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

1996년으로 돌아가는 타임머신 5

2020.07.29

1996년으로 돌아가는 타임머신 5

1990년대 가수 양준일을 2019년 세상에 다시 소환한 건 유튜브의 ‘온라인 탑골공원’이었다. 비디오 녹화가 다시 보기의 유일한 방법이었던 1990년대를 지나, 방송사에서 어디서도 구할 수 없었던 1990년대 프로그램을 유튜브에 업로드하면서 당시 문화와 예술을 간접 체험하게 된 것이다. 1996년을 분수령처럼 정의한 주요 모먼트 다섯 가지를 골라봤다.

  1. 서태지와 아이들 해체

<당시 뉴스 보도>

<1996년 1월 19일 인기가요 베스트 50>

1992년 팀명과 동명의 앨범인 <서태지와 아이들>로 데뷔한 서태지와 아이들은 한국에 막 도입되기 시작한 미디 음악 스타일로 ‘난 알아요’, ‘환상속의 그대’ 등의 노래를 만들어냈다. 4집에서 랩 스타일 음악 ‘컴백홈’을 선보였으며, 미국의 랩 문화와 패션을 한국에 대중적으로 전파했다. 한국어 랩을 방송에서 처음 선보인 뮤지션이기도 하다. 지금의 랩 서바이벌 프로그램 <쇼미더머니>가 인기를 구가하기 24년 전에 서태지와 아이들이 있었던 것이다. 그들의 음악과 패션 등 모든 것이 당시 젊은 세대에 영향을 주었다. 헐렁한 바지에 청키한 신발, 상표를 떼지 않고 입은 옷, 레게 머리, 힙합 패션 등등. 1996년 1월 19일 인기가요 베스트 50 방송을 끝으로 은퇴했다.

  1. TLC의 폭탄 같은 수상소감

<TLC의 그래미 수상소감>

“우리는 1,000만 장의 앨범을 팔았지만 파산한 상태입니다.” 1996년 그래미 어워즈에서 최우수 R&B 앨범과 듀오, 그룹 부문 최우수 R&B 보컬 퍼포먼스 두 개 부문을 수상한 TLC가 폭탄선언을 했다. “5년 동안 음악계에서 일했지만, 파산할 수 있을 만큼 파산했죠.” TLC의 노래는 1990년대 상점과 거리에 울려 퍼지며 인기를 끌었지만 소속사와 수익 분배 문제로 멤버들은 정당한 수익을 가져갈 수 없었다. 그들이 그래미 시상식에 입고 나온 올 화이트 룩은 2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최고의 그래미 시상식 패션 중 하나로 꼽힌다. TLC 멤버들은 종종 콘돔을 안경에 끼우거나 활용하며 패션 액세서리 중 하나로 승화시켰는데 패션을 통해 ‘섹스를 좀 더 쉽게 이야기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의도였다고 한다.

  1. 존 갈리아노의 마지막 지방시 꾸뛰르 컬렉션

<지방시 꾸뛰르 1996 FALL>

1996년은 지방시라는 브랜드에 분기점 같은 해였다. 1995년 영입한 존 갈리아노가 1년 만에 떠난 해이자, 하반기 알렉산더 맥퀸이라는 신예를 수장으로 앉힌 해이기도 하다. 1996년 7월 존 갈리아노는 마지막 꾸뛰르 컬렉션의 주제를 1984년 졸업 컬렉션 ‘앵크루아야블(Incroyables)’에서 따왔다. 이 단어는 프랑스 혁명 후 총재 정부 시대에 나타난 패셔너블하고 쾌락을 좇는 소수 그룹에서 유래했다. 당시 <보그>는 갈리아노의 쇼를 “전혀 지방시스럽지 않은”, “갈리아노스러운 쇼”라고 평가했다.

  1. CK 향수 광고

<CK ONE 광고(1996)>

<CK ESCAPE 광고(1996)>

1994년에 론칭한 유니섹스 향수 캘빈 클라인 ‘원(One)’은 출시하자마자 곧바로 인기를 얻었다. 데님 팬츠에 흰 탱크 톱, 젊은 남녀들이 엉켜 있는 광고는 패션 사진의 대가 스티븐 마이젤이 찍었다. 1996년에는 새로운 내레이션이 들어간 광고를 새롭게 선보였다. 또 다른 향수 ‘이스케이프(Escape)’ 광고에서는 밀라 요보비치의 관능적인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1. 1996년 피렐리 캘린더

<1996년 피렐리 캘린더 메이킹 영상>

1964년부터 지금까지 매해 제작하는 피렐리 캘린더는 한 해를 갈무리하고 다음 해의 비전을 보여주는 지표였다. 최고의 모델과 포토그래퍼가 세계 각지에서 촬영한 결과물은 공개할 때마다 화제를 모았다. 1996년의 포토그래퍼는 피터 린드버그. 생전의 그는 1996년과 2002년, 2014년과 2017년 네 번의 달력을 촬영했다. 캘리포니아 엘미라지를 배경으로 에바 헤르지고바, 크리스틴 맥메너미, 타티아나 파티즈 등의 톱 모델이 피사체가 되었다. 화보 촬영에 디지털카메라가 보편화되지 않았던 시절, 가위로 필름을 자르며 촬영에 임하는 모습이 생경하게 다가온다.

EDITOR
남현지
PHOTO
COURTESY PHOT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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