니다. 그 덕에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섬이지만 고양이를 보러 오는 관광객이 1년 내내 이어지고 있습니다.

배가 정박하는 항구에서부터 바글거리는 아오시마 섬의 고양이들.

우리나라에도 섬 주민과 길고양이들이 함께 살아가는 고양이 섬을 만든다는 소식입니다. 지난해 발족한 동물 구조 단체 ‘동물구조119’가 전남 고흥군 애도에 올 연말까지 고양이 섬을 조성한다고 발표했죠. 고양이 섬 조성 사업은 지난해 9월, ‘동물구조119’ 활동가들이 섬을 방문하면서 시작됐습니다. 활동가들은 섬에서 마주친 길고양이들의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것을 알아챘습니다. 가져간 사료와 간식을 나눠주었고 남은 사료는 주민들에게 제공했죠. 주민들이 잔반 대신 사료를 주자 고양이들도 눈에 띄게 건강해졌습니다. 애도 고양이 사연이 SNS를 통해 퍼지자 전국 곳곳에서 섬으로 사료를 보냈고 이에 주민들도 마음을 움직여 고양이 섬 프로젝트에 동의하게 된 것입니다.

동물구조119 활동가들이 처음 쑥섬에 방문했을 때 앙상한 모습의 고양이들.

이 프로젝트의 이름은 ‘쑥섬쑥섬 프로젝트’. 애도는 쑥섬이라고도 불리는데요. 애도에서 자라는 쑥의 질이 매우 좋아서 얻은 별칭입니다. 이 섬에는 무덤이 없고 주민 간에 개를 키우지 않기로 약속했으며 30~40마리의 고양이가 살고 있습니다. 게다가 희귀 난대림이 조성돼 있어서 전남 민간정원 1호로 지정된 곳이기도 하죠. 일반 식물원에서는 볼 수 없는 300년 된 난대 원시림으로, 외부인에게 공개된 지 3년도 채 되지 않았습니다. 자연 자원을 잘 활용하고 고양이 섬으로 가꾸면 관광지로 성공할 수 있습니다. 인구가 15가구 20여 명에 불과한 데다 대부분 노인이라서 육지를 오가는 여객선이 없어질 위기에 처한 적도 있는 작은 섬에는 반가운 소식이죠.

고양이들에게 먹이를 주는 쑥섬 주민 할머니.

쑥섬의 고양이들.

쑥섬의 고양이들.

쑥섬의 관광 코스 안내도.

전남의 민간정원 1호로 지정된 쑥섬의 자연경관.

사시사철 다양한 야생화가 피는 쑥섬.

동물구조119가 올해 말까지 수립할 1차 목표는 급식소 설치, 중성화 수술을 통한 개체 수 조절, 개체별 건강 체크, 사료 지원을 논의하는 것입니다. 개체 수 조절, 근친교배 문제 등 추가 이슈를 논의해 지속 가능한 고양이 섬으로 자리 잡는 데는 2~3년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합니다.

    시니어 디지털 에디터
    송보라
    포토그래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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