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

눈에 띄는 앨범 아트워크

2020.05.22

눈에 띄는 앨범 아트워크

최근 눈에 띄는 앨범의 아트워크를 보면 공통된 분위기가 있다. 음악의 감성을 전달하면서도 해석이 독특하다. 아트워크의 주인공은 연여인(@yeo1n)이다. 그림도 그리고 애니메이션 작업도 하는 그를 만났다.

일러스트레이터이자 애니메이터, 연여인.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린 연여인의 개인전 포스터.

크고 작은 전시를 접해왔지만 서울시립미술관(SeMA) 벙커에서 열린 개인전이 인상적이네요. 요즘 사람들은 그림을 온라인에서도 많이 접하는데요, 자신의 콘텐츠를 오프라인과 온라인에서 보여주는 것, 그 두 가지는 어떤 차이가 있나요?

음악가는 정규 앨범에 더욱 힘을 쏟아 작업하잖아요. 미술가에게는 개인전의 규모와 비교해서 이야기할 수 있어요. SeMA에서 열었던 개인전은 일종의 정규 앨범 같은 느낌이죠. 잉크 작업이나 일러스트레이션은 종이로 보는 것과 디지털로 보는 것이 큰 차이가 없지만, 유화 작업처럼 규모가 있는 작업은 현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무언가가 있잖아요. 상업적인 일도 계속하지만 이런 전시는 정규 앨범처럼 작가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것 같아요.

바이스(Vice) 미디어와 협업도 하고, 세계 여성의 날에 작품을 올린 활동이 눈에 띄네요.

‘The Year We Woke Up’이라는 기획 기사였어요. 바이스 아시아에서 아시아 국가마다 2019년 의미 있는 사회적 이슈와 함께, 그에 관해 젊은이들이 어떤 목소리를 냈는지 뽑아서 국가별로 소개한 기사였죠. 저는 한국 기사를 위한 삽화를 제공했는데, 낙태죄 헌법 불합치에 관한 이야기였어요. 세계 여성의 날 관련한 그림은 개인적으로 올렸지만, 정치적이거나 사회적인 사안에 관해 작업을 많이 하는 편은 아니에요. 다만 옳다고 생각하는 주제는 목소리를 내려 합니다.

인간이 아닌 피사체들이 신체의 형태인 것이 흥미로워요. 그들을 표현하는 질감도 독특하고요.

그냥 좋았나 봐요. 의식적으로 한 결정은 아니었어요. 상업적인 작업이나 기획이 들어가는 경우를 제외하고 개인 작업을 할 때는 의식적으로 결정을 내려서 그리는 경우는 거의 없어요. 보통은 감정선에서 출발해서 그리죠. 떠오르는 이미지 외엔 표현을 인지하며 그리지 않거든요. 물론 돈 받고 일할 때는 얘기가 다르죠. 그때는 계획과 구성이 다 들어가죠.

쟈드의 앨범 <Wallflower>의 아트워크.

쟈드(Jade)의 앨범 <The Fall>과 <Wallflower>의 아트워크를 담당했어요.

폭포가 나오는 이미지는 개인적으로 그린 그림이었는데, (쟈드) 언니가 원해서 사용했죠. 그렇기에 같이 작업한 건 아니지만, 결이 잘 맞더라고요. 언니랑 일하면 음색이나 음악 스타일이 맞아서 편해요. 동화 같고 아름다우면서도 끔찍한 느낌이 있잖아요? 그래서 언니도 저를 믿고 마음대로 하라고 해요. <Wallflower> 작업도 그랬고요. “내 음악을 네가 해석해라.” 이는 작가로서 반가운 작업 방식이에요.

게르다의 앨범 <The Uprooted>의 아트워크.

게르다(Gerda)의 앨범 아트워크는 어떤 요소로 구성했나요?

앨범명 <The Uprooted>에 얽힌 이야기를 듣고 음악을 들었을 때 이를 어떻게 시각화할까 고민했어요. 처음엔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바다에 영원히 부유하는 미세 플라스틱 조각이 있잖아요. 그런 조각에서 출발했죠.

비비의 앨범 <사장님 도박은 재미로 하셔야 합니다>의 아트워크.

최근에는 비비(Bibi), 공(Gong)의 앨범 아트워크를 작업했는데 어땠나요?

우선 비비라는 아티스트와 제가 합쳐진, 융합된 작업물이 나왔어요. 나만의 해석이 아니라 두 사람의 해석이라고 보면 돼요. 공의 앨범 작업은 쟈드 때와 비슷해요. 제게 음악을 다 넘겨주시고 해석을 부탁했어요. 완성작을 보고는 자신을 닮아 인쇄해서 걸어놨다고 연락이 왔죠.

공의 앨범 <염증나무>의 아트워크.

아트워크 작업에서 무엇을 중점에 두나요?

제가 그린 그림이 느껴져야 해요. 또 하나, 작업을 의뢰한 뮤지션은 나와 다른 매체로 본인을 표현하려 하잖아요. 그래서 뮤지션 당사자도 미처 이미지로 떠올리지 못한, 음악의 시각화가 이뤄졌으면 좋겠어요. 뮤지션은 정규 작업을 하다 막히는 순간이 있다고 해요. 그런데 아트워크를 보고 “돌파구가 되었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명확해졌다”고 말해준 분이 있었죠. 굉장히 기분 좋더라고요. 다시 말하지만 “음악이 시각화됐다”, “내가 생각하던 바”라고 느껴지는 작업이 됐으면 좋겠어요.

사람들이 연여인의 아트워크 작업을 찾는 이유는 뭘까요?

영화 <클로젯> 포스터 작업도 그렇고 보통 좀비물, 죽음과 관련한 것들로 연락이 와요. 음악을 들어보면 왜 저를 찾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아요. 말로 표현하기 힘든데, 저만의 요소가 있는 것 같아요. 농담 삼아 ‘크리피’한 요소라고 하는데, 그런 나름의 독보적인 요소가 있으니까 찾아주시겠죠. 건드리는 감성이 있으니까요. instagram.com/yeo1n

피처 에디터
김나랑
블럭(음악 칼럼니스트)
사진
Courtesy Photos, 연여인, boboventus

SNS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