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으로 돌아가는 타임머신 5
1990년대 가수 양준일을 2019년 세상에 다시 소환한 건 유튜브의 ‘온라인 탑골공원’이었다. 비디오 녹화가 다시 보기의 유일한 방법이었던 1990년대를 지나, 방송사에서 어디서도 구할 수 없었던 1990년대 프로그램을 유튜브에 업로드하면서 당시 문화와 예술을 간접 체험하게 된 것이다. 1996년을 분수령처럼 정의한 주요 모먼트 다섯 가지를 골라봤다.
- 서태지와 아이들 해체
<당시 뉴스 보도>
<1996년 1월 19일 인기가요 베스트 50>
1992년 팀명과 동명의 앨범인 <서태지와 아이들>로 데뷔한 서태지와 아이들은 한국에 막 도입되기 시작한 미디 음악 스타일로 ‘난 알아요’, ‘환상속의 그대’ 등의 노래를 만들어냈다. 4집에서 랩 스타일 음악 ‘컴백홈’을 선보였으며, 미국의 랩 문화와 패션을 한국에 대중적으로 전파했다. 한국어 랩을 방송에서 처음 선보인 뮤지션이기도 하다. 지금의 랩 서바이벌 프로그램 <쇼미더머니>가 인기를 구가하기 24년 전에 서태지와 아이들이 있었던 것이다. 그들의 음악과 패션 등 모든 것이 당시 젊은 세대에 영향을 주었다. 헐렁한 바지에 청키한 신발, 상표를 떼지 않고 입은 옷, 레게 머리, 힙합 패션 등등. 1996년 1월 19일 인기가요 베스트 50 방송을 끝으로 은퇴했다.
- TLC의 폭탄 같은 수상소감
<TLC의 그래미 수상소감>
“우리는 1,000만 장의 앨범을 팔았지만 파산한 상태입니다.” 1996년 그래미 어워즈에서 최우수 R&B 앨범과 듀오, 그룹 부문 최우수 R&B 보컬 퍼포먼스 두 개 부문을 수상한 TLC가 폭탄선언을 했다. “5년 동안 음악계에서 일했지만, 파산할 수 있을 만큼 파산했죠.” TLC의 노래는 1990년대 상점과 거리에 울려 퍼지며 인기를 끌었지만 소속사와 수익 분배 문제로 멤버들은 정당한 수익을 가져갈 수 없었다. 그들이 그래미 시상식에 입고 나온 올 화이트 룩은 2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최고의 그래미 시상식 패션 중 하나로 꼽힌다. TLC 멤버들은 종종 콘돔을 안경에 끼우거나 활용하며 패션 액세서리 중 하나로 승화시켰는데 패션을 통해 ‘섹스를 좀 더 쉽게 이야기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의도였다고 한다.
- 존 갈리아노의 마지막 지방시 꾸뛰르 컬렉션
<지방시 꾸뛰르 1996 FALL>
1996년은 지방시라는 브랜드에 분기점 같은 해였다. 1995년 영입한 존 갈리아노가 1년 만에 떠난 해이자, 하반기 알렉산더 맥퀸이라는 신예를 수장으로 앉힌 해이기도 하다. 1996년 7월 존 갈리아노는 마지막 꾸뛰르 컬렉션의 주제를 1984년 졸업 컬렉션 ‘앵크루아야블(Incroyables)’에서 따왔다. 이 단어는 프랑스 혁명 후 총재 정부 시대에 나타난 패셔너블하고 쾌락을 좇는 소수 그룹에서 유래했다. 당시 <보그>는 갈리아노의 쇼를 “전혀 지방시스럽지 않은”, “갈리아노스러운 쇼”라고 평가했다.
- CK 향수 광고
<CK ONE 광고(1996)>
<CK ESCAPE 광고(1996)>
1994년에 론칭한 유니섹스 향수 캘빈 클라인 ‘원(One)’은 출시하자마자 곧바로 인기를 얻었다. 데님 팬츠에 흰 탱크 톱, 젊은 남녀들이 엉켜 있는 광고는 패션 사진의 대가 스티븐 마이젤이 찍었다. 1996년에는 새로운 내레이션이 들어간 광고를 새롭게 선보였다. 또 다른 향수 ‘이스케이프(Escape)’ 광고에서는 밀라 요보비치의 관능적인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 1996년 피렐리 캘린더
<1996년 피렐리 캘린더 메이킹 영상>
1964년부터 지금까지 매해 제작하는 피렐리 캘린더는 한 해를 갈무리하고 다음 해의 비전을 보여주는 지표였다. 최고의 모델과 포토그래퍼가 세계 각지에서 촬영한 결과물은 공개할 때마다 화제를 모았다. 1996년의 포토그래퍼는 피터 린드버그. 생전의 그는 1996년과 2002년, 2014년과 2017년 네 번의 달력을 촬영했다. 캘리포니아 엘미라지를 배경으로 에바 헤르지고바, 크리스틴 맥메너미, 타티아나 파티즈 등의 톱 모델이 피사체가 되었다. 화보 촬영에 디지털카메라가 보편화되지 않았던 시절, 가위로 필름을 자르며 촬영에 임하는 모습이 생경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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