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하루의 사투 <1917>
걸작이라는 표현을 받고 있는 영화 <1917>이 국내 개봉을 앞두고 있습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 초까지 이어진 세계 영화제에서 <기생충>과 더불어 가장 훌륭한 작품으로 인정받은 영화입니다.
<1917>의 스토리는 사실 간단합니다. 제1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17년, 영국군 병사 ‘스코필드(조지 맥케이)’와 ‘블레이크(딘 찰스 채프먼)’는 장군 ‘에린무어(콜린 퍼스)’로부터 임무를 받습니다.
두 사람은 독일군이 파놓은 함정에 빠진 아군을 구하기 위해, 적진을 뚫고 전쟁터 한복판으로 달려갑니다.
모든 통신망이 차단된 상태에서 소식을 전할 방법은 오로지 직접 가는 수밖에 없죠. 스코필드와 블레이크가 공격 중지 명령을 전달하기 위해 달리면서 하루 동안 겪는 사투를 담은 영화입니다. 일종의 메신저로 나선 두 사람의 길고도 짧은 하루, <1917>은 긴박하고 심장이 쫄깃해지는 시간을 고스란히 담았습니다.
<1917>의 가장 큰 특징은 극한의 촬영 기법 ‘원 컨티뉴어스 숏’입니다. 일단 장면마다 나눠서 찍은 후 모두 이어 붙여 하나의 장면처럼 보이게 하는 기법인데요, 덕분에 관객이 120분에 가까운 상영 시간 동안 스코필드와 블레이크의 곁을 떠나지 않고 함께 달려가는 듯한 기분을 느끼죠.
실제 전장을 함께 달리는 그 조마조마한 기분 덕분에 영화를 보고 나면 전쟁을 겪은 기분마저 들 정도.
이 영화는 샘 멘데스 감독이 할아버지인 알프레드 H. 멘데스의 경험담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었습니다. 알프레드는 19세에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해 메신저로 선발되어 서부전선으로 가게 됐습니다. 그는 목숨을 걸고 임무를 수행했고, 그 결과 용맹함을 인정받아 훈장을 받았죠. 할아버지의 이야기에서 발전한 이야기인 만큼, 영화는 더욱 실감이 납니다.
전쟁 영화는 많았지만, 마치 전쟁 체험 영화 같은 작품은 드물었는데요, 아마도 그 자리를 <1917>이 채우게 될 것 같네요.
“그리하여 우리는 승리했다”를 말하려는 영화가 아니라, “그럼에도 우리의 삶은 얼마나 끈질기고 숭고한가”를 보여주는 영화 <1917>. 오는 19일, 전장의 틈을 비집고 달려보세요.
- 에디터
- 오기쁨(프리랜스 에디터)
- 포토
- @smile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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