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레스 입은 남자의 미소, 빌리 포터
패션을 만끽하는 배우, 빌리 포터.
그 어떤 경계도 편견도 없이 패션을 즐기는 이 유쾌한 배우의 카테고리는 사랑 그 자체다.
22일 미국 LA에서 열린 에미상 시상식에서 가장 활짝 웃었던 수상자는 바로 빌리 포터(Billy Porter)였다. 마이클 코어스가 특별히 만들어준 시퀸 장식의 핀스트라이프 턱시도 수트를 입고, 스티븐 존스가 디자인한 커다란 모자를 쓴 배우는 에미상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최초의 당당한 흑인 게이 배우로 기록되었다. ‘보깅(Voguing)’ 문화를 중심으로 80년대 뉴욕 할렘의 트랜스젠더와 게이 등 소수자의 삶을 기록한 TV 시리즈 <포즈(Pose)>에 출연 중인 그는 환하게 미소 지으며 이런 소감을 남겼다. “우리와 같은 아티스트는 마음속의 분자 구조를 바꿀 수 있으며, 이 지구에 사는 사람들의 생각을 바꿀 수도 있습니다. 부디 이걸 멈추지 말아요. 부디 진실을 말하는 걸 멈추지 말아요. 모두를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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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소수자의 경험과 삶을 대변하기 위해 노력해온 배우는 레드 카펫에서만큼은 자신만의 개성을 마음껏 펼쳐왔습니다. 가장 잘 알려진 순간은 지난 5월 멧 갈라 레드 카펫에 등장한 모습. 전시 주제였던 ‘Camp’에 걸맞게 고대 이집트의 신처럼 황금빛 가마를 타고 나타나 사람들을 놀라게 했죠. 가마에서 내린 모습은 더욱 화려했습니다. 금색 케이프처럼 보이던 외투의 정체는 날개. 그동안 숨겨온 패션 날개를 마음껏 펼쳐 보인 그에게 박수와 카메라 플래시 세례가 쏟아진 건 당연했죠.
그 후에도 레드 카펫에서 자신만의 패션 감각을 마음껏 뽐내던 포터가 본격적으로 하이패션 세계에 문을 두드렸습니다. 얼마 전 열린 런던 패션 위크에서 거의 모든 쇼에 참석하며 그 존재감을 뽐냈죠. 물론 이전에도 패션쇼에 참석한 적은 있었지만, 중요한 쇼에 매번 다른 착장으로 참석하면서 런던 패션 위크에 가장 큰 볼거리를 제공했습니다. 게다가 패션을 진심으로 즐기는 모습은 패션계가 가장 사랑하는 매력이기도 했죠.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인 건 JW 앤더슨 쇼장 풍경이었습니다. 좁디좁은 쇼장 한쪽에 미국 <보그> 편집장 안나 윈투어와 나란히 앉아 쇼를 감상한 것이죠. 윈투어의 옆자리는 아무나 가질 수 있는 영광은 아닙니다. 대부분의 쇼에서 윈투어 옆은 브랜드를 소유한 ‘회장님’이나 가장 잘나가는 스타(곧 미국 <보그> 커버에 등장하기를 희망하는)가 자리하곤 합니다. 포터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연극과 패션에 대해 윈투어와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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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에도 리차드 퀸 쇼에서 입은 꽃무늬 오페라 코트, 빅토리아 베컴의 실크 프린트 셔츠, 크리스토퍼 케인 쇼에서 입은 핑크빛 새틴 코트 등도 모두 인상적인 스타일. 성의 관념 따위 버리고 스스로의 멋을 창조하는 이 50세의 배우에게 모두 당당한 멋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3일 동안 20개 가까운 쇼에 참석한 그는 록산다 일린칙의 쇼에서는 감동을 받아 눈물을 흘리기도 했죠. 패션에 대한 순수한 열정이 아름다운 빌리, 곧 또 다른 패션쇼에서 만날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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