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헌 + 아이엠 =
주헌 + 아이엠 = 몬스타 × 블루.
아이엠
음악을 직접 만드는 아이돌 그룹 멤버에겐 공통점이 있다. 연예계 생활로 감정 기복을 겪을지라도 자아가 굳건하다는 것, 평소엔 조용해도 음악 얘기엔 어조가 분명해진다는 것. 아이엠도 그랬다. 그는 몬스타엑스의 앨범뿐 아니라 개인 믹스테이프 등을 통해 프로듀싱 능력을 보여왔다. 몬스타엑스의 새 미니 앨범 <FANTASIA X> 역시 전곡 랩 메이킹은 물론 자작곡 ‘ZONE’이 담겼다. “한마디로 ‘이 구역의 미친 사람은 나야, 내가 짱이야’라는 주제예요. 저와 작업해온 크루 ‘코드 카멜레온’과 함께 만들었어요. 콘서트에서 틀면 팬들이 신날 만한 곡이죠.” 이번 앨범에서 기대하는 바는 1위가 아니다. “아프리카 리듬을 쓰는 등 새로운 시도와 퍼포먼스에 신경을 많이 썼어요. 그런 점을 눈여겨봐준다면 감사할 뿐이죠.” 최근 몬스타엑스의 성공적인 미국 활동에도 아이엠은 “성적이나 성과보다는 K-팝을 알리는 데 의미가 있어요”라고 했다. 몬스타엑스는 글로벌 레이블 에픽레코드와 계약한 후, 지난 2월 미국에서 첫 정규 앨범 <All about Luv>를 발매했다. 이는 빌보드 앨범 차트 ‘빌보드 200’에 5위로 데뷔했다. 방탄소년단과 슈퍼엠에 이어 세 번째로 5위권 진입이다. 11곡 모두 영어로 된 앨범으로, 익스텐디드 버전에는 아이엠의 스페셜 트랙 ‘BESIDE U(Feat. Pitbull)(I.M Ver)’가 담겼다. “그 앨범을 준비하며 많이 배웠어요. 미국은 ‘필’을 꽤 중요시해요. 같은 박자와 리듬도 필을 살리려고 애썼죠. 또 한국 앨범보다 노래를 많이 해서 보컬로서도 성장한 것 같아요.”
아이엠은 나이로는 팀의 막내지만, 미국 활동에선 ‘글로벌 리더’로 불린다. 몬스타엑스는 2017년 월드 투어에 이어 미국의 라디오와 TV 쇼에 출연해왔는데, 영어에 강한 아이엠이 소통을 담당한다. 아이엠은 돌이 지나자마자 한국을 떠나 이스라엘에서 4년, 미국 보스턴에서 3년을 살았다. “처음 배운 언어가 영어였어요. 초등학교에 입학해서야 한국어를 배웠죠. 덕분에 발음이 좋다고 해주시지만, 영어 공부를 놓지 않고 있어요. 미국 드라마를 볼 때 자막을 켜고 끄기를 반복하죠. 팀 대표로 영어를 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크거든요.”
미국 활동에서 기억나는 평가는 <LA 데일리 뉴스>가 몬스타엑스를 백스트리트 보이즈, 엔 싱크, 뉴키즈 온 더 블록에 비유한 것이다. “콘서트 무대의 지치지 않는 체력과 퍼포먼스가 닮았다고 해주셔서 감사했어요.” 아이엠이 태어난 해에 데뷔한 백스트리트 보이즈를 안다는 것이 더 놀랍다. “아버지께서 음악을 좋아하셨어요. 아침에 재즈나 클래식, 올드 팝을 들으며 잠에서 깼죠. 덕분에 옛날 노래, 여러 장르에 익숙해요.” 그의 플레이리스트에는 <하울의 움직이는 성> O.S.T이기도 한 히사이시 조의 ‘인생의 회전목마’, 케니 지의 색소폰 연주 앨범, 노라 존스의 앨범이 담겨 있다. 특히 트레버 다니엘(Trevor Daniel)에 꽂혀 있다. “‘OMG’를 비롯한 그의 노래와 저의 음악 성향이 비슷해요. 기회가 된다면 함께 작업해보고 싶어요.”
아이엠은 자체 믹스테이프를 발표해오며, 몬스타엑스뿐 아니라 그만의 음악 세계를 만들어가고 있다. “내 앨범을 만들 땐 음악에 솔직해져요. 대중음악에서 거짓말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마음속 깊은 이야기를 꺼내게 되고 더 ‘아이엠’다워져요. 팀 활동에선 전체 색과 균형을 위해 때론 타협이 필요하거든요.”
아이엠에겐 음악 작업이 곧 휴식이다. “친구들과 놀다가도 ‘내가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닌데’ 하면서 작업실로 달려가요. 스케줄이 많아 작업할 시간이 귀한데 멍하니 보내고 싶지 않거든요. 휴일이어도 일단 작업실에 가야 마음이 편해요. 작업이 안 되면 좋은 음악이라도 찾아 들으려고 하죠.” 아이엠은 영감을 받기 위해 여러 시도를 한다. “만드는 곡에 따라 조명 색을 바꿔요. 그런 조명을 비싼 값에 구했어요. 떠오르는 글귀는 늘 메모하고, 우울한 감정을 끌어내려고 술도 마셔봐요.” 요즘엔 다른 취미를 가져볼까 한다. 무에타이나 격투기를 하거나, 조향 수업을 듣고 싶다. 팔에 있는 타투(보는 방향에 따라 스마일 혹은 울상이 되는 얼굴)를 로고로 한 향수 브랜드를 꿈꾼다.
견고해 보이는 아이엠이지만 타인의 시선으로 소비되는 연예 활동이 쉬울 리 없다. “아이돌은 쉽지 않은 직업이죠. 초반에는 남의 시선이 너무 의식돼서 내가 누구인지 혼란스러웠어요. 문득 타인이 원하는 하나의 아이엠이 아니라 매 순간, 상황마다 달라지는 나의 여러 모습을 인정하기로 했어요.”
주헌
아이돌 그룹은 월드 투어 중에 보통 공연장과 호텔만 오간다. 보안 문제도 있지만 오늘은 뉴욕, 내일은 LA, 모레는 멕시코시티를 오가는 스케줄로 외출은 거의 불가능하다. 무국적 디자인의 체인형 호텔에서는 그곳이 뉴욕인지 멕시코인지 인지하기 힘들다. 그래서 주헌은 투어 때마다 현지에서 유명 향수나 향초를 사서 호텔 방에 뿌리거나 피운다. “내가 그 도시에 와 있다는 걸 실감하고 싶어요. 때론 현지인이 된 것 같죠. 여러 개 사서 지인들에게도 선물해요.” 주헌은 원래 향 마니아다. 숙소에서 눈을 감아도 ‘아, 여기가 주헌이 방이구나, 주헌이가 왔다 간 화장실이구나’ 할 만큼 향을 즐겨 뿌린다. 요즘엔 베이비파우더 향, 쑥과 같은 자연 향을 수집한다. 주헌에게 기운을 주는 다른 하나는 맛집이다. 모르는 동네에서 걷다가도 맛집(대부분 국밥, 면, 만두류)을 잘 찾아 들어간다. “오래된 간판에 메뉴가 단순하다면 맛있을 확률이 커요.”
그러나 무엇보다 주헌에게 에너지를 주는 것은 음악이다. “내 안의 갈증을 음악 작업으로 해소해요. 그 결과물을 사람들이 즐겨주면 다시 채워지는 기분이에요.” 몬스타엑스 새 앨범 <FANTASIA X>에서도 자작곡 ‘FLOW’와 ‘STAND UP’을 선보였다. 많은 뮤지션이 감각적인 플로우에 치중하지만, 주헌은 메시지를 중시한다. “‘플로우’는 힘들지만 흘러가는 대로 맡겨보자는 내용인데, 연예인의 인생을 백조에 은유했어요. 아름다운 백조 주변에 많은 사람이 모여 구경하잖아요. 하지만 백조가 그 모습을 유지하고 헤엄치려면 발을 버둥거려야죠. 우리도 백조처럼 ‘비하인드’가 있어요. 발버둥 치며 살아가니까요. 아이돌과 관객 모두 힘들지만 열심히 삶을 살아내고 있음을 노래하고 싶었어요.”
‘STAND UP’ 역시 코로나19로 힘들어하는 이들을 위로하는 곡이다. “서로를 위로하며 함께 일어서자는 의미예요. 사실 음악 한 곡 한 곡에 신중한 편입니다. 내가 하는 모든 것이 인생에 남잖아요. 겉모습이 멋진 것보다 솔직함과 진실이 담긴 작업을 하고 싶어요. 후자가 더 멋지지 않나요?” 주헌의 최종 목표는 음악으로 사람들의 아픔에 공감하고 도움을 주는 것이다.
자작곡 중에 가장 좋아하는 넘버는 첫 번째 믹스테이프에 실린 ‘STAY STRONG’이다. 자신을 대변하기 때문이다. “가사에 ‘난 돈 벌기 위해 절대 음악 안 해 / 그저 음악 하기 위해 돈을 버네’가 있어요. 제 진심이자 철학입니다. 아이돌은 음악성이 없다는 평판을 들을 때마다 속상했어요. 아니라고 증명해 보이고 싶어요. 저뿐 아니라 많은 아이돌이 음악성을 위해 엄청나게 노력한다는 사실을 알아주셨으면 해요.” 서태지와 아이들도 데뷔 무대에선 심사 위원에게 혹평을 받았다고 말하자 주헌은 얼마 전 그들의 노래를 들었다고 했다. “선배님들도 하고자 하는 일을 하셨기에 최고의 위치에 오르셨죠. 본인의 지조와 중심이 있다면 결국 잘되리라 믿어요.” 주헌이 연예계 생활의 모든 부침을 견디고 중심을 잡는 방법도 자신에 대한 신뢰다. “‘믿는 대로 될지어다’라는 문구를 좋아해요. 나의 말과 행동에는 힘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내뱉은 말을 행동으로 취하고, 그 행동을 책임지려고 노력합니다.”
주헌과 얘기하면 짧은 시간에도 긍정적 기운이 전해진다. 그의 오랜 꿈도 선한 영향력을 확장하는 것이다. 특히 자신의 크루 노아크(Noark)에서 결혼한 커플이 생기고, 그들의 네 살 난 딸을 보면서 아이들을 돕고 싶어졌다. “언젠가 현장 분위기가 좀 예민했는데, 그 아이가 등장하자 갑자기 다들 행복해졌어요. 어린이들의 힘은 대단해요. 그 순수함을 지켜주고 싶어요. 아이는 어른의 미래이기 때문에 당연히 돌봐야 해요.”
- 패션 에디터
- 손기호
- 피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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