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로운 구찌의 새 향수 ‘블룸 프로푸모 디 피오리’
원작만 한 속편은 없다? ‘구찌 블룸 프로푸모 디 피오리’ 앞에선 그 마법 같은 꿈이 이뤄진다.
이탈리아 움브리아 교외의 어느 고대 극장. 꽃을 비롯해 식물이 만발한 통로를 거닐며 주문을 외우는 주인공 4인. 꽃을 주워 우물에 던지는 성스러운 의식이 이어진다. 꽃이 물에 떠 있는 동안 여사제들은 소원을 빌어 평행 세계의 문을 여는데… 새로 개봉한 판타지 영화의 트레일러냐고? 구찌 블룸의 정수를 선사할 ‘프로푸모 디 피오리’ 캠페인 필름이다. “진정한 자아를 꽃피우는 사람들에게 헌정한 향수죠. 시간이 멈춘 듯한 상상 속 정원에 어울리는 신비의 향을 떠올렸습니다.” 알레산드로 미켈레(Alessandro Michele)는 노란 직사각형 용기에 활기를 주입했다. 그리고 조향사 알베르토 모리야스(Alberto Morillas)의 손을 거친 꽃 향에 현시대가 원하는 여성상을 투영했다.
원료 배합에서도 그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재스민과 투베로즈, 랑군 크리퍼의 고귀한 조합은 그대로 유지하고, 일랑일랑의 거친 느낌과 부드러운 샌들우드 노트를 추가하면서 미켈레의 소망은 마침내 현실이 됐다. 여기에 성스러운 투베로즈 에센스를 듬뿍 더해 강렬하고 따뜻하면서 중독성 강한 잔향을 짙게 남겼다. 오리지널 ‘블룸’이 도시 속에서 순간 이동하여 꽃이 만개한 영국식 정원을 거닐 때 떠오르는 향이라면, ‘프로푸모 디 피오리’는 하늘에서 꽃비가 내리며 마법이 피어나는 꿈속 정원이 떠오른다.
구찌 블룸의 여성상과 신비로운 자연 세계는 여성 4인이 이어주었다. 감독 겸 배우 안젤리카 휴스턴(Anjelica Huston), 싱어송라이터 플로렌스 웰츠(Florence Welch), 배우 겸 모델 조디 터너 스미스(Jodie Turner-Smith), 디자이너 수지 케이브(Susie Cave)는 자기애로 가득 찬 동시대 젊은 여성을 대변한다. ‘프로푸모 디 피오리’의 태도와 일맥상통하는 여성 4인 중 <보그>가 플로렌스 웰츠와 대화를 나눴다.
Interview with Florence Welch
주문을 거는 ‘여사제’로 열연한 모습이 인상적이다. 촬영장 분위기는 어땠나?
‘라 스카르추올라(La Scarzuola)’ 극장에서 촬영하는 모든 순간이 마법 같았다. 그중 기억에 남는 건 안젤리카 휴스턴이 세트장을 걷는 모습이다. 그토록 품위 있고 우아한 걸음걸이는 처음 봤다.
‘프로푸모 디 피오리’와 당신의 음악 사이엔 ‘자유’라는 공통분모가 있다. 언제 자유를 만끽하나?
창의성을 발휘할 때와 무대 위에 있을 때. 나는 긴장을 잘 하는 편이라 쉽게 무서움을 느끼곤 한다. 예민하지만 무대에서만큼은 어떤 두려움도 못 느낀다. 겁날 게 없다.
예민함을 다스리는 비결이 있나?
아침에 눈뜨면 음악을 듣는 것처럼 향수를 뿌린다. 향이나 냄새는 나에게 매우 중요하다. 빼먹는 날엔 옷을 다 입지 않은 듯 허전한 느낌이다. 밤에도 향수를 애용하는데 지친 심신을 달래는 나만의 루틴이다.
밤에도?
너무 강한 향은 피한다. 중독이라고 할 만큼 향수를 매우 사랑한다. 향을 고르는 것만으로도 차분함과 평온함을 느낀다. 향수를 수집하고 조향법도 배웠다. 투어 중에 직접 향수를 만들기도 했다.
어떤 향을 즐기나?
앰버가 들어가거나 흙 내음, 온화한 우디 향! 그런 면에서 ‘프로푸모 디 피오리’는 탁월한 선택이다. 구찌 블룸 라인의 다른 향수는 플로럴 향조가 더 강한 반면에 이 향은 매우 부드러운 데다 고소한 우디 향이 돋보인다. 개인적으로 ‘블룸’보다 훨씬 좋다고 말해도 괜찮을까?(웃음)
한국은 가을이다. 이 계절에 어울리는 향을 추천한다면?
‘프로푸모 디 피오리’! 포근한 체취처럼 스며들어 쌀쌀한 기후에 제격이다.
향을 세 단어로 묘사한다면?
관능적인(Sensual), 따스한(Warm), 마법 같은(Magical).
‘프로푸모 디 피오리’를 맡고 어떤 노래가 떠올랐나?
단연 매지 스타(Mazzy Star)의 ‘Fade into You’! 캠페인 영상에 쓰였다. 화려하면서도 현실적이고, 가공되지 않은 자연의 몽환적 속삭임이 들릴 거다. ‘프로푸모 디 피오리’를 처음 시향했을 때 느낌과 100% 일치한다.
당신이 구찌 향수를 위해 음악을 만들 수 있다면?
음악에 풍부한 감각적 요소를 넣겠다. 격렬한 향에 담긴 이야기를 표현하고 싶다. 제목은 ‘Floral Ritual’이 어떨까? 내가 향수를 정의하는 모습 그대로를 담은 것 같다.
구찌와 당신이 염원하는 세계관은 일맥상통하는 것 같다.
맞다. 내가 음악을 통해 창조하는 세계관과 구찌 블룸의 캠페인은 아주 비슷하다. 심지어 가끔은 알레산드로 미켈레와 영혼의 쌍둥이처럼 느낄 정도. 다른 시공간에 태어났지만 영혼은 하나로 연결된 쌍둥이처럼 말이다! 거울을 바라보는 듯한 친근하고 강렬한 사람을 만난 적이 없다.
과연 뮤즈답다.
알레산드로 미켈레와는 시시때때로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모든 피사체를 공유한다. 세련미를 잃지 않으면서 정말 아름다운 것을 창조해낸다. 동시에 현대적이기도 하고. 과거에 치우치거나 미래를 담지도 않고 순전히 자신만의 시간을 창조해내는 것 같다. 함께 작업하다 보면 항상 꿈을 꾸는 것 같다. 이 마법이 영원히 깨지지 않았으면!
- 에디터
- 우주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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