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보이즈는 지지 않는다
때가 되면 꽃은 지지만 ‘더보이즈’는 지지 않는다. 대지에서도, 무대에서도.
“저희는 ‘성장 그룹’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성장하리라 자신만만하게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미래의 저희가 더 기대됩니다.” 언제든 연습 모드로 전환할 수 있도록 트레이닝복에 그래픽 프린트 셔츠 재킷을 걸친 뉴가 더보이즈(THE BOYZ)를 ‘성장 그룹’이라고 명명했을 때 데뷔 4년 차 보이 그룹이 <로드 투 킹덤>으로 화제의 중심에 선 이유가 더 선명하게 느껴졌다. “오랜만의 외출이라 ‘꾸안꾸’로 나왔습니다(웃음). <보그> 촬영 끝나면 땀 엄청 흘려야 하는 연습이 기다리고 있어요.”
아이돌 서바이벌 프로그램은 수명을 다한 듯했지만 <퀸덤>에서 <로드 투 킹덤>으로 이어지는 ‘완성형 아이돌의 경합’은 이들의 진가를 새롭게 발견하게 해주는 탁월한 포맷이었다. 언제 떨어질지 모를 위태로운 피라미드 꼭대기가 아닌 든든한 동료들과 더 나은 무대를 향하는 여정은 고전적 표현 ‘선의의 경쟁’이 떠오를 정도다.
그룹 이름대로 소년의 정체성과 스펙트럼을 확장해온 더보이즈는 <로드 투 킹덤>에서 압도적 퍼포먼스와 표현력으로 무대에 서사를 부여했다. 화랑을 컨셉으로 한 90초 퍼포먼스, 솔로곡 태민의 ‘괴도’를 확장한 커버 무대, 자신들의 곡을 재해석한 ‘REVEAL’ , 동양의 판타지를 한 편의 스토리로 완성한 ‘도원경’, 경연의 스토리텔링을 마무리한 ‘CHECKMATE’까지 뮤지컬, 현대무용 등 여러 장르를 끌어안으면서도 보이 그룹의 정체성은 잃지 않는 무대였다. 당시 공연이 끝날 때마다 다른 출연자들의 대기실에는 정적이 흐르곤 했는데 몇 초 후에야 탄성이 이어졌다. 시청자로서 나 역시 일시 정지된 듯 꼼짝하지 않고 재능 있는 소년 11명이 열정과 노력을 최대치로 쏟아부어 완성한 3분의 예술을 지켜봤다. 멤버들이 아이디어를 발전시켜나가는 과정도 흥미로웠는데 회를 거듭할수록 ‘아이돌 직업 탐구 다큐’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더보이즈는 한계가 무엇이냐 묻는 듯 계속 자신들을 뛰어넘었고, 더보이즈가 최종 우승을 차지한 결과만 유일하게 조금도 놀랍지 않았다.
<로드 투 킹덤>이 어떤 의미를 가졌는가 묻는 질문에 에릭은 “쇼”라고 답했다. “대한민국에는 실력이 뛰어난 많은 아이돌 그룹이 존재하잖아요. 저는 더보이즈도 실력이 좋고 잘한다고 생각해요. 단지 다른 그룹이 너무 많다 보니 관심을 받기 쉽지 않았는데 <로드 투 킹덤>에서 저희의 퍼텐셜을 보여드릴 수 있었어요. <로드 투 킹덤>은 저희에게 터닝 포인트가 된 것 같아요.” 마지막 경연을 앞두고 에릭은 얼떨떨한 표정으로 햄버거 가게에서 자기를 알아봐주는 사람들이 있었다는 에피소드를 전했지만 <로드 투 킹덤>이 끝난 후 이들의 인지도는 햄버거 가게를 훌쩍 뛰어넘었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당사자들은 생생하게 느끼지 못하고 있었지만.
사실 더보이즈를 만나 물어보고 싶었던 질문은 “어떻게 그렇게 잘하냐”였다. 11명의 의견을 종합해본 결과, 비결은 ‘마음가짐’과 ‘에너지’로 요약할 수 있었다. 에릭이 자세를 고쳐 앉으며 그때를 돌이켜봤다. “멤버들 모두 인정받기 위해 무엇이든 하겠다는 단단한 다짐이 있었어요. 첫 번째 경연 ‘괴도’ 무대 반응이 좋았잖아요. 진짜 고난도 스턴트가 난무했고요. 저희끼리 안무가 선생님한테 처음부터 이렇게 다 쏟아부으면 2·3·4차 경연 때는 도대체 뭘 해야 되냐고, 헬리콥터라도 타고 와야 하냐고 했어요. 모두가 1차 경연 이상을 못 뛰어넘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아이디어를 합치다 보니 더 멋있는 무대를 만들 수 있었어요. 저희가 연습을 굉장히 많이 했어요. 스케일이 큰 퍼포먼스를 위해 농구장에서 연습했고요.”
퍼포먼스에 생생한 생명력을 부여하곤 하는 큐 역시 “무대가 매번 레전드로 남았으면 좋겠다는 마음가짐으로 몸을 아끼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경연을 거치며 멤버들 사이에 퍼포먼스적 신뢰도 생겼다. 자칫 다칠 수도 있는 동작도 서로를 믿으며 성공시키곤 했다. 현재는 멤버들과 마음이 잘 맞는다며 말을 시작했다. 보컬 현재는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년’ 같은 모습이다. “‘후회 없는 무대를 만들자’는 공통된 목표도 영향을 끼쳤어요. 그리고 에너지 모으기가 비결 같아요. 예를 들어서 무대에 올라가기 전에 ‘그래, 가보자!’ 하며 넣는 기합이 효과가 크더라고요.”
더보이즈의 공식 구호는 ‘The Boyz Get It? Got It!’이다. “활동하다 보면 피곤하고 정신없을 때가 생기잖아요. 무대에서 실수하는 상황을 방지하려고 만든 구호예요. 단순히 ‘파이팅’이 아니라 ‘정신 차리자, 똑바로 하자, 잘하자’는 뜻이거든요. 무대에 올라가기 전에 구호를 외치면서 힘을 받아요.” 얼마 전 에릭은 주연과 함께 쓰는 작업실에 인테리어를 하며 더보이즈의 구호를 보랏빛 네온사인으로 제작해 벽면에 붙여놓았다. “제가 요즘 인테리어에 꽂혀 있는데 가사 쓰거나 연습할 때 알록달록한 조명 아래서 하면 집중이 잘될 것 같았어요. 그러다가 욕심이 생겨서 달 모양 조명도 달고 피규어도 사고 소파 침대도 들였어요. 돈을 너무 썼네요(웃음).”
1위로 불렸을 때 떨림을 고스란히 기억하는 더보이즈는 9월 컴백을 목표로 일상을 이어가는 중이다. 미니 앨범에 대해 어떤 ‘스포’도 할 수 없는 가운데 반장(리더) 상연은 든든한 목소리로 “이번 컴백 자신 있어요”라고 말했고 케빈은 만면에 상냥한 미소를 띠며 “어마어마할 겁니다”라며 기대를 높였다. 지금 밝힐 수 있는 확실한 한 가지는 또 한 번 엄청난 퍼포먼스를 준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더보이즈는 <로드 투 킹덤> 이후 높아진 기대를 잘 알고 있다. 현재는 수수께끼 같은 표정으로 ‘발 차기’가 중요한 포인트이며, 한 방 한 방이 중요한 댄스가 많다고 일러주었다.
지난해 미국 음악 전문 매체 <빌보드>는 더보이즈를 두고 “자신의 일을 즐기며 성장하는 그룹”이라고 전한 바 있는데, 주연의 지금 상태가 그렇다. “개인적인 도전은 매우 많은데, 정말 즐기고 놀아야지만 나올 수 있는 바이브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어요. 그동안 즐긴다기보다 잘해야 한다는 생각이 더 컸어요. 데뷔할 때 영상을 보면 정말 여유가 없더라고요. 역시 경험과 자신감이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것 같아요.” 주연은 기다란 팔다리로 퍼포먼스에서 시각적인 쾌감을 선사하는 멤버다. 그의 무대 철학은 솔직하고 간결하다. “무대에서는 ‘우리가 최고다’, ‘우리는 진짜 멋있다’, ‘우리는 할 수 있다’고 생각해야 해요. 자신 없는 상태로 무대에 오르면 보는 사람에게 당연히 느껴져요. ‘마인드 세팅’이 중요합니다.”
‘소년(Boy)’, ‘Giddy Up’, ‘No Air’, ‘D.D.D’, ‘Right Here’, ‘Bloom Bloom’ 등 다수의 곡에 작사가로 이름을 올린 선우는 이번 앨범에서도 타이틀곡과 수록곡 가사를 맡았다. 자신을 풀어놓는 느낌, 자유로운 해방감이 좋아 랩을 한다는 선우는 담백하고 솔직하게 랩을 한다. 랩 메이킹의 핵심은 상상이다. “어릴 적부터 상상을 많이 해서 똑같은 걸 봐도 다르게 생각하곤 해요. 예를 들어 ‘촛불이 불어서 꺼졌다’가 사실이라면, 촛불을 불기까지의 감정과 왜 촛불을 부는지 세세하게 상상해요. 쓰기 전엔 막막하지만 MR을 듣고 상상을 하다 보면 어느새 가사가 완성되어 있죠.” 선우는 하고 싶은 얘기를 가사로 쓴다. “많은 사람이 느꼈을 법한 감정을 담아요. 진실한 이야기를 쓰면 누군가는 공감해줄 테니까요. 희망을 주는 곡도 좋지만 언젠가 자서전 같은 곡을 써서 팬들에게 선물하고 싶어요.”
최근 팬 송에 참여한 케빈에게는 뜬금없는 무언가로부터 영감이 찾아온다. 미니 3집 한정판 앨범 로고를 디자인한 ‘금손’의 소유자다. “얼마 전에 브이앱에서 ‘케빈, 넌 연필이야. 왜냐면 너 없이는 내 삶에 포인트가 없어’라는 댓글을 봤어요. 거기서 아이디어를 발전시켜 ‘관계 속에 뾰족한 연필을 쓰다 보면 다시 깎아야 하는 순간이 생긴다’고 가사를 썼어요.” 케빈은 사운드 프로덕션 수업을 들은 적 있다. 밴쿠버 시내를 돌아다니며 여러 소리를 녹음했고 사운드스케이프에 관심이 생겼다. 잔잔한 R&B나 발라드를 선보여온 케빈의 관심은 의외의 곳에 닿아 있다. 뜻밖의 사운드를 향한 케빈의 시도가 궁금하다면 빌리 아일리시 ‘Bury a Friend’ 커버곡을 찾아보길.
더보이즈가 흥미로운 보이 그룹인 또 하나의 이유는 11명 그 자체다. 큐는 더보이즈 멤버들은 한 명 한 명 갖고 있는 에너지, 스타일이 다 다르다고 말한다. 상연은 다른 K-팝 그룹과 가장 다른 점을 다음과 같이 소개했다. “인원이 많은 그룹이다 보니까 무대에 댄서들이 안 계셔도 꽉 차고, 저희끼리 무대 스토리를 이끌어간다는 점이 강점이에요.” 11명이라 할 수 있는 것을 묻자 주연에게서 다음과 같은 대답이 돌아왔다. “11명이면 무대가 흔들려요(웃음). 점프하는 동작이라도 있으면 진짜 흔들리고 그만큼 에너지가 느껴지죠. 여럿이 하는 동작을 더 다양하게 잘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주학년도 동의한다. “보통 댄서들이 도와주시면 무대가 크고 멋있어 보이는데 저희는 11명이 그 에너지를 내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서로의 단점을 메워줄 수 있다는 장점도 있고요.” 물론 11명이라서 견뎌야 하는 것도 있다. 주학년은 웃으며 말을 이어나갔다. “음식 배달입니다! 1인분을 주문하면 50분 정도 걸리잖아요? 11명이 시키면 정말 오래 걸립니다.”
더보이즈에게 감탄하고 감동하는 또 하나의 지점은 앞서 언급한 성장 그룹이다. 보컬 상연, 현재, 제이콥, 케빈, 뉴, 영훈, 댄서 큐, 주연, 주학년, 에릭, 래퍼는 선우지만 구분이 무의미할 정도로 모든 분야에 역량이 뛰어나다. ‘스윗 보이스’로 통했던 제이콥은 언젠가 춤 멤버가 목표라고 말한다(만약 당신이 <주간 아이돌>에서 제이콥이 골반을 터는 장면을 봤다면 제이콥의 포지션을 춤으로 여겼을 것이다). “처음에는 제 목소리가 아이돌 곡을 부르기에 한정적이었던 것 같아요. 그동안 팀에 힘이 되어줄 수 있는 보컬이 되려고 많이 노력했어요. 최근 앨범에서는 강한 보컬, 랩을 시도했는데 칭찬을 받아서 기분이 좋아요. ‘멀티 보이스’로 팀이 필요로 할 때 ‘딱’ 나올 수 있는 보컬이 되고 싶어요.” 손꼽히는 노력파 제이콥의 춤을 향한 야망은 상당히 일리가 있다. “춤은 타고나야 하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더보이즈를 하며 겪어보니 노력한 만큼 느는 게 춤이더라고요. 예전에는 춤이 스트레스였는데 지금은 멤버들과 춤추는 게 아주 즐거워서 감사하고 있습니다.”
뉴의 성장기도 한 편의 드라마다. “처음에 춤이 많이 부족한 멤버였어요. 안무가 너무 힘들어서 라이브를 못하겠다고 한 적 있을 정도인데 신기하게 할수록 되는 거예요.” <로드 투 킹덤>에 나가기 망설였다는 고백도 전했다. 행복하고자 하는 음악인데 경쟁으로 스트레스 받고 싶지 않았다고. “하지만 멤버들이 이런 도전을 저도 할 수 있다고 많이 말해줬어요. 그래서 멤버들에게 진짜 고마워요. 이 프로그램을 통해서 많이 성장했거든요. 단시간에 안무를 외우기가 힘들었는데 옆에 10명이 있다는 자체가 위로가 되는 순간도 너무 많았어요. 여러 무대에 오르면서 무대에 대한 꿈이 더 커졌어요.” 자신의 틀을 깨고 나온 뉴의 표정은 상당히 반짝거렸다.
더 성장하고 싶고 관심을 가지고 있는 지점은 각자 다르다. 주학년은 이혁 선배님, 김경호 선배님 같은 록 발성을 좋아해 어떻게 하면 그런 발성을 더 잘할 수 있을지 고민한다. 현재 역시 지르는 발성을 연습 중이다. “댄스보다 보컬에 변화를 주기가 더 어려워요. 죽을 때까지 가져가야 할 숙제죠. 목이 약해 소리가 작게 들릴 수 있어서 앞으로 소리가 뻗어나가도록 연습 중입니다.” 영훈은 어떻게 하면 춤선이 더 예쁘게 나올 수 있을지 생각한다. 그러고 보면 영훈은 부드러운 보컬로 더보이즈에 스윗함을 더하지만 자신이 맡은 파트에서는 극적 순간을 만들어내곤 한다. “시작하는 파트를 맡은 곡은 부담감이 생기기도 하지만 그만큼 중요하기 때문에 항상 열심히 준비해요. 가벼운 제스처라도 세심하게 신경 써서 연습합니다.”
서로 비슷한가, 이보다 다를 수 없다 느끼는가 물었을 때 멤버들은 한목소리로 “정말 다르다”고 말했다. 하지만 자꾸 비슷해진다고도 했다. 오랜 시간 함께 생활하다 보니 음악이나 무대에서 추구하는 바에 공통점이 생긴다는 것이다. 주연은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멤버들을 ‘반 친구들’에 비유했다. “만날 보잖아요. 어디 가도 보던 애들 있고요(웃음). 그래도 걔들이랑 노는 게 제일 재미있잖아요. 저 역시 멤버들이랑 함께 있을 때 제일 재미있어요. 어떻게 놀까, 뭐 먹을까 이런 얘기하면서요.” 에릭은 휴가를 받아도 멤버들과 여행을 같이 간다고 말했다. 더보이즈 주변 사람들의 반응처럼 도대체 왜 그러냐 물었더니 멤버들이 가족 같고 친한 친구 같아서 당연하다고 말한다. “서로 진짜 다른데 닮아가네요. 말투, 장난기까지.”
“언젠가 라디오에서 요청이 와서 멤버들의 플레이리스트를 모아본 적 있거든요. 그런데 들어보니까 신기하게 비슷한 점이 있었어요. 멜로디가 예쁘고 비트가 얌전한 노래더라고요. 그래서 오히려 우리 취향이 비슷하구나 느낀 적이 있었어요. 데뷔할 때는 하나로 섞인 목소리를 내는 게 힘들었는데 요즘은 자연스럽고 쉬워졌어요.” 제이콥은 회사, 숙소 어디든 켜져 있는 블루투스 스피커에도 공을 돌렸다. “얼마 전에 큐과 에릭이 큰 스피커를 샀죠. 누군가가 틀어놓은 노래가 좋으면 찾아보고 그래요. 전 선우의 음악이 좋아서 많이 찾아본 것 같아요.”
이 멤버가 있어서 이런 색깔이 더해진다는 평가도 정확하다. 상연은 리더로서 할 말이 많다. “노래를 듣다 보면 흐름이 지루해질 수 있는데 선우의 랩이 ‘팍’ 나오면 임팩트가 살아나요. 곡이나 무대를 꽉 채워주는 느낌이 들죠. 멤버 숫자가 많은데도 큐는 센터에서 파트가 왔을 때 잘 살리고 전체적으로 에너지를 주는 것 같아요.” 현재도 멤버들의 다양한 면에 대해 말했다. “에릭은 막내인데도 잘해보자는 에너지를 전달하곤 해요. 제이콥은 저 친구의 노력과 마음을 반이라도 닮아보자 싶게 좋은 영향을 줘요. 어떤 일이든 할 수 있다는 생각을 심어주거든요.” 정신적 지주로 손에 꼽힌 제이콥은 겸손의 손사래를 치며 ‘대나무’를 수식어로 삼으려고 한 적이 있다고 했다. “어디서든 키울 수 있고 든든한 나무라고 하더라고요. 흔들리지 않는 멤버가 되고 싶거든요. 항상 좋은 바이브를 내고 싶고요.”
앨범의 타이틀곡뿐 아니라 수록곡의 스펙트럼이 넓은 이유 역시 멤버들의 개성 때문이다. 혼자 작곡을 하다가 요즘은 다른 작곡가들과 소통하며 곡 작업을 하고 있는 상연이 말했다. “저희 앨범은 타이틀곡도 좋지만 수록곡도 좋다고 생각해요. 수록곡에 대한 자부심이 있습니다.” 11명의 다른 점이 한눈에 보이는 컨텐츠는 유튜브 ‘A to BOYZ’다. 최근 게시물은 코난 그레이(Conan Gray)의 ‘Maniac’을 커버한 큐의 것이다. 어릴 때부터 자기도 모르게 따라 추던 게 춤이라고 말하는 더보이즈의 메인 댄서다. 언젠가 예능 프로그램에서 큐가 커버 댄스를 추는 장면을 본 적 있는데 한 번 춤을 보면 절대 잊지 않는 능력을 타고난 게 아닐까 싶었다. 하지만 천부적 댄서는 생글거릴 뿐이다. “금방 외우긴 하는데 또 금방 잊어버려요.
다른 가수들 안무를 모니터링하면서 저도 모르게 조금씩 익히는 것 같아요.” 무대에 대해 누구보다 진지한 큐는 잘해야겠다는 생각으로 가득 찬 상태다. “혼자 농구장에서 커버곡을 연습하고 촬영했는데 저한테 화를 많이 냈어요. ‘그렇게 하면 안 돼.’ 계속 채찍질하면서 연습했어요. 자신에게는 냉정한 편이에요.” 컴백 준비로 정신이 없지만 선미와 청하 선배님 영상은 항상 찾아본다. “무대를 벅차게 만들어주시는 느낌이 좋아서 어떻게 하면 그렇게 할 수 있을까 고민해요. 나중에 선배님들처럼 다양한 음악과 에너지로 보는 사람을 좀 더 벅차게 만들고 싶어요.” 다인원 그룹이라는 점은 팀 내 유닛 결성에도 유연하게 작용한다. 보컬 멤버들은 ‘앙상블 보이즈’를 결성해 악기를 연주하며 영상도 찍고 콘서트 무대에서 선보이기도 한다. 얼마 전에는 한 프로그램에 출연해 오랜만에 ‘함께’라는 노래를 불렀다. 재주가 다양한 더보이즈는 자체적으로 컨텐츠를 제작해 다양한 매체로 팬들과 소통한다. 주학년은 그중 귤라디오를 들어보라 추천한다. “저희는 컨텐츠가 방대하고 각각 매력이 있어요. 그중 하나를 꼽자면 제가 진행하던 귤라디오입니다. 지금 잠깐 쉬고 있지만 직접 대본을 쓰고 사연도 받아서 제작했어요. 들으면 힐링이 되실 거예요. 언젠가는 놀면서 하는 컨텐츠를 만들어보고 싶어요.”
얼마 전 영훈은 더보이즈 멤버 최초로 연기에 도전했다. 고등학생들의 연애담을 그린 웹툰을 원작으로 한 웹드라마 <연애혁명>이다. 시크한 냉미남 ‘이경우’와 영훈의 싱크로율은 엄청나다. 첫 방송은 혼자 조용히 지켜봤다. “팬들을 실망시키기 싫고 제게도 도전이라 열심히 준비했어요. 일단 연기를 연기로 생각하지 않는 게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요(웃음). 처음에는 많이 부족했는데 여러 배우와 친해지면서 자신감을 갖게 됐어요. 연기에는 계속 도전해보고 싶지만 제가 더보이즈로 있기 때문에 연기도 할 수 있음을 잘 알고 있어요. 제 중심엔 항상 더보이즈가 있어요.”
누구에게나 소년 시절이 있지만 머물 수 없다. 더보이즈는 시간이 흘러도 변함없이 소년일 수 있는 특권을 받았다. “소년의 순간을 계속 가지고 젊음과 에너지를 전달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세월이 지나도 소녀시대 선배님들이나 슈퍼주니어 선배님들의 이름은 바뀌지 않잖아요. 저희도 더보이즈에 맑은 느낌을 새겨놨으니 계속 그 느낌을 전달해드릴 거예요.” 세상의 모든 소년에게는 꿈이라는 기회가 주어진다. 누구보다 치열하게 꿈을 꾼 대가로 더보이즈는 이 자리에 있다. 선우는 <로드 투 킹덤>에서 대중이 우리 이름을 알았으면 좋겠다고 말한 적 있다. 속뜻은 정말 좋은 음악을 들고 나와서 팬뿐 아니라 대중도 좋은 에너지, 좋은 이야기라고 느낄 수 있도록 하겠다는 다짐이었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 더 높은 곳에 있을 것이라 여긴다. 높은 곳은 자신의 이야기를 음악으로 마음껏 세상에 들려줄 수 있는 순간이다. 큐 역시 ‘너 더보이즈 알아?’ 하는 질문에 ‘알지’라는 대답이 나올 수 있도록 하고 싶다. 더보이즈로 음원 차트 1위를 해보고 싶은 욕심도 숨기지 않는다. 개인 활동은 그 후다. “멤버들이 각자 빛날 수 있는 분야도 찾았으면 해요. 솔로 앨범, 연기, MC, 라디오 DJ 등 해보고 싶은 게 많아요. 그래서 제가 힘들어요(웃음).” 스스로 정체성을 엔터테이너로 정의하는 주학년은 뮤지션에 국한하지 않고 여러 길로 갈 수 있는 더보이즈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라고 생각하는 현재는 먼 미래보다는 내일 일정을 중요하게 여기는 편이지만, 최근 지금 무엇을 해야 앞으로 발전할 수 있을까 생각하기 시작했다. 뉴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음악을 하고 싶어요. 제가 음악의 영향을 받듯이 그 영향을 다른 사람들에게도 주고 싶어요”라고 소망을 전했다. 제이콥도 마찬가지다. “제 음악으로 많은 사람에게 힐링을 안길 수 있는 가수. 의미 깊은 노래, 제 스토리를 담은 노래를 들려드리고 싶습니다.”
영훈은 지금 팬들을 가장 만나고 싶다. “코로나19로 무대에 올라도 늘 리허설하는 느낌인데 얼른 힘든 시기가 끝나서 무대에서 팬들의 함성을 듣고 이야기도 나누면서 힘을 내고 싶어요.” 에릭 역시 2020년에 좋지 않은 상황이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는 유일한 바람을 내비친다. 주연의 패기 넘치는 목표는 근사하다. “다음 세대를 잇는 대표 아이돌이 되고 싶어요. 지금 방탄소년단, 엑소 선배님처럼요.”
이 기사를 마무리할 무렵, 미니 5집 <체이스(CHASE)> 타이틀곡 ‘더 스틸러(The Stealer)’의 프로모션 필름 ‘브레이킹 뉴스(Breaking News)’가 공개됐다. 사람의 마음을 훔치는 스틸러 추격전에 마음을 빼앗기지 않을 도리가 없다는 생각을 했다. 절대 뒤를 돌아보지 않고 앞만 보며 나아가는 눈썹에 파란 물감이 든 소년들은 언제나 그러했다. 곧, 소년이 온다.
- 피처 에디터
- 조소현
- 패션 에디터
- 손기호, 남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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